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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죽음 뒤 드러난 '괴롭힘'들

[스트레이트] 죽음 뒤 드러난 '괴롭힘'들
입력 2021-07-11 20:37 | 수정 2021-07-1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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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경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성장경입니다.

    ◀ 허일후 ▶

    안녕하십니까. 허일후입니다.

    ◀ 성장경 ▶

    오늘은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박진준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진준 ▶

    안녕하십니까.

    ◀ 성장경 ▶

    박 기자, 일명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딱 2년이 됐는데 말이죠.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요.

    ◀ 허일후 ▶

    최근엔 네이버에서 이런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요.

    젊은이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참 충격이었어요.

    ◀ 박진준 ▶

    네, 노동자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뒤에야 비로소 이들이 얼마나 직장에서 고통을 당했는지 알려지고 있는데요.

    먼저 이 안타까운 사연들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북 포항의 한 포스코 하청업체.

    지난달 이 곳에서 일하던 40대 여성 김 모 씨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 씨는 이곳에서 화재 감시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입사한 지 두 달 만에 왜 이런 비극적인 선택을 했을까.

    김 씨가 남긴 유서에는 관리자 2명으로부터 받았던 괴롭힘 피해가 자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살고 싶어서 포스코 현장에서 화재감시 업무를 했는데, 부장과 과장이라는 사람이 자신을 무시했다, 여자라서 일을 못한다고 하며 성추행을 했다고 돼 있습니다.

    숨지기 바로 전날, 김 씨는 친한 동료와 통화하며 자신이 느꼈던 모멸감, 그리고 괴로운 심경을 털어놨습니다.

    [故 김○○ 씨/사망 전 육성]
    "'아줌마 이거 좀 치우세요' 하면 돼요. (그런데) 발로 집어 차면서 이거 치우래요, 저보고. 언니 너무 모욕적인 거예요. 여기에서는 내가 '야, 야, 어이' (그러는데) 나를 도대체 뭐로 생각하는지 진짜로 많이 참았거든요."

    수시로 모욕적인 말을 하는가 하면, 얼굴 앞에서 욕설과 폭언도 들었다고 했습니다.

    [故 김○○ 씨/사망 전 육성]
    "결정적인 거는 쉬는 시간에 '(휴게실에) 가자'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들어갔어요. 그 3분 먼저 들어갔다고 'XX 아줌마가 먼저, 작업장에 두 명이 남아 있는데 들어가고 앉아있다'고 뒤에서 완전히 막 저를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화재 감시원 업무가 아닌, 과중한 육체노동 지시도 있었습니다.

    [故 김○○ 씨/사망 전 육성]
    "파이프 한 100개 막 혼자 나르고 뭐 하다 보니까 정형외과 다니고 물리치료 받고, 살면서 처음이에요. 진짜 열심히 했어요. 허리가 진짜 아파 죽을 만큼 열심히 하고 다리가 끊어질 것처럼 열심히 했거든요."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조롱하는 성희롱까지 당하자 김씨는 가족들에게 더는 못 견디겠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故 김○○ 씨 딸]
    "엄마가 막 눈물을 흘리면서 ‘너무 수치스럽다, 너무 치욕스럽다' 엄마가 견디기 힘들다 그러시더라고요."

    김 씨는 자신이 감독자 2명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노조에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노조에 신고한 바로 그날.

    가해자로 지목된 2명이 김 씨 앞에 나타났습니다.

    노조에 신고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들이 김 씨에게 찾아와 거세게 따지고 나선 겁니다.

    회사 측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켜 놓기도 전이었습니다.

    [양정인/전국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
    "(현장 관리자 2명이) 당사자 본인 앞에서 '내가 언제 그랬냐'고 게거품을 문 거예요. 그게 마지막 2차 가해예요, 2차 가해."

    바로 이날 저녁.

    김 씨는 딸들에게 사랑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그동안 직원들의 문제제기가 없어서 폭언이나 괴롭힘 피해가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건설 회사 측 관계자]
    "(현장 관리자들이) 말투는 거친데 사람들이 참 나쁜 사람들이 아닌데. 그런데 농담을 했는지 왜 그랬는지 저희도 그거는 깜짝 놀랐습니다. 일단 현장 자체적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도 하고 그런데 일일이 우리가 쫓아다니지 못하니까 우리가 모르는 거죠."

    =============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 즉 경기보조원으로 1년 넘게 일했던 20대 여성 배 모 씨.

    지난해 9월, 직장에서 당한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인이 남긴 휴대전화 속 일기.

    이른바 '캡틴'으로 불리는 캐디 관리자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돼 있습니다.

    [故 배○○ 씨 일기장/음성대독]
    "저만 보면 괴롭히듯 장난인 듯 툭툭 내뱉는 말에 수없이 상처 입고 만신창이가 됐어요. 더 이상 못 견디고 감당 못 하겠어요. 좋아서 시작한 사회생활인데 내가 너무 약했나 봅니다."

    배 씨가 당한 피해는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직접 목격했습니다.

