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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펜션 수영장의 비밀

[스트레이트] 펜션 수영장의 비밀
입력 2021-10-10 21:23 | 수정 2021-10-1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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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제보자가 이동찬 씨군요.

    이동찬 씨는 이숨투자자문 이사도 맡았고,

    송창수 대표한테 활동비로 10억원도 받을 만큼 가까웠던 사이니까 당연히 뭔가 알고 있었을 것 같네요.

    ◀ 김효엽 ▶

    그런데 이동찬씨는 법조브로커였고 뇌물, 변호사법 위반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사람이고

    더구나 송창수 대표와는 사이가 틀어져 서로의 죄가 더크다고 폭로전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동찬 씨 제보...무조건 믿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 장인수 ▶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동찬씨는 이미 형이 확정된 상태라서 사실 공범의 여죄가 드러난다고 해서 본인이 얻을 것도 별로 없습니다.

    ◀ 허일후 ▶

    그렇겠네요,

    송창수 대표의 은닉자금이 드런난다고 수감돼 있는 본인의 형량이 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 장인수 ▶

    네, 그래서 취재진은 일단 이동찬씨의 제보가 신빙성이 있는지 따져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취재진은 먼저 은닉 자금과 관련됐다는 사람들의 흔적을 바탕으로 제보를 다각도로 검증해봤습니다.

    ◀ 리포트 ▶

    경북 포항교도소.

    이동찬 씨가 수감돼있는 곳입니다.

    취재진은 이 씨와 이틀에 걸쳐 두 차례 접견을 했습니다.

    첫 날은 일반 접견을, 이틀째는 전화 접견을 통해 돈의 행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동찬/법조브로커 (전화 접견)]
    "(상황이) 급하니까. 접견이 녹음된다는 걸 송창수도 알고 있거든요. 알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필담으로 중요한 거는 메모지에다가 글씨를 써서 필담으로 주고받고 이렇게 대화를 나눴는데 그때는 워낙 다급하니까 빨리 돈 다 빼라고 싹 빼라고, 그렇게 지시를 한 거 같더라고요 보니까."

    이 씨가 설명한 송창수의 자금 세탁 수법은 이랬습니다.

    먼저 은행에서 1억원권 수표로 수십억원을 인출한 다음 이걸 다시 100만원권 수표로 바꿉니다.

    수표 인출은 액수가 커도 금융정보분석원에 꼭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이동찬/법조브로커 (전화 접견)]
    "송창수 씨가 일단은, 현금을 은행에서 고액을 인출하게 되면 그게 FIU인가 금융정보분석원에 통보가 된대요. 그래서 일단은 수표 고액권으로 발급을 받은 다음에…"

    이 수표를 상품권 판매점에 들고 가서 이서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5~10%의 수수료를 떼고 상품권을 구매합니다.

    그리고 이 상품권을 다시 5~10%의 수수료를 떼고 현찰로 바꿨다는 겁니다.

    이렇게 세탁한 현찰을 은닉한 첫 번째 장소, 이동찬 씨는 충청도의 한 펜션을 지목했습니다.

    [이동찬/법조브로커 (전화 접견)]
    "송창수가 (은닉 자금을) 분산 시켜놨는데. 펜션에, 펜션은 자기 어머님이랑 친인척들만 있으니까 펜션에다가 일부 갖다 놓고…"

    이 펜션에 현금과 수표, 금괴 등 2백억에서 250억원이 감춰져 있을 거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문제의 펜션을 찾아가 봤습니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분위기.

    1만4천200여 제곱미터 부지에 32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봤습니다.

    땅은 송 대표의 어머니와 누나 명의였습니다.

    건물 역시 어머니와 누나, 누나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한 모씨, 그리고 송 대표의 여자친구 신 모씨 등이 소유자로 돼 있습니다.

    이 씨의 말대로 송창수 대표와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나눠서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곳 어디에 돈이 숨거져 있다는 걸까.

