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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수십억 쉽게 번다" 조폭 낀 불법 쓰레기 투기 사업

[스트레이트] "수십억 쉽게 번다" 조폭 낀 불법 쓰레기 투기 사업
입력 2021-04-18 20:46 | 수정 2021-04-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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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경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성장경입니다.

    ◀ 허일후 ▶

    안녕하세요, 허일후입니다.

    ◀ 성장경 ▶

    이지선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지선 ▶

    안녕하세요.

    ◀ 성장경 ▶

    오늘은 어떤 얘기입니까?

    ◀ 이지선 ▶

    네, 전국에 넘쳐나는 쓰레기를 취재했습니다.

    ◀ 허일후 ▶

    아. 쓰레기요.

    안그래도 코로나19 이후로 쓰레기가 더 많아졌다고 하던데요.

    ◀ 이지선 ▶

    네, 맞습니다.

    쓰레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수도권 매립지도 곧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쓰레기 대란이 눈앞에 닥쳐 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보셔야 할 게 있는데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쓰레기 불법 투기 문제입니다.

    ==============================

    경상북도 영천시 신녕면.

    팔공산 푸른 숲 한 가운데 거대한 잿빛 구멍이 나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쓰레기입니다.

    위에서 언뜻 보면 평평해 보이지만 사실은 높이 7미터가 넘는 쓰레기 산입니다.

    약 1만3천여 제곱미터, 목동 야구장 만한 부지에 쌓인 쓰레기가 6천5백톤이 넘습니다.

    환경운동가 서봉태씨와 함께 직접 현장을 가봤습니다.

    주변 도로에서는 물론이고 입구 가까이 다가가도 쓰레기는 전혀 보이지 않게 감춰져 있습니다.

    대형 폐기물 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들어도 눈길을 끌지 않도록 고철 사업자 간판을 세워놨습니다.

    [이지선/기자]
    "간판 제대로 되어 있고 밖에서 안 보이고 하니까 제대로 된 고철 업체라고 보이게 해놨네요."

    [서봉태/환경운동가]
    "그렇죠. 그리고 이 컨테이너를 여기에 하나 놓고 여기에 하나 놓고 그리고 여기에서 통제를 하고 저 위에서 쓰레기를 받고 그런 거죠."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면 형사고발 하겠다"는 경고문까지 버젓이 붙여놨습니다.

    (저 칸막이 안쪽인 거예요?)
    "그렇죠."
    (지대도 높지만 칸막이까지 쳐놨네요, 안 보이게.)
    "그러니까 이 밖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원래 이런 자리에 (쓰레기) 투기를 많이 해요. 고속도로 IC에서 10분 거리 안에 항상 투기장이 생기고, 이렇게 차는 들어오기 좋은데 사람이 들어오기는 불편한 자리. 저걸 보려고 하면 옆으로 산을 타고 넘어와야 되는 상황이니까."

    차를 타고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올라오니까 냄새부터가 다르죠?"

    드넓게 펼쳐져있는 쓰레기 더미들.

    한 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만큼 넓고 높게 쌓여 있습니다.

    쓰레기 산 위로 올라가봤습니다.

    "쓰레기를."
    (저기 보이지도 않는 끝까지…)
    "저 위에까지 쳐올린 거죠. 저게 한 7미터 가까이 나와요, 저 상부가."

    건설 현장에서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찌그러진 안전모.

    어촌에서 버려졌을 대형 폐어망들.

    "남양주."
    (남양주시네?)
    "예, 남양주."

    파란색 수도계량기 뚜껑에는 경기도 남양주시가 양각으로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이게 남양주에서 폐기물 업체에서 여기로 보냈다고 보면 되죠."

    "이게 뭐야… 안과?"

    서울과 부산에 지점을 갖고 있는
    대형 안과병원의 수술 전 환자 검사 기록도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습니다.

    환자의 이름, 주민번호는 물론이고 진료 검사 기록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난시, 원시, 근시, 각막 두께… 안압 수치까지 나와 있어요.)

    심지어 경찰이 범죄 현장에서 사용했을 법 한 폴리스라인도 쓰레기 산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습니다.

    (생활 쓰레기, 산업 쓰레기, 건설 쓰레기 할 거 없이 다 들어와 있는 거네요.)
    "그렇죠. 대한민국 쓰레기는 종류별로 다 들어와 있는 거예요."

    쓰레기를 이렇게 쌓아 놓은 건 누굴까?

    이곳에 쓰레기를 날라 준 운송 기사에게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란 업체 부탁이었다는 겁니다.

    업체 대표 정모씨를 수소문했습니다.

    어렵게 통화가된 정씨는 자신은 명의만 빌려준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정00/사업장 명의자]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됐는지 정황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처음에는 (최 씨와) 그냥 자연스럽게 술 한잔 하는 자리에서 어울리다가요, 가까워져서 같이 살면서 1년 정도 같이 지냈었어요. '어차피 너랑 나랑 같이 살 거니까 하나 하자, 사업자 내가지고 일하자' 이렇게 돼서 사업자를 만들어줬는데, 저는 이렇게까지 커질 일인 줄 몰랐어요."

    실제로 사업을 벌인 건 동거남 최모씨였다는 겁니다.

    (뭐라고 하면서 이 역할을 맡기던가요?)
    "돌아가신 분들 유품 정리하는 것 있잖아요. 유품 정리하는 거나 청소 같은 거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었어요."

