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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투자자 울리는 주식 '리딩방'의 두 얼굴

[스트레이트] 투자자 울리는 주식 '리딩방'의 두 얼굴
입력 2021-10-17 20:49 | 수정 2021-10-1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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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외국인은 공매도하고, 대기업들은 알짜사업 따로 떼어 내버리고, 힘없는 개인투자자들만 눈뜨고도 당하는 거 아닙니까?

    ◀ 김효엽 ▶

    우량 기업들이라고 해서 미래를 보고 정석대로 투자를 해도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는건데요,

    이렇게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또다른 덫이 있다고요?

    ◀ 손병산 ▶

    네, 손실을 입으면 그걸 만회하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죠.

    손실액이 클수록 마음도 다급해 지는데요,

    이를 악용하는 이른바 '리딩방'의 실체를 직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올해 초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초로 '3천'선을 돌파했습니다.

    증권가에선 '3천7백'도 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왔지만, 현실은 반대였습니다.

    다시 무너진 코스피 3천.

    환호가 공포로 돌변한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정보에 더 목말랐습니다.

    [한병우/A리딩방 제보자]
    "회사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나 여러 가지 제약들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들에 대해서 전문가라는 분들의 도움을 이제 받고 싶었던 거고…"

    한병우씨는 SNS 대화방을 통해 뜰 종목만 찍어준다는 이른바 VIP리딩방에 가입했습니다.

    연회비만 289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칭 '전문가'의 투자 자문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A 종목을 매수하라더니, 불과 3분 만에 다시 매도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1분 뒤 B 종목 매수 신호가 나오고, 6분 만에 도로 팔라는 매도 지시가 떨어집니다.

    [한병우/A리딩방 제보자]
    "전문가 집단에서 소비자들한테 제공하는 양질의 정보, 분석력에 대한 제공이 아니라 이거는 그냥 기계적인 아바타 조종하듯이…"

    한 씨는 가입 하루 만에 바로 환불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업체 측은 예상치 못한 계산법을 들고 나왔습니다.

    289만 원 중 하루 이용금액을 빼고 288만 3천 원을 돌려주는 게 아니라, 교육자료라는 VOD 영상값을 제하고 29만 원만 환불 가능하다는 얘기였습니다.

    어떤 투자 교육을 한다는 건지 VOD 영상을 틀어봤더니, 실제 제공한 주식 정보와 정반대 내용이었습니다.

    [A리딩방 VOD 교육 영상]
    "너무 잦은 매매를 하면, 오히려 그거 같은 경우에는 손실로 다가올 확률이 크기 때문에 너무 많은 매매를 한다기보다는 확실한 종목에 확실하게 집중해서 매매한다는 생각으로 매매하시는 게 좋으세요."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계약이 불공정한 건 아닌지 묻기 위해 영업사원 명함에 적힌 주소지를 찾아갔습니다.

    서울 여의도의 한 공유 오피스.

    [여의도 공유 오피스 직원]
    "상주하시는 분이 아니에요. 저희도 안 돼요, 연락."

    이번엔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주소지인 인천 송도로 가봤습니다.

    역시 공유 오피스였습니다.

    [송도 공유 오피스 직원]
    "우편물은 와서 이제 직원분이 수령을 해 가시는 거죠. 그렇게 해서 사용을 하고 계실 가능성이 높고, 실제 사무실은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이 좀 높죠."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송도의 다른 건물에서 업체를 찾아냈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계약사항은 고객의 선택일 뿐이라고만 말했습니다.

    [A리딩방 관계자]
    (VOD 특약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나요?)
    "네, 왜냐하면 어쨌든 선택 사항이기 때문에. 계약서에 그런 부분이 다 명시가 되어 있고."

    사무실에 있던 다른 직원들은 취재진의 질문을 피하거나, 아예 자리를 떴습니다.

    [A리딩방 직원 1]
    "아니 저희 홈페이지에 어차피 나와 있고, 다 알아서 하시는 분들이어서 직접 설명할 부분도 없습니다."

    [A리딩방 직원 2]
    (VOD 환불 관련해서 통화 안 하시나요?)
    "..."

    정말 문제가 없는 건지,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업체 퇴사자들과의 통화에서 속사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A리딩방 퇴사자 1]
    "처음에 '와, 진짜 똑똑하다'라고 느낄 정도로 그랬던 것 같아요."

    [A리딩방 퇴사자 2]
    "특약 같은 거라든지 계약서도 다 변호사 자문을 받고 시작을 하죠."

    연회비를 289만 원으로 정한 것도 이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A리딩방 퇴사자 1]
    "다른 데 보면 5백만 원, 1천만 원 하잖아요. 여기는 '딱 잊어버릴 수 있는 금액으로 하겠다', 그래서 3백만 원으로 맞춰놓은 걸로 알고 있어요."

    여기까진 치밀했지만, 추천 종목 선정은 간단했습니다.

    [A리딩방 퇴사자 1]
    "전날 시간외 거래 상승한 종목들을 주는 거여서, 저희한테 스크립트를 짜주셨을 때에는 '시간외 상승했다고 오르지 말라는 법 있냐, 그렇게 거래량이 있으면 다음 날 오른다'고 설명을 하라고 하는데, 솔직히 '이건 말이 안 된다', 사기라고 머릿 속으로 갖고 영업을 했어요."

    몇 분만에 이뤄지는 매수-매도 지시는 업체 내부에서도 웃음거리였다고 합니다.

    [A리딩방 퇴사자 1]
    "실질적으로 매매는 한 2~3분이면 끝나버리고, 저희도 봤을 때 웃기거든요. 저희도 이사님들이랑 놀리면서 '매수-매도 이거 어떻게 따라가냐'고 했죠."

    퇴사자들이 말한 고객 재가입률은 5%.

    수백만원 연회비를 내고도 수익을 얻은 고객은 극소수인 걸로 추정됩니다.

    전문가들은 리딩방 가입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시세조종에 동원될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천창민/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스몰캡'이라고 하는 소위 소형주를 중심으로 해서, 소위 장난을 좀 치기 쉬운 그런 종목들을 위주로 해서 자기들이 가졌던 물건을 먼저 털고 나오는 이런 형태로 소위 '펌프 앤 덤핑' 유형의 전형적인 형태가 이런 경우가 좀 많은 것 같습니다."

    회비를 환불 받을 방법은 없는 걸까.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면 소비자에게 불리한 계약은 금지되어 있고, 업체는 환급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를 근거로 소비자원이 환불 권고를 해도, 업체 측이 거부하면 소송전을 벌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소송비용 부담이 크다보니, 결국 제대로 환불 받는 걸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한병우/A리딩방 제보자]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작게는 서류 도움을 받는 것도 수십만 원에서, 또 실질적 선임으로 들어가면 뭐 배보다 배꼽이 큰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이제 포기하고 화해 권고 결정을 받아들이는 분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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