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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스트레이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입력 2022-01-16 21:08 | 수정 2022-01-1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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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회사를 쪼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카카오는 택시 호출비 인상, 고금리 대출 등 여러 문제로 비판을 받았잖죠.

    ◀ 김효엽 ▶

    여기에 이번에 '먹튀' 논란까지 더해지며 실망한 투자자들이 떠난 측면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 손병산 ▶

    네, 그런데 투자자들의 이탈은 '카카오'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단순히 주식 투자를 접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증시로 떠나고 있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의 가치 상승을 발목잡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지쳤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며, 임직원들에게 열정적 도전을 설파했습니다.

    [정용진/신세계 부회장 (2022년 신년사)]
    "여러분, 올해는 우리의 실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받는 진검승부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신년사보다 주목받은 건 정 부회장의 SNS였습니다.

    1월 6일 밤 정 부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담긴 기사를 SNS에 올리며 #멸공, 즉 공산당을 없애자는 해시태그를 달았습니다.

    다음 날 해당 사진을 지우긴 했지만, '멸공'이 적힌 게시물은 계속 업로드했습니다.

    그러던 중 1월 10일.

    신세계 주가는 6.8% 폭락했고, 정용진 부회장은 '멸공'이 중국이 아닌 북한을 겨냥한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사업하면서 북한 때문에 이자도 더 줘야 한다.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 나가는 일을 당해봤냐".

    즉, 북한 리스크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각해 멸공이라는 단어가 담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11일, 신세계 주가는 물론 코스피 지수도 반등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의 행보가 곧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현주소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지정학적 요인뿐 아니라 제대로 된 내부 견제도 없이 총수 일가 위주로 경영이 돌아가는 낙후된 지배구조가 한국 기업들에 대한 저평가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지난해 9월 신세계가 정 부회장이 갖고 있던 광주신세계 주식 83만 주를 20%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사준 게 단적인 예입니다.

    정 부회장은 2284억원을 챙길 수 있었지만, 광주신세계의 일반 주주들은 이렇게 주식을 팔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24만원이 넘던 광주신세계 주가는 17만원대로 떨어졌습니다.

    [최남곤/유안타증권 연구원]
    "최대 주주가 너무 의결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 의결권을 독점을 하고 있다 보니까 의사 결정을 할 때 전체 주주의 이해관계를 고려한다기보다는 최대 주주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고려가 되고. 그러면서 또 주주환원에는 소극적이고."

    월가의 유명 투자자 '마크 모비우스'의 모비우스 캐피탈 파트너스와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달튼 인베스트먼트.

    모두 한국 투자의 중요 요소로 '기업 지배구조'를 꼽았습니다.

    [김우찬/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주가의 가치, 주가를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두 가지가 있어야 되는데요. 일단 회사들이 돈을 많이 벌어야 됩니다. 그렇지만 돈 많이 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요. 그 돈이, 번 돈이 결국은 주주 주머니에 들어올 거라는 믿음을 줘야 하는 거죠."

    소액주주는 뒷전이고, 총수일가의 이익만 챙기는 대표적인 행태가, 최근 우리 대기업들 사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물적분할'입니다.

    논란 끝에 오는 화요일부터 공모주 청약에 들어가는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의 유망 사업이었던 배터리 부문을 따로 떼어낸 회사입니다.

    공모가 기준으로 기업 가치는 70조.

    공모가의 2배에서 거래를 시작해 상한가까지 가는 이른바 '따상'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시가총액 100조원 돌파가 유력한 공모주 '끝판왕'으로 불립니다.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직원 한 명이 수억 원의 평가 수익을 얻을 거란 전망이 나올 정도입니다.

    하지만 LG화학의 기존 주주들에게는 에너지솔루션 주식이 1주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LG화학 투자자]
    "기업의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상장을 또다시 하고 주요 사업 부분을 떼내어 상장을 한다면 우리나라 국민이 어떻게 기업을 믿고 투자를 할 수 있겠습니까."

    회사를 수평적인 별개의 회사로 나누는 '인적분할' 대신 수직적인 구조, 즉 자회사를 만드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기 때문입니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원래 회사와 새 회사의 주식을 모두 갖습니다.

