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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등록도 했는데 가짜 번호판?

[스트레이트] 등록도 했는데 가짜 번호판?
입력 2021-11-07 20:38 | 수정 2021-11-0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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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엽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효엽입니다.

    ◀ 허일후 ▶

    허일후입니다.

    ◀ 김효엽 ▶

    오늘은 화물차 운송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거래를 추적했습니다.

    박진준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진준 ▶

    안녕하세요.

    ◀ 김효엽 ▶

    박 기자, 화물차 번호판과 관련된 제보를 받았다고요?

    ◀ 박진준 ▶

    네, 제보받고 처음에는 저도 잘 믿기지가 않았는데요.

    현재 전국을 누비고 있는 영업용 화물차 수 만대가 사실은 가짜 번호판을 달고 다니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허일후 ▶

    아니, 가짜 번호판이요?

    번호판이 위조라도 됐다는 얘기인가요?

    ◀ 박진준 ▶

    네, 확인을 해보니까 화물차 여러 대가 숫자는 같은데 숫자 앞에 서울 경기 같은 지역구분만 다른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가 하면요.

    차 번호에 등록된 차와 실제 운행중인 차량이 아예 차종이 다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 허일후 ▶

    흠..화물차 업계에서의 '가짜 번호판'이라는 게 번호판 복제에 차종 바꿔치기, 이런 걸 말하는 거군요.

    ◀ 박진준 ▶

    네, 더 황당한 건 운전하는 운송기사도 내 차에 이런 가짜 번호판이 달려있는 줄 모른다는 겁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부산과 광주를 오가며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고 있는 30대 김 모씨.

    김 씨 차는 컨테이너를 싣는 '트랙터' 차종 10톤 화물차로,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이 달려 있습니다.

    운송 회사로부터 빌린 번호판입니다.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은 개인이 아닌 법인, 그러니까 운송사업자에게만 허가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김 모 씨/화물차 운전자]
    "그때는 한 (보증금) 천팔백(만 원) 정도?"
    <지입료(월 사용료)는 얼마?>
    "지입료가 한 20만 원 정도. **(운송 회사)은 조금 몇만 원 싸요."

    그런데 석 달 전 경남 양산시청에서 예상하지 못한 경고장이 날아왔습니다.

    김 씨가 달고 다니는 번호판이 가짜여서 운행을 정지시키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갑자기 번호판을 떼야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김 모 씨/화물차 운전자]
    "법인 회사에 지입료를 내고 사용하는 번호판을 달고 있는데 이제 불법 번호판으로
    판명이 나서 그거를 나중에 듣고 지금 번호판을 뺏기게 되는 그런 상황에 처해있죠."

    졸지에 가짜 번호판을 단 화물차 운전자가 되면서, 1리터에 340원 정도 하는 정부의 유류세 지원도 끊겼습니다.

    기름값만 한 달에 150만원이 불어나게 된 겁니다.

    차 할부금에 생활비까지 생계가 막막한 처지가 됐습니다.

    [김 모 씨/화물차 운전자]
    "(이 번호판 때문에) 흔히 하는 말로 생기름 떼이고 다니고 있죠. 다 남들은 (유가)보조금을 리터 당 얼마씩 보조를 받는데 저희는 그냥 제 돈 내고… "
    대략 월에 100~150(만 원)이요.

    김씨는 3년간 양산시에 정상적으로 차량을 등록하고 꼬박꼬박 세금도 내왔습니다.

    그런데 등록을 허락했던 시청이 이제 와서 갑자기 번호판이 가짜라고 통보한 겁니다.

    원래 그 번호판은 컨테이너 운반용으로 허가 받은 번호판이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김 모 씨/화물차 운전자]
    "저는 양산시청하고도 전화로 다툴 때 제일 화났던 게 ‘너네가 잘못한 거 아니냐?’ 내가 세금까지도 이게 보통 차 출고해서 넘버 번호판을 붙일 때 세금이 거의 천만 원 들어가요. 결국에는 양산시에서 세금도 받아먹어놓고 정확하게 일처리를 안 해서 나중에 피해는 우리가 받는데 나중에 자기네들 하는 소리는 ‘나는 모른다. 무조건 나는 모른다’예요."

    그렇다면 김씨에게 번호판을 대여한 운송회사는 이런 내막을 알고 있을까?

    부산의 운송회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운송회사는 자기들도 번호판을 전남 담양의 운송회사에서 사온 거라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컨테이너 화물차에 붙이는 문제없는 번호판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박용주/00 운송회사 부장]
    "저희들이 뭐 불법이라고 해서 예를 들어서 처음에 (등록) 진행이 될 때 불법이라고 의심만 됐다고 (관청에서) 저희에게 통보를 했으면 그 넘버를 저희들이 부여를 했겠냐고요. 관에서는 10년 동안 아무런 이야기도 없다가 갑자기 이게 불법차량이다…그게 나는 너무 억울하다는 거지."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 등초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등록원부를 확인해 봤습니다.

    차량번호, 차대번호, '트랙터'로 표시된 차종, 명의 이전 내역 등이 정상적으로 등록이 돼있습니다.

