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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전국 76곳‥일몰을 기다린 그림자들

[스트레이트] 전국 76곳‥일몰을 기다린 그림자들
입력 2022-01-23 20:59 | 수정 2024-03-1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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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이런 사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든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해서 좀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 이지수 ▶

    네, 도시공원 용도로 묶이면 일단 땅주인들이 맘대로 개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가 이걸 무한정 묶어둬선 안된다는 결정을 내놨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듬해, 공원부지로 지정된 지 20년이 지나면, 그 규제가 풀리도록 하는 법률을 만든 겁니다.

    그게 도시공원 일몰제입니다.

    ◀ 김효엽 ▶

    올해가 2022년이니까 일몰제가 생기고 20년이 좀 넘게 지난 거네요.

    공원용도 지정을 풀어줘야 하는 땅이 나오기 시작한 거죠.

    결국 공원은 만들어야 하니 돈은 없고 마음은 급한 지자체들, 해결책이 있었나요?

    ◀ 이지수 ▶

    네 그래서 나온게 이른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입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공원 땅에 아파트 짓게 해 줄테니까 대신 토지 수용도 알아서 하고, 아파트로 번 돈으로 공원도 만들라'는 거죠.

    ◀ 허일후 ▶

    이게 자칫하면 주민들을 위한 공원 조성이라는 원래 목적이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는 거 아닙니끼?

    ◀ 이지수 ▶

    네, 결국은 공원이 아니라 개발업자와 아파트 주민만 좋은 '자연을 품은 아파트' 사업이나 마찬가지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8월.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 씨가 부모님의 고향인 경남 창원을 방문했습니다.

    [조수미/성악가 (2016년 창원 시정뉴스)]
    "젊은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제가 많은 도움을 받은 것처럼 저도 누군가를 도와주고‥"

    조 씨는 당시 안상수 창원 시장과 만나 예술학교 설립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안상수/당시 창원시장 (2016년 11월 25일 창원시의회)]
    "'조수미 예술학교'와 국제고등학교, 산업의료대학 설립을 추진하여 창조형 인재를 양성하고‥"

    그러자 창원시의회 의원들이 저마다 자신의 지역구에 예술학교를 유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김우돌/창원시의원]
    "조수미 씨의 부모님 고향인 의창구 동읍에 건립되어야 함을‥"

    [김삼모/창원시의원]
    "사파지구는 조수미 예술학교 설립을 위해 신이 내린 장소입니다."

    [전수명/창원시의원]
    "진해 구 육대부지에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간) 넘었다.)
    "의원 자격을 갖추세요. 뭐 하는 겁니까 지금."

    하지만 예술학교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경남지역 건설사인 대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신들이 조수미 예술학교를 만들겠다고 나섭니다.

    창원 시내 주요 시설에서 차로 10분 거리, 여의도 절반 크기의 도시공원 부지인 사화공원 민간특례사업에 공모하면서 1180억원을 들여 공원을 만들고 공원 안에 예술학교와 예술센터도 지어주겠다는 거였습니다.

    물론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공원옆에 약 9천억원의 분양수입이 예상되는 약 2천 세대의 대규모 아파트를 짓게 해달라는 요구가 따라 붙었습니다.

    건설사가 챙기는 이익은 최소 710억원이었습니다.

    [노창섭/창원시의원]
    "위치가 일단 좋아요. 두 번째로 환경이 좋아요. 그러다 보니까 민자 사업자가 많이 경쟁을 했습니다. 대저건설 컨소시엄에서 '조수미 예술학교'라든지 여러 가지 공공시설 1천억 원 이상 짓겠다고 공약을 해서 선정이 됐거든요."

    창원시와 대저건설 측의 협상은 다음 시장인 허성무 시장 때까지 이어졌고 2020년 5월, 실질적인 계약인 실시협약이 체결됩니다.

    그런데, 계약 내용이 처음 대저건설이 제안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당초 공원 조성에 투입하기로 했던 1180억원은 200억원으로 80% 이상 쪼그라들었습니다.

    지역 아파트 시장이 좋지 않아 아파트 규모를 1,980세대에서 1,580세대로 줄였고, 그만큼 공원에 투입할 이익도 줄어들었다는 이유였습니다.

    [김종일/창원시 공원녹지과장]
    "협약을 하기 전에는 (창원시에) 5~6천 세대의 미분양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민간사업자 측하고 협상을 하기를 '이런 미분양이 많은데 이런 리스크를 안고 갈 것이냐' 그래서 한 400세대를 줄였습니다. 400세대를 줄이다 보니까 어떻습니까. 공원에 투자할 사업비가 확 줄어드는 거죠."

