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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우리 동네 의원님은 재개발 조합장

[스트레이트] 우리 동네 의원님은 재개발 조합장
입력 2021-10-24 20:37 | 수정 2021-10-2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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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엽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효엽입니다.

    ◀ 허일후 ▶

    안녕하십니까?

    허일후입니다.

    ◀ 김효엽 ▶

    오늘 스트레이트는 부동산 개발을 둘러싸고 지방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마전을 취재했습니다.

    이지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 이지수 ▶

    안녕하세요.

    ◀ 허일후 ▶

    원래 지방의회의 역할은 자치단체 행정을 견제하고, 지역 주민을 위한 조례를 만드는 것 아닙니까?

    ◀ 이지수 ▶

    네. 거기에 여러 인허가 과정도 감시할 수 있으니까 시군구 자치단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꽤 큽니다.

    ◀ 김효엽 ▶

    특히 개발사업과 관련된 건설 인허가는 지방의회를 꼭 거쳐야 하죠?

    ◀ 이지수 ▶

    맞습니다.

    그런데 의원들이 직접 재건축 재개발 조합의 조합장으로 나서면 어떻겠습니까?

    ◀ 허일후 ▶

    심판이 선수로 뛰는 상황 아닙니까?

    전형적인 이해충돌로 볼 수밖에 없죠.

    ◀ 김효엽 ▶

    어느 지역 얘깁니까?

    ◀ 이지수 ▶

    먼저 '마용성'으로 불리는 곳이죠.

    서울에서 가장 부동산 경기가 뜨거웠던 마포구에서 벌어진 일부터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5월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마포공덕시장 재개발조합 총회가 열렸습니다.

    새 조합장을 뽑는 자리였습니다.

    [A 후보]
    "작고하신 저희 부모님은 평생을 이 공덕시장에서 일을 하셨습니다. 저 자신도 공덕시장을 위하여 초지일관 자세로…"

    그런데 한 후보가 경쟁 후보들과 현 조합장을 싸잡아 비판하고 나섭니다.

    [B 후보]
    "(A후보 보다) 개발에 대해서는 제가 훨씬 낫습니다. 그러나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세요. 주위에 그런 사람들 있어서 개발이 되겠습니까. 절대 안됩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이니 금호, 한화해서 여러분 투표 몇 번 하셨습니까. 이런 쓸데 없는 일을 왜 합니까. 조합장이 잘못 놔서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토지 용도를 바꾸고 용적률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뿐이라고 단언합니다.

    [B 후보]
    "이 일은 저만이 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여러분들이 저를 오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는 자신있게 제가 약속한 부분을 지키겠습니다. 상업지역 아니면 용적률 200%, 300% 꼭 올려서 제가 주상복합 꼭 지어서 공덕시장에 랜드마크로 만들겠습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 바로 구의원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B 후보]
    "왜냐! 제가 마포구의원이고 행정건설위원장이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저는 자부합니다."

    대놓고 구의원 자리를 재개발 사업에 이용하겠다고 말한 사람.

    국민의힘 소속의 조영덕 현 마포구의회 의장입니다.

    발언 당시엔 건설 인허가 관련 상임위원회인 행정건설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전 마포공덕시장 재개발조합 관계자]
    "마포지역에서는 굉장히 유력 시장이다 보니까 거기에 감투를 쓴 조합장이나 상인회장들이 지역에서는 정치적으로나 여러 군데서 많이 인정을 받고 하다 보니까 서로 많이 욕심내고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영덕 씨 같은 경우도 2016년도에 (상가) 사서 들어와서 조합장을 하겠다고…"

    하지만 이 조합장 선거에서 조 의장은 낙선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넉 달 뒤, 금품 선거 의혹이 불거지며 당선된 조합장을 해임하기 위한 총회가 열렸습니다.

    [당시 총회 의장]
    "제1호 안건, 조합장 해임의 건을 상정합니다."

    총회장 가운데에서 회의 진행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조영덕 의장의 모습이 포착됩니다.

    [조영덕 서울 마포구의회 의장]
    (참석자 만장일치로 원안 가결 된 것을..)
    "몇 총 몇? 총원 몇 명에..."
    (예.)
    "일곱, 여덟, 아홉. 아홉 개 뿐이 안돼..."

    결국 해임안은 통과됐습니다.

    [사회자]
    "전원 만장일치로 원안 가결됐습니다. 의장님은 선포해주시기 바랍니다. (원안대로 가결됨을 선포합니다.)"


    그리고 올해 3월, 조영덕 의장은 조합장 선거에 다시 출마해 끝내 그 자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조 의장은 "그간 쌓은 전문적 역량을 발휘해 조합 사업의 파이(규모)를 최대한 키우겠다"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시장, 군·구청장이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용도 지역을 변경하거나 용적률을 상향하는 경우는 (지방)의회를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그거를 빌미 삼아서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조합장을 하거나 조합 임원을 하는 경우는 진작에 막았어야 돼요."

    스트레이트는 조 의장에게 이해충돌이 아닌지 물었습니다.

