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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박진준

[스트레이트] '민식이법'을 호소한 대가

[스트레이트] '민식이법'을 호소한 대가
입력 2021-12-26 20:34 | 수정 2021-12-2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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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엽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효엽입니다.

    ◀ 허일후 ▶

    안녕하세요. 허일후입니다.

    ◀ 김효엽 ▶

    오늘 저희는 2021년을 마무리하며 몇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보려고 합니다.

    김민식, 윤창호, 김용균‥

    바로 이름이 법이 된 사람들입니다.

    ◀ 허일후 ▶

    막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사고로 숨진 분들이죠.

    그래서 더이상 이런 죽음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이 분들 이름을 딴 법까지 만든 거겠죠.

    ◀ 김효엽 ▶

    그래서 스트레이트는 이 법들이 시행된 후 현실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박진준 기자 나와있습니다.

    ◀ 허일후 ▶

    먼저,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9살 민식이, 그 이름이 잊혀지지 않는데요.

    어린이들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이른바 '민식이법'이 만들어졌어요.

    ◀ 박진준 ▶

    네, '민식이법'의 시작은 다른 어린이들이 민식이같은 사고를 당하지 않게 막자는 것이었죠.

    그 뒤 민식이 부모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 또 아이들에게 거리는 더 안전해졌는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2019년 9월 11일.

    9살 민식이는 한 중학교 앞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네 살짜리 동생 손을 잡고 바로 건너편 가게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가던 길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스쿨존이었지만 과속방지턱은 커녕 신호등조차 없었습니다.

    맞은편 차선에 멈춰있는 차량 때문에 사각지대가 있는데도, 가해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민식이 부모는 다른 아이들은 더이상 떠나보내선 안되겠다는 결심으로, 숨진 아들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김태양/故 김민식 군 아버지 (2019년 10월 국회)]
    "우리 민식이가 다시 살아 돌아오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하늘나라에 있는 민식이를 위해서라도, 또 다른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이 자리에 어렵게 섰습니다. 저처럼 자식을 먼저 보내고 저희처럼 무너지는 가정이 제발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박초희/故 김민식 군 어머니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
    "다시는 이런 슬픔이 생기지 않게 막아달라고 외쳤고, 기자회견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스쿨존에서는 아이가 차에 치여 사망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여론이 움직였습니다.

    결국 민식이가 사망한 그 해 겨울.

    어린이 보호구역, 즉 스쿨존에 과속방지턱과 과속단속카메라, 신호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스쿨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른바 '민식이법'입니다.

    그런데 법이 통과되자 생각지도 못한 후폭풍이 유가족을 덮쳤습니다.

    [김태양/故 김민식 군 아버지]
    "딱 입법이 돼서 통과가 되고 난 후가 가장 힘들었죠. 그때 부터는 그냥 무차별 공격이었으니까요. 그냥 '악법이다' '감성팔이 떼법이다' '졸속 법이다' '민주당 법이다' 막 이러면서‥ 그냥 이제 욕밖에 없었죠. 무슨 저희가 인터뷰를 해서 기사가 올라오면 악성 댓글만 한 몇 만 개씩 달렸으니까요."


    민식이법 때문에 스쿨존에서 사고를 내면 무조건 징역 3년이상 감옥에 간다는 거짓 정보가 인터넷을 휩쓸었습니다.

    [OOTV유튜버]
    "민식이 아빠, 엄마 당신들. 당신들이 민식이에게 안전 교육을 똑바로 시키지 않아서 아니야? 지금 당신의 그 거짓 증언과 그런 감성팔이 때문에 대한민국에 엄청난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피해를 지금 받게 생겼다고."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들 장난 때문에 교통사고를 낼 번 했다는 블랙박스 동영상들이 퍼져나갔습니다.

    급기야 스쿨존에서 차를 향해 뛰어드는 어린이를 피하며 운전하는 스마트폰 게임까지 나왔습니다.

    앱마켓에는 "차로 치었는데 애들이 안죽고 피도 안흘린다. 수정해달라","민식이 때문에 스트레스 쌓였는데 속이 후련하다"는 도를 넘는 댓글이 넘쳐났습니다.

    법을 문제삼는 걸 넘어, 민식이 부모를 직접 겨냥한 헛소문과 조롱이 이어졌습니다.

