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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20대 웨이터의 병풍이 재벌 4세?‥도주 9년만에 검거

[스트레이트] 20대 웨이터의 병풍이 재벌 4세?‥도주 9년만에 검거
입력 2022-05-29 20:45 | 수정 2022-05-3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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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문현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이문현 기자입니다.

    오늘은 14년 전 떠들썩했던 증권 범죄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지난 2008년이었죠. '뉴월코프'라는 업체의 주가 조작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시세조종과 횡령 규모가 확인된 것만 수백억 원대인데요. 재벌 3·4세와 전직 검사장, 또 유력 정치인의 측근까지. 당대 최고의 호화 인맥이 얽혀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은 주범, 누구였을까요.

    뜻밖에도 나이트클럽 종업원 출신의 20대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징역을 살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감옥을 나와서 그대로 달아났는데요. 무려 10년 가까이 국내에서 멀쩡히 지냈다고 합니다. 못 잡은 걸까요, 안 잡은 걸까요.

    <스트레이트>는 그가 재작년에야 뒤늦게 붙잡혔다는 걸 단독으로 확인했는데요. 저희는 이 의문의 청년을 추적하면서 이번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뉴월코프.

    바코드 관련 장비를 생산하던 평범한 코스닥 상장사였는데요.

    2007년부터 '특별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6~700원대 머물러 있던 주가가 연초부터 꿈틀대기 시작한 건데요. 석 달만에 3배 넘게 올라, 대박이 터졌습니다. '재벌가에서 회사를 인수한다' 이 정도 소문이 돌았을 뿐인데, 개미 투자자들이 몰려 거래량도 폭증했던 겁니다.

    그러더니 얼마 뒤, 진짜로 재벌이 나타났습니다.

    박용호 당시 두산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 박중원 씨가, 주식 130만 주를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했다는 공시가 뜬 거죠. 쿠웨이트 원유 재활용 사업에도 진출한다고 선언합니다. 박 씨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자기 인생의 '전환점'이라며 투자자들을 흥분시켰습니다.

    [박중원(음성대독) / 당시 뉴월코프 대표]
    "친환경 자원재처리 사업이며, 수익성과 안정성이 확보돼 있습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영업이익률 60%에 달하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입니다"

    그런데요. 이거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경영권 인수, 이건 그냥 서류상으로만 꾸민 거고요. 실제 돈은 한 푼도 안 넣었습니다.

    알만한 재벌가 자손들을 화려한 병풍으로 내세운, 그냥 주가 조작이었던 겁니다.

    [이OO / 뉴월코프 투자 피해자]
    "'설마 재벌가의 이미지를 걸고 사기를 칠 것인가' 별로 의심하지 않았죠."

    두산 뿐이 아니었습니다. 현대가 3세들도 투자했고, 전 국무총리의 아들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까지 가담했습니다.

    결국 2008년 검찰 수사가 이뤄졌죠.

    [뉴스데스크(2008년 10월 28일)]
    "전 총리와 재벌 아들들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서 주가를 조작해온 재벌 테마주 일당이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 결과 드러난 주범, 28살 무명의 청년이었습니다.

    조,영,훈.

    그의 경력은 고등학교 졸업 후 강남 나이트클럽 웨이터와 수입차 판매원이 전부였습니다. 이런 젊은이가 재벌 3,4세 등 유력 인사들을 끌어들여서 복잡한 주가조작 범행을 설계하고 실행했다는 건데요. 당시 투자자들은 물론, 언론도 의심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안철현 / 뉴월코프 투자 피해자 변호인]
    "조영훈의 나이라든지, 경험이라든지, 경력이라든지 이런 것을 비추어 볼 때, 그걸 할 수 있을 만한 그런 그릇이 못 된다. 결국은 다른 누군가 핵심 인물이 있는데···"

    [일요신문 (2008년 8월 24일)]
    "웨이터와 판매사원이라는 직업을 통해 과연 10여년 연상의 재벌가 자제들과 주가조작을 공무할 정도로 끈끈한 인연을 맺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조 씨의 1심 재판 때 변호인은 양재택 변호사였습니다.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로 있다가 뉴월코프 수사 직전 검찰을 나온, 말 그대로 따끈따끈한 '전관'이었습니다. 남부지검은 여의도를 관할하며 증권 범죄를 많이 다루는 곳이죠. 조 씨에게 선임 경위를 물어보자 "아는 사람에게 남부지검 간부를 지낸 전관 출신으로 추천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양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던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았지만, 2심에선 징역 7년으로 늘어나 형이 확정됐습니다.

