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5시 뉴스
기자이미지 이지선

[스트레이트] 쓰레기 투기범은 못잡고 애꿎은 땅 주인만 엄벌

[스트레이트] 쓰레기 투기범은 못잡고 애꿎은 땅 주인만 엄벌
입력 2021-04-18 20:55 | 수정 2021-04-22 10:02
재생목록
    ◀ 허일후 ▶

    와 쓰레기 산을 화면으로 만 봐도 말문이 막히는데요…

    8년동안 전국에 이런 쓰레기 산을 만든 최씨, 이 사람 어떻게 됐습니까?

    ◀ 이지선 ▶

    네, 쓰레기 산의 주범 최씨는 2019년에 붙잡혀서 구속 수감중입니다.

    하지만 쓰레기 산은 보신대로 그대로 있구요.

    최씨와 협력하던 다른 조직의 불법 쓰레기 투기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 성장경 ▶

    2019년에 미국 CNN에 보도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샀던 경북 의성의 쓰레기 산이 있었죠, 거기도 이런 조직의 소행이었나요.

    ◀ 이지선 ▶

    맞습니다.

    의성 쓰레기산의 주범이 앞서 잠깐 소개해 드린 박모씨 조직입니다.

    무려 쓰레기 20만톤이 쌓여있었는데 치우는데 2년이 꼬박 걸렸고, 올초에야 쓰레기산이 없어졌습니다.

    ◀ 허일후 ▶

    당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불법 쓰레기 투기 근절을 지시했었는데, 나아진 게 전혀 없군요?

    ◀ 이지선 ▶

    네 그렇습니다.

    쓰레기 투기꾼들은 조직화, 지능화되어 가는데, 이들을 잡아야 할 경찰은 소관이 아니라고만 하고, 지자체는 단속 여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이제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마을 골목까지 불법 쓰레기 산이 등장했습니다.

    ==============================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사람들 왕래가 잦은 왕복 6차선 대로변 타이어 가게 뒷편에 불법 쓰레기산이 숨어있습니다.

    2천톤이 넘는 쓰레기가 2천제곱미터, 약 600평 부지를 가득 채웠습니다.

    쓰레기산 주위로 4미터 높이의 울타리가 쳐져 있어 골목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쓰레기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 해 울타리 한 쪽이 바로 옆 정비업체 쪽으로 쓰러질 듯 기울어졌습니다.

    [정비업체 사장]
    "위험하죠. 쓰레기가 무더기로 넘어오면 인명, 사람 사고도 날 수 있고 저희 작업하는 공구들도 다 망가질 수 있고 위험하죠."

    반경 100미터 안에 주유소와 LPG 충전소가 있는데, 작년 여름에는 이 쓰레기 더미에서 큰 불이 나기도 했습니다.

    [타이어업체 사장]
    "한참 일하고 있는 중에 불이 나서 여기로 붙을까 봐 굉장히 저희도 마음이 되게 조급했죠. 소방차가 한 10대 이상 왔던 거 같은데요."

    땅을 빌려줬다가 쓰레기 산 때문에 곤경에 빠진 땅 주인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입구 한 쪽에 쌓여있는 마대자루들.

    수 백 개는 돼 보입니다.

    자루 속에는 샛노란 비닐이 가득하고 비닐 위에는 '석면제거, 철거'라고 적혀 있습니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국가에서 지정폐기물로 규정해 취급과 처리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품목입니다.

    (정체를 숨기려고 마대 자루 안에 넣어놓은 거 같은데…)

    더 안쪽으로 들어가봤습니다.

    눈 앞에 나타난 쓰레기산.

    가파른 쓰레기산을 오르자 초입부터 건축 폐자재들이 눈에 띕니다.

    전선이 들어가있는 전기매트가 햇빛 아래 그대로 노출돼 있고, 등유를 담았던 통도 널부러져 있습니다.

    "등유. 청정등유. 이 안에 등유가 남아있진 않겠지만… 위험한 게 너무 많네."

    자동차 전조등 덮개와 타이어, 통으로 뜯겨져 나온 문짝도 눈에 띕니다.

    "나가. 나가, 나가. 나가라고."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나가라고. 나가. 내려와."

    쓰레기 투기업체의 간부입니다.

    [쓰레기 투기업체 간부]
    (여기 석면 봉투가 있던데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나는 모르지. 내려와, 내려오라고. 내려와!"
    (아니 석면 봉투는 이런 데 불법 투기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내려오라고 지금! 내려오라고, 내려와. 내려와. 내려가라니까!"
    (위험해요. 이러시면 안 돼요.)
    "그러니까 내려가라니까."
    (근데 이것만 얘기해주세요. 여기 석면 봉투 있잖아요.)
    "나는 모른다고 그랬잖아!"

    ==============================

    이 자리는 원래 농지였습니다.

    30년 넘게 농사를 지어왔던 부부는 남편이 암판정을 받은 2006년 이후 땅을 임대로 내놨습니다.

