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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30년간의 비밀, 화성연쇄조작사건

[스트레이트] 30년간의 비밀, 화성연쇄조작사건
입력 2021-06-27 20:39 | 수정 2021-06-2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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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경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성장경입니다.

    ◀ 허일후 ▶

    허일후입니다.

    ◀ 성장경 ▶

    1980년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 기억하실겁니다.

    ◀ 허일후 ▶

    화성 연쇄 살인 사건.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이 그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지요.

    영화는 결국 진범을 못잡은 채로 끝났지만, 지난 2019년 결국 진범은 이춘재로 밝혀졌습니다.

    ◀ 성장경 ▶

    저희는 오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밝혀지면서, '치부'가 드러난 경찰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이지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 이지수 ▶

    안녕하세요.

    ◀ 성장경 ▶

    이기자,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재수사 기록을 단독 입수했다고요?

    ◀ 이지수 ▶

    네, 여기 보시는 것처럼 6천쪽짜리 방대한 보고서인데요.

    여기엔 초기 수사가 얼마나 엉망으로 진행됐는지는 물론이구요, 과거. 경찰이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한 정황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그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어떻게 밝혀지게 된 건지 보시겠습니다.

    [뉴스데스크 <87.01.15>]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부녀자 3명이 연속적으로 살해당한 사건은 아직도 범인이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데스크 <90.11.16>]
    이번에는 집으로 돌아가던 여자 중학생이 살해당하는 9번째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뉴스데스크 <91.04.04>]
    경기도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수사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는 가운데 10번째로 60대 할머니가 살해된 채 발견됐습니다.

    지난 1986년 9월부터 4년 7개월에 걸쳐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여성들만을 노린 연쇄 살인 사건이 10차에 걸쳐 발생했습니다.

    여성 피해자들은 대부분 옷이 벗겨진 채 논밭이나 숲속 등 인적이 드문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묘사됐듯이 머리에 씌워진 속옷, 사체 속 이물질, 손과 발의 결박 등 연쇄 살인의 독특한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10대부터 70대까지 피해자 연령대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연쇄살인범이 말그대로 활개치고 다녔지만 '과학 수사 기법'이 전무했던 당시 경찰은 범인의 흔적 조차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당시에는 아시다시피 5, 6, 7차에서 못 잡았다고 위에서 질책이 많았고 좌천되는 경우도 흔했거든요."

    수사 인력 200만명이 동원됐고 지문 대조 용의자가 4만116명, 모발 감정은 180명에 달했지만 매번 허탕만 치는 경찰에 대해 국민들의 불신과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경찰이 궁지에 몰렸을 무렵인 1989년 7월.

    경찰이 8번째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았다고 밝힙니다.

    [윤성여 (1989년 7월 검거 당시)]]
    "그 집의 담을 넘다 보니까요. 거기 문 구멍이 하나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집을 보니까 여자가 있길래 그냥 나도 몰래 낮에 뭐 일한 게 있고 욕먹은 그 기분에 그냥 한 번 했습니다."

    당시 22살,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 쪽 다리를 못 쓰는 윤성여씨가 화성 연쇄 살인 8차 사건의 범인이라는 겁니다.

    윤씨의 혈액형이 B형이라는 점,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체모와 윤씨의 체모에서 같은 성분이 검출됐고, 모양도 비슷하다는 게 결정적 증거였습니다.

    황당한 건, 나중에 잡힌 진범 이춘재의 혈액형은 O형이었습니다.

    경찰조서 내용도, 방송사 카메라 앞에서 한 얘기도, 강압에 못이긴 허위 자백이었던 겁니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범인의 체모와 윤씨의 체모가 같을 수도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의견을 증거로 채택해, 윤성여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윤씨가 구속수감된 이후에도 화성에선 2건의 살인 사건이 더 발생했고, 나머지 살인을 저지른 범인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9년, 모범수로 감형돼 20년만에 가석방된 윤씨.

    [윤성여]
    "난 안 했기 때문에 내가 끝까지 무죄를 주장한 거고 또한 그게 30년을 가게 되었지만 참 긴 세월이었어. 솔직히 말해서. 힘들어. 지금도 힘들어 솔직히 말해서. 그 생각을 하면."

    22살의 어느 날, 갑자기 여중생 강간살인마가 된 윤씨에게 지난 30년은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윤성여]
    "아마 이춘재가 얘기 안 하고 묻었으면 영원히 가는 거야."

    화성연쇄살인 첫번째 사건이 발생한지 33년만인 2019년 9월.

    처제를 살해해 유기한 혐의로 25년째 무기 징역을 살고 있던 1963년생 이춘재가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이 수감중인 이춘재의 DNA를 국과수에 분석 의뢰했더니, 화성연쇄살인사건 3차, 4차, 5차, 7차, 9차의 범인 DNA와 일치했던 겁니다.

