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5시 뉴스
기자이미지 곽승규

[스트레이트] 노동자 죽어나가도, 총수일가 구속돼도 ESG 최고등급

[스트레이트] 노동자 죽어나가도, 총수일가 구속돼도 ESG 최고등급
입력 2021-05-16 21:05 | 수정 2021-05-16 21:08
재생목록
    ◀ 허일후 ▶

    엄청나게 시달린다, 강탈이다.

    이런 얘기까지 나오는 걸 보면 기업들이 상당히 압박을 받나 보군요.

    ◀ 성장경 ▶

    언론사들이 세미나나 포럼을 개최하면서 협찬 형식으로 기업 돈을 받는 관행… 사실 참 오래됐거든요.

    그런데 ESG가 뜨니까 그새 또 저런 행사를 만들고. 아 참 빠르네요.

    ◀ 곽승규 ▶

    네, 1년에 2천만원 연회비를 받는 과정을 소개해드렸는데, 취재해보니까 6주에 150만원짜리 컨설팅 과정도 있었구요.

    이렇게 ESG 관련 사업을 하거나 평가를 하는 언론사가 23곳이나 되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 허일후 ▶

    와 23곳이요.

    정말 많네요.

    그런데 그렇게 ESG를 점수화해서 평가한다는 거, 제대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 곽승규 ▶

    ESG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회사나 기관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 평가를 놓고도 여러가지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14명의 노동자가 작업도중 사망한 포스코.

    [최정우/포스코 회장 (지난 2월)]
    "최근 연이은 사고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에 대해서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또 이 자리에서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하지만, 포스코는 잇단 산재 사망사고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명 평가 기관의 ESG 평가에서 AA 등급으로 최고 점수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민간 기관들의 ESG 평가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집니다.

    산재 같은 불리한 정보를 기업이 제공할 의무는 없습니다.

    결국 평가사들은 언론을 통해 산재사고를 파악하고 평가하는데 보도되는 건 전체 산재 사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기업에게 불리한 내용은 평가에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반면 ESG 위원회 신설 같은 유리한 내용은 평가에 반영되기 쉽습니다.

    [이지우/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실제로 원청이 하청한테 모든 위험한 일을 다 떠넘기고 그렇게 죽음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ESG 위원회를 설치를 하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 1월 국회에서 중대재해 처벌법이 처리됐습니다.

    산업현장에서 노동자가 숨질 경우 사업주를 엄하게 처벌해 산업재해를 예방하자는 법, 그러나 반쪽짜리란 비판이 뒷따랐습니다.

    재계의 반대로,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대상에서 빠지고, 산재사고의 80%이상이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도 3년간 법 적용이 유예 됐기 때문입니다.

    [김미숙/故 김용균 씨 어머니]
    "5인 미만 제외, 50인 미만 3년 유예 이렇게 된 거, 정말 저희는 너무 놀랐거든요. 그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다 죽는 사람들인데 결국은 이 법을 만들면서 10%만 살리겠다는 법을 만들었는데…"

    그런데, 재계는 지금도 이 법이 과하다며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영자의 면책조항을 추가해줄 것, 그리고 중대산업재해의 정의를 1명이상 사망이 아닌, 2명 이상 동시 사망 또는 1년이내 2명이상 사망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22일, 평택항 터미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철판에 깔려 숨진 대학생 고 이선호 씨.

    재계의 요구대로 법이 바뀌면, 이씨 처럼 노동자가 홀로 사망한 경우는 중대산업재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지난 2018년 화력발전소의 컨베이터 벨트에 끼어 숨진 김용균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미숙/故 김용균 씨 어머니]
    "지금 또 물밑에서 재계 쪽에서는 수작을 부리고 있고 이런 것도 아예 그냥 이 사람들도 지켜지지 않도록, 지킬 수 없도록 물밑 작업을 하고 있어서 많이 답답한 상태입니다."

    재계 요구를 대변하는 건 경제단체들입니다.

    SK 최태원 회장이 새 회장이 된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해, 경총과 전경련 같은 곳들입니다.

    이들 경제단체들은 최근 앞다퉈 ESG위원회를 꾸리고 해외 투자 사절단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체마다 전담조직을 만들며 ESG에 사활을 걸었다지만, 이후에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 만큼은 입장 변화가 없었습니다.

    ESG경영을 외치면서도 정작 ESG의 S, 안전한 노동환경 만들기라는 사회적 책임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셈입니다.

    [박유경/네덜란드 연기금(APG) 아시아 책임투자 본부장]
    "산재 문제만 보면 도저히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개발도상국도 이렇게는 안 할 거예요. 포스코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현 상황이 너무 참담하고요."

    국내 ESG 평가사들은 대기업들이 안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 이른바 오너리스크에 대한 평가도 관대한 편입니다.

    검찰은 지난 2월, SK그룹오너 일가의 맏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을 구속했습니다.

    자신이 이끄는 6개 회사에서 2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부당하게 빼내 사용한 혐의입니다.

    그런데도 sk네트웍스는 지난 3월 국내 한 평가기관에서 ESG 성과 최고 점수를 받았습니다.

    [박상인/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
    "우리는 제일 시급하고 중요한 게 거버넌스(지배구조) 이슈예요. 그런데 ESG 이야기하면서 거버넌스는 거의 빼버려요. 그만큼 이게 기업들이 고쳐야 될 게 많은데 부담스러워하니까 빼버리는 건데 잘못된 접근이죠."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하는 ESG 평가 지수를 비롯해

    600여개의 ESG평가지수가 결과가 국내외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 덕에 컨설팅 시장은 호황입니다.

    국내 최대 로펌으로 불리는 김앤장을 비롯해 태평양, 화우, 광장, 율촌 같은 대형 로펌들이 앞다퉈 ESG 전문팀을 꾸렸습니다.

    [조창훈/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아직 내공이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시험만 잘 보기를 원하는 겁니다. 그리고 아직 국내에 체계적인 교과서도 없는 것 같거든요. 근데 시험은 잘 봐야 하기 때문에 족집게 강의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근데 문제는 시장이 아직 형성이 덜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족집게 강사들도 아직 검증이 덜 되어 있습니다."

    ESG평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공신력있는 이른바 K-ESG 지표를 개발해 올해 하반기 중 내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