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5시 뉴스
기자이미지 장인수

[스트레이트] 시민 세금으로 개인용품 펑펑…법인카드 선결제 악용

[스트레이트] 시민 세금으로 개인용품 펑펑…법인카드 선결제 악용
입력 2021-08-29 20:39 | 수정 2021-08-29 21:05
재생목록
    ◀ 성장경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성장경입니다.

    ◀ 허일후 ▶

    안녕하십니까.

    허일후입니다.

    ◀ 성장경 ▶

    오늘 스트레이트는 공공기관들이 국민들이 낸 세금을 허투루 쓰려는 실태를 고발하려고 합니다.

    장인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장인수 ▶

    안녕하십니까?

    ◀ 허일후 ▶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하지도 않은 초과 근무 수당을 타간다든지 아니면 법인카드를 엉뚱한 데 쓰는 것들, 이제는 다 사라진 옛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보군요, 어디입니까?

    ◀ 장인수 기자 ▶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들을 집중취재했습니다.

    서울시에는 모두 26개 산하 기관들이 있는데요.

    먼저 서울기술연구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서울기술연구원입니다.

    서울 시정에 필요한 과학 기술들을 연구하고 좋은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3년 전 만들어졌고 직원은 100여 명.

    매년 200억 원의 적지 않은 예산을 쓰고 있습니다.

    예산은 전액 서울시에서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연구원장에게 익명의 이메일이 날아들었습니다.

    없는 회의를 기안해 회의비를 사용한다면서 공문서를 위조하고 공금을 횡령한다, 이를 지시한 보직자들은 별다른 죄의식이 없다, 는 고발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이메일이 또 왔습니다.

    기관 연구비를 개인 쌈짓돈 쓰듯 다룬다, 연구비로 개인적 물품을 구매하고 공문서를 위조해 횡령한다, 횡령한 돈으로 본부장에게 고가의 선물을 전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연구원은 자체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감사 결과, 전체 임직원의 40% 정도가 공금인 부서 운영비로 개인용 물품을 산 걸로 확인됐습니다.

    품목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우선 모든 부서가 치약, 칫솔, 칫솔살균기 등을 구매했습니다.

    한 직원은 소형 무전청소기도 샀는데 감사에 걸리자 일할 때 개인위생을 위해 샀다고 소명했습니다.

    소형 선풍기는 주말에 사무실에 에어컨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샀고 화환을 사서 다른 기관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부서에서 이어폰을 지속적으로 구매했는데요.

    이 중에는 26만 9,000원짜리도 2개나 있었습니다.

    현장 조사 나갈 때 필요하다며 이어폰 케이스, 무릎 보호대 2개, 휴대전화 액세서리 3개를 사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요즘 같은 스마트폰 세대 굳이 돈을 들여 즉석 사진기와 필름을 사기도 했습니다.

    한강 교량을 조사할 때 필요하다는 게 구매 사유였습니다.

    회의할 때 필요하다며 소형 블루투스 스피커, 무선 블루투스 셀카봉을, 해외 출장갈 때 수하물 무게를 재야 한다고 블루투스 체중계를 구매했습니다.

    이 밖에도 스팀 온열안대, 핸드크림, 비타민과 숙취해소제, 우산, 면도기와 면도용젤, 보온보냉 텀블러, 보드게임, 어린이용 색칠놀이와 스티커, 손톱깎기까지.

    온갖 자질구레한 개인용품들을 모두 부서 운영비로 구입해서 썼습니다.

    종류와 상품이 다양해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예산을 쌈짓돈처럼 쓴 직원 중에 서울기술연구원장 바로 아래 고위 책임자인 본부장도 있었습니다.

    본부장은 90만 원짜리 안락의자와 65만 원짜리 서랍장을 사서 자기 사무실에 뒀습니다.

    임직원들도 공금을 이렇게 쓰면 나중에 문제 될 거라고 여겼던 걸까.

    서류만 봐서는 그러려니 넘어갈 법한 묘안을 짜냈습니다.

