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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농사짓겠다'며 농지 샀지만…농지법 위반 의혹 국회의원들

[스트레이트] '농사짓겠다'며 농지 샀지만…농지법 위반 의혹 국회의원들
입력 2021-04-11 21:02 | 수정 2021-04-1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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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농지가 공원에 수용이 되면서 30억 원이 넘는 차익이 났어요.

    그러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때 양도세 면제 법안을 냈다니 야, 이건 참.

    ◀ 성장경 ▶

    심하죠. 네, 그리고 또 다른 국회의원은 도의원일 때 개발 예상 지역에 또 농지를 샀습니다.

    이것도 딱 의심받기 좋은 상황인데 요.

    ◀ 이지수 ▶

    네, 그래서 이제 의원님들도 자꾸 억울하다고만 하지 말고요.

    이해충돌이 아닌지 스스로의 기준을 더 엄격히 잡아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허일후 ▶

    그렇죠.

    안 그래도 LH 사태 이후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이 필요하다.

    이런 여론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어떻게 진행이 좀 되고 있습니까?

    ◀ 이지수 ▶

    아직 국회 상임위도 통과 못했습니다.

    ◀ 허일후 ▶

    상임위조차 통과를 못했다. 이거 참 어렵네요.

    네.

    ◀ 성장경 ▶

    그런데 농지를 산다는 건 농사를 짓겠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보면 농사를 지은 경우는 별로 없어요.

    ◀ 이지수 ▶

    네,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1/4이 넘는 여든 명이 농지를 갖고 있는데요.

    저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 가운데 먼저 농지보유 1위 국회의원에게 도대체 이유가 뭔지 물어봤습니다.

    ==============================

    강원도 평창군 방림리 일대 11만 4천 제곱미터 규모의 농지.

    대구지역 사업가출신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2004년부터 사들였습니다.

    한무경 의원은 21대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가장 넓은 농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골짜기 양옆으로 솟은 산 안쪽 밭이 모두 한 의원 소유 농지입니다.

    근처에는 아들 소유의 땅도 있습니다.

    한 의원 땅보다 더 넓은 16만 제곱미터 대지와 임야가 아들 이름으로 돼있었습니다.

    한 의원이 사들인 뒤 아들에게 증여한 땅입니다.

    한무경 의원과 아들의 땅은 총 27만 제곱미터.

    축구장 30개 크기보다 넓습니다.

    [☎한무경 국회의원/국민의힘]
    "아들 명의가 된 거는 대지가 아니고 산인가 그럴 겁니다. 전(밭)이 아니고."
    (증여하신 거죠?)
    "그렇죠."

    대구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 의원 가족이 왜 강원도 평창에 이렇게 넓은 땅을 샀을까.

    한 의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무경 국회의원/국민의힘]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옛날부터 물, 공기, 자연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게 20년 전에 결국 우리가 아직 미세먼지로 그나마 그래도 물과 공기가 좋은 데가 거기이지 않습니까?"

    은퇴한 뒤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서 귀농생활을 하려고 이 땅을 마련했다는 겁니다.

    그러면 지금 농사는 짓고 있을까?

    한 의원 농지에 직접 가봤습니다.

    먼저 관리인처럼 보이는 남자들이 보였습니다.

    기자임을 밝히고 들어가 농사짓는지 부터 물어봤습니다.

    [한무경 의원 농지 관리인]
    (괜찮으실까요? 허락을 맡으려고 여기까지 와서 말씀을 여쭤보는 거거든요)
    "저기 보이죠 나무. 저것도 배나무고 저것도 배나무야. 근데 이게 전부 다 자연농법이거든."

    그러면서 한무경 의원 농지는 자신들이 관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관리 해준지 1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한무경 의원 농지 관리인
    "기자분들이 많이 밀어주시면 또 하시겠지. 근데 그러면 내가 관리인을 더 해야 하지."
    (관리하신 지가 10년 넘으셨어요?)
    "그렇죠."
    (관리해 주신지 한 20년 되셨어요?)
    "20년 안 됐죠."

    땅주인이 공직을 맡게 되면 갖고 있던 농지에 관리인을 두고 위탁경영을 맡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직을 맡기 전에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한무경 의원은 국회의원이 된지 1년이 채 안 된 초선의원.

    관리인 말대로 10년째 위탁경영을 했다면 불법입니다.

    [김호 단국대 교수/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
    "한무경 의원이 지금은 선출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위탁경영은 할 수 있지만, 만약에 국회의원 되기 전부터 가지고 있으면서 스스로 경작을 하지 않았다면 농지법 위반이 되는 거죠."

    한무경 의원도 10년 넘도록 이들에게 농지 관리를 맡겼다고 인정했습니다.

    [☎한무경 국회의원/국민의힘]
    (그분은 밭을 관리하시는 분인가요?)
    "네. 제가 일요일 날 과실수를 심어서 물 주러 갔습니다, 갔다 오라고."
    (이분은 얼마나 관리를 오래 하셨나요?)
    "오래 했죠."
    (공직 진출하시기 전에 사업하실 때도 관리를 맡기셨던 거군요?)
    "그럼요. 네."

    한 의원 측에 국회의원이 되기 전 농지를 위탁 경영 했다면 농지법 위반인 걸 아느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한 의원은 취재진이 만난 사람은 돈 받고 농사 지어주는 위탁 경영인이 아니라, 무보수로 관리를 도와주는 지역 주민일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틈틈이 농지를 방문해 농사를 지었다고 했습니다.