    [김태양/故 김민식 군 아버지]
    "'민식이 엄마가 친엄마가 아니다' 이러면서 제가 바람을 펴서 결혼을 한 거다. 막 그러면서 아기 엄마가 일진이고, 제가 경찰 서장실을 뒤집어엎었고, 민주당 의원들 뒷배 믿고서 했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다 한 거예요."

    개인정보까지 공개됐습니다.

    [김태양/故 김민식 군 아버지]
    "제 연락처를 이제 (유튜브) 방송상에서 공개를 하고 그다음에 저희가 이제 진행 중인 사건번호나 사건에 대해서도 다 공개를 했어요. 모르는 사람들한테 전화가 거의 하루에 100통씩 왔어요. 전화, 카톡, 문자해서 막 이상한 혐오스러운 사진들 있잖아요. 아기 얼굴 가지고 혐오스러운 사진들 막 캡처해서, 편집해서 보내고."

    여러 유튜버들이 인신공격을 가했고, 결국 유튜버 중 한 명은 허위 사실 유포 명예훼손과 모욕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 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정혜진/변호사 ('이름이 법이 될 때' 저자)]
    "법에 대해서 찬반양론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그걸 가지고 민식이 부모에 대해서 이제 비난을 한다거나 그런 점이 굉장히 좀 비합리적인 것이죠. 어떤 그 사건의 계기가 된 유가족에 대한 비난으로 쏟아지는 것은 정말 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이 돼요."

    그렇다면 법이 강화된 뒤 어린이 교통사고는 어떻게 처벌되고 있을까?

    지난해 5월 전북 전주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불법유턴을 하는 차량에 2살 아이가 치어 숨졌습니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첫 사망사고.

    '불법유턴'이라는 과실이 명백했지만 운전자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가해 운전자가 "유족들에게 사죄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유족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 점" 등이 참작됐습니다.

    법 시행 1년 동안 '민식이법'이 적용돼 유죄가 나온 판결은 25건.

    그 중 실형은 단 1건이었고 14건은 집행유예, 10건은 벌금형이었습니다.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판결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대전지법은 스쿨존에서 놀던 7살 아이를 차로 치어 다치게 한 6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아이가 차도로 뛰어나와 부딪히기까지 0.6초 정도 걸렸다"며 "아무리 빨리 멈춰도 사고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정경일/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억울한 운전자, 발생되지 않도록 법원에서는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도리어 무죄판결이 예전보다 더 많이 나오고 있고, 또 운전자분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철저히 다투기 때문에 (운전자) 자신이 아직까지 억울한 부분 나타났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민식이법으로 최고 무기징역까지 받게 끔 운전자 처벌이 강화된 건 맞습니다.

    그런데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30킬로미터 이상 과속했거나,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지 않고 운전했을 경우만 강력하게 처벌하는 겁니다.

    [정경일/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사고 발생했다고 무조건 처벌받지도 않습니다. 수사기관이든 법원이든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릴 때 신중하게 내립니다. 예전에는 그냥 '교통사고 났으니까 운전자가 책임져라'라고 하던 것을 (현재는) 그렇게 접근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스쿨존에서 아이들이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는 뉴스는 끊이지 않습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앞.

    교문 앞에는 인천항으로 연결되는 6차선 도로가 뻗어있습니다.

    지난 3월, 이곳에서 10살 여자 아이가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우회전하는 25톤 화물차에 치어 숨졌습니다.

    예전부터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위험하니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장소였습니다.

    [등하교 교통안내 도우미]
    "사후약방문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그런 식이지‥"

    사고가 난 뒤에야 단속카메라와 cctv 등이 새로 설치됐고, 제한속도도 50km에서 30km로 낮아졌습니다.

    횡단보도도 좀더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고 도로 변에 안전 난간도 세워졌습니다.

    [고경신/OO초등학교 교사]
    "개선을 많이 요구하기는 했었는데, 사고 난 이후에 이런 일이 생겨서 좀 마음이 많이 안타깝죠."

    같은 달 전북 전주에서도, 지난달에는 충남 당진에서도 비슷한 사고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 교통사고가 줄긴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제한 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법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민식이법이 과잉입법이라며 재개정해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태경/국회의원]
    "국회의원도 사람이기 때문에 아주 냉철하게 이성적으로만 '안된다'라고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민식이법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그럴 때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법안 심의하는 그 현장에서는 좀 안 오게 해야 되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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