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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개정때마다 '경자유전' 원칙 훼손한 농지법

[스트레이트] 개정때마다 '경자유전' 원칙 훼손한 농지법
입력 2021-04-11 21:07 | 수정 2021-04-1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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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아, 법 만드시는 분들이 법 위반 사실을 이렇게 스스럼없이 얘기를 하시니까 이건 뭐 솔직하다고 좋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런데 이 기자, 그러면 뭐 저도 농사를 짓지 않아도 농지를 살 수 있는 겁니까?

    ◀ 이지수 ▶

    네, 살 수 있습니다. 원래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 살 수 있어야 하는데 농지법 자체가 상당히 허술합니다.

    예외 조항만 16개나 됩니다.

    ◀ 성장경 ▶

    16개요. 그 정도면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사실상 거의 다 빠져나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이지수 ▶

    그렇습니다. 그리고 농지를 사고 나서 제대로 농사를 짓고 있는지 실태 조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후 관리가 안 되다 보니까 투기에 이용되는 거죠.

    ◀ 허일후 ▶

    경자유전.

    그러니까 농사를 짓는 사람이 땅을 갖는다.

    이게 헌법에도 명시가 돼 있는 건데 그 아래에 있는 농지법이 이렇게 허 술하게 구멍이 뚫려있으면 이거는 고쳐야 되는 거 아니겠어요?

    ◀ 이지수 ▶

    네,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게 문제입니다.

    경자유전 원칙은 법을 개정할 때마다 계속 흔들렸습니다.

    ==============================

    이명박 정부 첫해인 지난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 국정감사.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이 위장전입으로 농지를 취득한데 이어, 쌀 직불금까지 신청한 사실이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이봉화/당시 보건복지가족부 차관(2008년 10월)]
    (농민들이 타가야 될 직불금까지 서초구청에서 타가신다는 그런 파렴치한 행위를 하시는 분한테.)
    "직불금을 신청한 것은 본인이 농사를 지으려고 생각을 해서…"
    (지었냐 이거예요.)

    쌀소득보전 직불금, 농가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해 정부가 실제 쌀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지원금을 주는 제도입니다.

    당시 이 차관은 "남편이 농사를 지을 것을 고려해 자신이 쌀직불금을 신청했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불붙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고, 결국 차관직을 떠나야 했습니다.

    정부는 이후 쌀 직불금 수령 실태를 대대적으로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2005년부터 2008년까지 1만 9천여명, 그 가운데 고위공직자 2천여명이 쌀직불금을 부당수령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실제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땅을 소유했고, 농민들이 받아야 할 쌀직불금까지 가로챈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검찰수사까지 이어졌지만 국회의원 등 고위직 대부분은 증거불충분과 수령액수가 적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승수 대표/공익법률센터 농본]
    "이렇게 여론이 뜨거울 때는 몇 명 처벌하고, 몇 명 비판받고 언론에서.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가면 또 흐지부지되는 일이 또 반복될 가능성이 많지 않나."

    쌀 직불금 사태의 근본원인은 사실 농사 짓지 않는 이들이 농지를 갖고 있다는 거 였습니다.

    그런데도 농지법의 경자유전 원칙은 그 뒤로도 계속 완화되기만 했습니다.

    비농업인이 농업법인의 지분을 최대 9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해줬고, 사전신고할 경우, 일시적으로 농지를 다른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09년 이후 20018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규제가 완화되는 방향으로 농지법이 개정됐습니다.

    그 때 마다 농부들이 줄어 어쩔 수 없다는 이유가 따라붙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 농지법은 직접 농사를 짓지않아도 농지를 가질 수 있는 사유, 즉 16개 예외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주말 혹은 체험농장으로 사용하는 경우, 상속 받았을 경우, 농지 평균 경사율이 15% 이상인 농지 등엔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아도 농지를 보유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땅을 산뒤 제대로 농사를 짓고 있는지 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임영환/변호사]
    "현행 농지법에 있어서는 취득 과정에서 쉽게 취득을 했으면 그 이후에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꼼꼼히 보질 않아요. 사실은 그게 법률에 실태조사 의무가 명시돼있지가 않습니다. 현행 법률하에서는 국가나 지자체한테 의무를 담보하거나 부과할 수 있는 사정은 아닙니다."

    LH 투기 의혹 사태이후,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에도 농지 관리 개선방안을 내놨습니다.

    농지를 살때는 직업과 영농경력을 의무적으로 밝혀야하고, 위원회도 새로 만들어 자격이 되는 지 심사하는 절차도 만들기로 했습니다.

    국회에서 개정안 발의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호/단국대 교수·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
    "농지법을 개정해야 됩니다. 그래서 농지취득 자격을 제한하고 (농지를) 쪼개기로 사다가 쪼개기로 파는 쪼개기 매매도 금지를 해야 되고요. 그다음에 이 농지를 농업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이런 부분은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서 법적인 어떤 제재를 가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농지의 진짜 주인인 농민들도 농지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박흥식 의장/전국농민회총연맹 (3월 18일 농지법개정촉구 기자회견)]
    "전국을 돌면서 나온 얘기가 토지 문제에 대해서 '(농민은) 더 이상 농지를 살 수가 없다' 이게 제일 많은 이야기였습니다. 농민들은 농지를 소유할 수 없고, 도대체 누구의 땅인지 굉장히 궁금해합니다."

    ◀ 성장경 ▶

    경자유전이라는 말대로 농지 만큼은 누군가의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 됩니다.

    ◀ 허일후 ▶

    하물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농지로 돈벌겠다고 법까지 어겨선 안되겠죠.

    스트레이트는 계속 공직자들의 땅 문제를 취재하겠습니다.

    ◀ 성장경 ▶

    끈질긴 추적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허일후 ▶

    다음 이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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