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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1,380억원은 어디로?

[스트레이트] 1,380억원은 어디로?
입력 2021-10-10 21:11 | 수정 2021-10-1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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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엽 ▶

    정운호 게이트의 두 갈래였던 거죠.

    네이처리퍼블릭의 정운호 대표 사건과 이숨투자자문의 송창수 대표 사건.

    워낙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라서 기억이 생생합니다.

    ◀ 허일후 ▶

    대표 송창수, 브로커 이동찬, 변호사 최유정.

    둘도 없는 동업자였다가 수사가 들어오자 서로 배신을 하고...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네요..

    ◀ 장인수 ▶

    지금부터 전해드릴 이야기는 더 영화 같습니다.

    집행유예로 기사회생하는 듯했던 송창수 대표가 징역 17년을 살게 된 건 투자 사기가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인데요.

    이숨투자자문 사건으로 가로챈 돈은 1,380억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돈의 행방이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 허일후 ▶

    와 액수가 어마어마하네요.

    그렇다면 송창수 대표나 관련자들이 이 돈을 어딘가에 감춰두고 있는 거 아닙니까?

    ◀ 장인수 ▶

    네, 먼저 1,380억 원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또 이 때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부터 추적해봤습니다.

    ◀ 리포트 ▶

    송창수 대표는 잇따라 여러 건의 금융 다단계 사건을 일으킨 연쇄 사기범이었습니다.

    2013년 설립한 인베스트컴퍼니.

    투자회사 취업을 미끼로 구직자 7백여 명을 끌어모은 뒤 100억 원을 받아 가로챕니다.

    두 번째는 2014년 설립한 리치파트너.

    1900여 명으로부터 800억 원을 받아 챙겼습니다.

    세 번째는 2015년에 설립한 이숨투자자문회사.

    이 회사에서는 2700여 명을 모집해 6개월 만에 1380억 원을 투자받았습니다.

    수법은 비슷했습니다.

    돈을 맡기면 해외 선물에 투자해 수익을 올려 매달 2.5%의 이자를 지급해주겠다고 투자자들을 꼬드겼습니다.

    [이○○/이숨투자자문 사건 피해자]
    "원금은 절대로 손해 볼 일이 없다는 얘기로 설명을 들었고 선물 투자지만 안전하게 굴릴 수 있기 때문에 월 2.5%는 보장해 준다."

    하지만 투자금을 왕창 끌어 모은 뒤 갑자기 회사 문을 걸어닫고 도주하는 전형적인 금융사기였습니다.

    [송창수/이숨투자자문 직원연수 (2015년)]
    "그 자꾸 초과해서 받아봤자 회사 위험성만 커지는 상황밖에 안 되거든요. 근데 아까 저기 뭐야, 최○○ 이사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투자 유치 방법이 정말로 이런 상황이에요. 지금 그러면 제가 계산했을 때 내년 한 1월, 2월 정도 되면 우리가 운영할 수 있는 금액을 넘어 버려요."

    피해자들의 돈으로 송씨는 호화 생활을 즐겼습니다.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1천만원씩을 내며 서울 청담동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살았고, 벤틀리, 마이바흐 등 수억원대 외제차 4대를 몰고 다녔습니다.

    -벤틀리 플라잉스퍼 (3억 4천만원)
    -벤츠 마이바흐 S600 (3억 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롱바디 (2억 원)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1억4천만 원)

    부하 직원과 이동찬 씨 등 브로커들에게도 벤츠와 BMW를 제공했습니다.

    [이○○/이숨투자자문 사건 피해자]
    "차도 엄청 많이 샀었고 그다음에 마크힐스라고 하는 청담동에 있는 거기에 집도 월세로 살고 있었고 사무실도 엄청 호화롭게 차려놨었기 때문에 ‘저게 다 우리 돈으로 샀을 텐데’라는 생각도 사실 들었었고…"

    하지만 가장 먼저 일으킨 인베스트컴퍼니 사기행각이 덜미를 잡히면서 2015년 8월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습니다.

    최유정 변호사 선임의 계기가 된 판결입니다.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이숨투자자문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에 곧바로 다시 체포됩니다.

    구치소에 갇혀있던 송 대표의 관심사는 이숨투자자문을 통해 끌어 모은 1380억 원을 최대한 빨리 빼돌리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교정당국은 수감자들의 접견을 모두 녹음합니다.

    스트레이트는 송창수 대표를 면회온 이동찬 씨, 측근 권 모씨, 그리고 송 대표 여자친구 신 모 씨 등이 등장하는 접견 녹음 파일을 입수했습니다.

    기간은 180일, 분량은 30시간 정도였습니다.

    먼저 2015년 8월31일 녹음된 내용입니다.

    [송창수-권**, 김** 접견 (서울구치소/2015년 8월 31일)]
    권**: 오늘 아침에 금감원에서 회사 들어왔었는데..
    송창수: 금감원에서?
    권**: 네 와서 봉인 딱지 다 붙이고..
    송창수: 무슨 딱지?
    권**: 봉인 딱지 봉인표
    김**: 문 같은 거에다 붙여가지고 못 열고 뭐 하드 못 바꾸게 해가지고 A4용지로 뭐 붙여놨답니다.

