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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가해자 즉시 체포하는 미국의 '여성폭력방지법'

[스트레이트] 가해자 즉시 체포하는 미국의 '여성폭력방지법'
입력 2021-12-19 21:00 | 수정 2021-12-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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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연인간 폭력을 주로 피해자가 되는 여성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장혜영 의원,

    반면에 일반 폭력과 다를 게 없이 대응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이준석 대표.

    두 정치인의 생각이 많이 다르네요.

    ◀ 김효엽 ▶

    네. 쉽게 좁혀질 것 같지 않습니다.

    외국의 경우엔 연인간 폭력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 곽승규 ▶

    네, 미국과 영국 같은 서구권 국가에서 관련 법이 발달돼 있는데요.

    연인간 폭력을 대하는 해외의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2년, 미국 백악관은 여성폭력 근절 캠페인에 직접 나섰습니다.

    캠페인의 이름은 '1 is 2 MANY.'

    단 한 명의 여성폭력 희생자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캠페인이었습니다.

    [데이비드 베컴/축구선수]
    "누구도 여성을 때려서는 안 됩니다."
    [제레미 린/농구선수]
    "아내도 여자친구도 데이트 상대도요."

    오바마 정부 시절 제작된 영상인데 당시 바이든 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도 함께 출연해 여성폭력 근절을 호소했습니다.

    [조 바이든/당시 미국 부통령]
    "가장 나쁜 힘의 남용은 남자가 여자를 때리기 위해 손을 들었을 때입니다."
    [버락 오바마/당시 미국 대통령]
    "데이트 폭력은 우리 모두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러니 나서서 그것을 끝내는 것을 도와야 합니다. 단 한 사람의 희생도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연인 간 폭력이나 가정폭력이 주로 남성에 의해 발생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개선을 촉구하고 나선 겁니다.

    미국은 27년 전인 지난 1994년 여성폭력방지법을 연방법으로 제정했습니다.

    연인 간 폭력뿐 아니라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등 모든 종류의 여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사법 체계를 꾸리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연방법으로 명시한 겁니다.

    경찰과 검찰이 사건을 불기소할 경우에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민사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이 법은 19년 뒤인 2013년 더욱 확대됐습니다.

    게이나 레즈비언같은 성소수자나 이민자 여성까지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버락 오바마/당시 미국 대통령]
    "오늘날 세 명 중 한 명의 여성이 파트너에게 학대를 당하는 상황 속에 나는 대통령으로서뿐만 아니라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약속합니다."

    미국 연방정부 뿐만 아니라 각 주정부 역시 여성폭력방지법이 제정되기 이전부터 연인간 폭력이나 가정폭력 범죄에 강하게 대처해왔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가해자를 즉시 체포하는 의무체포제가 대표적입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임의체포제도를 미국은 1984년도에 들여왔어요. 임의체포제도를 시행하는 주정부의 경찰들은 현장에 가서 피해자에게 절대로 고소를 원하느냐, 처벌을 원하느냐 물으면 안 됩니다. 화해나 중재를 시도해서도 안 돼요.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서 해야 할 일은 가해자를 체포해오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경찰들이 전화에서부터 질문해요. '이거 사건 하실 거예요?'이렇게 물어봐요. 이게 뭐냐면 피해자에게 '지금 고소하실 건가요?’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망설이고 그러면 '아 그러면 사건 안됩니다'이러면서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뭐 그런 것들, 사실 피해자를 더 취약하게 하는 것이 누구인가."

    미국에서는 김병찬 사건처럼 경찰의 임의동행 요청을 거부하고 돌아다니다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는 일이 애당초 벌어질 수 없는 겁니다.

    영국에는 클레어법이 있습니다.

    지난 2009년 클레어 우드라는 여성이 남자친구의 폭력에 의해 살해된 이후로 생긴 법입니다.

    교제하고 있는 상대방의 폭력전과를 조회할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네덜란드는 교제 중인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진 폭력을 가중처벌하도록 법에 명시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연인 간 폭력을 따로 분류해 '데이트 폭력'이란 용어로 부르기 시작한 게 10년 밖에 안됐습니다.

    연인 간 폭력 사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낮습니다.

    심지어는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탓하기도 합니다.

    왜 그런 남자를 만난 것이냐, 진작 헤어지지 그랬냐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연아(필명)/「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저자]
    "이미 그 사회적 시선을 제가 스스로 의식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이런 사람을 만난다고 얘기하면 저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보겠지?' 그런 시선이 너무 싫은 거예요."

    최근에는 '데이트'라는 단어가 사안의 심각성을 오히려 축소, 은폐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무참히 살해한 조카를 변론했었다고 공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 후보는 변론 당시 심신미약 감형을 주장한 점, 그리고 이 사건을 '살인사건'이 아닌 데이트폭력 중범죄로 언급한 점을 두고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 후보는 결국 미숙한 표현이었다며 사과했습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데이트라는 용어도 사실 우리나라 말이 아닌 거잖아요. 그래서 외국에서는 이게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이라는 것이 매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이기도 하고 '교제 관계에서의 폭력'또는 '교제 살인', 저는 이런 것도 대체용어가 될 수 있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 허일후 ▶

    최근 5년동안 연인간 폭력 사건은 하루 평균 26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도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폭력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김효엽 ▶

    하지만 이런 폭력으로 얼마나 많은 여성이 숨지는지에 대해서는 정부에선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이 문제에 무감각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 허일후 ▶

    끈질긴 추적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김효엽 ▶

    저희는 다음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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