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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끈끈한 '군법무관 카르텔'…오늘은 군검사, 내일은 군판사

[스트레이트] 끈끈한 '군법무관 카르텔'…오늘은 군검사, 내일은 군판사
입력 2021-07-18 20:45 | 수정 2021-07-1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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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경 ▶

    7년 전 윤 일병 사건과 이번 공군 성폭력 사건, 참 많이 닮았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듯한 군 수사기관의 태도, 착잡합니다.

    ◀ 곽승규 ▶

    유족들이 관련자들을 고소해 봤지만, 군 검찰이 모두 불기소 처분한 거죠.

    아무도 책임을 진 사람이 없는겁니다.

    ◀ 허일후 ▶

    당시 헌병대장의 대답도 충격적인데요.

    이 정도면 거의 유족한테 막말을 한 거 아닙니까?

    ◀ 곽승규 ▶

    네. 그런데 윤 일병 사건의 수사가 아무 문제 없다, 오히려 잘됐다고 주장한 건 저 헌병대장뿐만이 아니었습니다.

    ◀ 성장경 ▶

    누가 또 있습니까?

    ◀ 곽승규 ▶

    네, 육군 사법시스템을 총괄하는 법무실장이었습니다.

    ◀ 리포트 ▶

    윤 일병을 집단 폭행한 가해자들을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한 건 군 검찰이었습니다.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헌병대의 수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은 채 재판에 넘긴 것입니다.

    자연히 군 검찰의 허술한 기소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육군 검찰의 지휘를 책임지는 육군 법무실장이 군 내부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담당 검찰관이 한 달여에 걸친 폭행과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완벽하게 특정해 공소를 제기했다.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불법으로 수사기록을 유출하고 수사 검찰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응분의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군 수사의 문제점을 폭로한 사람들을 오히려 처벌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입니다.

    당시 육군 법무 실장은 김흥석 준장.

    그런데 김 실장은 이 글을 올리기 불과 일주일 전 국회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흥석/육군 법무실장(지난 2014년 8월)]
    "상급부대 검찰관들, 또 법률 전문가들로 하여금 수사기록을 다시 정밀하게 검토를 해서 판단을 다시 하겠다는 뜻입니다."

    대외적으로는 잘못을 인정한 듯했지만, 군 내부엔 전혀 다른 얘기를 한 육군 법무실장.

    논란이 되자 김 실장이 내놓은 해명은 이랬습니다.

    [음성대독]
    "이번 사건으로 위축된 병과원들을 격려하는 취지로 올린 내부용 글이었습니다."

    군법무관들 사기진작을 위해서 쓴 글이라는 겁니다.

    김 실장은 이후 법무병과의 최고위직인 고등군사법원장으로 영전했습니다.

    군의 사법시스템을 총괄하는 법무병과.

    초동 수사는 군사경찰병과가 담당하지만 그 이후의 일은 모두 법무병과의 관할입니다.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아닐지를 판단하는 검사,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 피의자를 변호하는 군인 변호사 모두 법무병과 소속입니다.

    순환보직 개념이다 보니 군 검사가 판사가 될 수도, 국선 변호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인사발령이 나면 참모총장이나 사단장 등 군 지휘관에게 법률 조언을 해주는 법무참모가 되기도 합니다.

    조직 보호부터 지휘관 심기까지, 사건말고도 이거저거 눈치보고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김형남/군인권센터 사무국장]
    "군 판사를 하다가 갑자기 지휘관의 법무 조언을 해주는 어떤 법무참모로 또 보직을 옮긴다. 돌아가면서 하면 사실상 제대로 된 독립적인 사법구조나 수사권의 보장이라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죠."

    게다가 군 법무관은 매년 20명 남짓만 배출됩니다.

    한 다리만 건너면 선후배에 근무연이 닿고, 끼리끼리 문화가 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김영수/국방권익연구소장]
    "군은 군 판사와 군 검사와 공익변호사가 같은 동기입니다. 심지어는 육해공군이 같은 동기생이라고 보면 돼요. 거기서 배출이 되어서 하나의 집단을 이루고 그리고 구분이 없어요."

    또 민간인 접근이 어려운 군의 특성상, 군 사건은 법무관 출신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무관 출신들만의 카르텔, 이른바 전관특혜가 움트기 쉬운 구조인 셈입니다.

    [김영수/국방권익연구소장]
    "두 가지죠. 군에 대해서 잘 안다. 그리고 군 검사와 판사를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군법무관 출신의 변호사 세계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현역(법무관)과 예비역(법무관)이 연결되는 중요한 지점이 되는 것이죠."

    최근 공군 성폭력 사건에서도 전관특혜 시비가 불거졌습니다.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지난 12일)]
    "이들 군사경찰, 군법무관들은 가해자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음에도 가해자를 옹호해 일조하였다. 이러한 이상 징후는 가해자가 소환 통보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히 군법무관 출신 변호인을 선임한 직후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실제 가해자 장 중사가 군법무관 출신 변호인을 선임한 뒤, 후배 군법무관들이 보인 행보는 미심쩍은 게 투성입니다.

    먼저 법무관인 국선변호사.

    그는 피해자인 이 중사의 변호를 맡고도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한 번도 이 중사를 만나지 않았습니다.

    이 중사 사망 이후에도 유가족과의 통화에서 성의없는 모습만 보였습니다.

    [故 이 중사 아버지 - 국선변호사]
    ("적극적으로 하셔야 될 것 같지 않아요?)
    "하하하, 네."
    (웃어요?)
    "아니요. 아니요. 그게…"
    (사람이, 죽은 사람의 아버지 앞에서 웃어?)

    그래도 유족들은 이 변호사를 믿고 탄원서를 쓴 뒤 군검찰에 대신 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극단적 상황이 우려되니 서둘러 수사를 해달라는 애원이었습니다.

    그게 3월 25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법무관인 변호사는 4월 23일까지 탄원서를 30일 동안 갖고만 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

    이 중사 사후 탄원서 문제가 불거지자 공군은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전익수/공군본부 법무실장 (지난달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그 탄원서 내용을 보면 군 검사 앞으로 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국선변호사가 나중에 군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군사경찰에서 군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이후에…"

    유족들이 탄원서의 수신처를 군검찰로 써놔서 사건이 검찰로 넘어갈 때까지 기다렸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군 검찰은 어땠을까?

    역시 군 법무관 출신인 군 검사는 4월7일 군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고도 55일이나 장 중사를 소환하지 않았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서둘러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군 검사가 장 중사를 첫 소환해 조사한 건 5월31일.

    이 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열흘이 지난 뒤였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 사건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날이기도 합니다.

    그때까지 군 검찰은 가해자 소환조차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서욱/국방부 장관(지난달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저도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어서 수사 지시를 해놨고요."

    지난달 9일, 국방부 검찰단은 이번 성폭력 사건을 축소·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공군본부 법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그런데 수색에 나선 국방부 검찰단 수사관들은 공군 법무실 관계자들과 웃으며 안부를 주고 받았습니다.

    "친정집에 오는 마음이 좋지 않다"는 말도 했습니다.

    압수수색을 한 국방부 검찰단도 수색을 당한 공군 법무실도 모두 법무병과 소속입니다.

    법을 무기로 하는 법무병과의 폐쇄성과 그들만의 끈끈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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