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5시 뉴스
기자이미지 남상호

[스트레이트] 에디슨의 '쌍용차 먹튀'‥'큰 그림' 설계한 배후는?

[스트레이트] 에디슨의 '쌍용차 먹튀'‥'큰 그림' 설계한 배후는?
입력 2022-04-17 20:57 | 수정 2022-04-17 21:00
재생목록
    ◀ 김주만 ▶

    다음 소식은 쌍용자동차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먹튀’ 논란입니다.

    인수 세력이 큰 그림을 그렸는데 이들이 노린 먹잇감은 이번에도 개미들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남상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남 기자, 쌍용자동차 인수에 나섰던 에디슨모터스라는 회사, 사실 처음부터 이게 가능하겠느냐 이런 우려가 있었는데 결국 인수는 무산이 됐습니다.

    ◀ 남상호 ▶

    에디슨 모터스 측이 내야 했던 쌍용자동차 인수 대금이 3천억 원 정도 됐는데요.

    납부 마감일까지 계약금 3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2천700억 원을 내지 못했습니다.

    ◀ 김주만 ▶

    그 사이 에디슨모터스 관련 회사의 주가는 말 그대로 천정부지 몇 배나 올랐잖아요.

    이 때문에 ‘인수는 실패했지만 실제로 손해 본 것은 없었다’. 이런 얘기도 나와요.

    ◀ 남상호 ▶

    그런 부분에 집중해서 취재를 시작했는데요.

    취재 과정에서 수상한 돈의 흐름이 포착됐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7년 친환경 버스업체인 에디슨모터스를 인수한 강영권 대표.

    지상파 방송사 PD 출신인 그는 2년 전부터 한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강영권 / 에디슨모터스 대표 (2020년) (출처: tvN '유퀴즈온더블럭')]
    "옛날에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었는데, 요즘은 빠른 물고기가 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가 됐다."

    점차 이름을 알리던 에디슨모터스는 드디어 큰 물고기, 즉 쌍용자동차 인수에 나섰습니다.

    인수 행보를 공식화 한 건 지난해 5월.

    '쎄미시스코', 지금은 에디슨EV로 이름을 바꾼, 이 전기 경차 제조사의 지분부터 손에 넣은 겁니다.

    에디슨모터스 측이 69억 원어치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되고, 6곳이나 동참한 투자 조합들이 3백억 원을 쏟아부어, 나머지 지분을 나눠 인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 뒤, 에디슨EV는 8백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이를 통해 들어온 자금 중 5백억 원은 에디슨EV로부터 강 대표의 에디슨모터스로 흘러들어 갑니다.

    바로 쌍용차 인수에 쓰일 돈입니다.

    에디슨모터스는 왜 에디슨EV를 통해서 자금을 마련한 것일까.

    비밀은 코스닥 상장 여부에 있었습니다.

    최대주주이지만 비상장사였던 에디슨모터스가, 상장사인 에디슨EV를 인수한 뒤 회사채를 찍어내, 처음 지분을 인수할 때 들인 금액보다 더 큰돈을 만들어 낸 겁니다.

    [김득의 / 금융정의연대 대표]
    "상장된 회사는 어쨌든 증권거래소로부터 심사를 받고 올라간 회사잖아요. 1부 리그(코스피)가 됐든. 2부 리그(코스닥)가 됐든. 일단 국가로부터 ‘너는 상장 자격 요건이 된다’고 해서 상장된 거고, 비상장 회사보다는 상장회사가 자금 조달이라든가 대출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아무래도 유리하죠."

    ==============================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쌍용차 인수 창구로 시장에 알려진 에디슨EV엔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주가는 마치 테마주처럼 급상승합니다.

    그런데 한창 주가가 오를 무렵 에디슨EV 인수에 동참한 투자조합들이 주식을 처분하는 절차에 들어가며 슬그머니 발을 빼기 시작합니다.

    최대주주였다면 1년 동안 지분을 못 파는 '보호예수' 규정에 묶였겠지만, 6곳으로 나뉘어 들어간 덕에 각 투자조합들은 이 규정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투자업계 관계자 (음성대독)]
    "투자조합들은 전부 최대 주주는 아니기 때문에 즉시 지분 매각이 가능하고, 또 얼마 안 가서 조합 차원에서 지분을 싹 정리하면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까 형식은 조합원(투자자)들한테 (주식)현물로 배분하는 형식으로 한 것 같아요."