    여기서 재활용 회사를 운영할 거라고 했던 임차인 채모씨는 2015년부터 쓰레기를 쌓기 시작하더니 6년간 이렇게 쓰레기산을 만들어놨습니다

    임차인을 상대로 힘겹게 싸우던 남편은 4년 전 세상을 떠났고, 아내 문 씨는 3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문00/땅 소유주]
    "(쓰레기를) 내 가슴에 쌓아 놓는 거 같더라고… 내 가슴에 쌓아 놓는 거 같아가지고… 밤에 잠도 못 자고 자다가 일어나서 여기로 오는 거예요. (새벽) 1시고, 2시고 와서 여기서 괜히 기다려. 쓰레기 막 또 들어오는 것 같아서 여기서 1시간, 2시간씩 기다리고 있어요."

    이제는 쓰레기를 치울 수도, 임차인을 내쫓을 수도 없습니다.

    2천톤의 쓰레기를 치우는 데 드는 비용은 무려 6억원.

    "1~2천만 원 드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농사지어서 돈이 어디에서 나요. (임차인이) 나가야 내보내지. 나가질 않는 거 어떻게 내보내. 쓰레기는 쌓아 놓고 안 나가는데 어떻게 내보내느냐고… 시에서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시에서 어떻게 해주든지 해야지 제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문씨는 딸과 함께 경기도 광주시청에 여러차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불법 쓰레기 투기자를 처벌하고 투기자가 땅을 다시 원상복구 해놓도록 도와달라는 민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청으로부터 돌아온 건 땅 소유주가 직접 쓰레기를 처리하라는 행정명령이었습니다.

    [☎경기 광주시청 담당 공무원]
    "가해자한테는 명령이 여러 차례 나갔고요. 저희 폐기물관리법 48조에 토지 소유주한테 어떤 일정한 책임을 묻게 돼 있거든요. 그걸 (소유주가) 이행을 못 하면 이제 수사기관에 형사 고발하는 단계죠."
    (피해자를 형사 고발한다고요?)
    "전국적으로 이렇게 행정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건 환경부 쪽에 물어보셔도 동일한 답변을 받으실 거예요."

    기한 내에 쓰레기를 모두 처리하지 않으면, 땅 소유주를 형사고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문00 씨 딸]
    "오늘이에요. 오늘까지 치우라고 했는데 그러니까 한 달 조금 더 넘게, 한 두 달 가까이 시간을 주신 거죠. 지금 굉장히 정신적으로든 금전적으로든 피해를 보고 고통을 얻고 있어서 (저희가) 피해자임에는 분명한 거 같은데 저도 제가 어떤 입장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피해자인 건지, 가해자인 건지, 민원인인 건지, 범법자인 건지를 모르겠더라고요…"

    당국에 신고한 지 벌써 4년이 지났지만 곤지암 쓰레기 산의 주범 채씨는 여전히 자유롭게 사업을 하며 돈을 벌고 있습니다.

    남의 땅에 쓰레기를 버리고 거액을 손에 쥔 채씨는 그 돈으로 경기도 곳곳에 자기 땅을 사들였습니다.

    곤지암 쓰레기 산에서 차로 15분 거리인 경기도 광주의 한 공터.

    약 4천㎡로 3억5천만원을 주고 채씨가 지난 2018년 부인 명의로 구입한 땅입니다.

    40여분 떨어진 곳에 또다른 땅.

    쓰레기 불법 투기 업자 채씨가 작년 6월 이 땅의 지분 42%를 5억 5천만원을 주고 매입했습니다.

    남의 땅엔 불법 쓰레기 산을 만든 채씨는 정작 자기 땅엔 쓰레기 한 조각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

    쓰레기 불법 투기가 큰 돈벌이가 되면서 투기장소도 전국으로 퍼지는 모양새입니다.

    고속도로와 가까운 경북 성주.

    창고 건물에 숨긴 경북 의성.

    해안가 부두에 쌓아놓은 전남 영암.

    처리비용만 70억원이 드는 충북 진천.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환경부가 파악한 쓰레기 불법 투기 현장은 전국적으로 407곳, 161만 6천톤에 달했습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76만톤, 경북 45만톤으로 경기와 경북의 발생량이 가장 많았고,

    전북(9.3), 충남(8.8), 전남(7.3) 순이었습니다

    특히 작년 한 해 동안 발견된 쓰레기산만 41만 톤입니다.

    그러나 이들을 단속할 수사인력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먼저 쓰레기 투기는 범법 행위이지만 1차 수사가 경찰이 아닌 지자체 소관입니다.

    환경팀의 폐기물 담당 공무원이 특별사법경찰관 역할까지 맡고 있는데 소도시나 군 단위는 공무원 1명이 이 모든 업무를 다 맡습니다.

    [☎불법 폐기물 담당 공무원]
    "폐기물 처리 업자들이 험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조직폭력배가 연관된다든가… 행정처분하고 이러면 협박을 좀 받죠. 퇴근할 거 아니냐고 밤길 조심하라고, 퇴근하면 죽이겠다…"

    [서봉태/환경운동가]
    "이게 근절이 안 되는 게 일선 시군의 담당 공무원들이 전국을 다니면서 조사를 못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조직폭력배들하고 싸울 그게 안 되잖아요. 경찰은 경찰대로 우리 사건이 아니다 그러고. 특사경 소관이다, 시의 소관이다 그러고. 그러니까 폐기물 사건이 유아무야하다가 땅 주인 앞으로 다 넘어가니까 모든 처벌이. 폐기물 투기범들은 계속 돌아다니는 거예요."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