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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제주도 오름에 1,400세대 아파트

[스트레이트] 제주도 오름에 1,400세대 아파트
입력 2022-01-23 20:49 | 수정 2022-01-2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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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엽 ▶

    이어서 준비한 내용은 건설업자들의 새로운 사냥감으로 떠오르고 있는 '땅' 얘기입니다.

    도시공원 부지인데요.

    이지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지수 ▶

    안녕하십니까.

    ◀ 허일후 ▶

    도시공원, 주민들이 모두 찾을 수 있는 공공장소잖아요.

    여기는 수익이 바라볼 만한 땅이 아닌 것 같은데, 공원용도로 지정된 땅을 왜 건설업자들이 노리고 있는 거죠?

    ◀ 이지수 ▶

    과거에 도시공원으로 지정돼 개발이 제한됐던 부지들이 최근 잇따라 규제에서 풀려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제주도의 한 오름을 둘러싼 공원 개발인지 아파트 개발인지 모를 사업을 보시겠습니다.

    제주도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오등봉, 일명 오드싱오름.

    잔디와 소나무가 비탈면을 덮고 있고, 정상엔 말굽 모양 분화구가 있는 명소입니다.

    제주 시내에서는 차로 불과 10분 거리.

    남쪽으론 한라산, 북쪽에는 제주 바다가 한눈에 보입니다.

    [홍명환/제주도의원]
    "하천변으로 숲은 다 포함돼 있고요‥ 이게 뷰(전망)가 정말 좋은 데죠. 산이 있고 바다가 보이고‥"

    그래서 제주도는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들겠다며 지난 2001년 이 곳을 도시공원부지로 지정했습니다.

    사유지가 70%에 달했지만, 이 조치에 따라 개발은 제한됐습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오등봉에서는 대규모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사업자는 호반건설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

    총 면적 76만 제곱미터의 대규모 공원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체 면적의 12%가 넘는 부지에 아파트를 짓기로 한 겁니다.

    완공되면 공원 중앙과 남쪽에 15층 높이 아파트가 들어서게 됩니다.

    1422세대 규모입니다.

    사실상 제주 천혜의 자연 한복판에 아파트를 짓게 해주는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난개발 투기 천국!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개발이 제한되던 곳에서 갑자기 대규모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게 된 건 '도시공원 일몰제'덕분이었습니다.

    도시공원 부지로 지정된 땅에 20년이 넘도록 공원이 조성되지 않으면, 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해 규제가 자동으로 풀리는 제도입니다.

    이에 따라 20년 뒤 일몰이 다가와 공원은 지어야 하는 데 돈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민간건설업자들을 끌어드릴 방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이른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입니다.

    민간사업자에게 토지 수용부터 개발까지 맡기고 30% 이내 면적에서 아파트 분양사업을 하게 해주는 혜택을 주는 대신 나머지 땅에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입니다.

    [원희룡/당시 제주도지사 (2021년 4월 제주도의회)]
    "원래 저희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한 도시공원 사업이지 저희 도에서 영리 목적으로 주택 사업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오등봉 일대는 원래부터 대부분 자연녹지이기 때문에 공원부지 지정이 풀려도 난개발 우려가 적다고 주장합니다.

    [홍영철/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현행법상으로는 여기(오등봉)는 3층 정도의 건물만 지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 도시 계획을 바꿔서 지금 민간 특례로 14층 건물을 아파트를 짓겠다는 거죠. 아파트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겠죠. 왜냐하면 그 주변에 이런 시설물도 없고, 경관도 좋고. 심지어는 도시공원을 만들어서 아파트 주민들이 사유화 할 수 있는‥"

    그런데도 공원 개발을 빌미로 특정 건설사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5년 전 제주시가 작성한 내부 문서 한 민간사업자가 오등봉에 공원을 조성하면서 최대 12층의 아파트 6백여 세대를 짓는 사업을 제안했습니다.

    지금 추진되는 호반건설 컨소시엄 아파트의 절반도 안되는 규모인데도 당시에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가급적 저층(4층)이하 저밀도 개발'을 해야하는데 '대규모 공동주택 입지로 전체적인 경관훼손과 하천 오염, 재해 위험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8개월 뒤인 2017년 5월 당시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보고된 비공개문서 제주시가 아닌 제주도가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추진 TF팀'을 만들겠다고 보고했습니다.

    두달 뒤 원 전 지사는 "비공개"로 "주민반발 등을 고려해 사전준비를 추진"하라고 지시합니다.

    제주시는 민간특례사업을 거절했는데, 불과 몇개월 뒤 상급단체인 제주도가 민간특례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한문도/연세대 정경대학원 겸임교수]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서 결정된 내용을 다시 뒤집는 명분이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좀 이해가 안 되는 어떤 행정 처리인 것 같고요. 600~700세대가 된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겠죠. 그런데 지금 제가 알기로는 (아파트 세대 수)이게 도리어 늘어났거든요."

    결국 지난 2020년 12월.

    제주도의 사업계획을 이어받은 제주시장과 호반건설 사장 등이 참석해 오등봉공원 사업 실시협약까지 맺습니다.

    [안동우/제주시장 (2020년 12월)]
    "공원 작품을 한번 만들면 나중에 이 작품이 나가는 거니까 당초 계획대로 공원하는 부분‥"

    제주시는 특정 건설사를 밀어주기 위한 부적절한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고성대/제주시 도시환경국장 (2021년 10월)]
    "지방채도 많이 투입되고 여러 가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두 개 공원에 대해서는 민간특례사업으로 결정해서 정책 결정으로 된 사항이지 어느 누가 지시에 의해서 한 사항은 아니라고‥"

    오등봉공원 아파트 개발에서 예상되는 분양수입은 9천억원.

    공원 조성 등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빼면 건설사가 가져가는 돈은 6백억원이라고 하지만 실제 이익이 얼만지 검증할 장치는 없었습니다.

    실제로 제주연구원은 제주도의 다른 공원 특례사업에는 없는 업무자문수수료 항목이 오등봉공원 사업에서는 책정이 돼있었고, 광고·분양영업비, 분양 대행 수수료같은 비용도 높게 잡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홍명환/제주도의원]
    "초과이익이라든지 이런 게 과연 제대로 사업비가 제대로 검증돼서 제2의 대장동 같은 사태를 예방하자, 그런 것이 또 발생할 우려가 있지 않냐‥"

    또, 사업지연에 대한 책임도 제주시가 지게 돼있습니다.

    [심교언/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수도권이나 이런 지역들은 사실 이런 경우는 보통 없습니다. 민간사업자가 대부분 그때까지 계획 인가를 못 받게 되면 사업이 이제 무효가 되고 새 사업자를 뽑는다든가 이렇게 들어가는 데 그리고 이제 책임은 다 민간사업자가 투자한 돈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되겠죠."

    이에 대해 제주시는 "초과이익 환수를 위해 공사 준비 단계와 준공 단계에서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뒀다"며 "제주시의 귀책 사유 조항은 다른 지자체 선례를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형태/제주시청 도시계획과장]
    "더 보완을 해서 확실한 검증 시스템을 갖도록 지금 저희들이 지속적으로 논의도 하고 있고 하여튼 연구도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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