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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투표하고 싶어요" 문턱 높은 장애인 참정권

[스트레이트] "투표하고 싶어요" 문턱 높은 장애인 참정권
입력 2022-03-13 20:29 | 수정 2022-03-1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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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올림픽은 영웅을 만들고 패럴림픽은 영웅이 출전한다는 말이 있죠. 이번 패럴림픽을 보면서도, 많은 분들이 큰 감동을 받으셨을 겁니다.

    ◀ 김효엽 ▶

    네, 또 패럴림픽 보면서, 스포츠 무대가 아닌, 일상에서 장애인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어떤 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 이동경 ▶

    네 그래서 지금부터 국내로 시선을 돌려서 장애인들의 잊혀진 권리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지난 수요일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잖아요. (그렇죠) 유권자 3천4백만 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장애인 유권자들에게는 미처 생각 못한 여러 장벽들이 있었습니다.

    50대 중증발달장애인 임종운 씨. 임 씨는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보조인과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려다 현장 사무원에게 제지를 당했습니다.

    [임종운 / 발달장애인]
    "(사무원이) 같이 왔던 사람은 바깥에 좀 나가 있으라고, 나가 있으라고(하더라고요.)"

    앞서 지방 선거 때도 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투표를 했다고 말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임종운 / 발달장애인]
    "내가 글을 몰라서, 글을 못 쓴다(고 했어요.) 발달장애인이어서 손 한 쪽, 다리 한 쪽 못 쓰고, 어떨 때는 손 한 쪽 못 쓰고, 이렇게 손 한 쪽 못 쓰고요."

    결국 혼자서 기표소에 들어간 임 씨는 제대로 투표를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발달장애로 글자를 알지 못해, 후보자의 이름을 읽을 수 없었던 겁니다.

    [임종운 / 발달장애인]
    "거기 이름을 모르는 거야 써 있는 이름을…뽑을 사람 있었는데, 도장을 다 찍고 나온 거죠. 내내 속상했어요."

    원래 2016년 만들어진 선관위 지침에는 장애로 기표가 어려울 경우, 가족이나 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투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가 2020년 총선 직전, 발달장애인을 그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투표소에서 혼란이 벌어진 겁니다.

    [한성희 / 임종운 씨 투표보조인]
    "(투표 당일) 현장에서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거고, 저희가 계속 이분에 대한 상황을 공유를 해드려 봤지만 우리는 이 지침상 안 된다 매뉴얼 상 안 된다 이런 이야기를 전달을 받았던 거고요."

    발달장애인의 경우, 부모나 보조인이 대신 기표할 우려가 있어 해당 지침을 삭제했다는 선관위의 설명.

    발달장애인단체들은 5년 간 유지해 온 제도를 하루 아침에 없앤 선관위의 조치가 참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김성연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국가는 국민 누구나 편안하게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모든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권위에 진정을 통해서 강력한 시정 권고를 요청하고자 합니다."

    1년 뒤인 2021년 3월.

    인권위는 발달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지침 삭제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인권위는 발달장애인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편의제공 방안을 마련하고, 선거사무원도 교육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지난 11월 29일.

    다급해진 발달장애인들은 법원을 찾아갔습니다.

    일단 대선 때만이라도 투표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법원에 긴급 구제를 요청한 겁니다.

    [최초록 / 변호사]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신청인을 비롯한 발달장애인 유권자는 2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아주 분명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전처럼만 투표하는 것입니다."

    꿈쩍도 않던 선관위는 1월 말이 돼서야 '장애유형과 무관하게 투표 보조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수정 지침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2월 24일, 법원은 선관위가 해당 지침대로 투표 보조 지원을 하라며조정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선을 불과 2주 남긴 시점이었습니다.

    20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이었던 지난 4일. 임종운 씨도 투표장으로 향했습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임 씨.

    앞으로도 투표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소감을 밝혔습니다.

    [임종운 / 발달장애인]
    "작년에는 도와줄 사람이 없고 지금은 도와줄 사람이 있어서 더 좋고… 이렇게 투표 때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좋죠. 내년에도 있으면 좋고 언젠가 올해인가 뭐 찍는 날엔가 또 이때고 그때도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좋죠."

    발달장애인들이 다시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논란이 가신 건 아닙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시각장애와 신체장애를 투표 보조를 받을 수 있는 장애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는 빠져있습니다.