    연구원은 근처 사무용품점 2곳을 정해놓고 여기에서만 문구류 등 사무실 소모품들을 구매해 왔는데요.

    지난해 5월 12일, 도시 인프라 연구실이 작성한 지출 결의서, 즉 구매 내역입니다.

    사무용품점에서 테이프, 형광펜, 포스트잇, 클립 등 26만 5,000원어치를 구매했다고 돼 있습니다.

    법인카드 결제 영수증도 제대로 첨부했습니다.

    사실일까.

    사무용품점이 장부에 기록해뒀던 실제 거래 내역입니다.

    5월 12일 26만 5,000원이 기록돼있습니다.

    그런데 결제액이 마이너스로 표시돼 있고 반품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연구원이 카드로 결제만 해놓고 물건은 가져가지 않은 겁니다.

    나중에 필요할 때 26만 5,000원을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미리 결제만 해놓은 겁니다.

    이른바 선결제.

    이 부서에서만 이런 식으로 선결제한 건수가 1년 반 동안 23건이나 됩니다.

    다른 부서도 모두 마찬가지.

    연구원의 모든 부서가 법인카드로 일종의 카드깡을 해놓고 그 돈으로 사적인 물건들을 사서 써왔던 겁니다.

    본부장의 90만 원짜리 안락의자도 이처럼 법인카드 선결제를 이용해 샀기 때문에 연구원 서류 어디에도 안락의자를 샀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던 겁니다.

    해당 사무용품점을 찾아가봤습니다.

    연구비로 안락의자를 샀던 본부장은 감사 과정에서 이렇게 변명했습니다.

    "개인 의자는 언제 구매했나요?"

    "김 실장이 개인 비용으로 구매해야 한다고 했고 금액은 76만 원으로 확인해줘서 해당 금액만큼의 현금을 봉투에 넣어 김 실장에 전달했습니다. 이때가 4월 중순경이고 의자가 도착한 것은 5월경입니다."

    자기 돈으로 샀다는 겁니다.

    그러나 추궁이 이어지자 2차 조사에서 말을 바꿨습니다.

    "의자를 사라고 지시한 뒤에 구매 절차와 재원에 대해 김 실장으로부터 보고받은 적이 있습니까?"

    "보고받은 적 없습니다. 갑자기 안락의자에 대해 소명하라고 하기에 그제서야 김 실장에게 연구비로 안락의자를 구매하면 안 되는 것이냐고 물었고 김 실장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래서 의자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고 현금으로 76만 원이라고 해서 6월 8일에 김 실장에게 현금 76만 원을 전달했습니다."

    공금으로 안락의자를 샀는데 이게 문제 될지 몰랐다는 얘기.

    이해가 되시나요?

    심지어 부하 직원들에게는 누가 물어보면 공금이 아닌 본부장 개인 돈으로 산 거라고 하라고 지시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본부장의 얘기를 듣기 위해 찾아가봤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기술연구원은 고가의 안락의자와 서랍장을 구매한 본부장과 담당실장 2명을 각각 감봉 3개월과 직무 정지조치했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연구원과 사무용품점의 서류를 입수해 하나하나 확인해 봤더니 이렇게 법인카드로 선결제한 규모가 3,700만 원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서울기술연구원이 감사를 통해 환수 조치한 건 169만 원밖에 안 됐습니다.

    나머지 애플 이어폰이나, 즉석카메라, 휴대폰 액세서리를 산 건 용인해준 겁니다.

    직원들에게 징계 없이 주의 조치만 내려졌습니다.

    그렇다면 부서 운영비가 간부들 선물 사는 데 유용됐다는 의혹은 어떻게 조사됐는지 연구원에 물어봤습니다.

    서울기술연구원은 이에 대해 본부장이 산 안락의자를 선물로 표현한 것 같다며 그 외 다른 간부들에 대해서는 확인된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감독 기관인 서울시 역시 지난해 공금 유용 문제 등을 연구원으로부터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