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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폭언'부터 '퇴사압박'까지

[스트레이트] '폭언'부터 '퇴사압박'까지
입력 2021-07-11 20:45 | 수정 2021-07-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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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관악 학생 생활관, 저도 한자로 못쓰겠습니다.

    아니 저게 근무하시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저런 문제로 시험을 치러야 하는 건지…

    ◀ 성장경 ▶

    그렇죠.

    서울대 청소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산업 재해 관련 조사가 이뤄진다고 하니까 그 결과를 주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허일후 ▶

    그런데, 박기자, 지금 우리가 '직장내 괴롭힘'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사실 이 안에는 여러 가지 유형들이 다 들어있는 거죠?

    ◀ 박진준 ▶

    네, 소위 갑의 위치에서 횡포를 부리는 갑질, 또 따돌림, 과중한 업무, 부당한 인사평가.

    이런 것들이 모두 포함된 포괄적 개념입니다.

    ◀ 성장경 ▶

    그런데 요즘 일터에서 일어나는 갑질을 보면 가해자가 직장상사가 아닌 경우도 많지 않아요?

    ◀ 박진준 ▶

    네, 최근에는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 IT기업 종사자들의 신고 사례가 급증하고 있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가해자도 다양해지고 피해양상도 상당히 복합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 리포트 ▶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저녁 7시.

    한 50대 남성이 지하철역 주변을 서성입니다.

    4년째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한 모 씨.

    이른 저녁부터 배차지시, 이른바 '콜' 하나라도 놓지지 않기 위해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않습니다.

    "고객님 대리기사입니다. 남산타운 가시죠."

    지난 달 초 한 씨는 자신이 잡은 '배차 콜'을 취소하려고 대리운전 업체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대리운전 고객이 너무 먼 곳에 있어서 도저히 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 대리운전업체 사장]
    "사장님 저기 이거 콜 빼주세요."
    "야 이 XXX야, XXX XX가 장난하나."

    다짜고짜 업체 대표의 입에 담기도 민망한 욕설이 쏟아졌습니다.

    [☎한○○ / 대리운전업체 사장]
    "지금 욕하셨어요?"
    "그래 XXX야. 너 XX XX 무슨 콜을 그따위로 타 이 XXX야. 야 이 XX 그따위로 콜 타지마 너. 거기서 대기해."

    이렇게 대리운전 업체 사람들에게 자주 폭언을 듣지만, 문제 대리기사로 찍히면 콜을 받을 수가 없어서 꾹 참아왔다고 합니다.

    [한○○/대리운전기사]
    "감히 대항을 못 해요. 대항하게 되면 어떻게 되냐면 '락'이라는 걸 걸어요. 그래서 다른 업체 사장들한테 전부 다 통지를 보내서 이 기사는 자질이 부족, 이 기사는 대처 부족 이런 식으로 해서 공개 창에다가 다 띄워서 이 기사가 일을 못 하게끔 만들어요. 그게 무서워서 다른 기사들은 다 함부로 말을 못 하고 그냥 순응하고…"

    한 씨는 이번엔 참지 않고 업체 대표의 욕설을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는 시민단체에 제보했습니다.

    그리고 이 업체에서 대리운전 배차를 받는 건 포기했습니다.

    =============

    서울 마포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한 20대 젊은 남성이 환갑이 다 된 아버지뻘 경비원에게 다가와 욕설을 퍼붓습니다.

    [이○○]
    "그 나이 먹도록 너 뭐 했냐? 아파트 너 있어? 너 돈 있어? 모자란 XX. 멍멍 짖어봐 XXX. 짖으면 내가 봐줄게."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도 계속됩니다.

    [이○○]
    "XX XXX 어디 가서 XX 목매달아 죽어. 이 돈도 X도 못 벌고 어디 빌붙어 있다가 맨날 옮겨 다니고. 네 어미, 아비 아직 살아있어?"

    이 남성은 아파트 입주민이자 아파트 상가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27살 이 모 씨.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에어컨을 고쳐달라, 가게 앞을 순찰해달라 이런 식의 민원을 한 뒤 빨리 들어주지 않는다며 경비원들을 찾아와 반복적으로 폭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
    "내가 입주민이다 이 XXX야. 가서 고치라고. 내가 민원을 넣었으면 XXXX야. 빨리빨리 해야 할 거 아니야."

    참다못한 경비원은 경찰에 이 씨를 신고했습니다.

    그러자 이 씨는 관리실로 찾아와 경비원의 얼굴에 침을 뱉었고, 이 모습은 CCTV에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이런 이 씨의 행동을 못 이겨 최근 3년간 이 아파트에서 5명의 경비원이 그만뒀습니다.