    그렇게 수감 생활이 계속됐는데요.

    난데 없이 검찰이 조 씨를 수시로 불러내기 시작합니다. '조사할 게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재판을 받을 때부터 형이 확정된 뒤에도, 그는 문턱이 닳도록 검사실을 드나들었습니다. 2009년부터 2년 2개월간 무려 261번이었습니다. 통상, 재판에 넘어간 피고인은 이런 출정 조사가 별로 없다는데 말이죠.

    [안철현 / 뉴월코프 투자 피해자 변호인]
    "보통 (검찰이) 조사하면 한 4-5번만 나가도 적지 않은 건데, 몇백 회라는 것은···그러면 사건이 한 10개, 20개가 된다는 얘기고, 그런 조사할 일도 없이 출정 갈 일은 사실 없거든요."
    <그럼 흔한 상황은 아니죠?>
    "당연하죠."

    이상한 게 또 있습니다.

    '뉴월코프 사건' 담당이던 부서가 아니라, 그 옆 다른 부서로 불려 다닌 겁니다. 검찰 출신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조사'는 핑계이고, 뭔가 다른 이유로 편의를 봐준 것 같다고 합니다.

    [이연주 변호사 (전직 검사)]
    "검사실에 오면 '범털(유력 재소자) 같은 경우는 전화도 사용할 수 있게 해줘요. 검사실에서 가족들과 특별면회를 했다, 그런 검사도 있었죠. 2백 몇 회 동안 조사할 게 어디 있습니까."

    조 씨는 그 방에서 뭘 했을까요. 정말 누군가 뒤에서, 그를 감싸줘야 할 사정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저희는, 당시 조 씨와 '함께' 검사방에 드나들었다던 어느 재소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놀라운 말을 해줬습니다.

    [조영훈 동료 재소자(음성대역)]
    "조영훈한테 방을 하나 제공을 해줘요. 검사실 옆방을. 저도 거기에 직접 가봤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 날짜 표기해서 보냈어요. 갔는데 컴퓨터도 제공돼 있지. 핸드폰도 있지. 그리고 검찰 전화도 있지. 이런 걸 수용자가 활용하고 있고. 걔가 거기서 주식 거래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면서 조영훈이 저한테 도이치모터스 한번 사라고 했었던 거예요."

    '도이치모터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는 사건인데요. 공교롭게도 조 씨의 출정 기간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시기와 상당히 겹칩니다. '주가조작'으로 수감된 재소자가 검사실에서 또다른 주가조작에 손을 대기라도 했다는 건지, 사실이라면 기막힐 노릇인데요.

    자,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마지막으로 검사실에 불려 갔던 2011년 2월 21일. 검찰은 '외할머니의 장례에 다녀오라'며 조 씨를 형집행정지로 5일간 풀어줍니다.

    [☎형사 전문 변호사]
    "보통 부모상까지 (형집행정지를)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거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외조모상으로 제가 만약에 의뢰를 하면?>
    "저는 그건 어려울 것 같긴 한데···"

    형집행정지 사유 6가지에 '가족의 장례'는 없습니다.

    그래서 검찰은 마지막 7번째 요건인 '기타 중대 사유'를 적용했습니다.

    사실상 검사의 재량으로 풀려난 셈인데요.

    그는 약속된 닷새 뒤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박지원 / 당시 국회의원(2012년 10월 국정감사)]
    "뉴월코프 거기 외조모상에 형집행정지 해준 사람 도주했다는데 아직 안 잡았죠?"

    [한상대/당시 검찰총장]
    "네"

    [박지원 / 당시 국회의원(2012년 10월 국정감사)]
    "왜 안 잡죠?"

    [한상대/당시 검찰총장]
    "지금 전담 검거팀을 구성해서 지명수배를 해 놓았는데 아직도 못 잡고 있습니다

    [박지원 / 당시 국회의원(2012년 10월 국정감사)]
    "우리가 통념상, 외조모가 별세하셨는데 형집행정지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제보가 있으니까 빨리 잡아서 처리하세요"

    [한상대/당시 검찰총장]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조 씨는 자신이 '형집행정지로 나갈 거다', 심지어 '안 돌아올 거다', 이런 말을 동료 재소자들한테 한참 전부터 했다고 합니다.

