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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정권교체기 또 등장한 '캐비닛 수사'?

[스트레이트] 정권교체기 또 등장한 '캐비닛 수사'?
입력 2022-04-10 20:35 | 수정 2022-04-1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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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안녕하십니까, 김주만 기자입니다.

    ◀ 허일후 ▶

    안녕하십니까, 허일후 입니다.

    ◀ 기자 ▶

    요 며칠 검찰발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였던 검찰 개혁을 놓고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까지 갈등이 극심하군요.

    ◀ 허일후 ▶

    그렇습니다.

    민주당은 이른바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이번 달 안에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 기자 ▶

    검찰과 국민의힘은 결사항전할 태세인데‥

    이문현 기자가 이 문제 취재했죠?

    ◀ 기자 ▶

    네, 사실 대선이 끝나자마자 검찰은 현 정권에 노골적으로 등을 돌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허 : 고발 3년 만에 급물살을 탄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 말씀이시죠.

    ◀ 기자 ▶

    네, 이른바 캐비닛 수사라고 하죠.

    정권을 겨냥한 고소 고발 사건을 묵혀뒀다가, 정권 말이 되면 본격적으로 수사하는 검찰의 관행을 말하는데요.

    먼저 캐비닛 수사가 비판받는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광화문의 한 특급호텔.

    한국전력의 한 발전 자회사 사장이던 김 모 씨는 2017년 9월 이 호텔 라운지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박모 국장을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그 때 박 국장으로부터 '물러나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게 김 사장의 주장입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다섯 달째.

    '발전사 사장들 사퇴가 새 정부의 방침'이란 겁니다.

    [김OO / 전 발전자회사 사장]
    "'사장님들 사표를 수리하는 걸로 정부 방침이 정해졌다' '여러가지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2017년 9월 초에 들었습니다). 저는 '이거 또 정권이 바뀌어서 그러나' 이런 의아한 생각이 들었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사표 제출 사유도 정해줬다고 합니다.

    [김OO / 전 발전자회사 사장]
    "(우리 직원들이) 산업부에서는 일신상 사유로 사직하고자 합니다. 이런 식으로 쓰라고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보장된 임기 3년 중 절반을 조금 넘긴 시점이었지만, 김 사장은 며칠 뒤 사표를 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리됐습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당시 이런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었다며 반발했습니다.

    [윤한홍 /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산자위 국정감사, 2017년 10월)]
    "제가 확인한 바로는 (산업부 산하) 공기업 주요 사장들이 다 사퇴 압력을 받고 사퇴를 낸 겁니다. 그런 부분이 좀 설명돼야 되지 않느냐 싶고‥"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검찰에 고발장을 낸 건 1년여 뒤인 2019년 1월이었습니다.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전 정권 인사들을 상대로 사표 제출을 종용했다'는,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입니다.

    백운규 전 장관을 포함한 산업부 전·현직 관계자 4명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고발됐습니다.

    고발장에 따르면, 당시 임기 만료 전 사표를 낸 산업부 산하 공기업과 발전사 대표들은 모두 8명.

    여기에 포함된 김 사장도 그 해 4월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물러난 경위를 진술했습니다.

    그 뒤 수사가 진전됐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김OO / 전 발전자회사 사장]
    "참고인 조사받을 때도 검사님 보고 그랬어요. 검사님이 열심히 이렇게 조사해서 고생하시는데, 이게 결과적으로 어떻게 아웃풋(수사 결과)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역시나 그 뒤로 하나도 진행이 안 되더라고‥"

    그렇게 3년이 흐른 지난달 25일, 검찰은 산업부를 전격 압수수색했습니다.

    혁신행정담당관실과 운영지원과 등 인사 관련 핵심 부서들이 대상이었습니다.

    사흘 뒤엔 한국남동발전·남부발전 등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4곳, 여기에 무역보험공사·지역난방공사 등 산업부 산하 공기업들까지 총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추가됐습니다.

    모두 3년 전 고발장에 적힌 곳들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현재) 고발 건이 진행 중인 줄도 몰랐지. 왜냐하면 그 때 (고발인이) 자유한국당인가‥ 당 이름도 바꾸고, 이렇게 지나간 걸로 생각했었고, 그런 거죠. 그래서 더 당황스러운 거예요, 지금."

    몇 년간 멈추다시피 했던 수사가 왜 하필 이 시점에 재개된 걸까.

    검찰에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
    "수사 진행 중 중간에 지도부가 바뀌었을 거 아닙니까. 또 검사가 바뀌니까 그 기록을 인계받았을 때 신중하게 검토를 할 필요가 있지 않겠어요."

    또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게 검찰의 입장입니다.

    이 사건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올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돼 복역 중입니다.

    임기가 남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4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환경부 사건은 검찰이 최근 강제수사에 착수한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거의 비슷한 구조입니다.

    두 사건의 고발 시점도, 불과 한 달 차이.

    사실상 같은 시기에 고발된 동일한 유형의 사건들 중 하나는 먼저 처리하고, 다른 하나는 3년이 지나 본격 수사에 들어간 겁니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
    "전에 기소한 사건(환경부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법리적인 부분 검토를 해야하고, 그렇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차원에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는 걸 고려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환경부 사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된 건 지난해 2월이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징역 2년 6개월형을 받았습니다.

    같은 해 9월 2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직권남용죄'의 법리를 검토할 시간은 이미 충분했다는 겁니다.

    [검찰 출신 변호사]
    "법리적으로 아주 치열하게 다툴 경우, 통상적으로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지는 않고 보통 1심 유죄 판결이 나면 비슷한 사건들 다 기소를 하죠"

    [김남근 / 변호사]
    "(산업부 사건에서) 사표를 강요했다는 사실관계 자체가 어느 정도 구체적이었다면 충분히 그 시점에 수사를 하고, 그 시점에도 기소를 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검찰의 해명이 의문을 더 키우는 이유입니다.

    더욱이 검토할 법리 자체가 까다롭지도 않았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산업부 사건에서 사표를 낸 8명 모두,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 2개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었고, 이들의 사표는 비슷한 시기 일괄적으로 처리됐습니다.

    [김남근 / 변호사]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있어서도 법리적 쟁점이 됐던 것들은 (임기가 거의 끝나) 사표를 이미 제출할 시점에 사표를 내라고 요구한 게 직권남용죄가 되느냐, 안 되느냐 정도의 문제였지, 임기가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공공기관 임원들에 대해서 사표를 제출하라고 강요한 것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죄가 된다는 것들은 큰 법리적 쟁점이 없었습니다."

    2019년 당시 수사팀 관계자도 "여러 공공기관장이 '일괄 사표'를 냈던 산업부 사건의 경우, 직권남용죄 입증이 가능하다"고 봤던 걸로 전해졌습니다.

    [검찰 출신 변호사]
    "검찰 입장에서 실질적인 이유는, 그 당시에는 정권 말기도 아니고 활발하게 운영 되던 중이니까, '좀 속도 조절을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대선에서 패배한 현 정권을 겨냥해 검찰이 뒤늦게 칼을 빼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스트레이트>는 대검찰청에 서면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검찰의 말처럼, 비슷한 법리가 적용되는 유사 사건의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렸다가 수사를 재개한 전례가 있는지 물었지만, 답은 없었습니다.

    다만 '정권 교체기를 맞아 정치적 고려로 본격 수사를 재개했냐'는 비판에는 전혀 그렇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고만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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