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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3년의 싸움‥또다른 김용균들

[스트레이트] 3년의 싸움‥또다른 김용균들
입력 2021-12-26 20:53 | 수정 2021-12-2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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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엽 ▶

    음주운전을 막자는 윤창호 법의 취지가 잊혀질 수도 있다는 친구들의 이런 걱정이 그야말로 걱정으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 허일후 ▶

    윤창호법을 돌아 봤습니다.

    그러다보니, 같은 해 창호 씨와 비슷한 나이에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름도 생각이 납니다.

    ◀ 김효엽 ▶

    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비정규직이었던 김용균 씨입니다.

    ◀ 박진준 ▶

    네, 용균 씨는 3년 전, 어두컴컴한 발전소 안에서 혼자 일하다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위험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한 이른바 '김용균법'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현장에는 여전히 또다른 김용균들이 있었습니다.

    ◀ 리포트 ▶

    인천의 한 화력발전소.

    직원들이 설비를 점검하는 순간, 시뻘건 불길이 치솟습니다.

    고온의 배관이 폭발한 겁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놀라는 기색도 보이질 않습니다.

    불씨가 그대로 남았는데도 산처럼 쌓인 석탄재 위로 올라가 쉼없이 삽질을 합니다.

    김용균 씨가 소속돼있던 바로 그 회사가 하청을 맡고 있는 또다른 발전소 현장입니다.

    [☎ 신대원/한국남동발전 하청업체 노조위원장]
    "이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업무일지에도 정확하게 기술이 돼 있어요. 항상 자주 '주 2~3회 정도 이렇게 이 일을 한다' 그때마다 이런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이제 노동자들이 개선을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안 해준 거였고 동영상을 보여주니까 이제 개선하겠다고 한 거예요. 남동발전이 (지난 10월) 국감 이후에"

    부산의 한 발전소 하청업체에서는 한 직원이 위험한 노동 현장의 현실을 알리겠다며 3층 건물 옥상에서 투신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8월 부산복합화력발전소 배관 밸브를 수리하다가 염산가스에 노출된 이승주씨.

    이씨가 작업하기 전 원청회사 직원들이 밸브 라인을 염산으로 세척해 놓고선, 이 사실을 하청업체 직원 이승주 씨에게는 알려주지 않은 탓이었습니다.

    [이승주/한국남부발전 하청업체 직원]
    "제가 그때 (염산)흡입하고 혹시 (밸브)라인에 무슨 작업하셨냐고 (원청 직원한테) 물어보니 그때서야 '염산 작업, 염산 플러싱(세척)을 했다'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안전 문제 때문에 다른 밸브 작업은 안하겠다고 하니, 발전소 측은 강압적으로 업무를 지시했습니다.

    결국 위험한 현장, 불합리한 관행을 고치는 길은 극단적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투신 사고의 후유증으로 이 씨는 허리와 다리를 심하게 다쳐 다시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합니다.

    [이승주/한국남부발전 하청업체 직원]
    "지금 위험해서 못한다고 말을 해도 무조건 하라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지시를 합니다. 저희 회사(하청업체)가 갑을 관계다 보니까 위에서도 그냥 한숨만 쉴 뿐 이러다가는 언젠가는 저희도 저나 우리 동료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발전소 측은 처음엔, 이 씨가 허가나 작업지시를 받지 않고 단독으로 작업을 한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그러다 지난 국감 때 자신들이 밸브 점검을 지시했다는 게 들통나자 뒤늦게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이승우/한국남부발전 사장 (지난 10월 국감)]
    "현장의 안전과 그 다음에 또 직장 내 갑질,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강조를 많이 했습니다만 이런 부분들이 일어난 부분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 2018년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뒤 이름을 딴 법까지 만들었는데, 왜 현장은 별반 달라진 것 없어보일까?

    이른바 '김용균 법'은 위험한 현장을 하청 노동자에게 맡겨버리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나 법 시행령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도급을 금지하거나 승인을 받고 도급을 줘야하는 일의 종류와 범위가 노동계 요구보다 크게 축소됐습니다.

    중금속 관련 작업이나 황산, 불산같은 화학물질 설비 작업으로만 지정된 겁니다.

