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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검사실에 모인 죄수들

[스트레이트] 검사실에 모인 죄수들
입력 2021-09-26 21:05 | 수정 2021-09-2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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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자… 또 다른 인물이 한 명 더 등장했군요. 이번에는 검사입니다.

    김영일 부장검사…

    ◀ 김효엽 ▶

    네 이 검사가 유독 김성훈 대표의 범죄에만 눈을 딱 감은 건데…

    검찰과 김 대표 사이에 거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석연치 않은 건 분명해 보입니다.

    ◀ 허일후 ▶

    그런데 의문이 드는 점이 또 있어요.

    김영일 검사는 김 씨가 자백한 사건들을 발판으로 승승장구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수감 중이었던 김성훈 대표는 뭘 얻었을까요?

    ◀ 곽승규 ▶

    그게 핵심인데요.

    사실 자백을 하지 않았으면 범죄 자체가 드러나지 않았겠죠, 그럼.

    김성훈 대표가 대체 뭘 얻으려 한 건지…

    김 대표의 진짜 노림수, 그 실체를 추적해 봤습니다.

    ◀ 리포트 ▶

    김성훈 대표가 두 번째로 붙잡혀 수감 생활을 하던 지난 2017년.

    IDS 홀딩스 피해자들 앞에 자신을 김 대표의 대학동기이자 오랜 친구라고 소개한 한 사업가가 나타났습니다.

    한 모 씨였습니다.

    한 씨는 피해자들에게 김성훈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대신 갚아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건넸습니다.

    [한oo(음성대역)]
    "나는 김성훈과 17년 친구입니다. 투자자들에 대한 피해 변제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한 씨는 성공한 사업가도 김 대표의 오랜 지인도 아니었습니다.

    사기 전과자인 한 씨는 지난 2016년 2억여 원의 사기를 친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됐습니다.

    역시 서울구치소로 붙잡혀 들어온 김성훈 대표와 이때 구치소에서 처음 만나게 됩니다.

    김 대표가 1조 원 대 다단계 사기 사건 주범이고, 그 뒤에 거액의 은닉 재산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한 씨는 김성훈 씨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한oo(음성대역)]
    "내가 보석으로 출소할 예정이니 해외에 있는 IDS홀딩스의 자금을 나에게 주면 사업성이 있는 다른 회사를 인수하여 그 회사의 지분을 나누어주는 방식으로 피해를 대위변제하고 합의서를 받아주겠다."

    당시 김성훈 대표는 두 번째 검거 후 1심 재판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은 상황이었습니다.

    2심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피해자들과의 합의가 절실했습니다.

    하지만 사기를 친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돌려막기로 피해자들을 달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김 대표는 브로커 한씨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이들의 시나리오는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먼저 보석으로 풀려난 한 씨가 차세대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 겉보기에 그럴듯한 투자회사를 차립니다.

    그러고는 이 투자회사 지분을 나눠주겠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하고, 그 대가로 김 대표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불 불원서를 받아내는 방법이었습니다.

    한 씨는 배터리 사업의 가치가 5천4백억 원에 달한다고 피해자들을 꼬드겼지만, 실제 가치는 수십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피해자들이 사기당했던 돈과 비교하면 실제론 휴지 조각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합의가 아니라 실제로는 돈을 뜯긴 피해자들을 한 번 더 속이는 2차 범죄였던 겁니다.

    이를 위해 그럴 듯한 사무실을 차리고 피해자들을 구슬릴 직원들을 구하는 데는 돈이 필요했습니다.

    김성훈 대표는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거액의 은닉자금 중 27억 원을 한 씨에게 전달할 방법을 찾습니다.

    [이민석 변호사]
    "한oo이가 아무 대가도 없이 탄원서를 받아올 리 없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어떻게 했냐면 그때 김성훈이가 이제 이런 얘기를 한 거죠. 실은 홍콩에 범죄수익 은닉금이 있는데 그거를 너한테 주겠다. 근데 그렇다 그러면 범죄수익 은닉 모의할 장소도 필요하잖아요. 이게요. 구치소에서 그거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숨겨놨던 돈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김 대표의 자금 관리인을 비롯한 외부 조력자들과도 보조를 맞춰야 했습니다.

    하지만 감시가 삼엄한 교도소에서는 서로 의논도, 외부 연락도 쉽지 않았던 상황.

    피해자들은 김성훈 대표가 이런 계획을 모의한 곳으로 의외의 장소를 지목했습니다.

    바로 김 대표가 구은수 전 청장 사건을 자백한 김영일 검사의 검사실입니다.

    실제로 김영일 검사실 출정 기록을 보면 한 씨가 보석으로 풀려나기 전까지 김 대표와 한 씨가 무려 23번이나 같은 날 검사실에 드나들었습니다.

    그리고 김영일 검사실에 또 다른 IDS홀딩스 관계자가 드나드는 것이 목격됐습니다.

    준법감시 업무를 담당하던 예 모 씨.

    실제로는 수감 상태인 김성훈 대표의 은닉 재산을 관리하며 한 씨에게 돈을 건네는 역할을 맡았던 자금 관리인이었습니다.

    처벌불원서를 받기 위한 2차 범죄의 핵심 인물들, 그러니까 김성훈 대표, 한 모 씨 그리고 예 모 씨가 모두 김영일 검사실을 드나든 게 확인된 겁니다.