    [조영훈 동료 재소자(음성 대역)]
    "정확히 한 5-6개월 전부터 그 이야기(형집행정지)는 계속 했어요. 직접적으로 자기 도주한다고 한 건 (형집행정지) 2-3주 전에‥자기는 외국으로 도망을 못 간다고, 외국을 모르니까. 그래서 국내에 있을 거라고‥그 말까지 했어요"

    실제로 9년 반이나 국내를 떠돌다 재작년 8월, 갑자기 붙잡혔습니다.

    [김득의 / 금융정의연대 대표]
    "이해가 되지 않아요. 10년간 검찰이 뭐했냐는 거죠. 범죄자는 잡힐 수밖에 없어요. 국내에 있으면. 해외로 도망가지 않는 이상은. 그런데도 10년 간 (검거를) 안 했다? 10년간 못 잡은 게 아니라 안 잡은 것으로 보여지죠. 뭔가 이 사람에 대해서 잡으면 안 되는 사정이 있지 않았나···"

    조 씨는 '검사들이 도와주기로 돼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조영훈 동료 재소자(음성 대역)]
    "그래서 '야 너 어떻게 나가냐, 힘들 것 같은데' 그랬더니 이야기를 해주더라고. '현직 검사하고, 이쪽에서 해주기로 했다', 그럼 되지 않겠냐"

    조 씨가 사흘에 한번 꼴로 들락날락 했던 검사실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524호실, 김 모 검사의 방이었습니다. 그의 상관은 유상범 부장검사, 현재 국민의힘 의원이죠.

    저희의 전화도 안받고, 찾아가도 안 만나주더니, 문자 한 통을 보내왔습니다.

    "조영훈을 전혀 모른다" "그가 형집행정지와 관련해 (말)했다는 이야기도 전혀 근거가 없다", 검사실 출정이 많았던 경위에 대해서도 "당시 수사 검사에게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네, 유 의원 말대로 김 검사의 현재 근무지로도 전화를 해봤는데요.

    [☎김OO 검사실]
    "뉴월코프 사건 취재 중에 있으면서 방송 준비 중이라고요?"
    <네.>
    "여쭤보고, 일단 이 번호로 한번 전화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직 전화는 오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저희는 의문의 당사자인 조영훈 씨를 찾아 나섰습니다. 수소문 끝에 그가 목포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걸 알아냈고, 한 변호사를 통해 어렵사리 몇 가지를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조 씨는 검찰이 특별히 봐준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당시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의 정상 결재로 형집행정지를 받았고, 누군가의 조력으로 나간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복역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조용히 살고 싶다"며 다른 질문엔 전혀 답하지 않았습니다.

    ◀ 이문현 ▶

    자, 한숨 돌려볼까요.

    뉴월코프 주가가 요동치던 시절로 돌아가보겠습니다. 2007년, 주식 시장은 뜨거웠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처음으로 2천 포인트를 찍더니,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는데요.

    이런 분위기에서 재벌 3,4세가 투자한다니까 난리가 났던 겁니다. 뉴월코프 주가가 정점에 이르자, 조작 세력은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슬그머니 발을 뺐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뉴월코프와 관계사 등 3곳에서 횡령한 돈이 모두 456억 원. 부당한 시세 차익도 120억 원이나 됐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나 피해 금액의 규모는 파악조차 안 됐는데요. 답답했던 피해자들이 스스로 모였습니다.

    당시 한 인터넷 카페.

    2천만 원 가까이 손해를 봤다는 의사 이 모 씨가 만들었습니다.

    동참 원하시는 분은 연락 바란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OO / 뉴월코프 투자 피해자]
    "제일 처음에 모였을 때는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그 지하에 가면 회의실이 있어서··· 많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한 7~8분 정도가 참석했는데 전국 각지에 (피해자가) 있다 보니까 실제로 서울로 오실 수 있는 분은 몇 분 안 되잖아요."

    당시 퇴직을 1년 앞두고, 뉴월코프에 노후자금을 털어 넣었던 윤 모 씨. 돈 관리 해주던 증권사 직원한테서 종목을 추천받았다는데요. 3억 8천만 원을 투자했다 2억 원 가까이 날렸습니다.

    [윤OO / 뉴월코프 투자 피해자]
    "’박중원이 그 회사 대표가 될 것이다’ 하니까···이건 루머가 아니라 사실이잖아요 내가 들은 것은. 그래서 믿고 나는 (돈을) 맡긴 거지."