    당초 지난해 5월 조합들이 사들였던 에디슨EV 주식 가격은 ** 1만 5천 원 전후.

    이 주식들을 팔 수 있도록 조합원들에게 지분을 나눠준 7~8월엔 4만 원대까지 급등했습니다.

    불과 2~3개월 만에 주식 값이 3배가 된 겁니다.

    이후로도 주가를 띄우는 소식은 계속됐습니다.

    조합원들에게 지분을 다 나눠준 8월, 에디슨모터스는 국내 유명 사모펀드들과 쌍용차 인수 업무 협약을 맺었다며 언론에 사진을 배포합니다.

    [강영권 / 에디슨모터스 대표 (지난해)]
    "(사모펀드) 키스톤PE나 KCGI 등에서도 한 4천억 원 정도를 모아서 그래서 저희가 저희 힘으로 8천억 원을 모으겠다는 얘기고요."

    법원이 공식적으로 쌍용차 인수 과정을 승인한 11월, 에디슨EV 주가는 한때 8만 원대까지 솟구치기도 했습니다.

    당시 무상증자로 주식 1주가 4주로 늘어난 것까지 고려하면 실제 상승폭은 훨씬 더 큽니다.

    그 사이 개미투자자들은 더 몰려들었습니다.

    6월 41%였던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9월 73%, 연말에는 80%까지 올라갔습니다.

    주가가 최고점을 찍기 직전까지 투자조합원들이 팔아 치운 물량을, 일반 투자자들이 뒤늦게 사들인 걸로 보입니다.

    [김득의 / 금융정의연대 대표]
    "선수들은 최고 상단에서 탈출하지 않아요. 서서히 올라가는 지점에서 중상단에서 나오는 거죠. 검찰이 수사하게 되면 제일 먼저 어디를 수사하겠습니까? 제일 상단에 있는 사람들부터 수사를 하니까 이 꼭대기에서는 선수들은 안 나오죠."

    ==============================

    에디슨EV의 주식과 회사채 거래에 참여한 수상한 투자조합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공시된 주소지를 찾아가봤더니, 공유 오피스이거나 엉뚱하게 식당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투자조합은 여러 곳이었지만, 관련 업무는 같은 회사 한 곳으로 일치하는 점도 의문을 키웠습니다.

    '매니지먼트'라고 표기된 회사의 주소지에서도 투자 조합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해당 건물 입주인]
    "(에디슨 EV라는 회사 주식 거래에 *** 매니지먼트라는…) 여기는 없습니다. (없어요?) 네.
    (등기상 주소가 여기로 돼 있어서…) 없어요. 여기는 다 세무사들만 계세요. (처음 들어보시는 회사예요?) 네, 처음 들어봅니다."

    조합원들의 이름도 여기저기 겹칩니다.

    두 곳 이상의 조합에 중복해서 이름을 올린 투자자들이 31명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조합 5곳에 참여한 인물도 있었습니다.

    69년생 이 모 씨.

    그런데 <스트레이트>는 에디슨EV가 발행한 회사채의 유통 경로에서 이 씨의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쌍용차 인수를 위한 계약금의 원천이 된 에디슨EV의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전환사채.

    여러 투자회사를 거친 이 회사채들의 종착지는 TG자산운용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가 유명 사모펀드들과 업무협약을 맺었다며 배포한 사진에도 등장하는 투자회사입니다.

    이곳의 대표가 바로 이 모 씨였던 겁니다.

    결국 회사채를 발행해 돈을 만들고 주가가 뛸 때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까지 이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벌어졌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투자업계 관계자 (음성대독)]
    "이런 계획을 세워놨다는 건 총괄적으로 누군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TG투자, TG자산운용이라는 회사가 그림을 그리는 데 굉장히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스트레이트>는 이 대표의 집과 TG자산운용 사무실을 찾아가 연락을 시도하고 메모도 남겼지만,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전원이 꺼져있거나…"

    에디슨EV 역시 취재에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에디슨EV 관계자]
    "(최근에 쌍용차 인수 무산 관련해서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저희가 지금 다 코로나 걸리셔서 격리하셔서 아무도 안 계시거든요…"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