    [이동찬 음성대역/포항교도소 일반접견]
    "(송창수가) ‘형 돈을 어디 짱박는 게 제일 좋을까’라는 상의를 이제 하는 거에요. 처음에는 (펜션) ‘카페 같은데 지하에다가 넣어 놓을까’ 라고 했었고 송창수가. 그러다가 나중에 어느 날 뜬금 없이 ‘형 설마 물 밑에 돈이랑 금이 있다고는 사람들이 생각 못 할 거 아냐’ 이렇게 아이디어를 내는 거예요"

    이동찬씨가 지목한 장소는 수영장이었습니다.

    펜션 한 가운데 있지만 뭔가를 숨겨뒀을 거라 상상하기 어려운 최적의 장소라는 겁니다.

    송 대표의 가족들이 이 펜션을 경매로 낙찰받은 때는 2013년.

    이후 2015년 대규모 증축 공사를 하면서 수영장도 새로 파서 만들었다는 겁니다.

    돈을 묻을 공간이 충분한지 확인하기 위해 연습 삼아 사과상자도 깔아봤다고 말합니다.

    [이동찬(음성대역)/일반접견]
    "사과 박스 하나에 10억 들어갑니다. 5만원 권으로 10억을 넣어놓고 쭉쭉 깔아서 그때 100억인가 그때 그러니까 10박스 정도 되죠. 깔아놓고 보니까 부피가 얼마 안 되는 거예요. 뭐 충분히 가능하겠다 이렇게 서로 얘기했었죠"

    취재팀은 송창수 대표의 로비자금을 관리하던 금고지기 백 모씨로부터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백○○/송창수 대표 로비자금 관리]
    "(통장에) 한 3백억 원 정도가 있었고 나머지 1천억 원 정도가 사라진 거예요. 그래서 거기에서 빠져서 이거 쓰고 저거 쓰고 해서 한 2백(억 원) 썼으면 8백(억 원) 아니면, 5백(억 원)에서 8백(억 원) 정도 남아있다, 이렇게 예측하고 있는데…"

    자금을 은닉할 방법에 아이디어를 준 사람이 본인이라고 말합니다.

    [백○○/송창수 대표 로비자금 관리]
    "저는 대략 어디 있는지 알아요. 왜? 내가 코치를 해줬으니까. (송창수 대표가) ‘어떻게 해야 해요?’ 이래서 네가 믿을 만한 사람, 제삼자한테 시켜서 시골에 가면 폐가가 많이 있잖아요. 그거 하나 사서 리모델링을 해라. 리모델링하면서 구들장을 같이 놓아야 할 거 아니에요. 구들장 놓기 전에 거기다 (현찰) 붓고 시멘트 바르고 쫙 덮으면 아무도 모른다."

    그러면서 짐작가는 장소도 있지만 파내기가 힘든 구조라고 귀뜸하기도 했습니다.

    [백○○/송창수 대표 로비자금 관리]
    "그런데 한 군데는 못 파겠어. 한 군데는 못 파요. 팔 수가 없어 구조가. 여기까지는 제가 일단 말씀을 드릴게요."

    스트레이트는 우선 송창수씨 가족이 펜션을 인수한 뒤 수영장 공사를 했는지부터 따져봤습니다.

    먼저 한 포털사이트 지도의 로드뷰.

    2015년 6월 당시 찍힌 사진을 보면 실제로 펜션 증축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 즈음인 2015년 8월 29일 송창수 대표와 가족, 여자친구의 접견 내용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송창수-송**(동생), 신**(애인) 접견/서울구치소 2015년 8월 29일]
    송**(동생): 이제 거의 준공 떨어지니까 뭐 9월 9월달에는 아마 공사 들어간다고 알고 있는데 내가 듣기로는.
    송창수: 9월에 공사 들어가.
    신**(애인): 9월에 공사 들어가요?
    송**(동생): 아 그 수영장 파는 거.
    신**(애인): 아
    송창수: 알았어 아무튼.

