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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맘스터치와 사모펀드

[스트레이트] 맘스터치와 사모펀드
입력 2022-03-20 20:49 | 수정 2022-03-2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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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각종 재료들의 가격을 올리면 단기적으로는 본사 수익은 높아지겠죠. 하지만 점주들이 버티기 힘들어지면 길게보면 본사에도 안좋은 것 아닙니까?

    ◀ 김효엽 ▶

    본사와 가맹점주들간의 갈등은 종종 봐온 일이지만, 유독 BHC가 갈등이 심한 거 같은데, 다른 이유가 있는 겁니까?

    ◀ 손병산 ▶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금 대주주가 '사모펀드'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많습니다.

    ◀ 허일후 ▶

    아‥사모펀드. 사모펀드가 회사를 인수하면 구조조정이나 원가절감 등으로 회사 수익성을 높인 뒤 그 회사를 되팔아 이익을 챙기죠?

    ◀ 김효엽 ▶

    그걸로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단기간에 고수익을 안겨주고요?

    ◀ 손병산 ▶

    네, 맞습니다. BHC 말고도 최근 사모 펀드들이 외식 프랜차이즈를 인수하는 것이 유행인데요,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맘스터치' 사례를 보며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2월 21일 월요일.

    코스닥 시장이 열리자 맘스터치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곧바로 전 거래일보다 29.89% 오른 8,220원 상한가까지 도달했습니다.

    맘스터치가 18일 금요일 오후에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해 시장에 나온 주식을 전날 종가보다 비싸게 사들이겠다고 공시하자 월요일 장이 열리고 투자자들이 몰려든 겁니다.

    보통 상장폐지는 자본금이 전액 잠식되는 등 부실에 빠진 기업들이 많이 취하는 조치입니다.

    반대로 맘스터치는 2020년 매출 2,860억 원, 영업이익 26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알짜회사를 돌연 상장폐지한 이유는 뭘까?

    맘스터치는 지난 1997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치킨집으로 시작한 토종 업체입니다.

    한 번에 베어물기 힘들 정도로 두툼한 치킨버거인 '싸이버거'를 저렴하게 팔면서 '가성비'가 좋다고 입소문을 타 성장가도를 달렸고, 2016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됩니다.

    그러던 2019년, 맘스터치의 대주주가 바뀝니다.

    창업자인 정현식 현 프랜차이즈협회 회장이 보유 지분 대부분을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에 매각한 겁니다.

    맘스터치는 이듬해인 2020년, 주력 상품인 '싸이버거'에 들어가는 치킨 패티의 가맹점 공급가를 개당 150원 올립니다.

    6년 동안 동결돼있던 공급가가 주인이 바뀌자마자 올라가자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서울 상도역점 점주인 황성구 씨, 황씨는 당시 가맹점주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며 가맹점주협의회를 만들었습니다.

    [황성구 / 맘스터치 가맹점주]
    "환산해 보니까 연간 한 1,200만 원 정도 이게 물대(물품 대금)를 더 부담을 해야 하는 그런 위치에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래도 그러려니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자꾸만 이게 뭔가 아닌 것 같고, 수익이 자꾸만 줄어드는 거죠."

    그러자 맘스터치 본사는 경찰에 황 씨를 고소하며 대응에 나섭니다.

    황 씨가 가맹점주들에게 보낸 우편에서 '최근 거의 모든 매장이 매출 및 수익하락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적은 게 허위라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지만, 압박은 계속됐습니다.

    본사 임원이 직접 나서서 으름장을 놓는 일도 있었습니다.

    [맘스터치 임원]
    "'가·손·공·언·점, 이게 뭔지 아세요? '가'맹계약해지를 합니다. 영업이 중단이 되겠지요. '손'해배상 하실 수 있습니다. 2년 정도 소요되고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면 2년 걸립니다. '언'론에 공개하시겠지요. (우리가) 반박 기사 내면 됩니다. '점'주협의회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맘스터치는 실제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물품 공급도 중단했습니다.

    법원이 이건 부당한 조치라고 판단하자, 그제서야 2달 반 만에 황 씨의 가맹점에 식자재 공급을 재개했습니다.

