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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허허벌판' 한전공대 개교

[스트레이트] '허허벌판' 한전공대 개교
입력 2022-03-27 20:36 | 수정 2022-03-2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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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엽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효엽입니다.

    ◀ 허일후 ▶

    허일후입니다.

    ◀ 김효엽 ▶

    오늘 스트레이트는 이달 초 문을 연 '한전공대'를 둘러싼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 김효엽 ▶

    이지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 허일후 ▶

    '한전공대', 전남 나주혁신도시에 설립된 대학이죠, 정식 명칭은 한국 에너지 공과대학인데 이 학교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거죠?

    ◀ 이지수 ▶

    네. 한전공대 설립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고요, 이후 임기 내 개교를 목표로 특별법까지 만들어 추진됐습니다.

    이공계 인재 육성에 더해 지역 발전까지 많은 기대 속에 개교는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너무 서두른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전남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

    과거 골프장으로 쓰던 부지에서 '세계 최초의 에너지 특화 대학'으로 알려진 '한전공대', 즉 한국에너지공대가 개교했습니다.

    학부생 107명과 대학원생 49명이 입학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상 축사를 보냈고,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 정관계 인사들이 여럿 참석했습니다.

    2025년까지 한국전력과 전라남도, 나주시가 총 8천299억원의 재원을 투입하는 한국에너지공대.

    교육과 연구는 물론 산학 협력까지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에너지 분야 세계 10위권 공과대학이 목표입니다.

    등록금과 기숙사 비용이 무료이고 첨단 연구시설은 물론 창업도 지원됩니다.

    이런 지원 계획덕분에 100명을 뽑는 수시 전형은 24대1, 10명을 뽑는 정시 전형은 95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윤의준/한국에너지공과대학 초대총장(대학 공식유튜브)]
    "2050년에는 에너지 분야 세계 TOP10 대학을 달성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켄텍(한국에너지공대)의 1회 입학생입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는 인류공영을 위한 미래에너지 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글로벌 에너지 리더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학교용 부지만 축구장 48개 넓이인 40만㎡.

    그런데 입학식이 열린 장소는 운동장이나 강당이 아닌 주차장이었습니다.

    캠퍼스는 아직 허허벌판, 4층 짜리 건물 한 동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임시 도서관과 강의실이 들어선 건물입니다.

    [이현정/한국에너지공과대학 대외협력팀]
    "보시는 왼쪽과 오른쪽이 전부 다 강의실로 구성이 되어 있고, 필요한 기자재라든지 모니터, 마이크 이런 것들이 다 지금 들어가 있습니다."

    공과대학의 핵심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실과 실험실은 약 10km 떨어진 한국전력의 시설을 일부 빌려 활용하고 있습니다.

    강의동과 도서관 등 나머지 시설은 3년 뒤인 2025년에나 완공될 예정입니다.

    기숙사도 없어서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골프텔을 개조한 공간에 학생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주요 건물을 짓기도 전에 개교부터 한 겁니다.

    왜 이렇게 반쪽짜리 개교를 하게 된 걸까?

    한전공대는 이낙연 전남지사 때 구상돼, 2017년 대선 공약으로까지 채택됐습니다.

    대전의 카이스트, 영남의 포항공대에 견 줄 호남권 공대를 만들겠다며 호남 민심 공략에 나선 겁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돼 임기 내 개교가 추진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추진초기부터 한전 안팎에서는 5년안에 개교까지 마치는 건 무리라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대학 설립을 다루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한전공대는 개교 1년 전까지 2만㎡ 이상의 학교 건물을 지어야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예산 확보, 부지 매입, 캠퍼스 설계, 공사 등의 과정을 생각하면 2022년까지 캠퍼스를 완공하기가 힘들지 않겠냐는 거였습니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3년 늦은 2025년 개교로 목표 수정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지자체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김영록/전라남도지사 (KBC 8시뉴스 2018년 8월 6일)]
    "한전공대 설립 문제를 신속히 하기 위해서,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한전공대 설립 특별법을 정치권, 그리고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필요하다면 정부까지 함께 나서서‥"

    결국 범정부 기구인 한전공대설립지원 위원회가 출범해 교통 정리에 나서면서 추진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송재호/한전공대설립지원위원장(2018년 12월)]
    "2022년 봄에 개교를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요. 개월 수로 대략 한 38개월 정도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만, 한전공대가 차질 없이 계획대로 설립될 수 있도록 우리가 범정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고‥"

    한전공대 유치를 위해 맞붙은 지자체는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였습니다.

    그런데 전남 나주에 골프장을 가지고 있던 건설사 부영이 이걸 대학부지로 내놓겠다고 약속하면서 최종후보지는 나주로 기울었습니다.

    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초기 비용도 들어가지 않고, 토지 수용을 위한 지난한 절차도 필요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골프장이기 때문에 깎아낼 땅이나 철거할 건물도 별로 없어 기초 공사도 많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조진상/동신대 도시계획과 교수·부영골프장대책시민협의회 대표]
    "일반 토지 같으면 다수의 토지를 수용에 의해서 매입하고 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는데, 부영골프장은 부영주택만 동의하면 한전공대 입지에 소요되는, 건설에 소요되는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기부 절차가 마무리되자 2020년 10월 나주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국회의원이 한국에너지공과대학 특별법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일단 개교부터 하고 학교 건물은 그 후에 단계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 고등교육법의 설립 관련 규정을 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법안이었습니다.

    [신정훈/더불어민주당 의원 (광주MBC 시사본색 2021년 3월 7일)]
    "캠퍼스가 다 준비돼 있지 않더라도 임대 교사를 사용할 수 있다든가, 또 단계적으로 필요 면적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그런 특례 조항이 있습니다."

    법사위에서 다시 한 번 무리한 추진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법안 처리가 막히지는 않았습니다.

    [유상범/국민의힘 의원 (국회 법사위 2021년 3월 23일)]
    "설계만 되어 있을 뿐이지 지금 토목공사, 기초공사, 아무 것도 되어 있는 게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골프장에다 짓는다는 거지요, 이게 지금?"

    [성윤모/산업통상자원부장관 (국회 법사위 2021년 3월 23일)]
    "2022년 내년도에 개교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 한전에 관련된 연구소가, 임시 건물이 지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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