    인터넷 카페 가입자 102명 중 소송에 참여한 건 46명. 이들의 손실 금액은 총 19억 8천만 원입니다.

    재판은 3년이나 걸려, 이기긴 이겼는데요.

    5억 6천만 원만 인정된 일부 승소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얼마를 손에 쥐었을까요.

    소송비용을 빼고 고작 2천2백만 원이었습니다.

    그나마도 한 사람이 아니고, 46명이 다 합쳐 받은 금액입니다.

    1인당 평균 47만 원입니다.

    [이OO / 뉴월코프 투자 피해자]
    "술 한 잔 먹은 정도의 비용만 회수한 거 같아요. 사실은 그렇게 회수한 금액을 받으면요, 오히려 더 화가 나요. 이 나쁜 사람들을 국가가 제대로 된 법을 적용해서 제대로 형을 줘야 된다. 받은 돈 다 돌려줄 테니까 그렇게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

    이미 범죄 수익이 여기저기로 빼돌려져서, 받을 돈이 없었던 겁니다.

    [윤OO / 뉴월코프 투자 피해자]
    "박중원은 무일푼이야. 그러다 보니까 조영훈을 잡으려고 했어요. 근데 얘가 잡혀서 감방에 가 있다는 거예요. 이○○, 얘가 감사였거든요.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반포에, 판결이 나오고, 아파트를 팔고 내가 (돈 찾으려고) 얼마나 노력했겠어요, 한 푼도 못 받았어요."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9명. 주범 조영훈 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고, 두산가 4세 박중원 씨와 동업자 1명은 징역 2년 6개월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6명은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는데요.

    피해자들은 아직도, 검찰이 수사를 하다 말고 덮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OO / 뉴월코프 투자 피해자]
    "조영훈이란 사람은 제가 봐서는 그냥 껍데기에 불과해요. '너 이거 다 덮어쓰고 가서 몇 년 살다 나오면 몇 억 생기지 않느냐' 이렇게 됐을 거라고. 그걸 누가 믿겠어요, 젊은 20대밖에 안 된 청년이 그거를 다 설계를 했다고요, 저는 그걸 믿지 않아요."

    주가조작 수법이 당시로서는 최첨단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일당은 홍콩은행에 펀드를 만들어 65억 원을 빼돌린 뒤, 그 돈으로 다시 국내 주식을 산 것처럼 속였습니다.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 수법인데요.

    나이트클럽 종업원 출신의 20대 수입차 판매원이 어떻게 이걸 다 기획했냐는 겁니다.

    [한재준 /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사실 외국인 투자자들이 IMF 때 금융권에 대한 주식을 매입한 것 말고는 들어온 예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당시에 검은 머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어떤 한국계 외국인이 외국 법인 명의로 들어왔다면 그건 당시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김득의 / 금융정의연대 대표]
    "기자님이나 저나 해외 송금할 때도 당황할 때가 많은데, (해외) 펀드를 만들어서 거기에 자금을 보냈다가, 이 자금을 세탁해서 외국 자금으로 만들어요. 그리고 다시 한국에 들어왔을 때 투자를 한다, 이게 조모 씨 혼자 할 수 있느냐, 못 하는 것들이죠."

    조 씨 일당은 주가 조작이 한창이던 2007년 5월부터 석달 간 뉴월코프 회삿돈 수십억 원을 다른 회사로 빼돌렸는데요. 세 곳에 각각 44억 원, 20억 원, 9억 원 씩입니다.

    모두 시세조종에 가담했거나 범죄수익을 숨기려고 만든 회사들인 걸로 추정됩니다.

    사실 주가조작 수사는 자금 추적이 기본인데요.

    어쩐 일인지 당시 검찰은 돈의 흐름도 쫓다 말았습니다.

    네, 당시 검찰 수사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수상한 돈이 왜 나왔고, 결국 누구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장인수 ▶

    그래서 저희가 추적해봤습니다.

    빼돌러진 자금 일부가 들어간 곳, '파인오토렌탈'이란 렌터카 업체인데요.

    등기를 떼봤더니, 이사 이름에 낯익은 검사 출신 변호사가 보입니다.

    바로 진형구 전 검사장입니다.

    지금은 한동훈 법무장관의 장인으로 더 유명하지만, 잘나가던 공안통 검사였습니다.

