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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경찰 신변보호 중에도 희생되는 여성들

[스트레이트] 경찰 신변보호 중에도 희생되는 여성들
입력 2021-12-19 20:40 | 수정 2021-12-2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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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딸에게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 그 심정이 어떨지 가늠조차 되질 않습니다.

    ◀ 김효엽 ▶

    무엇보다 '단순사고로 인한 사망이다'다, 고의성이 없으니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수사기관의 판단‥ 어느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

    ◀ 곽승규 ▶

    그렇습니다.

    지난 월요일 재판에서는 황예진씨의 이모가 가해자 진술을 듣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는데요

    이때 유가족 중 한분은 지옥같다는 말까지 하시더라구요.

    ◀ 허일후 ▶

    '지옥같다'는 말..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는 말 같습니다.

    ◀ 김효엽 ▶

    그런데 황예진 씨뿐 아니라, 최근에 연인 간 폭력이나 스토킹 범죄로 여성이나 그 가족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계속 보도되고 있습니다.

    ◀ 곽승규 ▶

    그렇습니다. 심지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와중에도 피해 여성이나 그 가족이 숨지는 사건까지 일어났는데요.

    왜 이런 사건을 막지 못한 건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의 주택가.

    한 남성이 경찰에 체포돼 호송됩니다.

    25살 이석준입니다.

    이석준은 이날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스토킹 피해 여성의 어머니가 숨지고 남동생은 중태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이석준은 범행 나흘 전 이미 경찰에 신고돼 조사를 받았었습니다.

    피해여성이 감금, 성폭력으로 신고한 겁니다.

    당시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피해 여성의 눈가에 멍이 든 걸 확인하고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하지만 연인끼리 다툼이라고 판단해 임의동행해 조사까지 하고선 이석준을 그대로 풀어줬습니다.

    그리고 나흘 뒤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 유가족]
    "납치·감금이 의심되는 상황이잖아요. 체포를 했어야죠. 그러면 이 사달이 안 났잖아요."

    유가족은 애당초 이석준과 피해 여성이 연인관계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석준은 경찰조사 당시 피해 여성과 자신이 교제하던 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연인관계인지부터 확실치 않은데, 경찰은 가해자 이석준의 말을 그대로 믿은 겁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이거를 대수롭지 않고 굉장히 사소한 일로 생각을 해왔어요. 왜냐하면 '둘이 굉장히 폭력적인 관계인데, 아 근데 둘이 연인이야?'이렇게 보면 '에이 그냥 뭐 별거 아니네. 그냥 뭐 싸우는 거네'이렇게 인식을 해왔던 건데"

    그러나 실제 연인관계에서의 폭력은 이런 통념과는 정반대의 양상을 띕니다.

    그 어떤 범죄보다도 강력 범죄로 발전하기 쉬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강한 집착 때문입니다.

    [표창원/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
    "가해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특징은 집착이죠. 우선 집착. 자신이 요구하는 거, 바라는 거 혹은 옳다고 느끼는 거 무엇이든지 간에 이것에 대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매달립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강력범죄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역시, 집착에 기반한 비뚤어진 소유욕 때문입니다.

    [표창원/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
    "상대방은 나의 소유예요. 나의 것인 거죠. 관계가 맺어지기 시작한 이후에는 그것이 연인이건 부부이건 간에 상대방은 내 거예요. 내 건데 나로부터 떠나려고 해, 내 건데 나를 존중하지 않아 거기서 분노를 느끼고 지배하려고 하고 통제하려고 하고 그런 소유욕의 현실화를 하려는 거죠. 이것이 데이트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지난 7월 제주에서 벌어진 중학생 살인 사건의 주범 백광석.

    지난달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일어난 30대 여성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병찬.

    여자친구를 흉기로 찌른 뒤 19층 아파트에서 떨어뜨렸지만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김 모씨.

    이들이 피해자나 그의 가족을 죽인 범행동기는 모두 이별통보였습니다.

    장소 또한 모두 피해자의 집이었습니다.

    [승재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가해자가 언제나 찾아가는 건 1 대 1 관계에서 자기가 절대적으로 이 피해자를 복종시킬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거예요. 그래서 피해자가 언제나 집에 돌아올 수밖에 없는 주거 공간을 끊임없이 배회하고. 그 장소에는 돌아올 수밖에 없으니까."

    게다가 연인이었기 때문에 가해자가 피해자의 습관과 생활반경을 꿰고 있어 더 위험합니다.

    집주소와 직장위치, 차량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는 중에도 피해자가 목숨을 잃는 일을 반복되고 있습니다.

    옛 연인의 집을 찾아가 여성이 없자, 그의 중학생 아들을 죽인 백광석.

    이때도 피해자 가족은 이미 신변보호를 요청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경찰은 신변보호 방식의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김창룡/경찰청장(경찰청 국정감사 10월 5일)]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개선하는 그런 조치를 마련해서 지금 시범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거로 문제가 됐던 스마트 워치 같은 경우에는 9월에 1천4백 대 구입했고 내년에는 1만 대를 추가로 더 구매해서 활용할 예정이고‥"

    하지만 달라진 건 늘어난 스마트워치의 숫자뿐이었습니다.

    지난달 19일 김병찬에 의해 희생된 피해여성은 참변 직전 스마트워치를 두 번이나 눌렀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엉뚱한 곳에 출동해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스마트워치를 피해자에게만 지급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휴대를 의무화시켜 위치추적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승재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시간보다 국가 공권력이 피해자에게 다가서는 순간이 훨씬 빨라야 할 거잖아요. 그 피해자에게 가는 시간을 짧게 만들려면 가해자의 위치를 모르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거잖아요. 생각해 보세요. 가해자의 위치를 모르면 가해자는 100미터 접근금지니까 100미터 앞에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럼 100미터 앞에 있을 때 스마트 워치를 누르면 아무리 국가 공권력이 신속하게 출동한다 할지라도 30초 이내에 절대로 출동 못합니다."

    신변보호를 요청한 사람들의 피해가 계속되자 경찰은 가해자의 신병을 조기에 확보하는 걸 주요내용으로 하는 새 대책 내놨습니다.

    폭행이나 주거침입이 한 차례라도 발생할 경우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게 핵심입니다.

    늦었지만 우선 가해자와 피해자의 적극적인 분리조치부터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승재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발 뻗고 자고, 피해자는 내가 피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면서 오늘 저녁도 밤을 새울 수 있는 거거든요. '나는 오늘 저녁에 이 가해자와 완전히 분리된 상태에서 정말 편하게 잘 수 있을 거야'라는 걸 확신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형사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좀 필요한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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