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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태광그룹 김치·와인 강매 사건, 회장님은 무죄

[스트레이트] 태광그룹 김치·와인 강매 사건, 회장님은 무죄
입력 2021-09-12 20:44 | 수정 2021-09-1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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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허일후 입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유독 대기업 총수들에게 관대한 우리 사법체계의 현실을 들여다 보려고 합니다.

    박진준 기자 나왔습니다.

    ◀ 박진준 ▶

    안녕하십니까.

    ◀ 허일후 ▶

    박 기자, 지난 달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논란이 또한번 들끓었습니다.

    ◀ 박진준 ▶

    네, 서민들에게는 엄격하기만 한 사법시스템이, 재벌 앞에선 더없이 관대하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요 이 회장님들 얘기에 앞서서, 최근 세간의 관심을 피해 검찰에서 면죄부를 받은 한 회장님 얘기부터 해보려합니다.

    ◀ 허일후 ▶

    누구입니까?

    ◀ 박진준 ▶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입니다.

    ◀ 허일후 ▶

    그 태광의 이호진 전 회장하면 이른바 황제보석으로 유명한 그분이잖아요. 최근에는 계열사에 김치하고 와인을 강매한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구요, 박진준> 네, 이호진 전 회장이 연루됐던, 바로 그 김치*와인 사건, 검찰이 최근에서야 수사결과를 내놨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회장님만 쏙 빠져나갔습니다.

    ◀ 리포트 ▶

    1950년 세워진 태광산업은 섬유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회사입니다.

    1970년 초, 흥국생명을 만들어 금융업까지 발을 넓혔고, 1980년대 본격적인 전자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1990년 후반에는 케이블방송 등 미디어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계열사만 19개, 자산 규모가 8조 7천억 원이 넘는 재계 서열 49위의 그룹입니다.

    태광의 최대 주주는 이호진 전 회장, 2004년 회장 자리에 오른 뒤 기업 규모를 급성장시키는 수완을 보여줬지만 2010년 비자금 문제가 검찰에 포착됩니다.

    그러자 수사를 피해 네팔로 해외도피에 나섰다가 닷새만에 귀국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2010.10.16)]
    "수천억 원 비자금 조성 인정하십니까? 티브로드 정관계 로비 인정하십니까?" 결국 검찰에 구속된 이 회장의 혐의는 회삿돈 4백억원 횡령과 법인세 9억여원 포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구속된 지 63일 만에 병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간암으로, 간 35% 절제해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집과 병원만 오가겠다며 풀려난 간암 환자. 이후 재판도 보석상태에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이 자주 등장한 곳은 강남의 술집들이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3년전 병보석 중인 이 전 회장이 밤마다 술담배를 하며 유흥을 즐겼다는 사실을 집중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전 수행비서 (2018년 스트레이트 28회)]
    "월, 화, 수, 목, 금 매일이요. 술을 안 드신 날은 제 손가락, 열 손가락 아니 발가락까지 합해서 그 안에 들까 말까일 걸요. 취할 때까지 드세요." 이른바 ‘황제보석’이라며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호진 전 회장은 다시 수감됐습니다.

    2011년 병보석으로 풀려난 지, 7년 8개월 만입니다.

    그 사이 진행된 재판. 1심에서 선고된 징역 4년 6월, 벌금 20억 원은 최종 재판에서 징역 3년, 벌금 6억 원으로 감형됐고, 다음 달 출소를 앞두고 있습니다.

    재판과 구속, 보석이 반복되는 동안 이호진 전 회장의 재산은 3배나 늘어 1조 6천억 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이호진 전 회장의 최종 판결 재판을 며칠 앞둔 2019년 6월. 태광그룹 총수일가와 계열사가 연루된 또 다른 의혹이 터져나왔습니다.

    이른바 ‘김치*와인’ 강매사건. 태광 그룹은 2013년 계열사인 ‘티시스’가 운영하는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갑자기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부터는 아예 인근 공장에서 매년 수십 톤씩 생산했습니다.

    대량 생산한 김치는 어디에 팔았을까. 마트도, 홈쇼핑도 아닌 태광그룹 19개 계열사에 골프장 김치가 팔려나갔습니다.

    사내근로복지기금, 복리후생비 등 회삿돈으로 김치를 사들인 뒤, 직원들에게 성과급이라며 김치를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 당시 태광그룹 계열사 부장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로 일단 뿌렸죠. 그리고 각 사업부에 기부 지시를 했어요. 기부는 사회복지단체에 했죠.” 김치 가격은 10kg당 19만원, 시중 김치보다 최고 2~3배 비쌌습니다.

    이렇게 2년 동안 담근 '골프장 김치'는 512톤, 95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계열사와 하청업체에 와인도 강매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전 태광그룹 하청업체 대표]
    “명절 때마다 한 5백, 6백만 원. 그 정도 했던 거 같아요. 〈5백, 6백만 원이요?〉 예. 와인 리스트가 와요. 그중에서 사업부에서, 사업부 돈으로 사는 거죠. 회장님 사모님이 하는 회사죠.”

    와인을 판매한 회사가 벌어들인 돈은 46억원. 이 와인 판매사는 김치를 만들어 판 '티시스'의 자회사 였고 대표는 이 전 회장의 부인이었습니다.

    또 티시스는 이호진 전 회장과 아들, 딸과 아내 등이 100% 지분을 갖고 있던 가족회사였습니다.