    그러나 부산교도소에서 수감중이던 무기수 이춘재는 쉽게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춘재 <2019년 9월 18일 부산교도소>]
    경찰: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알고 있습니까. 참회할 시간을 주러왔습니다.
    이춘재: 사건을 알지못합니다. 저는 범인이 아닙니다.

    두차례의 공식 조사에서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던 이춘재는 프로파일러들이 투입되고 나서야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춘재 <2019년 9월 19일 부산교도소 징벌위원회실>]
    "범행을 인정하면 한참 시끄러울 것이고, 한순간에 신상이 알려지기 때문에 가족들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 걱정됩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춘재 <2019년 9월 19일 부산교도소 징벌위원회실>]
    이춘재: 제가 사건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합니까.
    경찰: 알려진 화성사건만 인정하면 됩니다.
    이춘재: 깜짝 놀라게 해 줄까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춘재 입장에서는 과거에 연쇄살인을 했던 점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가슴에 무겁게 짐이 됐을 텐데, 그 이제 중대한 비밀을 사실은 누구에겐가는 털어놓고 자신의 비밀을 공유하고 싶은 이런 이제 신뢰 관계를 지금까지 갖고 싶다는 욕망이 아마 있었던 거 같아요."

    다음날 이어진 면담에선 이춘재는 자신이 언론에 보도됐는지, 자신의 유전자가 나온 사건이 몇 건인지 묻기 시작했고, 결국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자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춘재 <2019년 9월 24일 부산교도소 징벌위원회실>]
    "2011년 DNA를 채취할 때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밤에 화성과 수원시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었고 기회가 됐을 때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당시 이춘재가 작성한 메모입니다.

    살인 12 + 2
    강도 강간 19
    미수 15

    이춘재는 살인 가운데 2건은 청주에서, 12건은 화성 인근에서 저질렀다고 털어놨습니다.

    각각의 연도와 해당 월을 지목했고, 범행 장소까지 직접 그려냈습니다.

    이춘재는 범행수법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이춘재의 자백으로 무엇보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 의 결백이 드러났습니다.

    [이춘재 <2019년 9월 26일 부산교도소 보안과 조사실>]
    "유일하게 술을 먹고서 한 사건입니다. 대문이 열려있어 들어갔습니다. 방안에 새 속옷이 있어 피해자에게 입혔습니다."

    담을 넘어 들어갔고, 혈액형이 B형이었다는 당시 경찰의 수사내용 전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진범의 혈액형이 O형이었음에도 애꿎은 B형 용의자들만 4만명 넘게 조사했던 겁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건 윤성여씨뿐이 아닙니다.

    9차 살인 용의자로 잡힌 당시 19살 윤동일 씨.

    윤 씨은 3개월간 조사 끝에 허위 자백을 했지만 유전자 검사에서 범인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윤동기 (화성 강압수사 피해자 故 윤동일 씨 형)]
    "동생이 ‘나는 범인이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고서 다음에 면회를 갔더니 맞아서 얼굴이 막 퉁퉁 부어있더라고요. 잠을 5일 정도 안 재우고 진술서를 27번을 썼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동생이 결국은 암으로 7년 끌다가 사망했어요."

    궁지에 몰린 경찰이 폭력과 고문으로 엉뚱한 사람들을 범인으로 몰아간 겁니다.

    [윤성여]
    "하룻밤은 새울 수 있죠? 3일 새면 나도 몰라.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해. 나중에 가서 보니까 내가 쓴 것도 필체가 맞지만 내가 안 쓴 것도 많아. 필체 자체가. 걔들이 써서 (지장) 찍어. 찍으면 끝나는 거야. 찍으면 시인 아니야."

    그런데 당초 경찰이 파악하고 있던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총 10건이었습니다.

    화성에서 12명을 살해했다는 이춘재 자백대로면 2건의 살인 사건이 더 있었던 겁니다.

    그 중 경찰 조직 전체를 곤혹스럽게 만든 건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김현정양 사건입니다.

    [이춘재 <2019년 9월 26일 부산교도소 보안과 조사실>]
    경찰: 피해자의 나이는요.
    이춘재: 초등생 정도입니다. 고학년은 아니었습니다.
    경찰: 아이가 어떤 반응이었나요.
    이춘재: 겁먹은 상태로 가만히 있는 상태였습니다.
    경찰: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이춘재: 목 졸라 죽였을 겁니다.

    김현정양은 1989년 7월 7일, 화성군 태안읍에서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지만, 당시 경찰은 단순 가출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30년만에 이춘재가 이 초등생을 자신이 살해했다고 자백한 겁니다.

    [이춘재 <2019년 9월 26일 부산교도소 보안과 조사실>]
    경찰: 죽인 이후 어떻게 했나요.
    이춘재: 따로 은폐하거나 한 건 아니고 그대로 뒀습니다.
    경찰: 덮어놓지도 않았나요.
    이춘재: 풀밭이니까 그냥 뒀을 겁니다. 그 자리가 사건 일어난 장소라 보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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