    등록원부 어디를 봐도 가짜 번호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등록원부도 정상이고, 관할 시청에서도 문제없이 차량 등록을 해주니 운송회사나 운송기사가 가짜 번호판을 구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박용주/00 운송회사 부장]
    "저희들도 가서 몇 번을 가서 이런 이야기도 해봤지만 양산시는 어떤 면에서는 단호해요. 자기들은 ‘서류상의 문제가 없었다’ 그게 다예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이 운송회사소유의 번호판 7개가 가짜로 확인됐다는 통보가 날아든 겁니다.

    운송회사도 번호판 사오는 데 쓴 돈도 날리고, 그 동안 지원 받은 2억 원 넘는 유류세 지원금도 반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박용주/운송회사 부장]
    "(가짜 번호판은) 담양에서 왔는데 거기는 지금 연락할 수 있는데도 없고, 전혀 뭐 연락도 안 이어지고 또 뭐 다른 어떤 업체를 통해서 수소문을 해보니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도 들렸고 그래서 저희들이 지금 그냥 자포자기하는 상황이죠."

    스트레이트는 한 지자체의 협조를 받아 문제가 된 차량 번호판의 전산 자료를 거슬러 올라가봤습니다.

    자동차 관리번호 시스템에서 경남99사로 시작하는 김 씨의 번호를 검색했더니 2013년, 전남99사로 시작하는 번호가 경남99사로 바뀐 게 확인됩니다.

    전남에 있는 운송회사가 경남 양산으로 번호를 팔았다는 이야깁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문제를 확인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원래 번호였던 전남99사 번호의 기록을 더 찾아봤습니다.

    원래 번호판이 달려있던 차량의 차종이 나옵니다.

    '렉커'

    그러니까, 전남에서는 사고 난 차를 견인하는 '렉커'에 붙어있던 번호판이 경남으로 넘어오며 대형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트랙터 화물차' 번호판으로 탈바꿈한 겁니다.

    견인차의 번호판 시세는 보통 1천만원.

    트랙터는 그 다섯배인 5천만원에 달합니다.

    누군가의 손을 거치며 다섯 배 비싼 종류의 번호판으로 탈바꿈한 겁니다.

    당연히 불법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세탁된 번호판을 단 화물차의 운송도 위법한 게 되는 겁니다.

    누가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담당 시청을 찾아가봤습니다.

    [경남 양산시청 담당 공무원]
    "이런 불법적인 일을 발견도 못 했을뿐더러 이게 발견하기가 힘들어요. 왜냐면 이게 세탁이 계속되니까, 이게 뭐 한 몇 개 업체를 거쳐서 오다 보면 전산으로 보기 힘들어요. 이것도 이 업무를 우리도 담당자가 계속 1~2년마다 바뀌거든요. 아 진짜 이게 이 업무가 너무 어렵고 해서 직원들이 다 기피하는 업무거든요."

    이런 불법'가짜 번호판' 피해는 전국적입니다.

    서울 영등포, 인천 강화, 경북 포항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태호/운송사업자]
    "17대를 샀는데 포항시가 저에게 공문을 보내서 '이게 불법 넘버다, 감차 처분 대상이다'는 거예요. 이게 왜 나에게 불법 넘버냐, 나라에서 국가에서 나에게 불법 넘버를 주었느냐. 우리는 이걸 취득을 할 때 취득세, 등록세 납부를 다 하고 국가에 세금을 차량에 부과되는 세금을 다 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스트레이트는 오랜 기간 화물차 운송업에서 일해 온 제보자로부터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보자는 전문적으로 불법 번호판을 만들어 거래하는 세력이 2004년 이후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이 모 씨/운송사업자]
    "이게 통계로 보면 2004년도 허가제 시행 시에 전국적으로 (컨테이너 운반) 트랙터가 2만 7천 대였습니다. 지금 3만 5천 대입니다. 8천 대가 늘어났는데 이 공급기준고시가 한 번도 변동이 된 적이 없으니까 증차가, 늘어날 이유가 없잖아요."

    2004년 1월 국토부는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 발급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며 신규 발급을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화물차 공급과잉으로 인한 운송료 폭락과 이에 반발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이어진 물류대란이 계기가 됐습니다.

    허가제로 화물차 공급이 무분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제한해 화물업계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신규 화물차 번호판을 발급 받기가 까다로워지자, 마치 개인택시 번호판같은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컨테이너를 운반할 수 있는 트랙터 화물차 번호판은 시세가 5천만원 넘게 치솟았고, 일반 대형 화물차 번호판도 3천만 원까지 올랐습니다.

    이렇게 번호판이 돈이 되자 차량 이력과 번호판 정보를 조작해 '가짜 번호판'을 찍어내는 업자들이 생겨났다는 설명입니다.

    [이 모 씨/운송사업자]
    "그거는 처벌해 봐야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가면 잘해봐야 벌금 2천만 원에 징역 2년이거든요.
    벌어먹은 돈이 얼마인데 그게 대수입니까."

    최근 국토교통부에는 '가짜 번호판' 3천여대의 정보가 담긴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확인된 가짜 번호판은 1,300여대.

    화물차 업계는 이것도 극히 일부만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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