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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6백억원이 1조원으로

[스트레이트] 6백억원이 1조원으로
입력 2021-09-26 20:36 | 수정 2021-09-2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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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엽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부터 스트레이트 진행을 맡은 김효엽입니다.

    ◀ 허일후 ▶

    안녕하십니까, 허일후입니다.

    ◀ 김효엽 ▶

    오늘은 곽승규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곽승규 ▶

    안녕하세요.

    ◀ 김효엽 ▶

    곽 기자, 이번 취재, 어떤 내용입니까?

    ◀ 곽승규 ▶

    네, 1조원 대 사기 사건을 일으킨 한 다단계 업자와 그를 비호한 정치권, 그리고 검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허일후 ▶

    야~ 1조 원 대요? 피해 금액부터 어마어마합니다.

    피해자들도 많았을 텐데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수사당국에서는 몰랐던 건가요?

    ◀ 곽승규 ▶

    취재해 보니, 분명 수사기관에서 제동을 걸 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거나, 안 했던 거죠.

    먼저 '제2의 조희팔'이라고 불리는 이 인물이 벌인 사업의 실체부터 추적했습니다.

    ◀ 리포트 ▶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 (2014년 행사 영상)]
    "여러분들이 저한테 만날 비전이 뭐냐고 물어보잖아요. 맞죠? (네!) 우리 회사 비전은 여러분들을 다 부자로 만들어드리는 게 비전이에요. (환호성)"

    회사 창립 7주년 행사에 등장해 회원들에게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열변을 토하는 한 남성. IDS 홀딩스의 김성훈 대표입니다.

    행사장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축하 인사에 이어, 자유선진당 대표와 새누리당 고문을 지낸 변웅전 전 의원, 그리고 당시 자유한국당 현역 국회의원이던 경대수 전 의원의 영상 편지도 등장합니다.

    [변웅전 / 전 새누리당 고문·자유선진당 대표]
    "금융업계 선두주자로 비상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경대수 당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IDS아카데미 창립 7주년을 맞이해서 회장님과 대표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김성훈 대표가 주최한 또 다른 행사에 도착한 축하화환들.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이 즐비합니다.

    북부지방검찰청 검사장과 부장검사는 물론 경찰서장이 보냈다는 화환도 보입니다.

    김성훈 대표가 내세운 사업 모델은 홍콩 외환시장 투자였습니다.

    홍콩 현지 법인으로 돈을 보내 외환시장에서 'FX마진거래'라는 파생상품 거래를 하는 딜러들에게 증거금을 빌려주면, 수수료로 월 1~4%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습니다.

    [IDS 사기사건 피해자]
    "내가 천만 원을 넣었는데 1년에 해약하면 천 만원 내준다. 해약금 내준다. 원금 내준다. 그 대신 이자만 반납하면 된다. 원금이 보장되니까 하는 거야."

    원금보장에 고수익까지 장담하는 거나, 거액의 외화를 당국의 허락 없이 홍콩으로 보내는 방식 모두, 사실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김 대표의 화려한 인맥에 투자자들은 의심을 거둘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홍성준 /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
    "중요한 건 사기꾼 집단에서는 정치권 인사가 왜 필요할까. 자신들의 사기 행각을 일반 시민들이 마냥 속지만은 않을 거 아닙니까. 의심할 때쯤 그런 사람들이 나타나서 홍보를 해준다든지 신뢰를 다시 부여해준다든지."

    돈을 먼저 넣은 회원이 모집책이 돼 다른 회원을 끌어들이면 인센티브를 주는 '다단계'방식으로 투자자들은 점점 늘어났습니다.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 (2014년 행사 영상)]
    "딴 데 쳐다보면 안 된다고 그랬죠? 시야를 가리고 앞에 보시고 저를 철통같이 신뢰를 하시고 따라오시면 돈은 제가 벌어드리겠습니다. (환호성)"

    하지만 2014년 9월 김성훈 대표는 첫 위기를 맞습니다.

    IDS홀딩스의 사업모델을 수상하게 여긴 피해자들의 고발로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진 것입니다.

    이때까지의 피해액은 아직 6백억 원 대였습니다.

    다급해진 김 대표는 정치권과 연이 닿아있는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바로 7주년 축하 인사에 등장했던 경대수 의원의 보좌관이던 조 모 변호사였습니다.

    경대수 의원의 법률사무소부터 의원실까지 7년을 경 의원과 함께 해왔습니다.

    조 변호사는 보좌관을 사임하고 불과 한 달여 만에 김 대표의 변호사로 변신했습니다.

    그리고 담당 검사를 사석에서 만났다면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시작합니다.

    [조oo 변호사(경대수 의원 보좌관 출신)]
    "담당검사하고도 제가 여러 차례 만나서 얘기를 나눴는데 검사 역시도 굉장히 좀 다른 피의자들과는 좀 다르다는 말을 사석에서 저한테 한 적도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한 명도 없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조oo 변호사(경대수 의원 보좌관 출신)]
    "이 사건의 가장 특이한 장점, 변론할 때 있어서 장점, 특이한 점 중에 하나가 피해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피해자가 없다는 변호사의 말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수사 초기 김성훈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된 김 대표는 우선 자신을 고발한 피해자들의 원금부터 갚기 시작했습니다.

    피해금액을 변제했다고 재판부에 호소해, 감형받는 걸 노린 겁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돈의 출처는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들의 돈이었습니다.

    수사받는 와중에도 계속 사업을 하며 새로 투자금을 모집해 자신을 고발한 피해자들의 돈을 갚은 겁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았다는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했습니다.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판사 출신,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
    "이 사람이 재판을 받는 동안에 사기를 쳐서 사기 친 돈으로 앞의 사기의 돈을 갚는 거예요. 그러니까 법원에서는 '아 그러면 집행유예 해줘도 되겠네.' 이런 잘못된 판단을 한 거죠. 이런 사건들을 보면 항상 이게 무슨 돈으로 갚았는지를 따져야 되는데 그걸 잘 안 해요."

    집행유예 판결은 오히려 김성훈 대표의 사기 행각에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IDS홀딩스는 경제범죄에서 재벌들이나 받을 수 있는 판결을 받았다며 '집행유예'를 홍보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IDS홀딩스 측 강사]
    "대부분의 재벌들이 받는 3·5법칙,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이걸 받았습니다. 저는 이걸 보면서 벌써 IDS가 재벌의 반열에 올라선 건가."

    김 대표는 집행유예 기간 동안 오히려 해외까지 진출해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집행유예 기간 연 해외 행사)]
    "베트남, 일본, 홍콩, 아시아 어느 곳에든 네트워크는 구성이 됐습니다."

    계속되는 돌려막기 행각에 수사당국은 2016년 다시 김 대표를 체포했고 법원은 그제서야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첫 재판 당시 672억 원이었던 피해액은 1조 1,600억까지, 피해자는 1만 2천여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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