    그래서 용균 씨가 일했던 화력발전소 현장은 도급 금지 업종에서 빠져버리게 됐습니다.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이로 인해서 사실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산업 안전이 후퇴한 거죠. 결국은 2년, 3년이 지나도 사실은 이 핵심적인 사업장이 빠져버리면 산재 다발 사업장이 다시 재연될 수가 있는, 우리가 이것을 목도할 수 있는 겁니다."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사고 이후 국내 발전사들은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돈을 10% 이상 인상했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이 손에 쥐는 돈은 그만큼 늘지 않았습니다.

    김용균 씨같은 사회 초년생인 초급기술자 몫으로 남동발전이 하청업체에게 지급하는 돈은 한 달에 470만원 선.

    하지만 실제 하청업체 초급기술자의 월급은 연장근무에 야간근무 수당까지 합쳐서 250만원 정도 됩니다.

    470만원 중 2백만원 이상이 하청업체에게 가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하청업체는 월급 외에 복지비 명목으로 돈이 추가로 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한국남동발전 하청업체 관계자]
    "저희가 (직원들) 퇴직연금 들어가는 비용이 별도로 있을 거고 그리고 복지성 비용이 저희가 (직원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원청인 남동발전은 복리후생비와 교통비 등 복지비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 한국남동발전 노무 담당자]
    "건강관리 및 건강진단비, 급식보조비, 교통보조비, 피복비 이제 이런 부분을 지원을 하는 걸로 해서 저희들이 설계는 해요. 노무비는 급여, 임금 그러니까 그 직원의 임금성(비용)에 한해서만 노무비라는 그런 걸로 지급이 된다고‥"

    [신대원/한국남동발전 하청업체 노조위원장]
    "(남동발전이) 제대로 집행 내역 확인도 안 하고 원청 관리도 안 해. 하청은 여기서 또 인건비를 빼먹어요. 노무비 빼먹는데 뭐가 바뀌었냐고 대체. 아무것도 바뀐 게 없어요."

    김용균씨 사고 이후 여론에 눌려 고개를 숙였던 원청 발전회사들.

    사고 닷새만에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조사결과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사과문을 내놨습니다.

    원청과 하청업체 관계자 14명은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도 됐습니다.

    사고 발생 2년 1개월 뒤인 올해 1월에야 시작된 공판, 그런데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기소된 이들은 한결같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김용균 씨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다, 거길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위험한 일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김미숙/故김용균 씨 어머니]
    "재판을 하면서 완전히 (말을) 뒤집었어요. '자기네들 잘못 하나도 없다, 용균이 잘못이다, 현장은 안전했다, 그런데 용균이 죽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난 21일 검찰은 김병숙 당시 서부발전 사장에 대해 징역 2년, 백남욱 당시 한국발전기술 사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지난 7일 김용균 씨가 일하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3주기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어머니는 가슴에 묻은 아들을 만나러 다시 사고현장을 찾았습니다.

    [김미숙/故 김용균 씨 어머니]
    "그 사고 당시 아무도 구해줄 수 없는 상황이 떠오르고 얼마나 (용균이가) 힘들었을까 아팠을까 이것이 저를, 너무 마음을 눌러요."

    무엇이 바뀌었는지, 제자리 걸음을 한 것만 같은 3년, 어머니는 여전히 미안하기만 합니다.

    [김미숙/故 김용균 씨 어머니]
    "용균이가 너무 보고 싶고 너무나 미안합니다. 지켜주지 못한 것이 부모의 죗값입니다. 조금 더 좋은 집안에 태어났으면 이런 일 안 겪을 건데 없는 것도 죄인가요. 우리 사회에는 왜 없는 사람을 이렇게 죽이고 있는지 서민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정치인들이 할 일이고 나라가 있을 이유인데 왜 우리가 이렇게 희생당하고 있는 건지 누구한테 이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지 너무 답답해요. "

    용균 씨가 들고있던 손팻말은 이제 어머니의 평생 숙제가 됐습니다.

    "우리가 김용균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

    1년에 9백명, 매일 3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5개 발전소에서 숨진 33명 가운데 32명은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김미숙/故김용균 씨 어머니]
    "현장이 안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최소한, 사람은 그러면 안 죽잖아요. 그게 제가 하는 일이고 바라는 일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유족되고 나면 이게 그냥 너무 큰일이잖아요. 자식이 죽는다는 건 진짜 끔찍한 일이고 그래서 그거 경험하기 전에 다들 막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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