    한 의원에게 축구장 15개 면적에 달하는 넓은 땅에 어떤 농사를 지었는지도 물었습니다.

    한 의원은 땅이 너무 척박해 농사 짓기에 부적합하다면서, "3천제곱미터 농지에 과실수와 산나물을 재배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체 농지 11만 4천 제곱미터 가운데 3%에 불과한 면적입니다.

    관할 군청에 찾아가 농지의 일부에만 농사를 지어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평창군청 관계자]
    (제도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거예요? 전체는 다 농사 안 짓고 일부만 짓는 경우?)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받을 당시에 영농계획서를 제출하게 돼 있어요. 그때는 다 농사짓는다고 들어왔기 때문에, 그거는 얘기가 안 되는데요."

    한마디로 농지법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부분 경작이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건 공직에 취임한 뒤에 알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강원도 평창군은 스트레이트 취재 이후, 한무경 의원 농지에 대해 오는 16일까지 현장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충남 예산군 궐곡리.

    왕복 2차선 도로 옆에 있는 1,800제곱미터 규모의 땅은 민주당 문진석 의원 소유의 농지입니다.

    문 의원이 농지를 살 때 제출한 영농계획서.

    취득목적은 농업경영.

    조경수와 과실수를 심겠다고 돼있습니다.

    계획서대로 농사를 지었을까.

    나무가 심어져 있긴 하지만 겉으로 봐도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방치돼 있는 모습입니다.

    [마을주민]
    "자기 땅에 이러지 않죠. 한 푼이라도 빼 먹으려고 열심히 갈고 풀 매고 할 텐데. 관리 안 한 거예요, 이 정도면. 풀이 이게 이렇게 됐다는 거는 관리를 그냥 묵힌 거예요."

    문진석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전에 충남일대에서 폐기물처리 업체를 운영했습니다.

    문 의원 회사는 지난 2014년 충남 예산군이 폐기물 매립시설을 허가해주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당시 판결문.

    여기에 당시 회사 대표였던 문진석 의원 소유의 궐곡리 농지가 등장합니다.

    회사측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문 의원 소유 농지 포함 5개 농지를 버젓이 폐기물 매립시설 진입로로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애초에 농사목적이 아니라 회사 진입로 목적으로 구입했다는 겁니다.

    [김호/단국대교수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
    "그러니까 '사업용으로 미리 구입을 했다'라고 하면 농지를 비농업용으로 사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농지전용을 노리는 거죠. 농업용이 아닌 다른 부분으로, 다른 목적으로 구매했다고 하면 그 부분 자체도 농지법 위반 사례가 될 수 있고요."

    문진석 의원은 회사시설 진입로로 명시된 농지 외에 바로 옆 380제곱미터의 논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문진석 의원에게 농지를 구입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문 의원은 사업 목적으로 농지를 산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문진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근데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땅을 확보해야 되는데 법인 이름으로는 진입로가, 농지가 확보가 할 수가 없어요 현행법상. 그래서 대표이사 이름으로 일단 산 거죠."

    또 지금은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해당 농지를 팔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진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땅을 넘기려고 해요, 회사로 다시 넘기려고. 농업법인을 새로 만들었는데 그쪽으로 아마 이전을 해줘야 될 것 같아요."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의 약 7천제곱미터 토지.

    농지로 돼있지만 해안가 특히 송정해수욕장과도 연결돼 명당자리입니다.

    그러나 잡초만 무성한 채 방치된 듯 합니다.

    이 땅 주인은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과 그 부모입니다.

    위치가 좋아서인지 농지인데도 땅값이 3.3 제곱미터당 3백만원입니다.

    전체 부지는 신고된 가격으로 7억 2천만원에 달합니다.

    이 땅도 농지라 당연히 농사를 짓고 있어야 합니다.

    [☎해운대구청 관계자]
    "지목은 농지 맞고요. 농사는 지으셔야 되는 거고. 저희가 나가봤는데 지금은 공터 형태더라고, 아직 짓지는 않으시던데… 농사를 안 지으시면 처분하시라고 처분명령 나갈 거고요. 처분명령이 나가도 농사를 안 지으시면 이행강제금 부과하게 되고요."

    작년 4월 부산시는 이 땅 일부를 공원 부지에 넣기로 하고 '토지 수용'을 결정했습니다.

    해당 부지 소유주 대부분은 보상에 합의하고 수용에 동의했는데, 이주환 의원 일가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부산시청 관계자]
    "이 필지 빼고 총 9개인데, 그중에 8개는 지금 수용됐고요. 협의되고 수용됐고요. (이주환 의원 소유) 한 필지 남았습니다."

    농지법까지 어겨가며 농사도 안짓는 땅인데 수용되는 건 또 싫다는 이유는 뭘까?

    이 의원측은 부산시의 토지 측량에 문제가 있어 토지수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부산시를 상대로 소송도 냈습니다.

    [☎부산시청 관계자]
    "그게 저희가 지금 소송이 들어와 있어서."
    (소송이 언제 들어왔어요?)
    "소송은 작년에 들어왔습니다."
    (1심은 어떻게 났습니까?)
    "1심은 우리 시에서 이겼습니다."

    이주환 의원측에 혹시 해당 농지가 나중에 개발될 걸 기대하고 수용에 응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닌지 물었습니다.

    그러나 이주환 의원측은 이에 대해 답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은 측량오류에 따른 행정소송을 낸 것일뿐 공원계획을 해제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기에 이해충돌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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