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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쌍용차 위기의 근본 원인 '무책임한 정부와 산업은행'

[스트레이트] 쌍용차 위기의 근본 원인 '무책임한 정부와 산업은행'
입력 2021-11-14 21:03 | 수정 2021-11-1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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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경찰 내부 조사에서도 2009년 당시 파업 진압이 너무 과했다는결론이 나왔고, 경찰청장이 사과까지 했는데도 손해배상 소송만큼은 취하할 수 없다는 게 잘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 김효엽 ▶
    만약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116억원이라는 돈을 노조와 조합원 103명이 나눠서 갚아야 합니다.

    안그래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분들에게 가혹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 허일후 ▶

    결국, 외국 기업들이 쌍용차를 인수해 놓고 기술만 빼간 다음 이른바 '먹튀'를 한 게 근본 원인 아닙니까?

    ◀ 이동경 ▶

    네, 그래서 쌍용차 문제는 해외매각을 주도한 정부, 그리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책임이 적지 않습니다.

    외국 자본에 대한 검증도 못했고, 기술 유출도 눈 뜨고 구경만 한 셈이니까요.

    그런데 이번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또한번 키를 쥐게 됐습니다.

    ◀ 리포트 ▶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5천9백억 원에 쌍용차를 인수했습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에 1조 2천억 원을 투자하고, 연간 30만 대 규모의 설비를 갖추겠다고 장담했습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우려했던 기술 유출만 현실화 됐습니다.

    상하이차 인수 이듬해인 2005년, 쌍용차가 출시한 중형SUV '카이런'.

    [소진관 / 쌍용자동차 사장(2005년)]
    "드라이빙 성능을 승용차처럼 부드럽게 했고, 거기에 이제 SUV를 그대로 유지하고, 그렇게 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2011년, 상하이차는 이 차의 이름만 '로위'로 바꿔, 중국에 출시합니다.

    통상 신차 개발에 드는 돈은 약 3천억 원.

    그러나 상하이차가 쌍용차에 지급한 돈은 기술이전료 240억 원이 전부였습니다.

    독일 벤츠사와의 합작 엔진으로 유명한 고급 승용차 체어맨의 기술은 100억 원에, 또 코란도C의 기술은 620억 원에.

    쌍용차가 막대한 개발비를 들인 차량 3종의 기술이 불과 1,000억 원에 상하이차로 넘어간 겁니다.

    [한상균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2009년)]
    "아직 생산도 안 되는 차량의 도면과 생산 기술, 그리고 부품산업에 대한 부품망까지 모든 전반의 양산기술까지를 현지 도면과 우리 현지 엔지니어들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다 전수해가는 것들을 우리는 확인했고···"

    심지어 국가 핵심기술인 디젤하이브리드 기술 일부가 상하이차로 넘어간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기술유출엔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책임이 큽니다.

    매각 당시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핵심기술을 이전할 경우 산업은행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특약을 맺었지만, 산업은행은 1년 반 뒤인 2006년 7월 이 특약을 풀어줬고 이후 상하이차는 마음껏 기술을 가져갔습니다.

    국정원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몇몇 연구진들을 기소했지만, 그땐 이미 쌍용차를 이용할 대로 이용하고 상하이차가 국내를 떠난 뒤였습니다.

    덕분에 자체 차량 생산 능력이 없었던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기술을 발판으로 중국 3대 자동차 회사로 급성장했습니다.

    [홍성준 / 약탈경제반대행동 대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미국 일본 프랑스 이런 한국까지 해서 한 대강 7개 나라였는데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다음에 불과 4년여 만에 완성차를 생산할 수가 있게 되었죠."

    2010년,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도 상하이차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힌드라 역시 인수 시작 땐 두둑한 현금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아난드 마힌드라 / 마힌드라 그룹 부회장(2010년)]
    "우리는 5억 달러 이상의 현금이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린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번에도 외국 자본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쌍용차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인수 자금 5천억 원 외에 이후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투자한 돈은 10년 간 1,300억 원이 전부였습니다.

    상하이차 때와 같은 기술 유출 의혹도 일었습니다.

    2015년, 쌍용차가 출시해 시장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소형SUV 티볼리.

    마힌드라는 2019년 3월, 티볼리의 차체, 즉 플랫폼을 그대로 가져가 인도 현지에서 XUV300이란 이름으로 출시했습니다.

    출시 첫해에만 4만 대를 팔 만큼 마힌드라의 인기 차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이 대가로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지급한 돈은 기술이전료 550억 원이 전부입니다.

    [오민규 /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마힌드라가 인도에서 팔고 있는 차량의 20%가 티볼리예요. 20만 대 파는데 4만 대가 티볼리입니다. 인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 과정에 마힌드라가 살 수 있게 해준 제품이 있다면 사실 티볼리라고 볼 수 있죠. 그 정도의 제품이고 아마 2년 넘게 팔았으니까 현재 아마 매출액만 1조 원 이상 시현을 해준 차량으로 보이는데 이걸 단순히 550억 원으로 끝을 낸 거죠."

    마힌드라는 경영위기가 가속화된 2020년 2,300억 원을 추가 투자한다던 말을 뒤집고 쌍용차 매각에 나섰습니다.

    [☏아니시 샤 / 마힌드라 그룹 최고재무책임자(2020년 11월)]
    "우리는 더 이상 쌍용차에 투자하지 않을 것입니다. 쌍용차의 잠재적 투자자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쌍용차를 매각할 때 마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노동자들에게 임금삭감, 무쟁의 약속 등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했지만, 돌아온 건 '외국자본의 먹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쌍용차는 결국 17년만에 다시 국내 기업에게 인수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과 회생계획에는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자금으로 3,100억원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쌍용차의 부채만 7천억원.

    여기에 전기차 등 신차 개발에 투입될 자금까지 고려하면 당장 1조 6천억 원 가량의 돈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분석입니다.

    자금이 부족한 에디슨모터스는 우선 쌍용차 공장부지를 담보로 산업은행에 8천억원의 대출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부정적입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올해 10월)]
    "(에디슨모터스의) 사업성이 판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는 말씀드립니다."

    쌍용차를 전기차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에디슨모터스의 계획도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자금과 인력투자는 물론, 부품조달에서 공장설비까지 모두 뜯어고쳐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항구 /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일단 (전기차로) 공정 전환을 해야죠. 많지는 않지만 인력 재교육도 해야 되고요. 또 새로운 모델도 개발해야 되거든요. 부품업체들의 공급 망이 안정화 돼야 되고, 판매망이니 AS망 이런 쪽으로까지 하면 그게 생태계까지 갖춰줘야 되거든요. 그러한 과정에서 비용은 상당히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 허일후 ▶

    상하이차, 마힌드라그룹 그리고 산업은행.

    외국 자본은 탐욕스러웠고, 정부와 채권단은 이들의 먹튀를 방관했습니다.

    ◀ 김효엽 ▶

    파업으로 맞섰던 해고 노동자들은 공권력에 짓밟혔고 여전히 손배소의 덫에 걸려있습니다.

    이제 국가기관만이라도 손해 배상 소송만큼은 취하하는 게 책임있는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 허일후 ▶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김효엽 ▶

    저희는 다음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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