    [홍성준 /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
    "김성훈을 포함해서 공범들을 수시로 김영일 검사실에서 불러가지고. 명목은 수사에 필요한 범죄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너무 많은 횟수이고 더군다나 외부에서까지 들어와서 이렇게 됐고요. 결과적으로 중요한 거는 그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추가범죄였습니다."

    결국 검사와 죄수가 각자 원하는 걸 위해 거래를 했다고 피해자들은 믿고 있습니다.

    즉, 김영일 검사는 뇌물사건들을 줄줄이 자백받아 실적을 올렸고, 수감 돼 있던 김 대표는 자신의 형량을 깎을 계략을 공범들과 의논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 받았다는 겁니다.

    피해자들은 결국 '검사가 2차 범죄를 사실상 방조해 김성훈에게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은 거'라고 주장합니다.

    피해자들이 김영일 검사에 대한 감찰과 징계를 요구하며 진정서를 제출한 이유입니다.

    [금융피해자연대 회원(2020년 2월 17일)]
    "김영일 검사는 실적에 눈이 어두워 김성훈과 외부인을 격리시키지 아니하였고 결국에는 검사실이 범죄수익 은닉 장소로 이용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진상 조사는 제대로 이뤄졌을까? 검사실 뒷거래 의혹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건 지난해 2월이었습니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 2020년 2월3일]
    "추가 범죄를 상담하며 공범을 만난 곳 중에 하나로 검찰청의 검사실이 지목됐습니다."

    이 보도가 나가고 사흘 뒤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무부 대변인실 사무소 개소식.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서초동을 찾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개소식 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났습니다.

    윤 총장의 집무실에서 이 보도와 관련된 대화도 나눴다고 합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오히려 김영일 검사를 칭찬했다는 게 추 전 장관의 주장입니다.

    추 전 장관이 지난 5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음성대독, 지난 5월 페이스북 글 발췌]
    "총장은 김oo검사가 전 경찰청장 구oo의 뇌물 혐의를 인지하는 등 매우 유능한 특수부 검사라고 칭찬을 자자하게 했습니다. 검사의 징계청구권자는 총장이어서 총장의 청구 없이 검사 징계는 불가능합니다. 언론이 아무리 떠든다 해도 징계는 올라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들었지만 의정관 개소식 시간이 임박해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추 전 장관의 말대로라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김영일 검사가 사건 제보를 대가로 김성훈 대표에게 편의를 봐줘 2차 사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보도를 보고도 김 검사를 두둔한 셈입니다.

    [이민석 /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 변호사]
    "내가 검찰총장 같으면요. 그런 일에 대해서 우리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앞으로 조사를 철저하게 하겠다. 이렇게 말하는 게 정상이에요. 그런 말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김영일 검사는 수사를 잘 하고 있다. 훌륭한 검사다 이렇게 얘기했다는 거예요. 그러면 충분히 유추 가능하잖아요?"

    김영일 검사는 윤석열 총장 부임 직후 대검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으로 영전한 상태였습니다.

    대검수사정보정책관실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립니다.

    윤 총장이 핵심 참모 조직 소속인 김 검사가 연루된 문제를 알고도 눈을 감은 건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스트레이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에 추미애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인지, 김영일 검사 문제는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지휘 책임은 없었는지 물었습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에 대해 "한쪽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서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만 답했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김영일 검사에 대한 징계는 윤석열 검찰 총장이 퇴임하고 나서야 본 궤도에 올랐습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검이 피해자들에게 보낸 사건결정결과 통지서입니다.

    "진정인들이 진정한 내용을 포함해 피진정인 김영일 검사실에서 수감자들의 사적인 통화나 면담 등이 다수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한 대검찰청에 건의, 징계 절차가 이루어졌다"고 돼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김영일 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근무지를 찾아가봤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대신 문자메시지를 통해 검사실에서 2차 범죄 모의가 이루어졌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방송에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있다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앞서 김 검사는 다른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도 "각자의 사건이 있어서 조사한 것"이라며 김 대표와 한 모 씨가 검사실에서 만날 수 있게 해줬다는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렇듯 은밀한 사법거래의 통로로 지목되는 검사실 '출정' 법무부는 지난해 20회 이상 검찰청 소환 전력이 있는 수감자 6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30%(31.1%) 넘는 수감자들이 출석 요구를 받으면서 어떤 사건에 대해 어떤 신분으로 조사받는지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답했고, 검사나 수사관으로부터 회유나 압박을 당하며 부당한 진술을 요구받은 적이 있다는 답변도 33.8%에 달했습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정책연구소 박사]
    "출정에 오면, 출정 오는 게 서로 간의 니즈가 맞다라고 했잖아요.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편익을 제공하지 않으면 그 사람 입이 안 열리는 거죠. 그러니까 이거는 어떻게 보면 그냥 인과법칙인 거 같아요. 출정을 해서 그 사람들을 오게 끔 만드는 이유가 내가 원하는 진술을 듣기 위해서라면 기브 앤 테이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 김효엽 ▶

    6백억 원에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 1조 원대 사건으로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주범은 붙잡혀있는 와중에도 2차 범죄를 모의한 걸로 보입니다.

    그 뒤에는 정치권과 경찰, 검찰의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 허일후 ▶

    김성훈 대표는 조사를 받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사용처를 밝힐 수 없는 돈도 있는 법입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범죄자들과 권력자들의 끈끈한 관계, 스트레이트가 계속 감시하겠습니다.

    ◀ 김효엽 ▶

    끈질긴 추적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허일후 ▶

    저희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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