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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있으나마나 '괴롭힘 금지법'

[스트레이트] 있으나마나 '괴롭힘 금지법'
입력 2021-07-11 21:01 | 수정 2021-07-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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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경 ▶

    스트레스를 받으면 콜티졸이라는 호르몬이 나와야 정상인데…이분들은 그걸 다 써서 말라버렸다는 거잖아요?

    도대체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단 얘깁니까?

    ◀ 박진준 ▶

    앞서 전문가도 말을 했듯이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과로가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뇌질환이나 심혈관계 질병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 허일후 ▶

    그렇군요.

    시작할 때도 잠깐 언급했습니다만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2년 전에 제정됐단 말이죠.

    그런데도 이런 뉴스가 계속 나온다는 건 이거 어떻게 봐야될까요?

    ◀ 박진준 ▶

    네, 물론 법 제정 자체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과 규정 자체에 빈틈이 많다 보니 피해자들이 회사에 신고한 걸 후회한다는 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8년 공개된 영상입니다.

    자신의 회사 직원의 뺨을 세차게 후려치는 이 남성.

    직원들을 폭행하고 생마늘을 먹이는 등 엽기적인 갑질을 일삼은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입니다.

    양 전 회장 사건 이후,

    국회에서는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마련됐고 2019년 7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이 법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하고 있을까.

    전남 진도군의 한 장애인 복지센터에서 5년 넘게 운전 일을 해 온 박 모 씨.

    박씨는 함께 일하는 복지센터장과 직원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전남도청 인권센터에 신고했습니다.

    폭언과 함께 따돌림 피해를 당했다는 겁니다.

    [박○○/장애인복지센터 직원]
    "12시 좀 안 돼서 (사무실) 들어갔더니 다 식사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직원들이랑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그 남자 직원 한 분이 밥 없으니까 나가서 먹으라고 이렇게 말을 던지는 거예요. 밥을 못 먹어서가 아니라 정말 그때 기분이 진짜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웠어요."

    도청 인권센터는 괴롭힘 피해가 있었다고 결론 냈습니다.

    그리고 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복지센터에 권고했습니다.

    [박현정/전라남도청 여성인권보호관]
    "운전원인 신청인(피해자)한테 '너' 아니면 '2호차' 이렇게 무시하는 인격 모독적인 말을 한 거죠. 두 번째는 이제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청인을 (업무에서) 배제한 것이 괴롭힘이었거든요."

    하지만 이 복지센터는 석 달이 지나도록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이행을 하지 않는지 직접 센터장을 만나봤습니다.

    [김○○/장애인복지센터 센터장]
    "인권센터에서 애초에 우리가 봤을 때는 강압적으로 조사를 한 것 같아요. 우리는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을 드릴 것이 없어요."

    도청 인권센터가 강압적으로 조사했다, 그러니 조사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복지센터는 오히려 괴롭힘 피해를 도청에 신고한 박 씨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복지센터장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복지센터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이렇게 버텨도 현행법상, 전남도청이 이 복지센터를 제재할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가리키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5인 이상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복지센터는 센터장을 포함해 4명뿐.

    즉 법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박현정/전라남도청 여성인권보호관]
    "근로기준법 안에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행정처분을 하든 행정명령을 하든 그 법규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 (그럼 진도군의 입장은 그거에요?) 네."

    국내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 수준인 약 455만 명.

    전체 노동자 10명 중 3명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겁니다.

    [박○○/장애인복지센터 직원]
    "절망감도 있고, 불안감도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가장 기초적인 의식주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다 보니까 저희 직장인들은 월급을 타면 고정적으로 나가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렇다면 5인 이상 사업장은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지난 4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한 회사 대표가 이 법을 위반해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관리자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한 여직원 K 씨를 부당 전보조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관리과장에 대해선 조사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K 씨/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마음 다치게 한 사람, 장본인 그 사람들이 그냥 이렇게 나 몰라라 뒷전으로 사장님이 처벌받았다고 해서 그 사람들 그거(처벌) 다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는 사람은 사업자, 즉 회사 대표뿐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괴롭힘 피해를 신고한 직원에게 부당한 인사조치를 했을 때에만 처벌이 가능합니다.

    회사차원의 진상조사를 강제할 수도 없습니다.

    [윤지영/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괴롭힘이 발생을 한 경우에 어쨌든 사용자가 적절하게 조사하고 그다음에 조치하도록 규정들을 두고 있죠. 하지만 이게 지켜지지 않아요. 그 이유는 결국에는 사용자의 그러한 조치 의무위반에 대해서 제재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고요."

    현실이 이렇다 보니, 최근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70%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더라도 회사에 신고하지 않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주미옥 박사/사회혁신R&D연구소 이노소셜랩]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인 인식이나 아니면 사용자의 인식 전환 자체가 근본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 좀 요원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의 인식과 제도는 같이 가는 것이지 제도가 먼저 되어야 하고 아니면 사람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이게 아니라는 거죠."

    ◀ 허일후 ▶

    빈틈 투성이인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성장경 ▶

    하지만 신고해도 불이익 없이 문제가 해결될 거다…라는 이런 믿음이 자리 잡지 못하면 아무리 법을 강화해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 허일후 ▶

    스트레이트는 지난 5월 '동남아 K-신문의 열풍' 편에서 신문 유료 발행부수를 부풀리는 일간지와 ABC협회의 문제점을 고발했습니다.

    ◀ 성장경 ▶

    이후 논의 끝에 지난 8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10월부터 신문에 정부광고를 실을 때 ABC협회의 유료부수 자료를 더 이상 활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 허일후 ▶

    끈질긴 추적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성장경 ▶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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