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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눈감으면 코 베어 간다…쿠팡 최저가의 비밀

[스트레이트] 눈감으면 코 베어 간다…쿠팡 최저가의 비밀
입력 2021-04-04 20:50 | 수정 2021-04-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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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경 ▶

    본사의 소재지, 임원구성 그리고 지분구조까지 뭐로 보나 한국 기업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 허일후 ▶

    그런데 사실 요즘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게 큰 의미는 없지 않습니까.

    쿠팡 측 말대로 고용과 서비스 제공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세금도 대한민국에 제대로 잘 낸다면 말이죠.

    ◀ 성장경 ▶

    그렇습니다.

    노동법이나 공정거래법과 같이 시장의 규칙을 잘 지키면서 돈도 벌고 세금도 잘 내면 얼마든지 환영이죠.

    ◀ 이동경 ▶

    네, 그런데 쿠팡의 이른바 갑질과 횡포 때문에 큰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 허일후 ▶

    그분들이 바로 쿠팡에서 상품을 파는 판매자들이군요.

    ◀ 이동경 ▶

    네, 이분들 만나보니 쿠팡의 최저가시스템 때문에 정말 못살겠다고 하소연했는데요, 무슨 얘기인지 지금부터 보시겠습니다.

    ==============================


    쿠팡에서 5년째 여성복을 파는 정영호 씨.

    지난 겨울, 신상품 점퍼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이 옷을 겨울 주력 상품으로 정한 정 씨는 피팅 모델과 계약을 맺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판매량이 크게 늘 것에 대비해 옷 200벌을 미리 주문해 들여 놨습니다.

    그런데, 순조롭게 늘어나던 제품 주문량이 갑자기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정영호/쿠팡 판매자]
    "사진 작업도 잘하고 모델 섭외도 잘해서 물건이 하루에 50장, 100장 나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거 잘나가는가 보다'하는데, 한 열흘 정도 팔았나 싶은데 갑자기 주문이 바닥을 치는 거예요. 완전히 10분의 1로 줄어요."

    확인 결과, 같은 옷을 2,400원 더 싸게 파는 다른 판매자가 쿠팡에 들어왔던 겁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경쟁 판매자가 정 씨의 상호가 붙은 제품 이름과 광고 사진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영호/쿠팡 판매자]
    "검색을 해서 들어가면 분명히 우리 마크도 떠 있고 상품명도 우리로 되어있고. '어, 이게 뭐지? 우리가 이 가격에 팔았나? 이걸?' 팀장한테 ‘너 이거 가격 수정했냐?’ (물었더니) 아니라는 거예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간 정 씨에게 옷을 샀던 사람들이 남긴 구매 후기와 별점까지 새 판매자에게 몽땅 넘어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정씨가 고객과 주고받은 상품 문의와 답변도 넘어간 상태였습니다.

    [정영호/쿠팡 판매자]
    "느닷없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 것을) 써도 되냐, 묻지도 않고 이렇게 공들여서 작업한 거를 갖다가 순식간에… 도둑질이에요, 이건. 말도 없이. 저희 모델 얼굴에 저작권, 우리가 공들여서 만든 상품을 아무 말 없이 허락도 없이 갖고 간다는 건, 이건 도둑질이죠."

    정 씨는 쿠팡에 항의했지만, 납득할 수 없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쿠팡의 판매 정책이라 문제없다는 겁니다.

    바로 쿠팡의 '아이템 위너' 제도였습니다.

    쿠팡은 같은 상품을 1원이라도 싸게 파는 판매자를 '위너' 즉 대표판매자로 선정합니다.

    위너가 되면 사실상 독점적인 판매권한을 부여받습니다.

    우선 상품 검색 시 위너만 노출됩니다.

    다른 판매자의 상품은 따로 버튼을 눌러야만 볼 수 있습니다.

    위너가 되지 못하면 판매량은 급감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또 정 씨처럼 위너의 상품 페이지로 기존 판매자의 상품명과 대표이미지, 후기와 상품 문의를 몰아줍니다.

    위너가 모든 걸 갖도록 해 판매자 간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말 그대로 승자독식 시스템입니다.

    빼앗긴 판촉사진과 후기, 별점을 되찾아 오려면 정씨가 다시 위너로 선정되는 방법뿐이었습니다.

    피 말리는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정영호/쿠팡 판매자]
    "저희 팀장하고 같이 밤 8시부터 두 시간마다. 10시, 12시, 새벽 2시, 4시, 6시. 저는 9시, 11시, 1시, 3시, 5시, 7시. 그 시간별로 깨서 알람 맞춰놓고 일어나서 그 가격경쟁을 들어가는 거예요. 500원, 100원 내리다 보면 마진이 0이 돼요."