    새 회사가 증시에 상장되면 신규 발행한 주식만큼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돼 대주주의 지배력도 약해집니다.

    반면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모회사의 주식만을 갖게 되고, 이 모회사가 100% 자회사를 지배합니다.

    나중에 자회사가 상장돼도 모회사 지분구조가 변하는 것은 아니어서 모회사를 손에 쥔 대주주, 이른바 '오너'의 지배력은 여전합니다.

    즉, 물적분할은 총수일가에 유리한 기업 분할 방식인 겁니다.

    [최남곤/유안타증권 연구원]
    "과거의 물적분할 방식은 보통 구조조정 대상 법인을 밑으로(자회사로) 내리고 그 회사 매각을 통해서 회사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모습이었는데. 최근에는 '물적분할을 통해서 돈을 당기겠다' 그쪽에 조금 더 무게 중심이 가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막대한 돈풀기 이후 찾아왔던 주식시장 활황.

    SK케미칼의 SK바이오사이언스, SK이노베이션의 SK아이이테크놀로지, 한국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 등도 물적분할에 이은 상장으로 총수의 지배력도 유지하면서 투자금 수혈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상장사들의 회사 분할 공시는 50건 중 47건이 물적분할이었습니다.

    이른바 '동학개미'들은 결국 한국 증시를 떠나고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에 자리잡은 주식매매방.

    주로 투자를 직업으로 하는 전업투자자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이 모 씨/전업투자자]
    "직장에서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그런 과정에서 텀(기간)이 있어서 그래서 ‘전업을 한 번 해보자’ 그래서 한 6개월쯤 됐습니다."

    그런데 이날 오전 매매방에 나온 투자자는 단 한 명.

    12명까지 늘었던 매매방 회원은 이제 4명으로 줄었고, 같이 쓰던 오피스텔 옆방은 아예 불을 꺼놓았습니다.

    [이준원/주식매매방 대표]
    "(전업투자를) 1년 이상 하는 비율이 50%이고요. 나머지 50%는 1년 안에 다 도태됩니다. 그게 현실이었어요. '나는 주식이 업이 안 되겠다', 그리고 다시 자기가 하는 자영업으로 가신 분도 계시고. 아니면 다시 재취업한 분도 계시고 그렇습니다."

    '동학개미운동' 열풍에 준비 없이 뛰어든 개인투자자들.

    대주주 금고만 채워주고 떠난 격이었습니다.

    [이준원/주식매매방 대표]
    "○○제약, (대주주는) 아무 것도 안 하고 3천 8백억 원 벌었어요. 그다음에 △△△생명과학이라고 있어요. 이분이 주식 고수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대주주가 가장 고점에 팔았어요. 동학개미 열풍의 반대급부로 어떻게 보면 반사 이익을 얻은 분들이 아닌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주식시장의 열기는 급속히 식기 시작해 1월에 하루 평균 26조 원에 달하던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은 12월엔 10조 원으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매도 공세에 코스피 상승률은 3.9%, G20 국가 중 18위에 그쳤습니다.

    투자자들은 '국주', 즉 '국내 주식시장은 가망이 없다'며, 대신 '미주', 즉 '미국 주식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은 26조 원. 코스닥의 2배를 웃돌았습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만 3조 3천억 원 어치를 사들였습니다.

    미국 주식 유튜브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습니다.

    김 훈 씨는 1년 반 만에 구독자 30만 명을 모았습니다.

    [김훈/미국 주식 유튜버]
    "국내 주식을 하는 분들은 장기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적당히 차익을 보고 수익을 실현하는 그런 주식을 많이 하시는 것 같고 미국 주식 같은 경우는 과거 데이터를 봐도 그렇고 앞으로 예상되는 부분도 보면 꾸준히 우상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하는 그런 문화가 좀 있는 것 같아요."

    자칫하면 한국에서는 투자를 통한 자금 조달이라는 자본시장 본연의 목적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 허일후 ▶

    카카오, 신세계, LG‥

    국내 굴지의 기업들마저 이러니 개인 투자자들이 자꾸 우리증시를 떠나고 있습니다.

    ◀ 김효엽 ▶

    저희는 다음 시간, 한국 주식시장을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재벌들의 행태에 대한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저희는 다음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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