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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발달장애인에겐 멀고 먼 '학교가는 길'

[스트레이트] 발달장애인에겐 멀고 먼 '학교가는 길'
입력 2022-03-13 20:50 | 수정 2022-03-1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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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엽 ▶

    직장이나 학교, 학원에 다녀야 하는 장애인들, 매일 겪고 있는 고충이 와 닿습니다.

    ◀ 허일후 ▶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요. 거기에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눈치까지 봐야 하니….

    ◀ 이동경 ▶

    네, 사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노약자나 임산부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도 장애인뿐만 아니라 교통약자들이 골고루 이용하면서 혜택을 보고 있거든요.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는 사실 한 번쯤 되새겨 봤으면 좋겠습니다.

    ◀ 허일후 ▶

    이 기자, 장애인의 참정권 그리고 이동권에 대해 취재를 했는데, 또 어떤 부분을 짚어보는 게 좋을까요?

    ◀ 이동경 ▶

    네, 교육권도 중요하죠.

    지적 장애인들의 경우 전문성 있는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

    "성빈아 밥먹어, 성빈아 밥먹어! 밥."

    엄마의 성화에 못 이긴 이성빈 군이 쭈뼛쭈뼛 식탁에 앉습니다.

    성빈이는 올해 17살이지만 아직 엄마가 밥을 먹여줘야 하는 발달장애 청소년입니다.

    오늘은 성빈이가 다니는 특수학교인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의 개학일입니다.

    엄마는 틈나는 대로 학교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을 일러줍니다.

    [이하영 / 이성빈 군 어머니]
    "오늘 엄마가 말했지 2학년 2반. 친구 꼬집으면 안 돼 알았지?"

    3년 전 일반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성빈 군은 서진학교에 다니고 난 뒤, 웃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서진학교와 같은 특수학교에선 발달장애를 겪는 학생들의 교과 과정, 체육 활동, 심리 상태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전문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하영 / 이성빈 군 어머니]
    "우리 애들은 밥 먹는 거, 숟가락질 하는 거, 걷는 거, 뛰는 거, 계단에서 내려오는 거 이런 거 하나하나가 교육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다 이렇게 발전시켜주고 승화시켜주고 일반 학교 다닐 때는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근데 여기 학교 가서는 자존감이 엄청 높아졌어요. 친구들 다 도와주니까.

    일반학교에선 행여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을까 늘 걱정이 앞섰지만 서진학교 진학 후, 성빈이는 물론 가족들까지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특수학교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현재 강서구 서진학교 자리는 원래 폐교된 초등학교 부지였습니다.

    이곳에 특수학교를 짓겠다는 계획이 처음 수립된 건 2013년.

    하지만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민 반대에 밀려 3년 동안 삽 한 번 뜨지 못했습니다.

    2016년 시 교육청은 다시 특수학교 설립을 예고합니다.

    주민들은, 이번에는 해당 부지에 한방병원이 들어설 예정이라며 반대했습니다.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한방병원 건립을 공약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립한방의료원을 유치하고요. 믿어봐 김성태!"

    교육당국이 해당 부지는 학교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2017년 9월, 거세지는 주민들의 반발 속에 특수학교 설립을 논의할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한방병원이냐 특수학교냐.

    주민과 학부모들은 팽팽히 맞섰습니다.

    [손 모 씨 /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대위원장]
    "(서진학교 부지 일대를)한방 의료특구로 지정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활용해야 된다, 이런 말씀을 감히 드리겠습니다."

    [이은자 / 발달장애 학생 어머니]
    "저희 아이가 장애이기 때문에 저희 엄마들이 장애인 가족이기 때문에 장애가 있으니 특별하게 배려를 해달라고 여러분들께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가 있든 비장애이든 학교는 가야 하지 않습니까"

    학부모들은 특수학교 설립을 허락해 달라며 무릎까지 꿇었지만 돌아온 건 야유였습니다.

    [장민희 / 발달장애학생 어머니]
    "주민 여러분께 여기 무릎 꿇고 저희가 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사정하겠습니다." <"쇼하지마라">

    어머니들은 특수학교를 세워달라며 머리를 자르고, 도로에서 절을 했습니다.

    청와대엔 청원 글도 올렸습니다.

    이런 노력이 쌓이며 여론은 반전됐습니다.

    2018년 9월, 김성태 의원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주민 대표 세 사람은 특수학교를 짓기로 최종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착공 2년이 만인 2020년.

    드디어 '서진학교'가 문을 열었습니다.

    특수학교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7년… 정작 무릎을 꿇었던 어머니들은 자신의 자녀를 서진학교에 보내지 못했습니다.

    개교가 늦어지며 자녀들이 모두 졸업할 나이가 되어버린 탓입니다.

    [정난모 / 발달장애학생 어머니]
    "(서진학교)내부에 들어왔을 때는 (아이가) 1년만 다녔으면 좋겠다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년만 우리 아이가 여기서 한번 체험해보고 졸업하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사실은 했어요."

    서진학교 설립으로 새로 배움의 기회를 얻은 장애 학생은 140명 정도.

    그러나 아직도 많은 장애학생들에게 특수학교의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는 9만 명에 달하지만 특수학교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2만 7천 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6만 3천 명, 남은 70% 학생들은 비장애 학생들과 같은 반에서 생활하거나 일반학교에 별도로 만든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특수학교가 대도시에 편중돼 있다보니, 많은 발달장애 학생들이 2-3시간 통학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 윤종술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우리나라 기초단체가 한 240개 정도 되는데 한 100군데 정도 기초단체에 특수학교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인근에서 다른 시군으로 다른 구로 이렇게 버스를 타고 가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학교까지 가는데 2시간 걸리고 오후에 오는 데도 또 2시간 걸리고 이렇게 하면 4시간 걸리는 거죠, 하루에. 최고."

    특수학교는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의 삶의 수준과 직결돼 있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초등학교 입학식 날 숨지게 한 어머니.

    생활고 속에 힘겹게 아이를 돌봤던 A씨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겁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24시간 돌보느라, 직업을 가질 엄두도 못냈고, 기초생활 수급비 160만 원이 수입의 전부였다고 합니다.

    [☎ 서 모 씨/발달장애학생 어머니]
    "아이가 좀 더 어렸을 적에 그럴 때 나쁜 생각을 안 해 본 부모들은 없을 거예요. 솔직히 얘기해서… 365일 24시간 쉴 틈이 없어요.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는 아이 옆에 거의 있는 거죠. 경제적인 거는 뭐 말해 뭐해요. 자격증이 있고 예전에 하던 일이 있다고는 해도 그 일에 대해서는 갈 수가 없는 상황,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

    발달장애인의 돌봄과 지원을 가족 대신 나라가 책임진다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가 4년 넘게 논의돼 왔지만 여전히,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가 지고 있습니다.

    ◀ 허일후 ▶

    배우고, 움직이고, 또 투표하고… 비장애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해서 권리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것들을 위해, 장애인들은 오늘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 김효엽 ▶

    이 정도면 많이 좋아졌다. 어떻게 100% 다 갖추냐. 이렇게 멈출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누려야 할 행복한 삶의 크기가 장애가 있다고 해서 작아지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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