    직원 수십 명이 함께 듣고 있는 무전기로도 '캡틴'이 배 씨를 겨냥해 모욕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故 배○○ 씨 전 직장 동료]
    "무전에 대고 윽박지르는 건 기본이고. 그냥 딱 사람들이 들었을 때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말들 있잖아요. '뭐 하냐, 뚱뚱해서 못 뛰는 거 아니지 않냐. 뛰어라.' 계속 '뛰어 뛰어 뛰어.' 무슨 동물 사육하듯이 '뛰어 뛰어.' 그런 게 거의 뭐 일상이었죠."

    참다 못한 배 씨는 관리자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정리해 회사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회사 측은 이 글을 단 20분 만에 게시판에서 삭제했습니다.

    당시 회사 측은 배씨가 이미 퇴사의사를 밝힌 상태였고, 확인되지 않은 인신 공격성 글이 포함돼 있어 삭제조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골프장 관계자]
    "본인이 퇴사 의사를 밝혔어요. 조장이 전화했더니 '언니 나 그만둘게요' 그래 놓고는 퇴사 의사를 밝혔고 내용에 맞지 않는 인신공격적인 얘기들이 있으니까.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거는, 보기에 적절하지 않으니까 관련 팀장이 삭제하고…"

    자신이 올린 글이 회사 게시판에서 삭제당하자, 배 씨는 어머니에게 울먹이며 전화했습니다.

    [故 배○○ 씨 어머니]
    "애가 너무 화가 나서 울며불며 전화하는 거예요. 캡틴 좀 뭐라 해달라고. 엄마 나 이렇게 못 산다면서. 그 뒤에 전화를 제가 또 했어요. (누구한테요?) 캡틴한테. 전화 받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딸내미 좀 잘 부탁한다고.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회사 측은 별다른 조사도 없이 배 씨를 그대로 퇴직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배 씨는 약 보름 뒤 모텔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를 청소하던 50대 여성 청소노동자 이 모 씨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건물을 오르내리며, 코로나19로 크게 늘어난 쓰레기들을 치우는 격무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씨 사망이 알려지면서 이씨를 포함한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이 업무와 별 관련 없어 보이는 시험을 치러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노조가 폭로한 시험지입니다.

    서울대 건물의 준공 연도와 기숙사 개관연도 등을 묻는 질문이 객관식으로 출제됐습니다.

    자신이 일하는 건물 이름을 영어로, 또 한자로 쓰는 시험도 있었습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예고도 없이 갑자기 시험을 봤습니다. '(관악사를) 한자로 쓰시오, 영어로 쓰시오.' 동료 한 분은 점수가 공개되어 동료들 앞에서 창피를 당했습니다."

    실제 숨진 이 씨가 작성한 시험집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정확한 명칭을 작성하라는 주관식 문제에 '관악사 학생생활관'이라고 답했습니다.

    정답은 관악학생생활관인데, 관악 뒤에 사자를 붙였다며 오답처리 됐습니다.

    숨진 이 씨의 남편 역시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자로 함께 일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힘든 청소일에 시험까지 보게 돼 크게 부담스러워했다고 합니다.

    [이홍구/故 이○○ 씨 남편]
    "저희 아내 같은 경우는 1년 반밖에 안 됐는데도 불구하고 준공연도를 사전에 무슨 교육을 받든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을 그런 것들을 시험 문제로 출제를 해서 많이 힘들다, 그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지난달 새로 부임한 기숙사 관리팀장이 청소노동자들에게 이런 시험을 보게 한 겁니다.

    팀장은 또 다른 팀원에게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성문도 쓰게 했다고 합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반성문을 쓰래요. '글을 잘 모른다' 그랬더니 팀장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도와준다면서 스트레스가 너무 많고 화병이 나서. 밥 먹고 체해서 응급실까지 갔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못 살겠어요."

    게다가 회의에 올 때는 남성은 정장에 구두, 여성은 최대한 멋진 모습으로 참석하라며 이른바 '드레스코드'를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대노조는 살인적인 업무강도에 팀장의 직장 갑질까지 더해지면서 이씨 가 심한 과로에 시달리다 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성훈/민주노총 서울대시설분회 분회장]
    "학생들은 나가기 귀찮고 코로나 무서우니까 시켜 먹어요. 그 시켜 먹는 음식물 쓰레기양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고요."

    하지만 서울대는 처음엔 직장 내 괴롭힘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서울대 학생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악독한 특정 관리자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습니다.

    시험은 직무 교육이었고 인사평가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었으며, 결과도 개인별로 배부해 모욕감을 유발할 이유도 없었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노조가 개입해 일이 엉뚱하게 흘러간다며 현재 드러난 사실로는 산업재해 인정을 받기 어렵자, '중간 관리자의 갑질 프레임'에 좌표가 찍힌 거라고 했습니다.

    또 시험 문제를 낸 관리자는 얼마 전 우수직원으로 학교 표창까지 받았다고 두둔하며, 언론과 정치권, 노조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사실에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 되자 학생처장은 이 글을 SNS에서 삭제했습니다.

    서울대는 일단 해당 팀장을 업무배제하고 학교인권센터를 통해 직장 내 갑질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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