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5시 뉴스
기자이미지 손병산

[스트레이트] 활개치는 작전세력…무법천지 코인시장

[스트레이트] 활개치는 작전세력…무법천지 코인시장
입력 2021-06-06 21:01 | 수정 2021-06-06 21:02
재생목록
    ◀ 허일후 ▶

    가상화폐 시장, '찾아보면 문제점도 좀 나오겠지' 생각은 했는데, 지켜보니까 이거 예상보다 심각한데요.

    ◀ 성장경 ▶

    특히 그 두 달 넘게 매일 4%씩 계단식으로 상승했다는 얼랏 코인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데요.

    ◀ 손병산 ▶

    네, 맞습니다. 주식 시장만 봐도 아무리 상승세를 탄 종목이라고 해도 중간중간 '조정'을 받으니까요.

    ◀ 허일후 ▶

    그렇다면 이게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던 거 아닙니까?

    ◀ 성장경 ▶

    가상화폐 시장에도 '작전 세력' 같은 게 있는 거에요?

    ◀ 손병산 ▶

    네, 그렇습니다.

    업계에선 더 이상 비밀이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세 조종이 일어나고 있다는데요.

    그 실태를 추적해봤습니다.

    ◀ 리포트 ▶

    해외에서 운영 중인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들어가 봤습니다.

    도지코인 가격을 순간적으로 올리겠다.

    예정 날짜와 시간, 그리고 시세를 조작할 거래소가 공지됩니다.

    대화방 참여자들을 동원해 가상화폐 가격 급등을 유도하는 이른바 '펌핑방'입니다.

    [김준하/NSHC 연구원]
    "'몇 시간 남았고, 우리의 목표는 500% 수익이다' 이런 식으로 공지가 계속해서 올라옵니다."

    500%는 아니지만, 실제로 '코인 가격이 160% 상승했다'며 다음 펌핑 시간을 제시합니다.

    지령을 내리는 게 누구든, 대화방 참가자가 어떤 사람들이든 상관 없이, 대량 매수세만 만들어내면 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펌핑'을 하는 겁니다.

    ==========

    가상화폐 시세 조종은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더 은밀히 움직이는 전문 조직, 이른바 '마켓 메이커'가 있습니다.

    업계에선 흔히 'MM'이라 부릅니다.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업계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그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시세 조종에 등장하는 세력은 가상화폐를 직접 만들고 발행하는 '재단'입니다.

    원래는 '비트코인 재단'처럼 비영리단체로서 거래 표준을 제정하고 네트워크를 보호하며 사용자를 확대하는 걸 목표로 하지만, 잡코인의 경우엔 사실상 '전주'를 뜻하는 은어로 변질됐습니다.

    [☎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
    "싱가포르나 해외에다 재단을 하나 만들고, 국내에는 사무실 하나 두고. 가보시면 직원이 두세 명도 없어요. 오피스텔 하나에다가. 근데 그 재단의 시총이 쉽게 말하면 코스피의 한 중위권에 있는 기업들보다 시총이 높은 거죠."

    99% 폭락사태를 맞은 얼랏 코인과 작년 말 폭락했던 애드플러스 코인.

    그런데 확인해보니 두 코인의 재단 주소가 같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애드플러스로 사기를 쳤던 재단이 올해엔 얼랏 코인으로 먹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그다음이 바로 'MM'입니다.

    재단으로부터 보수를 받거나, 혹은 독자적 판단으로 특정 가상화폐의 시세를 조종합니다.

    [☎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
    "일반적인 경우에는 MM이 재단이랑 손을 잡고 하는 게 가장 편하죠. 아니면 뭐 여러 경로의 정보를 통해서 '아, 이 코인을 한번 우리가 매집해서 움직여보자' 할 수도 있는 거고요."

    많게는 100억원 넘는 자금을 운용한다는 MM.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가격 차트를 만들어가면서 개미들을 유혹한다고 합니다.

    [전화 녹취]
    "프로그램을 딱 띄우면요. 평균 단가가 얼마에 사들였는지 자동으로 계산이 되고, 그다음에 우리(MM) 외에 사들인 사람들의 대략적인 평균 단가가 나오고."

    이렇게 확실한 데이터에 충분한 자금까지 보유한 MM에게 일반 투자자들이 상대가 될 리 없습니다.

    [전화 녹취]
    "하루 이틀 지나니까 올라있어요. 그러면 '아, 이거 내가 샀어야 한다'. 그럼 그 다음번에 가격이 조정이 오면 무조건 사게 되는 거죠. 심리적으로."

    재단과 MM은 개미투자자와의 심리전을 위해 '바이럴팀'도 동원합니다.

    가상화폐 투자 커뮤니티 등에 '글로벌 기업과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미 얼마를 벌었는데 더 올라갈 거 같다'는 등 낚시성 글을 도배하다시피 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비용은 한 달에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정도면 됩니다.

    [☎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
    "처음에 사람들이 ‘아 이거 알바네’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몇 날 며칠을 '수익 냈다', '호재가 있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아, 이거 뭐야 진짜인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한 번씩 보는 거예요."

    취재진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바이럴팀의 흔적을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계단식 상승 후, 순간 99% 폭락했던 '얼랏 코인'.

    폭락 9일 전 게시물입니다.

    '얼랏 코인 발행량의 90%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만큼 수량이 줄어들면 '가치가 높아질 거'란 내용입니다.

    다시 사흘 뒤에 또다른 게시물.

    '계속 올라간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매수했다', '좀 더 빨리 매수할 걸 후회된다', 역시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글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작업에 대자본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전화 녹취]
    "처음에 MM 돌리는 돈 얼만큼만 있으면 되요. 왜냐하면 저희가 찍어낸 코인이 (1개당) 100원이라면, 저희가 1억 개를 찍었으면 저는 그냥 처음부터 100억을 갖고 시작하는 거에요. 팔아서 자금을 조달해서 쓰면 되는 거고."

    가상화폐 시장을 어지럽히는 시세 조종.

    더 큰 문제는 이들을 적발해도 처벌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일단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니고, 거래소도 통신판매업자에 불과합니다.

    자본시장법의 사각지대라서, 법정까지 가도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이충윤/변호사]
    "입법의 공백이고, 어떤 입법불비 상태라서 벌어진 일인데요.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해야지 자본시장법으로 적용할 수 있고, 말씀하신 시세 조정이나 이런 것들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인데, 법규가 정확하게 있어야지 그 법규를 가지고 처벌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특히 시가총액이 작은 가상화폐들은 언제든 MM의 타깃이 되기 십상입니다.

    혹은 그 탄생부터 시세 조종을 위한 '잡코인'일지도 모릅니다.

    [☎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
    "2030년 정도에 '서프라이즈'에 나올만한 일들이 너무 많아서. 주변에도 이야기할 때 너무 손쉽게 갈 수 있는 '24시간 카지노'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람들은 가격이 오르고 내가 돈을 벌면 그건 상관을 안 하더라고요."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