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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의원실에서 몸싸움‥검토보고서가 뭐길래

[스트레이트] 의원실에서 몸싸움‥검토보고서가 뭐길래
입력 2021-12-12 20:53 | 수정 2021-12-1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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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엽 ▶

    두 가지 문제를 봐야겠습니다.

    참고 자료라고 하기에는 영향력이 막강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 그리고 전문위원 전관 특혜 문제입니다.

    ◀ 허일후 ▶

    먼저 검토보고서 문제부터 이야기를 해볼까요?

    ◀ 이지수 ▶

    네, 상임위에서 법안을 논의할 때 국회 의원들은 반드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도록 국회법에 규정이 돼있습니다.

    ◀ 허일후 ▶

    법안이 타당하다, 아니다 이런 의견까지 보고서에 담기게 되죠?

    ◀ 이지수 ▶

    맞습니다. 그리고 이 의견이 국회의원들의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마치 신호등처럼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법 과정의 숨은 실세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요, 검토보고서를 둘러싸고 벌어진 한 사건을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9년 7월, 국회 의원회관 안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장소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의 사무실.

    국회 사무처 공무원이 윤 의원의 보좌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폭행 신고 당시 경찰 관계자]
    "아마 맞았다고 신고됐을 거예요. 112 신고에는. 누가 보면 민 걸로 보기도 하고."

    발단은 윤 의원이 발의한 에이즈 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였습니다.

    윤 의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기관이 에이즈 환자 진료를 거부하거나 환자를 차별대우할 수 없도록 법률에 명시하려 했습니다.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는 '정당한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 등으로 법률을 보강하자는 전문위원의 적극적인 검토 의견이 제출됐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법안소위가 만들어진 뒤, 검토의견에 부정적인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개정안이 의료법에 있는 진료 거부 금지 규정과 중복된다는 거였습니다.

    윤 의원 측이 수석전문위원과 입법조사관을 호출했습니다.

    의원실 안에서 양측이 논쟁을 벌이다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당시 윤일규 의원 보좌관]
    "법안소위로 넘어갈 때 전문위원 검토 보고가 바뀌었어요. 제가 그런 절차적인 부분들을 따졌더니 이 수석전문위원이 '건방진 xx' 하면서 자리 일어나고 박차고 나가버린 거예요."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조율은 소위원회나 상임위원회나 본회의에서 이루어질 사항이지 전문위원이나 수석전문위원을 데려다 오라고 해서 '네가 왜 내 반대 얘기를 썼느냐' 이렇게 할 일은 아니죠. 제가 여기서 계속 앉아 있을 수 없으니 나가겠다.."

    자리를 뜨려 한 수석전문위원과 윤의원, 보좌관이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옆에 있던 입법조사관이 넘어졌습니다.

    [당시 윤일규 의원 보좌관]
    "(수석전문위원이) 갑자기 박차고 나가니까 다시 우리 의원님이 나가서 수석전문위원을 저 어깨춤을 붙잡고 '나랑 단둘이 이야기합시다'하고 다시 의원실로 데리고 들어갔어요. 그런데 입법조사관이 자기도 들어가야 된다고 그러면서 그 친구를 이렇게 떼어내서 문을 닫았는데 털썩 주저앉더니"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의원님이 저를 의원실로 강제로 끌고 가려고 했습니다. '감히 의원한테', '의원실에 와서 어떻게 감히 네가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들어올 때 들어오고' 이런 식이었죠. 우리 직원이 너무 놀래서 저희 수석님이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그러시냐고 이제 그러는 과정에 밀쳐지게 된 거죠."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문구 하나에 국회의원까지 연루된 폭행사건이 벌어진 겁니다.

    실제로 여러가지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는 문구는 실무적으로는 사실상 처리를 하면 안된다는 신호로 읽힌다고 합니다.

    [소준섭/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전문위원 검토보고에 부정적인 '시기상조다' (라는) 여러 가지 의견을 붙여서 결정 검토보고를 내면 그걸로 끝입니다. 못 올라갑니다. 다음 단계로 갈 수가 없고."

    19대 국회에서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인 '뉴스테이'법안을 논의할 때에도

    [김성태/당시 새누리당 의원 (국회 국토위 2015.04.20)]
    "천편일률 부정적 의견만 전부 얘기를 했습니다. 어떻게 전문위원실에서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의 입장을 담아 얘기할 수 있는 것입니까? 우리 국토교통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지금 현재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겁니다."

    20대 국회에서 변리사법 개정안을 논의할 때에도 검토보고서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우원식/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산자위 2019.03.12)]
    "두 검토보고서를 다 송○○ 수석전문위원이 쓴 건데 처벌하자고 할 때는 처벌하자고 해 놓고, 이번에 금지하자고 그러니까 금지하지 말자고 하고 도대체 이게 말이 됩니까."

    국회의원들이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의무적으로 듣도록 국회법이 개정된 때는 1981년.

    전두환 군사 정권 시절이었습니다.

    원래는 국회의원의 힘을 빼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제도가 정착되며 전문위원의 영향력은 점점 커졌습니다.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군부 체제에서 그러니까 정치권력을 장악한 집단이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전문위원 제도를 좀 더 강화한 측면이 있죠. 약화되는 국회의 기능에 부가해서 전문위원들의 검토보고서가 가지는 영향력은 그에 반비례해서 커지게 되는 것이죠."

    국회 18개 상임위마다 설치된 전문위원실에는 대부분 차관보급인 수석전문위원과 2급 공무원인 전문위원, 그리고 10명에서 20명 규모의 입법심의관과 입법조사관 등 공무원이 있습니다.

    [소준섭/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수석전문위원이 초선 (국회의원) 네댓 명보다 힘이 세다' 그런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그다음에 전문위원이 새로 신임 전문위원이 임명되면 인사하느라고 아주 인산인해다."

    그래서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핵심 로비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국회의원 A 보좌관]
    "예를 들면 법안의 문구를 어떻게 조정한다든지 아니면 예산에 어떤 것들을 증액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거나 감액해야 한다고 의견을 낸다든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국회의원실보다 더 막강하고 안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거를 국회에 들어오는 민원인이나 공무원들은 알고 있는 거죠."

    심지어 사법부조차 전문위원을 상대로 로비를 펼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작성된 '사법농단' 의혹 문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국회의원뿐 아니라 전문위원과 입법조사관을 상대로 다각적인 설득 작업'을 펼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전문위원은 부장판사와 실장급이 입법조사관은 평심의관이 분담한다는 전략도 짰습니다.

    '반박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으려 하거나 생각을 바꾸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거나 '자기 나름의 부정적인 견해, 논리를 피력하는 이들도 있었다'는 등 전문위원들의 반응도 구체적으로 수집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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