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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고향 예산 챙겨주고 국회의원으로

[스트레이트] 고향 예산 챙겨주고 국회의원으로
입력 2021-12-12 20:37 | 수정 2021-12-1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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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엽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효엽입니다.

    ◀ 허일후 ▶

    허일후입니다.

    ◀ 김효엽 ▶

    오늘 스트레이트는 국회의사당의 숨은 실세, '국회 전문위원'들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이지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 이지수 ▶

    안녕하십니까.

    ◀ 허일후 ▶

    '전문위원', 시청자들께는 약간 생소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는데요.

    '국회'하면 보통 의원, 보좌관이 떠오르지만 '전문위원'도 입법 활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죠.

    ◀ 이지수 ▶

    네, 국회 상임위에는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공무원들이 별도로 있는데요, 제일 위에 수석전문위원, 그 밑에 전문위원, 그리고 입법심의관과 조사관이 있습니다.

    ◀ 김효엽 ▶

    여의도에서는 '초선의원 서너명 보다 수석전문위원 한 명이 더 세다.' 이런 말도 있더군요.

    ◀ 이지수 ▶

    네, 돕는 역할, 즉 지원업무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는 입법이나 예산 심사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국회 전문위원을 발판삼아 고향에서 금뱃지까지 거머쥔 한 국회의원의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 리포트 ▶

    전북 익산시가 고향이자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의 김수흥 의원.

    1990년 입법고시를 통해 국회 공무원이 된 뒤, 30여년간 국회에서 일하다 21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김수흥/국회의원 당선인]
    "이번 선거는 익산 시민의 위대한 승리입니다."

    그런데 지난 총선 당시 선거 공보물을 보니 석연치않은 문구가 눈에 띕니다.

    출세보다 익산, 고향 챙기기에 앞장' '사무관 시절부터 익산과 전북 지자체 예산 챙기기에 성심껏 노력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불편부당해야할 공직자가 오히려 고향예산을 챙기는데 제 권한을 이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그걸 버젓이 자랑까지 한 겁니다.

    [김수흥/당시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 토론회 (KCN 20.02.20 방송))]
    "익산에서 수많은 공무원들이 민원 들고 예산 들고 도와달라고 찾아왔습니다. 1년에 수십 번, 수백 번씩 찾아왔습니다. 제 방을 찾아온 사람은 지금까지 합치면 제가 봤을 때 최소한 5천 명은 됩니다."
    (이춘석 당시 국회의원: 공무원을 하면서 익산의 공무원들이 찾아오면 도왔다. 이겁니까?)
    "네. 그렇죠."

    선거철 표때문에 과장한 건 아닐까?

    〈스트레이트〉는 김수흥 의원이 국회 사무처에서 일할 당시 행적을 복원해봤습니다.

    국회에서 예산분석실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 실제로 예산 관련 요직을 거쳤습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즉 예결위는 각 상임위에서 넘어온 예산안을 최종 심의하고 결정합니다.

    이 예결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심사할 때 참고할 분석,평가 자료를 만드는 게 바로 예결위 전문위원의 역할입니다.

    심사에 앞서 특정 예산을 줄이거나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권한도 있습니다.

    전문위원의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김수흥/당시 후보(국회의원 후보자 토론회(20.04.06 방송) )]
    "대한민국의 정책과 예산을 총괄하는 (국회) 예결위에서 두 번 근무했습니다. 제가 예산을 확보하는데 저만큼 전문가나 노하우를 가지신 분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3년 10월 한 지역일간지에서 김수흥 의원의 선거공보물과 비슷한 내용이 발견됐습니다.

    당시 국회 예산분석실장이었던 김 의원이 전북도지사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는기사입니다.

    '국회 예결위 전문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새만금사업 기반구축 예산 확보와 주요 재원의 삭감방지, 증액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는 이유입니다.

    구체적인 내역도 나옵니다.

    새만금 내부간선 동서2축 도로 기본설계비와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단지 진입도로 개설사업 예산이었습니다.