    약 2주 뒤에도 수영장 이야기가 오갑니다.

    [송창수-신**(애인) 접견/서울구치소 2015년 9월 12일]
    송창수: 펜션 인허가는 다 났지?
    (접견종료 1분 전입니다)
    신**: 수영장 준공이 금요일 날 난다고 했거든. 그럼 아마 어제 났을 거야. 아 어제 금요일.
    송창수: 준공이.. 아니 공사 하던데. 사진 보내놓은 거 보니까. 수영장 공사가 어제 마무리 지었겠지.

    이처럼 수감중인 송창수 대표는 수영장 공사 진행 상황을 여러차례 확인합니다.

    변호인이던 최유정 변호사와 송창수 대표의 접견에서도 비슷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최 변호사가 송 대표를 접견할 때 들고 다닌 노트 사본도 입수했습니다.

    은닉 자금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는 메모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돈 최대한 빼고 빼돌리고 짱박고>>
    <<100억. 수표냐 현금이냐 사과박스 몇 개? 누구에게 전달? 부피는? 혼자 날랐느냐?>>

    그런데 그 밑에 갑자기 펜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팬션은 꼭 3명이 갔음>>
    <<모친 펜션, 소유자는 모친이다>>

    펜션 실소유주 누구냐?는 문장에 '모른다'는 답이 거꾸로 적혀있는 페이지도 있습니다.

    마주앉아 필담을 나누며 서로 말을 맞춘 흔적으로 추정됩니다.

    이동찬 씨의 제보.

    "펜션에다가 일부 갖다 놓고..."

    로비자금 금고지기의 고백.

    "시골에 폐가가 많지 않습니까. 그거 하나 사서 리모델링 해라"

    송창수의 접견 대화와

    "(펜션) 수영장 공사가 어제 마무리 지었겠지"

    최유정 변호사의 접견 노트까지.

    모두 펜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사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챌 수 있지 않았을까.

    취재팀은 당시 펜션 공사에 참여했던 건축사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먼저 이 펜션을 설계한 업체.

    [김○○/건축사 (펜션 설계)]
    (그때 설계할 때 특이한 요구 사항이 있거나 그러지는 않았나요?)
    "아니요 그런 건 없습니다."
    (수영장 설계도 직접 하셨나요?)
    "아니 수영장은 아닌데요. 수영장이 있나요?"

    수영장의 존재를 모른다고 말합니다.

    펜션 공사를 자문한 또다른 건축사.

    [민○○/건축사 (펜션 설계 자문)]
    "그때 다른 데서 설계를 해서 공사를 하던 중이었고…"
    (설계도에 수영장도 설계가 들어가 있었습니까?)
    "기존 도면에, 아니요. 기존 도면에 수영장…기억이 안 나네. 있었던 것도 같고 없었던 것도 같고…"

    역시 수영장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확인 결과 펜션 건축물 대장에도 수영장은 올라와 있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관할구청에도 이 수영장은 신고된 시설이 아니었습니다.

    [관할 지자체 건축과 직원]
    "수영장 개발행위라고 (인허가 서류) 안 받았어요."
    [관할 지자체 건축과 팀장]
    (안 받았다고? 아무것도 없다고, 서류가?)
    "네. 불법(시설)으로 조사한 적 있는데 그 펜션 수영장 관련해서 개발행위 허가를 안 받고 나간 걸로…"

    즉 수영장은 설계한 사람도 모르고, 공식 서류에도 존재하지 않는 몰래 지어진 시설이었던 겁니다.

    취재팀이 펜션에 다녀간 걸 알게 된 송창수 대표 측은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이동찬 씨에 대해 ‘전과 10범이 넘는 사기꾼’이라며 유죄판결에 결정적 기여를 한 송 대표를 괴롭히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스트레이트가 비용을 댄다면 수영장 바닥을 발굴하도록 허용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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