    조의장은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니 조합장을 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조영덕 서울 마포구의회 의장]
    "한 10년 동안 조합원들끼리 팽팽하게 찬반이 나누어져서 이전의 집행부가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조합원들이 하나가 돼야 된다는 취지를 가지고 제가 조합장에 출마를 해서 당선이 돼서 하고 있는데…"

    그럼 조영덕 의장은 언제부터 공덕시장에 자리를 잡았던 걸까?

    <스트레이트>는 조 의장이 장사를 했다는 점포를 찾아가봤습니다.

    평일 대낮인데, 문이 잠긴 채 외출 중이라는 메모만 있습니다.

    유리창에는 '구제잡화'라고 인쇄한 A4용지가 붙어있고 화장지와 마스크 등을 판다고 해놨습니다.

    안에는 헌 옷가지가 걸려있고 화장지 더미가 쌓여있습니다.

    문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해보니 누군가 황급히 뛰어옵니다.

    [해당 점포 운영자]
    (영업하시는 거죠?)
    "그렇죠. 계속하고 있죠"
    ((조영덕) 의원님 아내분이세요?)
    "네. 구제품도 하고 이런 것도 팔고 수선도 해드리고. 벌써 몇 년 됐어요. 저희가 한 3년."

    시장에서 장사를 했다는 요건을 갖추기 위해 시늉하는 거 뿐이라는 게 주변상인들 얘깁니다.

    [시장 상인]
    (장사하는 거 보신 적은 있으세요?)
    "장사를 하긴 뭘해요. 거기다 펼쳐만 놓는 거지, 제일 싸구려."

    정비사업 조합장이 되려면 건물이나 토지를 5년 이상 소유하고 있었거나 최근 3년 중 1년 이상 영업을 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마포공덕시장 재개발조합원]
    "(조영덕 의장이) 3년 이내에 장사를 해야 된다는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 2016년도에 그 자리에다 사업자를 냈던 거를 주장을 하면서 장사를 했다고 하니까. 시장 안에서 조영덕이 옷 몇 개 걸어놓고 '중고거래' 하면서 장사하는 척을 한다…"

    사실 이 자리는 조 의장 가게가 들어서기 전에는 재개발 조합 사무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공덕 시장 재개발 조합이 아니라, 신공덕 6구역 재개발 조합이었습니다.

    [마포공덕시장 재개발조합원]
    "근데 거기가 신공덕6지구 사무실이었지 않느냐 여태까지. 그러니까 ‘맞다’. 신공덕6지구 조합사무실에다가 자기가 장사했다고 저렇게 주장을 하는 것이고…"

    신공덕 6구역은 지난 2013년 아파트가 준공되며 사업은 마무리됐고, 조합 청산 절차만 남아있습니다.

    [신공덕6구역 재개발조합 청산인]
    (언제부터 그자리에 있었던 겁니까)
    "거기요? 한참되죠"
    (올해 6월까지 그 자리에 있었던 건가요?)
    "네."
    (그러면 그때는 OO상사는 장사를 안했던 거예요?)
    "그때 옷만 나뒀죠 거기다가. 가게에 저기 있으니까. 같이 변경해서 썼습니다."

    공덕시장 재개발 조합장인 조의장 가게가 난데없이 신공덕 6구역 조합 사무실로 쓰인 까닭은 뭘까?

    조 의장의 이력을 보면 수수께끼가 풀립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공보물.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마포구의원을 하면서 동시에 신공덕6구역 재개발조합장도 맡았던 겁니다.

    공식적인 조합장 몫 공로금만 3억원.

    또 가장 넓은 평수인 전용면적 114㎡ 아파트를 7억 7천만원에 분양받았습니다.

    현재 시세(호가)는 20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즉 구의원 신분으로 재개발 조합장을 하며 큰 이익을 본 뒤, 바로 길 건너편 공덕시장에 들어가 다른 재개발 조합장 자리를 노린 겁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첫번째 경험을 가지고 두번째로 옮겨갔고 만약에 이게 끝난다면 다시 또 한 번 다른데 가서 조합장을 할 가능성도 없잖아 있죠. 직업처럼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조합장을 맡는 사례도 있습니다."

    계속되는 '이해충돌' 논란.

    스트레이트는 먼저 의장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용적률을 올렸는지부터 물었습니다.

    조합원들 앞에서 했던 호언장담과는 180도 다른 해명을 내놨습니다.

    [조영덕 당시 마포구의회 행정건설위원장 (2020년 5월 27일 조합장 선거)]
    "용적률 200%, 300% 꼭 올려서 제가 주상복합 꼭 지어서 공덕시장에 랜드마크를 만들겠습니다."

    [조영덕 마포구의장 (최근 MBC스트레이트 인터뷰)]
    "용적률 올리는 게 쉽지 않아요. 서울시에서 용도 변경을 하려면 위치라든가 다 확인해서 해주지. 제가 마포구 의장이니까 그분들이 해줍니까? 그분들은 서울시 마포구의장이 뭔데 그 사람 특혜를 주겠어요?"

    또 조 의장은 개인이 아니라 조합원 모두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거라며 조합장에서 물러날 뜻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영덕 마포구의장]
    "조합장을 계속한다고 하면 내가 계속 가도 돼요, 내년 6월 말까지. 80%는 조합장에 무게를 더 두고요. 한 20%는 정치를 한 번 더 해볼까 이런 생각도 갖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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