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5시 뉴스
기자이미지 곽승규

[스트레이트] 북한 ICBM과 우크라이나 전쟁

[스트레이트] 북한 ICBM과 우크라이나 전쟁
입력 2022-04-03 20:56 | 수정 2022-04-03 20:58
재생목록
    ◀ 김주만 ▶

    한 가지 주제 더 준비했습니다. 곽승규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 곽승규 ▶

    네, 대선을 전후해 작은 미사일 도발에 나섰던 북한, 최근 4년여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시험 발사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데요.

    ◀ 허일후 ▶

    요즘같은 정권 교체기에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게 드문 일은 아니었잖아요?

    ◀ 곽승규 ▶

    네, 그렇긴 한데 이번 발사의 의미는 예전 사례들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도 맥이 닿아 있구요.

    ◀ 김주만 ▶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 미사일 발사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말이군요

    ◀ 곽승규 ▶

    그렇습니다. 이 시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의 속내가 뭔지 들여다봤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깔리며, 거대한 격납고의 문이 열립니다.

    가죽점퍼를 입고 등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군복 차림의 간부 두 사람도 양 옆에서 함께 걸어나옵니다.

    저마다 뭔가를 기다리는 듯 손목시계에서 눈길을 떼지 못합니다.

    [조선중앙TV]
    "드디어 역사적 사변의 시간이 도래했습니다."

    선글라스를 벗고 고개를 끄덕이는 김 위원장.

    "셋 둘 하나, 발사! 발사! 발사! 발사!"

    조선중앙TV가 최근 공개한 미사일 발사 홍보 영상입니다.

    마치 뮤직비디오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영상 공개 하루 전인 지난달 24일 오후 2시 43분,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했습니다.

    ICBM은 핵탄두를 장착하고 대륙 건너 전 세계 어디든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입니다.

    북한은 이날 쏜 미사일이 최신 ICBM인 화성-17형이라고 밝혔습니다.

    재작년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선보인 뒤, 발사 장면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북한은 미사일이 동해 공해상 목표지점에 정확히 탄착됐다며, 개발부터 시험 발사 성공까지 김정은 위원장에 공을 돌렸습니다.

    [조선중앙TV]
    "(김정은 위원장은) 화성포 17형 무기 체계를 주체적 힘의 응결체로, 자력갱생의 창조물로, 공화국 전략 무력의 핵심 타격 수단으로, 믿음직한 핵전쟁 억제 수단으로 완성시켜 오셨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구형인 화성-15형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16일에도 평양 순안공항에서,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발사했지만 공중에서 폭발했습니다.

    [하태경 의원 / 국회 국방위원회]
    "(폭발해서) 미사일 파편 비가 쏟아진 거예요, 평양에. 그래서 주민들이 화들짝 놀라고, 민심도 굉장히 불안정해졌을 것이고…"

    민심 수습을 위해 실패 8일 만에 급히 화성-15형을 쏜 뒤, 신형 발사에 성공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판단입니다.

    이처럼 북한이 화성-17형에 목을 메는 건, 탄두 운반 능력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7형은 15형과 달리 다탄두, 그러니까 여러 개의 탄두를 동시에 실을 수 있을 걸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사거리도 2천km나 늘려 미국 본토 전역을 위협할 거라는 분석입니다.

    시험 발사의 성패와 별개로, 북한은 실제 ICBM 성능 개선에 진전을 보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정의용 / 외교부 장관(28일 국회 상임위)]
    "2017년 11월 29일 발사보다는 고도라든지, 사거리라든지. 이런 면에서 조금 확대된 것은 사실입니다."

    북한이 '위성발사체' 같은 우회적 표현을 쓰지 않고, 대놓고 ICBM 발사를 선언한 건 2017년 11월 이후 4년 4개월 만입니다.

    그간 북한은 핵 동결, 이른바 '모라토리움' 선언과 함께, ICBM 발사를 자제하며 서방의 경제 협력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면서, 북미 관계는 뒷걸음질쳤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오히려, 북한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며 제재 수위를 높여왔습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2021년 12월)]
    "미래는 인간의 존엄성을 포용하고 다른 사람이 자유롭게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철권통치로 국민을 억압하는 자들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자 북한은 올 들어 잇단 미사일 도발의 포문을 열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불렸던 ICBM 발사까지 끝내 감행했습니다.

    [조선중앙TV]
    "주체 조선의 또 다른 강력한 핵 공격 수단의 출현을 온 세상에 알리고 믿음직한 조선민주주인민공화국의 핵전쟁 억제력을 보란 듯이 과시할…"

    북한이 화성-17형을 핵 공격과 연계하며, 긴장을 한껏 끌어올리는 이유는 뭘까.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 해체 당시 핵탄두를 1,800여기나 보유한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영토에 배치됐던 소련의 핵탄두가 그대로 남았던 겁니다.

    하지만 서방의 경제 지원을 조건으로, 모든 핵탄두를 러시아에 돌려줬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핵무장을 포기했다 침공을 당한 걸로 인식한 북한이, 국제적 고립 속에서 유일한 체제 유지수단인 핵 개발에 다시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북한의 마지막 핵실험은 2017년 9월이었습니다.

    2018년 5월엔 외신 기자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 내 2,3,4번 갱도를 잇달아 폭파했습니다.

    [강경호 /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
    "(4번 갱도는) 위력이 매우 큰 핵실험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특별히 준비해왔던 갱도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3번 갱도를 복구하기 위해, 새로운 통로를 뚫고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ICBM과 핵실험은 한 세트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이 핵 포기를 한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김정은 위원장은 핵을 더욱더 보유하겠다는 핵 없는 조선은 있을 수 없다는 그런 결심을 굳히는 계기점이 됐다고 볼 수 있고…"

    전 세계의 눈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집중된 국제 정세도 북한의 도발을 부추겼습니다.

    미국은 제재 강도를 높여야 한다며 이번 ICBM 발사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가장 낮은 합의 단계인 북한 규탄 언론성명조차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북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두 차례 유엔 결의안 채택에 모두 반대표를 던진 바 있습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러시아가 옹호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북한이 감싸주는 모양샙니다.

    [김성 / 유엔 주재 북한대사]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의 합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유럽의 안보 환경을 체계적으로 해쳤습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어, 북한 제재에 대한 유엔 차원의 논의가 전혀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

    북한 입장에선 미사일 기술력을 과시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한 겁니다.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미·중, 미·러 갈등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불참하고, 또 북한, 중국, 러시아가 뭉치는 계기점의 측면이 있고…"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