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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공무원, 협회 그리고 꾼

[스트레이트] 공무원, 협회 그리고 꾼
입력 2021-11-07 20:50 | 수정 2021-11-0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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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아니, 관할 지자체에 세금도 다 냈고 등록 서류에도 문제가 없는데 어느날 내 차 번호판이 불법이다, 가짜다.

    그래서 더이상 운행을 할 수 없다...화물차 기사님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밖에 없겠는데요

    ◀ 김효엽 ▶

    그것도 운송회사에 돈 주고 빌려 온 번호판인데 말이죠.

    심지어 운송회사도 속았다는 거잖아요.

    ◀ 박진준 ▶

    앞서 보신 것처럼 과거 번호판 정보까지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추적하지 않으면 번호판이 가짜인지 아닌지 판별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보니 피해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구요.

    ◀ 김효엽 ▶

    이런 가짜 번호판이 대체 얼마나 있는 겁니까?

    ◀ 박진준 ▶

    네, 화물차 공급을 규제하기 시작한 2004년 당시에, 영업용 화물차는 35만대 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50만대에 육박합니다.

    신규 공급을 강력하게 규제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40% 이상 화물차 번호판이 늘어난 거죠.

    ◀ 허일후 ▶

    아...정말 이상하네요.

    그런데 이런 가짜 번호판은 누가 어떻게 만드는 겁니까?

    ◀ 박진준 ▶

    네, 그래서 가짜 번호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적해 봤습니다.

    ◀ 리포트 ▶

    울산과 경주를 오가며 자동차 부품 납품 배송을 하는 40대 박모 씨,

    몇 주 전 구미시청에서 경고장을 받았습니다.

    10년 넘게 운송회사에서 대여해 달고 다니던 번호판이 가짜라는 통보였습니다.

    [박 모 씨/화물차 운전자]
    "지금 당장 저희는 자동차 납품을 해야 되기 때문에 시간을 조금이라도 지체를 하면 결품이 되거든요.그러면 결품에 대한 돈을 다 저희가 물어줘야 되기 때문에 (번호판이 떼이면) 그러면 저는 이제 계약 해지가 되겠죠."

    취재 결과 박 씨의 번호판과 같은 번호판으로 등록된 또다른 화물차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른바 쌍둥이 번호판이라는 겁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번호판 복제는 두 단계로 진행됩니다.

    먼저 차종 바꿔치기.

    화물차 운송기사들은 차가 노후화되면 차량은 새로 바꾸더라도 번호판은 기존 번호판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총량 규제로 화물차 신규 번호판 발급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새 화물차도 기존에 허가받은 차량과 같은 차종인 게 원칙입니다.

    이렇게 기존 차량의 번호판을 떼어내서 새 차에 붙이는 과정을 합쳐 대,폐차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대폐차 과정은 지자체가 아니라, 각 시도의 화물차 운송 사업자 협회가 위탁받아 맡고 있습니다.

    가짜 번호판 업자들은 이 틈을 파고 듭니다.

    [최 모 씨/운송사업자]
    "협회가 보면 국가로부터 위탁을 받아 위탁,위임을 받은 대폐차수리통보서를 가지고 장난을 한단 말입니다."

    스트레이트가 확보한 경북지역의 대폐차 서류입니다.

    분명 폐차되는 차량은 청소차인데 번호판을 새로 다는 차량은 일반 화물차로 바뀌어 있습니다.

    [김원석/국토부 불법증차TF 소속 공무원]
    "그냥 등록 필증을 가져와서 확인만 하고 이상이 없으면 등록을 해줍니다. 그리고 거기다가 대체만 입력을 해주면 업무가 끝나버려요."

    이렇게 발급 받은 서류를 자동차 등록사업소에 제출하면 청소차용 번호판이 감쪽같이 일반 화물차용 번호판으로 변합니다.

    청소차 번호판의 거래 시가는 5백만원, 트랙터 화물차는 5천만원입니다.

    순식간에 10배 껑충 뛴 번호판이 탄생하는 겁니다.

    [☎남재종 화물연대 정책국장]
    "특수한 짐을 싣는 용도들고 있고 그러다 보니까 운송료 면에서 유리했던 거죠. 운송료도 높았고. 운전하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내가 전문 운전자라면 그렇다면 끝에는 트레일러(트랙터)를 하러 가야겠다 하는 게 있고…"

    등록 차종을 조작해 비싼 번호판으로 업그레이드 한 뒤, 본격적인 복제가 시작됩니다.

    수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A시에 등록된 화물차를 폐차하는 척 하며 이 차의 번호판을 B시의 운송회사에 팝니다.

    번호를 팔았으니 A시에서는 번호판을 말소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이 번호판을 말소시키지 않고 폐차 후 A시 안에서 새 차량으로 바꾸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겁니다.

    이러면 원래 번호판을 대체하는 번호판이 A시와 B시 두군데 탄생합니다.

    이런 식으로 번호판 무한증식도 가능한 겁니다.

    하지만 A시와 B시의 화물차 운송사업협회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한 '쌍둥이 번호판'의 탄생을 적발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김원석/국토부 불법증차TF 소속 공무원]
    "대폐차 필증을 1개 끊고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대구에다가 양도 양수 승인 요청을 합니다. 그러면 대구에서 양도 양수 승인이 나고 나면 또 한 사람은 경산이나 경북 안에 아무 데나 아무 시나 가서 또 대차해서 대체 등록을 해버립니다."

    지역을 옮기며 '대폐차' 조작이 벌어지면, 원래 번호판을 추적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번호판 세탁'까지 되는 셈입니다.

