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경찰 공권력의 범죄, 국가도 나몰라라

◀ 허일후 ▶

참…말문이 막힙니다. 재수사를 하긴 했는데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 성장경 ▶

조직적으로 김 양 사건을 은폐한 과거의 경찰도 문제지만, 이들의 반인륜적인 범죄를 다 두 사람의 일탈행위로 결론 내 버린 현재의 경찰도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이지수 ▶

특히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국가 권력이 저지른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과 관련해 법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문젭니다.

◀ 허일후 ▶

무엇보다 김 양의 유가족은 잘못된 수사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는데 이들에 대한 배상은 진행이 좀 되고 있나요?

◀ 이지수 ▶

안타깝게도 정부로부터 배상을 받기는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소시효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배상할 수 있는 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이유에섭니다.

지난해 9월, 끝내 딸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암으로 세상을 떠난 김현정 양의 어머니.

경찰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 두 달 만이었습니다.

[김용복 / 故 김현정 양 아버지]
"말로 표현 안 하고. 얼마나 아팠을 거예요. 죽을 때까지 딸은 안 죽었다고 생각하고 갔다고. 실종이다 하고."

이춘재가 자백하기 전까지 30년, 가족들은 김 양이 실종된 줄로만 알았습니다.

언젠가 가족 품으로 돌아올 거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김용복 / 故 김현정 양 아버지]
"우리는 아직 살아있는 줄 알았지. 죽었다고는 생각을 하지를 않았는걸. 나이가 9살이면 외국 가도 이제 기억은 할 거 아니에요. 어디를 팔려 가더라도 살아만 있으면은 나이가 차면은 올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해서 30년 기다린 거 아니에요…"

아버지는 이춘재의 자백 소식을 처음 듣고, 혹시 김 양도 피해를 당한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습니다.

무작정 경기남부경찰청을 찾아갔습니다.

[김용복 / 故 김현정 양 아버지]
"(경찰이) 기다리면 확실한 거 전해주겠다고 그래서 집에 와서 있는데 이제 경찰이 와서 살해당했다고 이야기 들었다고 이제 그때부터 우리는 이제 시작이지."

이후 경찰은 열달 간의 수사 끝에 김양 사건을 은폐했던 당시 형사들을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유족에게 전했습니다.

현행법상 사체은닉은 5년, 허위공문서작성은 7년이 지나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김용복 / 故 김현정 양 아버지]
"죄지었으면 죄지은 만큼은 또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죄를 지었으면 죄만큼 받아야 하는데 지금 떵떵거리고 지금 살고 있는 것 아니에요."

당시 화성 형사들이 김양의 시신을 도로 묻은 걸로 추정되는 곳은 현재 아파트와 도로가 들어서 딸의 시신을 영원히 찾을 수 없는 상황.

지난해 김 양의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소송당사자인 정부가 '배상할 수 있는 시간이 이미 지났다'며 소멸시효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정부 법률대리인인 법무공단이 지난 4월 법원에 제출한 자료입니다.

'당시 담당경찰관이 사체를 발견하였음에도 유족에게 알리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다툼이 없다.'

다만 '국가재정법 97조에 따라 국가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김 양이 실종된 1989년 당시 위법행위가 있었더라도 배상을 주장할 수 있는 건 5년뒤인 1994년까지라는 겁니다.

[김용복 / 故 김현정 양 아버지]
"경찰들이 은폐해서 아무것도 몰랐는데 이제 알아서 이제 소송 거는데 뭐 시효가 있어? 생각해봐요. 아무것도 모르고 지금 은폐해 가지고 있다가 이제 알았는데 이제 2년 됐잖아요. 밤이면 계속 상상만 그거하고 잠이 안 와요. 지금…"


◀ 성장경 ▶

스트레이트가 취재를 해보니 화성연쇄 살인사건은 한편으로는 화성연쇄 조작사건이었습니다.

◀ 허일후 ▶

이 사건은 경찰이 영원히 지우고 싶은 과거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재수사마저 이렇게 덮고 간다면, 점점 커지고 있는 경찰의 권한만큼 역량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그 의문도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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