    김치와 와인 매출이 늘면서 티시스는 2015년 25억 원, 그 다음 해에는 108억 원을 주주에게 배당했습니다.

    김치, 와인판매 이익을 고스란히 총수 일가가 챙겨간 셈이 된 겁니다.

    모두 이 전 회장이 병보석으로 나와 활동하던 시기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태광그룹 핵심관계자]
    “(저는) 김치·와인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2014년, 2015년에도 그룹 관련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산병원에서 (이 전 회장이) 임원들을 접견하는 모습은 제가 직접 목격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상시로 임원들을 접견하고, 경영 관련 그리고 법무 관련 (업무)도 포함될 것이고요. 여러 가지 그룹 전반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이호진 전 회장은 횡령 혐의가 드러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듯 보였습니다.

    바로 그 때, 태광그룹에 조직 하나가 신설됐습니다.

    삼성의 미래전략실 같은 경영기획실. 각 계열사에서 감사와 법무, 대관 인력들을 대거 끌어 모아 그룹 컨트롤타워의 위용을 갖췄습니다.

    경영기획실장은 그룹의 2인자인 김기유 실장이 맡았습니다.

    '골프장 김치'를 생산한 계열사 티시스의 대표가 바로 김기유 실장이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전 회장이 ‘은둔 의 경영자’로 실력 행사를 하며 경영기획실을 통해 계열사를 관리해 왔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성삼/당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 (2019.06.17.)]
    "이호진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하여 그룹 경영을 사실상 통괄하는 구조하에서 전 계열사를 동원하여…"

    공정위는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실장을 불공정하게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공정위가 고발한 지 2년이 지난, 지난 달 18일. 서울중앙지검의 고진원 부장검사가 지휘하는 공정거래조사부는 이 전 회장에 대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이호진 전 회장이 김치 거래로 인한 재무상황 등을 보고받거나 거래에 관해 지시 또는 관여했다는 사실을 인증할만한 자료가 없다” 그러면서 검찰은 김기유 실장만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호진 전 회장의 관여없이 김기유 실장이 모두 알아서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인 겁니다.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일까. 스트레이트는 이 전 회장 고발 이유가 담겨있는 공정위의 전원회의 의결서를 입수했습니다.

    경영기획실장인 김기유가 이호진에게 태광그룹의 주요 경영이슈, 실적 등을 주기적으로 보고하고 이호진은 관련한 주요 결정·지시 사항을 직접 전달하였다.

    취재진은 이호진 전 회장 측근으로 일 해왔다는 그룹 내 핵심관계자를 통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보여준 사진들입니다.

    김기유 실장이 이호진 전 회장 자택으로 서류를 들고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태광그룹 핵심관계자]
    "김치·와인 사건이 있었을 당시에, 2015년 6월에 이호진 회장 자택 앞에서 서류봉투를 들고 포착된 경영기획실장의 모습입니다."

    김기유 실장이 이 전 회장 집에 수시로 드나들며 업무를 보고해 왔다는 주장입니다.

    [태광그룹 핵심관계자]
    "하루에 최소 만남 회동의 시간이 5시간에서 6시간입니다. 이 사이에 본인(이 전 회장)한테 배당이 나오고, 본인이 대주주로 있는 개인 회사의 수입 부분을 보고를 안 했다는 것은… 도대체 5시간, 6시간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

    이 전 회장은 김기유 사장과 매주 2~3차례씩 밖에서 식사를 하고 술도 많이 마셨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전 수행비서 (2018년 스트레이트 28회)]
    "무조건 밖에서 드시죠. 그리고 식사하시고 나면 2차, 3차까지도 가시니까. 김기유 사장이랑 만났을 때는 술을 거의 많이 드세요. 거의 만취 정도. 차에서 못 내릴 정도니까요. 업고 올라간 적도 있는데요."

    이 전 회장과 가족들이 100% 지분을 갖고 있어 개인 회사와 마찬가지였던 티시스. 그룹 계열사가 총 동원돼 회장님 회사의 김치와 와인을 사주는 일을 회장님만 정말 몰랐을까. 스트레이트는 당시 경영기획실 책임자였던 김기유 사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김기유 / 전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
    (이호진 (전) 회장한테는 전혀 보고가 되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그렇죠. 그런 사소한 일까지 보고할 이유는 없는 거죠. 주식회사를 만들면 대표이사들이 업무 위임을 받아서 하는 거지 주주한테 어떻게 일일이 매번 보고를 합니까. (그 당시에 수시로 사택, 회장님 사택에 드나드시고 했던 사진도 있었잖아요.) 글쎄요. (당시에 업무 보고하시고 그랬던 건 아니에요?) 글쎄요. 그런 업무를 보고한 적이 없습니다.

    김기유 사장은 몇 년 전 티시스 사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태광그룹에서 법률 자문을 받으며 재판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호진 전 회장만 쏙 빠져나간 검찰 수사. 시민단체가 다시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진정서를 내고 항의했지만, 검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담당 수사관 “자료가 있어야만 기소가 가능하고 처리가 가능한데, 그런데 저희가 이 김치, 다 해서 조사를 해봤는데 이미 거기 있는 전산 자료하고 가지고 있던 자료들이 빼돌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싹 갈아버렸어요.” 혐의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사라져 기소할 수 없다는 겁니다.

    태광그룹은 "김치*와인 사건으로 이 전 회장이 사익을 부풀렸다는 공정위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현재 관련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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