    [황성구 / 맘스터치 가맹점주]
    "제가 옛날에는 자신 있게 얘기했었어요 제가. '이거(맘스터치 가맹점) 하면 괜찮다. 내가 도와줄게. 내가 노하우 다 알려주고 할테니까 하라'고 그랬는데, 요새는 후배도 한다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라'고 하고, 제가 '적극적으로 추천은 못한다' 이렇게 얘기했죠."

    본사 측은 황 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습니다.

    패티 공급가격을 올릴 때 싸이버거 판매 가격도 3,4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했고, 이 차액 400원 중 본사는 150원만 확보한 반면 250원은 가맹점주 몫으로 돌렸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1년 4개월 만에 맘스터치가 또다시 패티 공급가격과 버거 판매 가격을 올리면서 갈등도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8일 맘스터치 본사와 가맹점주협의회 사이에 열린 회의를 기록한 회의록.

    버거값을 올려 발생한 차익을 가맹점과 본사가 어떻게 갈라 가져갈지 논의됐습니다.

    맘스터치 본사-가맹점주협의회 회의(2월 8일)
    [협의회]
    "68대 32구조로만 만들어주면 우리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습니다."
    [본사]
    "일단 우리도 신뢰를 보여드려야 될 것 같아서 68대 32를 약속 드린 겁니다."

    당시에는 가맹점이 68%, 본사 32%를 가져가는 걸로 얘기가 오간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가격이 오르고 손익을 따져보니 가맹점 몫은 60%였습니다.

    [맘스터치 가맹점주]
    "아니 처음에 협의회하고 그때 68 대 32인가 그렇게 하기로 서명까지 했어요. 그렇게 얘기하면 뭐 무슨 서명이 필요하고, 무슨 회의가 필요하고 그게 그건 말도 안 되는 거고요."

    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가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고, 맘스터치 측은 "해석의 오류가 있었으나, 이를 발견한 즉시 60대 40으로 바꾸기로 합의했다"고 반박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주협의회 활동 방해와 관련해 최근 맘스터치 본사를 찾아 현장조사를 벌이는 등 제재에 착수했습니다.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이 재연되고, 공정위 조사까지 받게 된 맘스터치.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갑자기 상장폐지 결정까지 나온 겁니다.

    주식시장에 남아있으면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이 주가 하락을 불러와 향후 매각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시장에 정보를 덜 공개해도 되는 상장 폐지를 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정희 /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사모펀드는 사실 장기적으로 계속 (기업을) 소유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매각을 해야겠죠. 매각을 하는 과정에서 상장된 회사인 경우는 개인투자자들이 있는 거죠. / 개인투자자들의 여러가지 의견이라든가 문제 제기를, 또 개인투자자들의 보호를 해줘야 되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가 있다."

    이에 대해 맘스터치는 "주식시장 루머 등 외부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수익성 및 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투자금 회수를 염두에 두고 상장폐지를 추진했다거나,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함이라는 '악의적인 해석'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사모펀드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를 인수한 건 2011년 '놀부'가 처음이었습니다.

    이후 버거킹과 bhc, 공차와 아웃백, 피자헛과 맘스터치 등 유명 프랜차이즈가 줄줄이 사모펀드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치킨 브랜드로는 노랑통닭과 효도치킨이 재작년과 작년 각각 사모펀드에 매각됐습니다.

    프랜차이즈 인수 열풍.

    투자업계에선 외식 프랜차이즈의 가치를 단기간에 끌어올려 되파는 공식이 계속 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투자업계 관계자(대독)]
    "가맹점당 매출에 전체 점포 수를 곱하면 바로 본사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니까, 특정 지역에만 있던 가맹점을 전국 곳곳에 새로 열어서 점포 수를 늘리는 게 기본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스타를 이용한 광고와 마케팅으로 고객과 가맹점주를 끌어모아 단기간에 매출을 키웁니다.

    동시에 전문 경영인을 투입해 가맹점이 부담하는 공급가격은 인상하고, 본사가 부담하는 원가는 절감하는 이른바 효율성 극대화 방안들을 도입합니다.

    맘스터치 역시 스타들을 광고모델로 대거 기용해 관심을 모았고, 대표이사 등 고위 임직원 다수를 맥도날드 출신으로 채웠습니다.

    그리고 창업자 정현식 전 회장 시절 1,500개였던 매장 목표치를 1,800개에서 2,000개까지 늘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모펀드 인수 전과 후를 비교하면 2년 동안 매출 10%가 늘어나는 사이 영업이익은 26% 가까이 훨씬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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