    더구나 기대를 모았던 예술학교마저 조수미 씨 측에서 법인 설립 등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계획에서 빠졌습니다.

    [노창섭/창원시의원]
    "조수미 재단의 동의를 못 받고 처음 발표를 한 거죠. '상당히 창원시민을 기만한 거 아니냐' 그렇게 보고 있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협약 체결 1년 반 뒤인 지난해 10월 창원시가 협약을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시의회에 제출합니다.

    1,580세대로 줄였던 아파트 세대수를 다시 1965세대로 거의 원상복귀시키고 분양가도 3.3 m²당 1,300만원에서 1,452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파트 건축비와 토지 보상비, 이자등 각종 사업비가 2,600억원 가량 늘었기 때문에 아파트를 더 많이 짓고 분양가를 높여 분양수입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논리였습니다.

    다른 비용은 이렇게 대폭 올려주면서도 정작 공원에 투입하는 비용은 200억원에서 20억원 올리는데 그쳤습니다.

    [구점득/창원시의원]
    "아파트 분양이라든지 세대수라든지 이런 게 전부 다 원위치로 갔어요. 그와 반대로 3천억의 분양 수익을 늘리면서 20억의 공원 시설을 늘린다는 것은 이건 말도 안 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 20억 늘리자고 3천억을 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결국 맨 처음 계획과 비교하면 사업의 핵심이었던 조수미 예술학교는 사라지고, 공원에 투입하는 비용도 1180억원에서 220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아파트 세대수는 유지되고 분양가는 올라갔습니다.

    덕분에 건설사가 보장받는 최소 수익 7백억원은 거의 깎이지 않고 유지됐습니다.

    예술 공원에서 입지가 좋은 녹지에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로,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겁니다.

    [한문도/연세대 정경대학원 겸임교수]
    "수익금을 활용해서 공원을 잘 짓는 것이 목적이죠. 그런데 창원 같은 경우는 보면 그것이 이제 전도가 됐습니다. 아주 거꾸로 바뀌었는데요. 수익금 늘어난 것 중에 10%만 공원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수익금은 업체로 들어가니까 이거는 잘못된 협약 변경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이 전국 76군데에서 진행중이거나 완료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취재팀은 관할 지자체 43곳 모두에게 협약서와 사업비 내역 등을 공개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정보공개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협약서가 공개된 제주도와 창원시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가 사업자 동의 등을 핑계로 자료 공개를 거부하거나 답변에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00시 담당 공무원]
    "사업시행자 측에서 자기 영업비밀이 포함이 돼 있다고 3자 비공개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서 저희가 임의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공적인 사업을 위해 지자체와 사업자가 맺은 협약에 영업기밀 등을 이유로 비밀 유지 조항을 넣는 건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승수 변호사/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그건 지방자치단체하고 민간업체 간에 자기들끼리의 약속일 뿐인 것이지 이런 공공성이 있는 사업의 경우에는 국민의 알 권리, 주민의 알 권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 비밀 유지 조항이 있더라도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과거 법원의 판례에서도 나와 있습니다."

    도시공원 민간 특례사업의 재원이 사실상 주민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서재형/광주 경제정의실천연합 건축위원장]
    "사업비의 재원은 누가 제공을 하냐면 입주자들이 제공을 해요. 다시 말해서 자본을 대는 사람들이 시민인데 그 시민들한테 이 자본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일체 공개를 않고 있다는 거죠."

    서울행정법원 바로 아래, 강남대로를 끼고 있는 울창한 녹지.

    역시 도시공원 부지인 말죽거리 근린공원입니다.

    그런데 이 공원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뜬금없이 주택 한 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 건설회사 회장이 소유했던 곳입니다.

    서울시는 2020년 이 주택이 있는 땅을 공시지가의 10배인 606억원의 보상금을 주고 사들여야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원 일몰'이 다가오면서 일단 급한 불부터 끄려고 이 땅부터 서둘러 사들인 겁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
    "(국가에서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러한 공원 구역에 대한 어떤 장기적인 계획들을 수립해서 사전에 대응을 했다면 이러한 문제들이 현재에 이르지 않았을 텐데‥"

    20년의 세월을 흘려보낸 대가가 이렇게 시민들이 부담해야 할 더 큰 비용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 김효엽 ▶

    도시공원은 말 그대로 도시와 가까운데 자연환경도 보존돼 있어 굉장히 좋은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 허일후 ▶

    해가 지기를 기다린 그림자처럼 큰 수익을 노리고 이 공원 부지의 일몰을 기다린 세력들, 스트레이트는 계속 감시하겠습니다.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저희는 설 연휴과 동계 올림픽이 끝난 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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