    그러나 최씨는 사실 쓰레기 투기조직 우두머리였습니다.

    쓰레기 투기할 곳을 물색한 뒤 땅 빌리고 사업자 등록을 내는 건 모두 다른 사람 이름을 쓴 겁니다.

    수사기관에 적발될 경우를 대비한 걸로 보입니다.

    [☎정00/사업장 명의자(동거녀)]
    (지금 그럼 연락이 닿으시나요?)
    "아니요. 그 집 식구들도 저하고 연락 일절 끊고요. 연락 안 와요."

    정상적인 업체인 줄 알고 땅을 빌려줬던 토지 주인도 피해가 막심합니다.

    현행 법 제도상 불법으로 투기된 쓰레기를 땅 주인이 치워야 합니다.

    이곳 쓰레기를 치우는 데 들 비용은 최소 18억원, 그런데 땅값은 5억원이라 땅을 다 팔아도 처리비용을 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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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수법으로 최씨는 지난 8년간 전국을 돌며 쓰레기 투기 사업을 벌여 왔습니다.

    최씨를 정점으로 밑에 간부 5명이 있고, 이들이 다시 부하들을 시켜 바지사장을 고용하는 식으로 운영됐습니다.

    불법 쓰레기 투기꾼이 8년에 이른바 '전국구', 기업형 쓰레기 투기 조직으로 큰 겁니다.

    [☎투기 조직 조직원]
    "땅 주인이 제일 피해를 많이 보죠. 재산을 잃으니까. (정부에서) 폐기물 치우는 값이 차압 들어와요 땅 주인한테. 그 조직들이, 총책이 건달 생활하는 사람이고요. 자기네들은 (걸려도) 형만 받으면 된다는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더라고요."

    최씨는 도대체 어디서 이런 쓰레기들을 가져온 걸까?

    한 때 이들과 함께 일했던 한 조직원은 스트레이트에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최씨 같은 쓰레기 불법 투기꾼에게 폐기물을 넘기는 업체들 상당수가 정부에 정식 허가를 받고 운영 중인 멀쩡한 업체들이라는 겁니다.

    [☎투기 조직 조직원]
    "저희 쪽으로 물건을 버린 업체들이 거의 다 정상적인 폐기물 업체예요. 10대 중에 정상적인 데 한 7대 보내고 불법은 한 3~4대 보내는 거죠. 한 차를 정상적으로 버리려면 450~500만 원이 들어요. 불법으로 버리면 200~250만 원 선에서 버릴 수 있어요."

    이들 덕분에 최씨 같은 불법 쓰레기 투기업자들이 손쉽게 수십억원씩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투기 조직 조직원]
    (한 번 그렇게 불법 쓰레기장을 만들면…)
    "십몇억씩 벌어요. 많이 벌 때는 20억, 30억도 버는데 경기도 지방에서 한 번 했으면 다른 지역에서 또 하고 그렇게 되는 거죠. 너무 쉽게 되고, 다 건달 그러니까 조직폭력배가 안 껴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돈이 된다는 거를 아니까."

    쓰레기 투기 조직은 쓰레기를 넘겨 줄 폐기물업체를 물색하기 위해 포털에 광고까지 냈습니다.

    2018년 상반기에 5차례 (87만8천원), 하반기에 6차례 (102만4천원) 2019년 상반기에도 3차례 (39만6천원) 네이버에 광고를 올린 걸로 확인됐습니다.

    시중의 폐기물 처리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을 올려 놓고 폐기물 업체들을 유인한 겁니다.

    투기 조직은 또 경찰의 추적에 대비해 돈도 여러개의 차명 통장으로 나눠 받았습니다.

    스트레이트는 해당 통장 내역을 일부 입수해 어떤 업체들이 이들과 거래를 했는지 살펴봤습니다.

    먼저 경북 군위의 한 폐기물 처리 업체, 1,700만원을 입금했습니다.

    (주 광성) 대전의 폐기물 업체는 (주 에코파크) 1,000만원을 입금했습니다.

    천안의 한 업체는 (엔에스자원) 700만원, 500만원, 400만원 등 모두 2,520만원을 차명 통장으로 보냈습니다.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들어온 돈은 입금 당일 바로 빠져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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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를 나르는 운송 회사 대표가 브로커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수 화물 운송 회사 대표인 임모씨는 서울과 이천, 충주, 춘천, 평창, 대구 등 전국 곳곳의 폐기물 업체들로부터 쓰레기를 받아 투기 조직에 넘겼습니다.

    그 대가로 쓰레기 25톤에 70만원씩 수수료를 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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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큰 문제는 이런 조직이 한 두 개가 아니라는 겁니다.

    박모씨와 김모씨, 정모씨, 이모씨 등은 최 씨처럼 자신의 조직을 거느리며 전국 곳곳에서 불법 쓰레기 투기를 했습니다.

    이들이 불법 투기한 걸로 확인된 곳은 경북 영천, 경기도 화성, 충북 음성, 충북 청주, 경북 안동, 경북 포항까지 전국 6곳입니다.

    이들 조직은 쓰레기 투기 장소를 공유하기도 하고 새로운 투기장을 공동 개발하기도 하는 등 서로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전국구 조직으로, 누구 하나가 적발돼 구속되더라도 남은 사람들이 투기 사업을 이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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