    결국 3만9천9백원이었던 점퍼는 단 하룻밤 새 2만6천 원까지 내려갔습니다.

    팔면 손해나는 가격이었습니다.

    판매 중단을 심각하게 고민하던 정 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경쟁자가 파는 점퍼가 같은 제품이 맞는지 주문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정작 도착한 물건은 같은 옷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정영호/쿠팡 판매자]
    "이건 저희 거. 끈도 지금 두툼하고, 여기 거는 끈도 얇고. 그다음에 이런 소매, (저희 것은)도톰하고 쫀쫀한데 이건 그냥 탄력도 없고."

    비슷한 상품인데 마치 같은 상품인 것처럼 묶여 있었던 겁니다.

    거듭된 요청에도 꿈쩍 않던 쿠팡은 정 씨가 서로 다른 옷이라는 것을 직접 입증한 뒤에야, 두 상품을 분리해 줬습니다.

    석 달 만에 간신히 자기 제품을 되찾아 왔지만 그사이 고객 신뢰는 이미 무너졌습니다.

    [정영호/쿠팡 판매자]
    "(전에 구매한 고객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다른 색상으로 하나 더 구매하려고요' 했다가 그 업체에서 사서 그런 후줄근한 물건을 받게 되면 우리가 욕을 먹는 거잖아요."

    판매량은 회복되지 않았고, 200벌 가운데 절반도 팔지 못한 채,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쿠팡은 '아이템 위너'가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선정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배송 기간이나 고객 응대 등, 다양한 기준을 고려해 결정된다는 겁니다.

    과연 그럴까?

    쿠팡에서 팔리고 있는 유아용 완구입니다.

    가격은 5만9천원, 기존 판매자는 '유니키즈'로 현재 '아이템 위너'입니다.

    취재진은 기존 판매자에게 양해를 구한 뒤, 간단한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신규 판매자로 등록한 뒤 검색창에 해당 상품명을 입력해 선택하고, 가격만 5만8천5백원으로, 500원 낮췄습니다.

    30분 뒤 아이템 위너가 취재진으로 교체됐습니다.

    기존 판매자가 썼던 상품 이름과 상품이미지가 그대로 넘어왔습니다.

    상품명 앞에 붙어있던 판매자 브랜드까지 함께 따라왔습니다.

    바뀐 건 가격과 판매자 이름뿐입니다.

    후기, 별점, 상품문의도 모두 가져왔습니다.

    2위로 밀려난 종전 위너는 첫 화면에 노출되지 않습니다.

    판매 이력도, 고객 신뢰도 없는 신규 판매자가 그저 싼 가격 하나만으로, 기존 판매자가 공들여 쌓아놓은 자료들을 전부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겁니다.

    다른 쇼핑몰들도 판매자들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는 합니다.

    같은 상품이면 판매자들을 묶어 한눈에 서로 가격비교가 되게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최저가를 제시한 위너 판매자만 우선 노출시켜주고, 다른 판매자의 사진에 별점까지 뺏어서 몰아주는 곳은 쿠팡이 유일합니다.

    [☎ 서용구/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쿠팡의 ‘아이템 위너’는 아마존의 ‘바이 박스’ 제도를 한국에 가져온 것인데, 이런 어떤 부작용이 많은 제도, 사회적으로 민원이 많은 제도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고."

    운영을 하더라도 미국식하고는 좀 다르게 운영이 되어야 하고요.

    쿠팡은 아이템 위너 방식에 판매자들도 동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 근거가 판매자 약관입니다.

    깨알 같은 약관 17조.

    판매자가 제공한 상품의 콘텐츠를 쿠팡과 다른 판매자들이 언제라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놨습니다.

    또 판매자가 쿠팡에서 판매를 중단해도 기존 콘텐츠의 권리를 쿠팡이 계속 가진다고 돼 있습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판매자가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합니다.

    우리 법이 보호하고 있는 콘텐츠 저작권도, 광고 모델의 초상권도 쿠팡의 약관 앞에선 무용지물입니다.

    [김용범/변호사]
    "한마디로 저작권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약관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사실 포기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이기 때문에 이거를 약관 규제법을 위반하는 불공정 약관이다. 라고 저희도 주장하는 것이고."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피해사례를
    접수하고도 이 조항이 공정한지 불공정한지, 지금도 들여다 만 보고 있습니다.

    [☎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저희가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가 나중에는 그게 (업계에서) 하나의 표준이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말씀을 드리는 거죠."

    쿠팡은 위너 시스템에 대해, 대부분의 판매자, 소비자가 만족하고 있으며 고객경험으로 경쟁하고 싶지 않은 일부의 문제 제기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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