    금융감독원이 이숨투자자문의 사무실을 현장조사한 당일, 이 사실이 구치소안 송창수 대표에게 바로 전달된 겁니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눈치챈 송 대표는 측근들에게 은행에서 돈부터 인출하라고 말합니다.

    [송창수-권** 김** 접견/서울구치소 2015년 8월 31일]
    송창수: 돈을
    권**: 네.
    송창수: 100만원 짜리로 빼. 일단. 다 빼. 100만원 짜리로.
    권**: 네?
    (중략)
    송창수: **아. 상황 파악해. 일단 돈 다 빼.
    권: 네.
    송창수: 무조건 빼 일단. 걸리면 모른다고 하고 CD(양도성예금증서)로도 다 빼.

    증거 인멸도 지시합니다.

    [송창수-권** 김** 접견/서울구치소 2015년 8월 31일]
    송창수: 그 내 방에 있는 서류들 있지? 응? 그리고 뭐 네 방 저기 있는 방, (금감원) 봉인 찢어져도 상관없어.
    권**: 버려요 다?
    송창수: 응. 찢어버려.

    이틀 뒤 송창수 대표는 은밀하게 그 돈을 누군가에게 맡기라고 말합니다.

    이 누군가가 배신할 경우에 대비해 촬영도 해놓으라고 합니다.

    [송창수-권**, 김**, 신**(애인) 접견 /서울구치소 2015년 9월 2일]
    송창수: 너네도 더 알아보지 말고 일단 여기다가 맡겨.
    접견인: 알겠습니다.
    송창수: 남겨.
    접견인: 남겨놔야 돼요?
    송창수: 응 사진 찍고 음성 다 녹화해서 따로 파일 남겨.
    접견인: 네 네.
    송창수: USB에다가. 네가.

    진행상황은 수시로 구치소 안으로 보고됐습니다.

    [송창수-권**, 김** 접견/서울구치소 2015년 9월 25일]
    송창수: 건대 그거는 다 정리됐어 그러면?
    접견인: 건대?
    송창수: 신한은행
    접견인: 어. 네. 다 (인출)돼 가지고 (현찰로) 바꾸고 다 했다고 합니다.
    송창수: 거기서 가지고 있어 그럼?
    접견인: **씨(애인)한테 준다고 합니다. 다 바꿔 가지고..

    돈을 인출하라는 지시는 실제로 실행됐습니다.

    송창수 대표 판결문을 보면,

    이숨은 2015년 3월부터 8월 24일까지 신한은행 건국대지점 계좌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1380억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두 달 뒤 이 계좌에 가압류가 걸렸을 때 남아있는 돈은 223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송 대표 측이 인출한 뭉칫돈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황입니다.

    이숨으로 들어온 돈은 모두 1,380억원.

    이중 피해자들이 환수한 돈은 140억 원에 불과하고, 송창수 대표의 다른 사기 사건 피해자에 '돌려막기'로 들어간 돈은 약 5백억원 대로 추정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빼돌린 현금, 변호사 비용, 호화 생활에 쓴 돈을 감안해도 500억 원 이상이 빕니다.

    [이○○/이숨투자자문 사건 피해자]
    "아무리 계산을 해도 몇백억 원은 남아있을 텐데. 그럼 그 돈은 어디다 놨을까? 저희 계좌에는 없고 그러면 어딘가 분명히 숨겨놨을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취재진은 접견 녹음에 등장하는 송 대표의 측근 권 모씨를 수소문해 연락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권 씨는 입을 닫았습니다.

    [권○○/전 이숨투자자문 직원]
    "저도 아는 거 없고 이거 방금 말씀하신 것들은 대충 중앙지검에서 몇 번 다뤄서 저도 다 얘기하고 뭐 아는 게 없어서…"
    (송창수 씨가 이제 ‘현찰로 다 빼라, 안되면 수표로라도 빼라’ 이런 내용들이 나오거든요. 그거 들었던 기억은 나세요?)
    "아니요, 그건 제가 따로 말씀드릴 건 없을 것 같고…"

    그런데, 이 돈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제보가 스트레이트 팀에 들어왔습니다.

    "(송창수 대표가) 교환한 수표를 가지고 상품권도 사고, 이제 세탁해서 그거를 결국 나중에 5만 원권 현금으로 바꾸는 그런 작업을 한 거예요. 그렇게 해서 나중에 그걸 둘둘, 상하면 안 되니까 랩이나 이런 걸로 둘둘 말아서는 박스에다 넣어서 보관을 하는 그런 형태를 취한 거죠."
    (그 박스를 직접 보시거나 그 비닐랩으로 씌우는 걸 보시기도 하셨나요. 선생님?)
    "그럼요, (송창수 대표가) 막 사진 찍어서 자랑도 하고 그랬어요. 저희한테 보여주기도 하고…"

    송창수 대표와 한때 형제처럼 지냈던, 법조 브로커 이동찬씨의 제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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