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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살인' 아니라 '상해치사'라는 검찰과 경찰

[스트레이트] '살인' 아니라 '상해치사'라는 검찰과 경찰
입력 2021-12-19 20:32 | 수정 2021-12-2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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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엽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효엽입니다.

    ◀ 허일후 ▶

    허일후입니다.

    ◀ 김효엽 ▶

    오늘 스트레이트는 소위 '데이트 폭력'이라고 하는 '연인간 폭력'문제를 취재했습니다.

    곽승규 기자 나와있습니다.

    ◀ 곽승규 ▶

    안녕하세요.

    ◀ 허일후 ▶

    최근들어 사귀거나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사건들에 대한 보도..부쩍 많이 보이더군요.

    ◀ 곽승규 ▶

    네, 그렇습니다.

    사실 이른바 데이트 폭력, 이 '연인 간 폭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요.

    목숨까지 잃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데이트 폭력이라는 용어 자체도 문제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김효엽 ▶

    '데이트 폭력'이라는 단어가 마치 별 것 아닌 '다툼'이라는 어감을 주기 때문이죠.

    저희 스트레이트는 그런 점을 감안해서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 대신, '연인 간 폭력' '교제 살인'이란는 용어를 쓰기로 하겠습니다.

    ◀ 곽승규 ▶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길래 용어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지, 먼저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딸을 잃은 한 부모의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황예진씨는 올해 25살 1996년생 외동 딸이었습니다.

    [故 황예진 씨 어머니]
    "딸이기도 하고 친구 같은 딸이거든요. 저희 딸도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일 거라고 했고. 되게 예쁜 딸이었거든요. 딸 하나."

    느닷없이 경찰에게 걸려온 전화.

    어머니는 처음에는 딸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잘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故 황예진 씨 어머니]
    "저희가 처음에 사고 나서 아이에게 갔을 때는 저는 병원에 있었고 아빠는 경찰에 갔을 때 단순한 연인 간의 싸움이고 단순하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저희 아이는 이미 뇌사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딸이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건 지난 7월 25일이었습니다.

    처음에 경찰은 딸과 남자친구가 딸이 살던 오피스텔에서 다툼을 벌이다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사건 현장 CCTV를 확인한 경찰도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는지, 남자친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故 황예진 씨 어머니]
    "저희는 당연히 구속될 거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구속이 안 되고 풀려났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그래서 아빠(남편)랑 저랑은 부모가 나서지 않으면 우리 아이는 그냥 묻혀가는 죽음이고 가해자는 계속 저렇게 혐의가 없는 거로 될 수 있겠다."

    뇌사 상태로 힘겨운 사투를 벌인 황예진 씨.

    어머니는 혹시나 의식을 찾는데 도움이 되진 않을까 평소 딸이 사랑하던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故 황예진 씨 할머니]
    "예진아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을게. 빨리 깨서 빨리 와."

    하지만 딸은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故 황예진 씨 어머니]
    "아빠(남편)랑 저랑 약속한 게 있어요. 아이 사망할 때, 마지막 날 면회할 때 '엄마, 아빠가 다 할 거니까 너무 억울해하지 말고 엄마, 아빠 믿고 하늘나라 가라’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저희가 119 자료든 CCTV 자료든 112 녹취록이든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부모가 해야지. 하지 않으면 그냥 묻혀버릴 수 있겠다 해서 저희가 그때부터는 거의 잠을 못 잔 것 같아요."

    그런데 가해자인 남자친구 이 모씨는 황예진씨가 머리를 잡아 당겼기 때문에 우발적으로 폭행한 거라고 줄 곧 주장했습니다.

    사실일까?

    어머니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법원에서 당시 CCTV를 구했습니다.

    초 단위로 한 장면 한 장면 살폈습니다.

    [故 황예진 씨 어머니]
    "저희가 CCTV를 보면, 반복적으로 폭행을 해요. 반복적으로 폭행하는 부위가 머리거든요. 7번의 폭행이 이루어지고 사각지대로 계속 들어가고 그다음에 아이 머리가 헝클어지고 아이가 또 혈흔이 나오고 애를 8층으로 갔다가 로비로 갔다가 끌고 떨어뜨리고 이런 행동을 저랑 아빠는 계속 봤잖아요. 그건 죽어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의 인성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지."

    여러번 반복적으로 공격하고 쓰러진 피해자에게 계속 잔혹한 폭행을 이어간 겁니다.

    또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엘리베이터와 복도로 끌고다니기 까지 했습니다.

    고 황예진씨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CCTV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상황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CCTV 사각지대에 들어가기 전 주먹을 든 가해자의 모습, 이어진 그림자의 움직임에서 거친 폭행의 흔적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故 황예진 씨 아버지]
    "걔는 우리 딸, 어쨌든 그 집을 많이 방문했었기 때문에 충분히 사각(지대를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일부러 몰고 간다니까요. 그냥"

    가해자 이씨는 한참 뒤에야 119에 전화해 여자친구인 황예진씨가 술에 취해 쓰러진 것처럼 말했습니다.

    자신의 폭행 사실은 숨긴 겁니다.

    [☎ 가해자 이 모 씨/당시 119 신고음성]
    "머리를 제가 옮기려다가 찧었는데 애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다 보니 지금 완전 기절을 하고‥ 여보세요?"

    이에 앞서 경찰에 전화해서는 "약간의 불미스러운 사고가 있었다, 왜 자는 척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은폐와 거짓말, 거기에 먼저 폭력을 휘두른 정황까지 있었지만 검찰는 이 씨를 살인혐의 대신 상해치사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구속은 됐지만, 살인의 고의가 아니었다는 주장만큼은 받아들여진 셈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공소장 변경을 검찰에 요청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고의가 아니냐, 살인죄로 단죄해달라고 읍소했습니다.

    [故 황예진 씨 아버지]
    "진짜 CCTV를 충분히 검토했으면 정말 충분히 살인으로 갈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왜 우리가 그걸 주장을 해야 하는 건지. 우리는 피해자잖아요. 거꾸로 우리가 검찰 쪽에 이거는 정말 미필적 고의 살인이라고 자꾸 주장하는 자체가 마치 그냥 떼쓰는 애들 같아요. 우리가."

    하지만 검찰은 끝내 유가족의 공소장 변경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지난 월요일 열린 3차 공판에서 가해자 이 씨에게 상해치사죄로 징역 10년을 구형했습니다.

    [故 황예진 씨 어머니]
    "25세에 사망을 했는데 10년으로 구형하고. 아이를 구할 생각이 없는 피고인이 여러 번 구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안 구했는데 그거를 상해치사라고 얘기하는 거는, 일반 시민들도 알 수 있고 다 언론을 통해서 봤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기 때문에 저희는 인정 안 하고요. 계속할 겁니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어머니, 아버지는 딸이 잠들어 있는 묘지를 찾았습니다.

    어머니는 딸과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거 같다며 미안하다고 말만 반복했습니다.

    [故 황예진 씨 어머니]
    "이렇게 추운데 어떡하니. 예진아 엄마가 미안해. 추운데 어떡하니 예진아. 미안해 엄마가 다시 할게. 엄마가 할 거야. 걱정하지 마 엄마가 다시 할게. 알았지 엄마 믿고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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