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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대형 사기극의 인맥

[스트레이트] 대형 사기극의 인맥
입력 2021-09-26 20:46 | 수정 2021-09-2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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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하, 그러니까 법원은 김성훈 대표가 피해자들에게 돈을 갚았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는데…

    사실 갚았다는 돈도 다른 피해자들의 돈이었다는 거잖아요?

    ◀ 김효엽 ▶

    그것도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이런 돌려막기를 했다는 건데.

    재판부가 속아 넘어간 건지 봐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결과적으로 600억 대 사기가 1조 원대까지 커지게 됐어요.

    ◀ 곽승규 ▶

    법조인 출신 유력 정치인의 최측근 변호사를 쓰고, 이 변호사의 논리가 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면서 오히려 대형사기 사건으로 번지게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허일후 ▶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사기사건이라면 김성훈 대표와 IDS홀딩스의 인맥이 어마어마했나 보군요…

    ◀ 곽승규 ▶

    네, 그렇습니다.

    김 대표의 인맥은 정계와 법조계 그리고 경찰에까지 광범위하게 뻗어 있었습니다.

    ◀ 리포트 ▶

    2천 년대 후반 외환거래 교육사업에 뛰어든 김성훈 대표는 그즈음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담당 경찰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서울 강남경찰서 경제팀의 윤모 경사였습니다.

    이후 두 사람 사이는 김성훈 대표가 윤 경사에게 회식하라며 용돈을 줄 정도로 끈끈한 사이가 됩니다.

    급기야 윤 경사는 2015년에는 자신의 승진을 김 대표에 부탁하기까지 합니다.

    [윤 모 경사(음성대역)]
    "이번에 경위로 특진으로 승진하려면 '빽'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하네요. 도와주십쇼."

    어찌 된 일인지 청탁은 현실이 돼 윤 경사는 특진에 성공합니다.

    김성훈 대표는 이때 이미 6백억 원대 피해가 발생한 첫 재판의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홍성준 /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
    "한심한 일이죠. 경찰이나 국가기관에 사기 범죄자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것 자체가 끔찍한 일이고요."

    청탁을 들어준 대신 김 대표는 승진한 윤 경위에게 영등포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으로 자리를 옮길 것을 요구합니다.

    당시 IDS홀딩스 사무실의 위치는 여의도. 바로 영등포경찰서 관할 지역이었습니다.

    [김성훈 IDS 홀딩스 대표(음성대역)]
    "IDS홀딩스를 관할하는 영등포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으로 와야 나를 도와줄 수 있다."

    [윤 모 경위(음성대역, 승진 후인 2015년 9월 김성훈에게 보낸 문자)]
    "서장이 내가 지능팀 지원했을 때 계속 거부하다가 나중에 거부할 수 없는 '빽'이 들어왔다며 발령냈대요."

    누군가의 입김 덕분에 영등포서 지능팀으로 발령이 난 윤 경위는 경찰청의 유사수신업체 단속계획을 흘려주며 김 대표에게 협조합니다.

    [윤 모 경위(음성대역)]
    "경찰청 수사국이 IDS홀딩스를 포함하여 유사수신업체를 관리하며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김성훈 대표는 자신이 고소한 다른 사건이 윤 경위에게 배당되도록 손을 쓰기도 했습니다.

    [김성훈 IDS 홀딩스 대표(음성대역)]
    "오늘 고소 건 하나 들어갈 거야. 너한테 배당하라고 했다."

    [김성훈 IDS 홀딩스 대표(음성대역)]
    "내 지휘 받아서 잘 처리하자. 김oo만 구속하면 됨."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6천만 원이 넘는 뇌물을 윤 경위에게 건넸습니다.

    그렇다면 김성훈 대표의 부탁을 받아 경찰의 사건 배당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윗선은 누구였을까?

    바로 구은수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김성훈 대표와 구은수 청장을 엮는 핵심 고리 역할을 한 사람은 IDS홀딩스에서 '회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던 유 모 씨입니다.

