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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위헌이 된 윤창호법

[스트레이트] 위헌이 된 윤창호법
입력 2021-12-26 20:42 | 수정 2021-12-2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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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아이들이 학교 주변에서 더이상 죽거나 다치지 않게 해달라는 부모의 절규가 조롱의 대상이 됐다니‥ 참 씁쓸합니다.

    ◀ 김효엽 ▶

    교통사고와 관련해서 이렇게 피해자의 이름이 담긴 법안이 또 있죠.

    바로 윤창호법입니다.

    ◀ 박진준 ▶

    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던 청년, 윤창호 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목숨을 잃은 사고가 계기가 돼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윤창호법 역시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었습니다.

    ◀ 리포트 ▶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보행자들에게 승용차가 돌진합니다.

    승용차 운전자는 혈중 알코올농도 0.181%의 만취 상태였습니다.

    이 사고로 군대 전역을 넉 달 남기고 휴가를 나왔던 윤창호 씨가 크게 다쳤습니다.

    40여 일을 중환자실에서 견디다, 22살의 젊은 나이에 눈을 감았습니다.

    [윤기현/故 윤창호 씨 아버지]
    "자식이라는 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존재지만 굉장히 저희한테는 참 소중했고, 참 대견스러웠던 그런 아들이었습니다."

    창호 씨가 떠난 지 3년, 아들이 휴가 때 신고 나온 전투화를 부모는 아직 치우지 못했습니다.

    [윤기현/故 윤창호 씨 아버지]
    "'예전에 저기 창호랑 같이 갔었는데 한번 가볼까?' 혹은 '아이고, 가면 또 괜히 창호 생각나고 하니까 가지 말자' 이렇게 하기도 하고. 또 뭐 명절이 다가오고 이제 뭐 부모 마음이 다 그렇잖아요. 뭐 맛있는 거 먹고 이러면 항상 애 생각이 나는 거죠."

    윤창호 씨가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친구들도 어떻게 도울 지 머리를 맞댔습니다.

    [김주환/故 윤창호 씨 친구]
    "'만약에 내가 다쳤을 때 창호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을 때 얘(창호)는 응당, 당연하게 이런 것들을 찾아보고 분개하고 그거에 대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똑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 창호도 바라는 일이라는 생각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국민청원부터 올렸습니다.

    국회의원들도 직접 찾아다녔습니다.

    [박주연/故 윤창호 씨 친구]
    "누구에게나, 나한테도, 또 다른 내 바로 옆에 지인한테도. '누구한테나 또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구나' 이런 생각을 해서 친구들과 이제 의견을 모아서 '앞으로 이런 사고가 누구에게나 일어나지 않도록 조금 더 우리가 어떤 노력이나 활동을 해보자‥'"

    하태경 의원을 비롯한 100명 넘는 국회의원들이 동참했습니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혈중알코올농도 0.03%로 강화됐고,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죽는 경우 최소 3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두 번 이상 음주운전이 적발되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대 2천만 원까지의 벌금으로 가중 처벌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김주환/故 윤창호 씨 친구]
    "'음주운전은 하면 안 된다', '음주운전이라는 단어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야 된다'라는 게 저희의 취지였거든요."

    하지만 윤창호법 시행이후에도 음주운전 적발도 사고도 크게 줄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5월 교통사고를 당한 27살 황재완 씨.

    왕복 8차선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신호를 기다리다 뒤에서 빠르게 달려오던 차량에 그대로 들이받혔습니다.

    가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68%로 만취 상태였습니다.

    혼수상태에 빠진 황 씨는 석달동안 사경을 헤매다 기적같이 깨어났습니다.

    하지만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팔과 다리까지 성한 곳이 없습니다.

    [황재완/음주운전 사고 피해자]
    "지금 왼팔을 못 움직이고 있어요. 걷는 데는 왼쪽 다리가 엄청 불편해요 지금. 빨리 낫고, 다 낫고 팔 펴졌으면 좋겠어요."

    숲을 좋아해 병든 나무를 고쳐주는 나무의사가 되겠다는 한 청년의 꿈은 하루아침에 무너졌습니다.

    [황재완/음주운전 사고 피해자]
    "지금 이러고 병원에 있어야 되는 게 너무 힘들어요. 공부해야 될 때‥ 나무 의사가 돼서 나무 살려주고 치료해 주고 싶어요.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실제로 윤창호법 시행 직후 음주운전사고는 2019년 15,700여 건으로 반짝 감소했지만, 지난해 17,200여 건으로 다시 늘어났습니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두 번 이상 걸린 사람 비율도 43.7%에서 45%로 오히려 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달 헌법재판소가 윤창호법의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음주운전을 두 번 이상 하면 가중처벌하게 돼 있는데, 시간적 제약도 두지 않고 무조건 무겁게 처벌하는 건 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고 10년 이상 흐른 뒤,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까지 가중처벌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당장 현재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재범 음주운전자는 윤창호법 적용을 피하게 됐습니다.

    법조계는 윤창호법으로 처벌 받았거나 재판 중인 사람이 15만 명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양지열/변호사]
    "무엇보다 저도 정말 깜짝 놀랐던 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법을 적용받았으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그 얘기는 진짜 그중에는 실제로 가중 처벌하는 게 마땅한 정도의 범법자들도 분명히 있을 거란 말이에요. 그럼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비를 할 것인가 헌법재판소에서 너무 과감한 결정을 한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좀 걱정이 있습니다."

    검경은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은 계속 엄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헌재 결정이 몰고 올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박도민/변호사]
    "경각심을 다시 잊어버린다든가 향후에 내가 한 번 더 (음주운전을) 반복해도 처벌이 미약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심어 줄까봐‥ 그런 부분들은 변호사지만 저도 좀 걱정이 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국회는 대체 법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윤창호법을 처음 발의했던 하태경 의원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이상의 이력이 있는 사람이 10년 안에 또 음주운전으로 붙잡힌 경우'라는 구체적인 조건을 추가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김주환/故 윤창호 씨 친구]
    "뭐든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하고, 하지만 적어도 선은 만들어 놨으니까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현실과의 괴리를 적게 만드는 법을 그렇게 생각을 가져서 이제 심도 있게 입법을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박주연/故 윤창호 씨 친구]
    "위헌 결정이 났지만, 본질적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음주운전은 단 한 번도 하면 안 되고 또 '음주운전은 범죄다'라는 거를 사람들이 한 번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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