    [김 모 씨/운송사업자]
    "저 암롤차(청소차)를 다른 시도로 넘기면 그 비슷한 유형의 오물탱크로리들이나 대폐차가 가능하고 그다음에 다른 시도로 넘어가면 다른 시도에서는 유사한 차량으로 다시 대폐차를 하고 다시 그 차량을 들고 다시 어딘가로 또 넘어가면 넘어갈 때마다 번호는 바뀌고 차도 차대번호가 계속 바뀌겠죠."

    시도 운송사업협회들은 2015년 이전, 통합 관리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이제는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합니다.

    [경북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 ]
    "그전에는 전산화가 되지 않았고 지금은 전국적으로 다 공용되는 전산화고 그전에는 뭐냐 수기를 했어요. 직원의 착오일 수도 있고 서류상의 어떤 하자가 있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시행 단계에서 그런 착오가 있었어요."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최근 강원도 고성과 충남 홍성에서도 '가짜 번호판' 업자들이 활개친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2016년 대구지검 경주지청에서 작성한 첩보 문건.

    강원도 고성의 공무원에게 자동차교습소에 교습비를 제공하고 담당 공무원이 면허를 취득하자 아반떼 승용차를 사주었다는 제보를 받았으며, 그 업체가 2백여 대의 불법 번호판을 형성한 사실을 확보했습니다.

    '가짜 번호판' 업자가 공무원에게 운전면허학원비도 대주고 차도 사주면서 화물차 번호판을 발급받았다는 겁니다.

    당시 경주지청은 관할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식 수사에 들어가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취재진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강원도 고성군으로 달려갔습니다.

    당시 담당 공무원을 찾았지만, 이미 다른 지자체로 전출 발령이 난 상태였습니다.

    [강원도 고성군청 현재 담당 계장]
    "그리고 그 당시의 담당자도 지금 전출 갔거든요. 우리도 아반떼 줬다는 그거는 좀 확실하지도 않고, 그 당시에 그렇게 받았으면 그 직원 거기로 갔겠어요? 징계 받았지."

    다만 문제의 소지가 있는 번호판 발급이 있었다는 건 인정합니다.

    [강원도 고성군청 현재 담당 공무원]
    "지금 정확하게 솔직히 말씀드려서 숫자는 잘 파악이 안 되는데, 50대 아래쪽이라고 저는 알고 있어요. 그걸 넘지는 않을 거예요."

    이런 식으로 고성에서 만들어진 화물차 번호판은 서울, 경기, 인천, 전남과 충남 등 전국으로 팔려 나가며 '쌍둥이 번호판'으로 증식했습니다.

    국토부는 고성에서 파생된 문제의 번호판이 300여개가 되는 것으로 의심하고 조사중입니다.

    [이태호/운송사업자]
    "암만 브로커라 하지만 브로커 자체만으로 만들 수가 없어요. 분명히 공무원들하고 결탁하지 않으면 이런 넘버들을 생성할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아주 작은 변두리 군에 가서 공무원들 하고 결탁해서 거기서 생성을 해서 거기서 만들어서 거기서 다른 데로 팔아먹는 거죠. 시스템이."

    심지어 신규 발급이 금지돼 있는데 담당 공무원이 싹 무시하고 업자 원하는대로 새 번호판을 내준 곳도 있습니다.

    충청남도 홍성군, 지난 2016년부터 최근까지 관내 화물차 번호판이 24개 늘어났습니다.

    개당 5천만원으로 시세가 가장 비싼 컨테이너 운반 트랙터 번호판이었습니다.

    금지 규정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홍성군 담당자가 그냥 허가해 준 겁니다.

    [홍성군청 담당 공무원]
    <고시에 따라 증차가 안 되는 건 맞죠?>
    "신청서 들어오면 그냥 거의 그대로 확인해서만 해주고 있어서 잘못해 준 거겠죠. 제가 제대로 확인을 못 하고…"

    홍성에서 탄생한 번호판은 최근 대구시의 운송회사로 팔려나갔습니다.

    홍성군의 업자는 약 7억 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4년 번호판 허가제가 도입된 뒤에도 이상하게 영업용 화물차는 35만대에서 50만대로 꾸준히 늘었습니다.

    운송업계는 50만대의 영업용 화물차 중 10%인 5만대가 가짜 번호판을 달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번호판 하나의 가격을 3천만원이라고 치면 규모가 1조 5천억원에 달합니다.

    전국을 누비며 1조 원대의 암시장을 주무르는 업자들은 누구일까.

    스트레이트는 강원도 고성과 충남 홍성, 그리고 경북 포항 등에 있는 문제의 운송회사들을 찾아가봤습니다.

    [홍성 운송회사 인근 상가 상인]
    "다른 데로 갔어요. 이사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언제 이사 갔어요?>
    "9월. 9월 말"

    주소지는 대부분 시골에 위치한 허름한 건물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사무실로 썼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포항 운송회사 인근 주민]
    "여기 비어있는 지 오래 됐어요."

    사실상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운송회사였던 겁니다.

    고성의 운송회사는 대표 이사가 외국인으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이 모 씨/운송사업자]
    "그리고 운수회사 이런 짓 하는 놈들이 다 바지사장 세워 가지고 심지어는 캄보디아인가 뭐 스리랑카나 뭘 회사 사장으로 올려놓은 경우도 있는데…"

    등기부등본에 적힌 대표의 아파트를 찾아가봤지만 입주자 명부에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저희가 찾는 분은 이분이거든요. 000분은 안 계시죠?>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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