    [김수원 / 피플퍼스트 활동가]
    "왜 신체장애인만 투표 보조받아야 되냐. 다른 장애 유형도 필요하다고 하면 받아야 된다. 그리고 매뉴얼 지침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건데 선관위에서는 ‘일단 당장 바꿀 수 없다'라고 하면서 저희한테 알려준 거거든요. (선관위가) 발달장애인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비장애인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판단해서 (장애인이) 아니라고 하면 (투표 보조인과) 못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더 나아가 애초 이 사태를 불러온 원인.

    기표소에 함께 들어간 투표 보조인이 발달장애인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여전한 논란거립니다.

    이 때문에 가족이나 보조인 대신, 공식적으로 발달장애인의 투표를 도와 줄 공적조력인을 배치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김수원 / 피플퍼스트 활동가]
    "저희가 이야기하는 게 '공적 조력에는 선관위 직원이 그걸 지원할 수 있어야 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제 낯선 사람을 굉장히 어려워하고 힘들어하시는 당사자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그런 분들은 아는 사람과 공적인 조력인 이렇게 두 명이 같이 들어가서 객관적으로 이 사람이 누구를 찍을지 선택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줘야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발달장애인 유권자 수는 20만 명.

    하지만 19대 대선 당시 이들의 투표율은 50-60% 수준으로 전국 투표율 77.2% 보다크게 낮았습니다.

    발달장애인에게는 여전히 투표가 어렵고 낯선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볼 수 있는 선거공보물은 이들에겐 암호문 같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김대범 / 발달장애인]
    "(선거 공보물이) 너무 배운 비장애인들 위주로 돼 있어서 전문가적인 언어법으로 돼 있어서 이해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김동호 / 발달장애인]
    "그림은 없고 글씨만 있어서 이해하기가 좀 많이 어려워서 그림이나 만화처럼 만들어지면 더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투표 용지는 어떨까?

    당명과 후보자 이름만 적혀 있는 투표용지.

    비장애인들이야 쉽게 알아보고 기표 도장을 찍을 수 있지만 발달장애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투표용지에 후보사진이나 당 로고, 색이 들어가기만 해도 투표하기가 훨씬 수월해 질 거라고 말합니다.

    [김대범/ 발달장애인]
    "당이 파란색이면 지금 더불어민주당이고, 빨간색은 국민의힘이고, 노란색이면 정의당이잖아요. 그런 것처럼 사람들이 이제 그게 인식이 됐잖아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그러면 투표하는 데 어렵지 않을 것 같아서…"

    또 기표란이 좀 더 넓어지기만 해도 발달장애인의 표가 무효가 되는 일이 줄어들거라고 합니다.

    [김대범 / 발달장애인]
    "크기 때문에 손 흔들리는 게 많이 있었고 좁으니까 사표가 될지 아니면 잘 찍으면 유효가 될지 그런 겁도 들고."

    이미 투표용지를 장애인 친화적으로 바꾼 나라도 여럿입니다.

    홍콩이나 대만에서는 후보자 사진을 넣고 있고, 영국과 스코틀랜드 등에서는 투표 용지에 정당 로고가 들어갑니다.

    이렇게 그림 투표 용지를 사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50개국이 넘습니다.

    [김수원 / 피플퍼스트 활동가]
    "청소년들 그리고 이제 노안이나 또 이런 인식이 어려우신 노인분들도 굉장히 칸도 커지고 또 그림이라는 다른 정보가 들어가기 때문에 훨씬 투표하기가 편해지는 부분들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다양한 정보들이 더 추가가 되었을 때 훨씬 더 쉽게 인식하고 투표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생기는 거죠."

    시각장애인들도 투표하는 과정이 조금 더 수월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빠짐없이 투표를 하고 있다는 시각장애인 곽남희 씨.

    하지만 매번 투표소에 도착해 투표를 하려고 할 때마다 번거로운 상황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곽남희 / 시각장애인]
    "‘제가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보조용구를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 ‘잠시만요’ 하고서 전화를 이리저리 걸고요. 그 전화해서 위치를 알았다고 쳐요. 그러면 그거 뒤에 있는 서랍 같은 거를 막 뒤져요. 이리저리. 그래서 찾는데 최소 짧으면 5분 최대 걸리면 10분까지 기다린 적이 있어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공보물도 여전히 미흡합니다.

    일부 후보들은 점자 공보물이 아예 없어 어떤 인물인지, 어떤 공약을 내놨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곽남희 / 시각장애인]
    "다른 건 몰라도 (점자 공보물을 제공하지 않은 후보는)시각 장애인을 완전 무시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후보를 찍든 안 찍든 간에 안 오는 거에 대해서는 공평하지가 않습니다. 저희는 그거를 차별이라고 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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