    [소준섭/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국회 공직에 있는 공무원이 예산을 따서 자기 지역에 예산을 따냈다. 이건 참 굉장히 이상한 일이고, 어이가 없고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이런 상황인데‥ 오히려 미담으로 둔갑하고 이런 한국 사회 이런 현실이‥ 국회가 희화화된 거죠."

    실제 이런 예산이 배정됐는지 확인해봤습니다.

    2013년 국토교통부 예산개요에 포함된 사업 명단입니다.

    새만금 동서2축 간선도로 타당성 조사 및 기본설계 예산 40억원이 책정돼 있습니다

    또다른 예산안에는, 현재 김 의원 지역구인 익산에 위치한 국가식품클러스터 산단 진입도로 예산 11억원도 배정돼 있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이 당시 전북 지역 지자체에서 예산 관련 업무를 했던 전직 공무원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실제로 당시 국회 사무처의 고위공무원이었던 김수흥 의원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합니다.

    [전 전북 지역 지자체 공무원]
    "예산분석실이나 아니면 거기가 예산이나 이런 부분에 수석(전문위원)을 했기 때문에 그쪽에 도움을 많이 청했죠. 부안이고, 고창이고, 진안이고, 익산 출신이고, 군산이고 이쪽뿐만이 아니라 전라북도 어느 지자체든 다 찾아와서 도움을 청한 걸로 저는 기억을 하고‥"

    지역 예산을 직접 챙기기도 하고, 관련 부처에 적극적으로 다리도 놔주는 등 전북지역 공무원들에게 '예산 창구'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는 겁니다.

    [전 전북 지역 지자체 공무원]
    "예산도 챙겨서 반영도 많이 해 주셨고 제가 직접 해 봤으니까… 김수흥 수석(전문위원)이 전화해주면 부처에서 잘 응대해주시고… 행정자치부나 기재부나 환경부나 이런 데도 연결을 시켜줘서 가서 설명하도록 하고 우리가 갔을 때는 기재부 같은데 가면 잘 안 만나주잖아요."

    그리고 지난 2016년, 익산시장 재보궐 선거때부터 지역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김수흥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상민/익산참여연대 사무처장]
    "(예산 챙기기가) 고향이기 때문에 좀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 놓고 보면 어쨌든 김수흥 의원 입장에서 정치적 입지를 만드는 과정의 한 측면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8년 국회 공무원으로 최고위직인 국회 사무차장이 된 뒤 부터는 모교 총동창회장에 취임하는 등 본격적인 지역 정치행보를 시작했습니다.

    [김수흥당시 국회 사무차장 (JTV 19.08.18 방송)]
    "그동안 제가 쌓아온 중앙부처나 정치권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고향이 낙후된 모습에서 앞으로는 더 발전된 모습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2019년 8월 김수흥 의원은 국회 사무처를 퇴직하고 곧바로 총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돼 이제는 기획재정위에서 국회의원 자격으로 또다시 국가 예산을 심사하고 있습니다.

    [김수흥/국회의원 (국회 기획재정위 11.08)]
    "장관님, 2021년 현재 국토의 불균형 발전으로 인해서 국가 예산에서 지출해야 할 예산의 규모는 참으로 엄청난 규모입니다. 아시지요?"

    애당초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전문위원이라는 국회 사무처 공무원의 권한을 이용한 것은 아닐까?

    김 의원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김수흥/국회의원]
    "제가 거기(고향)에 특혜를 준 게 아니고, 특혜를 제가 어떻게 드리겠습니까. 자기 지역뿐만이 아니고 이렇게 예산하는데 도움 주면 감사패 많이들 받습니다. 공직자들 중에서요. 제가 특정 예산을 '뭘 줬다' 이렇게 안 쓰여 있잖아요."

    예산과 관련해 공무원들이 자신을 찾아오면 성심성의껏 조언을 하거나 관련 부처에 소개를 해줬을 뿐이라는 겁니다.

    [김수흥/국회의원]
    "예를 들어서 예산이 국회에서 어느 심의 단계냐, 그다음에 예산을 확보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냐 그런 것들에 대해서 이제 어드바이스 (조언) 하고 그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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