    과거 자민련 후원회장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진 충청지역 마당발입니다.

    [이민석 / IDS홀딩스 피해자 연합회 측 변호사]
    "당시에 김성훈이가 불러온 소위 브로커가 있었어요. 소위 로비스트. 그 사람 이름이 유oo이에요. 상당히 정관계 엄청난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이에요. 근데 그 사람이 2013년 정도에 IDS홀딩스로 들어옵니다."

    유 회장은 김성훈 대표가 한창 사업을 벌리던 2014년 무렵 여러 인물을 소개시켜줬습니다.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실의 김 모 보좌관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김 보좌관은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구은수 청장과 같은 충북 옥천 출신이기도 했습니다.

    김성훈 대표는 유 회장을 통해 김 보좌관에게 먼저 2천5백만 원을 건넸습니다.

    자신과 특수관계인 경찰관 윤 씨 등이 승진할 수 있게 구은수 청장에게 청탁을 넣어 달라며 준 돈입니다.

    나중에는 윤 경위를 김 대표 자신의 사건에 배당해 달라는 요구도 구은수 청장에게 전해졌습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협회장)]
    "이게 일종의 사건 배당 문제인데요. 통상적으로 경찰수사 단계에서는 배당의 어떤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더 나아가서는 경찰청 내부의 어떤 상급자라고 하더라도 이 배당에 관련해서는 안되는 겁니다. 특정 경찰관에게 배당을 시킨다면 외관상으로도 굉장히 수사과정이 오염될 수가 있고."

    IDS홀딩스 7주년 행사에 축하 인사를 보냈던 경대수 전 의원도 사실 유 회장의 인맥이었습니다.

    검사 출신 경 전 의원은 현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충북선대위원장 역할을 맡고 있을 정도로 충청지역에서 영향력이 여전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첫 재판에서 김성훈 대표의 집행유예를 이끌어낸 조 모 변호사도 경대수 전 의원의 최측근 보좌관이었습니다.

    [조oo 변호사(경대수 의원 보좌관 출신)]
    "제가 김성훈 대표님을 처음 뵙게 된 것은 2014년 7월이었습니다. 제가 국회에서 보좌관 생활을 좀 했었습니다. 보좌관 생활을 하다가 변호사로 복귀를 하고 얼마 안 있어서 맡았던 사건이었습니다."

    서울 지역 경찰의 최고 책임자가 일선경찰서 사건 배당에까지 관여하며 김성훈 대표의 편의를 봐준 내막은 2017년 검찰 수사에서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구속 기소됐고, 뇌물을 받고 수사 정보 등을 흘려준 윤 경위는 지난 2017년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입니다.

    그런데 당시 검찰 수사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습니다.

    뇌물을 건넨 김성훈 대표의 뇌물 공여 혐의는 검찰이 최근까지 기소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김 대표는 1조 원 대 사기죄로 수감 돼 있을 뿐 경찰관에게 뇌물을 준 별도의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아무 죄도 묻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상훈 /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뇌물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있는데 받은 사람이 처벌이 됐으면 준 사람에 대해서도 당연히 뇌물공여죄 부분을 수사를 해서 그것이 혐의가 있으면 기소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에 반발하던 IDS홀딩스 피해자들은 지난해 4월 따로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달에야 김 대표를 추가 기소했습니다.

    뇌물을 받은 윤 경위가 기소된 지 4년 만에 이루어진 늑장 조치. 이유를 묻는 스트레이트의 질문에 검찰은 "해당 사건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최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는 짤막한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문제는 그 돈을 줬다는 사람을 사실상 거의 기소를 하지 않고 꽤나 오랜 시간이 흘러왔다는 거죠. 그리고 이제 와서야 그 사람을 기소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으니 만약에 검찰이 그 당시에 수사가 적법했다면 지금도 기소하지 않아야 하는 게 적법한 것이고 그 당시에 알았다면 그 당시에 기소해야 하는 게 옳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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