    [☎서○○/아파트 경비원]
    "내가 약간 잘못해서 실수한 걸 인정하면 30분에 그 말이 끝나는 거야. 어떤 때 길 때는 2시간 반까지 잡고서 꼼짝 못 하게 하고 부동자세로 걔 이야기를 들어야 해. 움직인다고 그러면 왜 움직이냐고 XX한다고. 똑바로 서라고."

    스트레이트는 입주민 이 씨가 한다는 가게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이○○ 씨 가족]
    "여기다 전화해보시겠어요? 변호사님인데…(아 변호사님. 동생분 직접 뵐 수는 없고요?) 나가주시겠어요. 여기는 영업하는 데여서…"

    고소장이 접수된 후, 경찰 조사가 이어졌고 결국 이 씨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씨측 변호사는 욕설과 막말을 했던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서 재판을 앞두고 있는 만큼 법정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는 이런 폭언과 욕설,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신고가 최근에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진호/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너는 초등학생만도 못하냐' 학력을 전반적으로 비하하는 이러한 모욕적인 발언들에서부터 군인들처럼 내가 시키는 건 너는 무조건해야 된다는 방식의 상명하복. 그리고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을 때 욕설이나 폭언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러한 제보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는데요."

    =============

    젊은이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꼽히는 IT기업 종사자들은 어떨까.

    신발과 의류, 엑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

    지난해 6월, 무신사는 솔드아웃이라는 자회사를 출범시켰습니다.

    소비자들이 한정판 옷과 신발 등을 서로 거래할 수 있도록 중개해주는 플랫폼으로, 출시 채 1년만에 100%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이 플랫폼을 개발한 개발책임자 추 모 씨.

    추 씨는 2년 전 무신사에 임원급 개발책임자로 영입됐습니다.

    [추○○/'솔드아웃' 개발자]
    "'너처럼 믿을 만한 사람이 와서 계속 운영을 해줘야 마음이 편하지 않겠냐' 그래서 제가 오퍼(제안)를 받고 들어오게 된 거죠."

    하지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6개월 동안 사실상 휴일이 없는 과중한 업무가 계속됐다고 합니다.

    [추○○/'솔드아웃' 개발자]
    "업무 강도가 이렇게 심한 적은 처음이에요. 그 짧은 시간 안에 개발하려면 사람들을 얼마나 갈아 넣겠습니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죽겠다고…"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추씨는 지난해 말 운전도중, 갑자기 뭔가에 부딪힐 것 같은 극심한 공포감을 경험했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공포감에 병원을 찾아서 받은 진단서.

    "업무스트레스로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발생했고, 6개월 이상의 전문치료가 필요하다"고 돼 있습니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게 된 지 한 달 뒤 갑자기 무신사는 추 씨에게 회사를 나가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무신사 임원/추○○ 씨와의 통화 녹음]
    "제가 말씀을 드렸던 부분인데 이게 해고가 아니거든요. 제안을 드렸던 거는 해고는 일방적인 거고요. 저희가 합의를 하자고 한 거잖아요."

    스트레이트는 무신사 측에 추 씨에게 퇴사를 요구하는 이유를 질의했습니다.

    무신사는 추 씨가 업무능력 부족과, 관리감독상 과실로 더 이상 개발조직 리더 역할을 맡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추 씨 자리에 새로운 책임자가 합류했다"고 했습니다.

    회사 측은 추 씨의 공황장애에 대해서도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다가 스트레이트의 취재가 시작되자 최근 유급휴가를 제시했습니다.

    [추○○/'솔드아웃' 개발자]
    "그때 굉장히 상처를 많이 받았죠. 네가 나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무능하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하는데 테스트를 제대로 안 해서 문제가 생겼다' 라고 하면서 계속 제 잘못으로 몰아가는 거죠."

    =============

    최근 급성장한 IT,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과중한 업무와 부당한 인사평가, 또 퇴사 압박 등을 받았다는 신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민주노총이 네이버와 카카오 등 판교 지역에 위치한 대형 IT기업 직원 8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결과, 40% 정도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주미옥 박사/사회혁신R&D연구소 '이노소셜랩']
    "압축적으로 빨리 성장해서 조직 문화적으로 어떻게 보면 되게 혁신성과의 이미지를 많이 보여주고 있는 기업 같은 경우에는 제가 보았을 때는 내부적으로 인사 혁신까지는, 리더십 혁신까지는 잘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분명히 원인으로 꼽힐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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