    1999년 대검 공안부장 때였죠.

    기자들과 술을 마시던 중 '조폐공사 파업을 검찰이 유도했다'고 말했다가, 구속까지 됐습니다.

    이런 그가 임원이었던 파인오토렌탈, 설립 시기도 묘한데요.

    2007년 7월, 그러니까 뉴월코프 주가 조작이 한창 벌어질 때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등기상 대표 이 모 씨는 주가조작 공범으로 실형 2년 6개월을 살았고, 이 회사 이사와 감사도 공범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인가요.

    뉴월코프가 인수한 또다른 회사에도, 진 전 검사장이 감사로 등재돼 있었습니다.

    주가조작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이런 회사들에, 진형구 전 검사장이 왜 자꾸 나오는 걸까요.

    저도 이렇게 궁금한데, 검찰은 아니었나 봅니다.

    심지어 진 전 검사장의 이름이 재판에서도 나왔는데 말이죠.

    당시 법정에 나온 조영훈 씨는 자신의 횡령액 중 3억 원을 진형구 전 검사장이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치소에서 동료 수형자에게도 같은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고 합니다.

    (음성대역)
    “제가 그때 (조영훈에게) 듣기로는 (전관들이 가져간 돈이) 15억에서 20억 정도라고 그랬어요. 그리고 진형구 검사장은 3억. / 제가 변호사 접견하고 있으면 저한테 저기 진형구라고 손가락질까지 하면서 알려주기까지 했었어요. 저 **가 내 돈 챙겨간 놈이고 *자식이라고. 하여간 진형구에 대해서는 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재판부는 조 씨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진 전 검사장이 뉴월코프와는 무관하다, 그러니까 자금을 맘대로 빼돌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래도 조 씨는 뭔가 억울한 게 남았던 걸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진 전 검사장의 '부인'이 등장하는데요.

    2009년 감옥에 있던 조영훈 씨가 이분의 아파트에 8천3백만 원의 가압류를 걸었습니다.

    법원은 조 씨의 신청을 받아들였고요.

    그런 걸 보면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금전 관계가 있었던 정황도 엿보입니다.

    대체 진 전 검사장은 뉴월코프와 무슨 관계였을까요.

    그에게 여러 차례 연락하고, 사무실도 찾아가 봤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건물 입주자]
    "예전에는 (진형구 전 검사장이) 가끔 나오시고 하셨는데 요즘에는 차가 안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연락이 닿지 않던 진형구 전 검사장은 변호인을 통해 “질문한 의혹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알지 못하는 내용들” 이라며, “허위의 사실이 보도되거나 근거없는 추측이 보도될 경우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 이라고 전해왔습니다.

    현재 수감 중인 조영훈 씨한테도 진 전 검사장에 대해 물어봤는데요.

    본인이 횡령한 돈 중 3억 원을 진 전 검사장이 썼다고 본인이 진술한 걸로 판결문에 적혀 있는데도, 조 씨는 판결문을 봐야 알 것 같다며 사실상 즉답을 피했습니다.

    그래서 조 씨 다음으로 형량이 무거웠던 공범, 두산가 재벌 4세 박중원 씨를 찾았습니다.

    그 역시 아직 복역 중이라 교도소로 직접 찾아갔는데요.

    그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좀 다른 말을 했습니다.

    파인오토렌탈의 등기 이사였던 진형구 전 검사장이 뉴월코프 회사에 몇 번 왔다고 했습니다.

    [박중원(음성대역)]
    "(진 전 검사장이 뉴월코프) 회사에 몇 번 온 거는 있었어요. 면식이 있거든요. 저는 인사는 못 드리고 이렇게 봤는데 출입을 하신 거는 보긴 봤는데. (조영훈과)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어요"

    파인오토렌탈의 서류상 대표였던 공범 이 모 씨의 주소지에도 가봤는데, 집이 아닌 사무실과 공장 건물이었고, 이제는 그를 아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건물 입주자]
    <혹시 이OO 사장님이라고 여기 계시나요?>
    "이OO 사장님이요?"
    <예>
    "모르는 분인데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진 전 검사장의 정체.

    그렇다면 뉴월코프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는 뭐라고 할지 궁금했습니다.

    이 사건 수사팀장은 대검 차장검사를 지낸 봉욱 변호사인데요.

    역시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봉욱 변호사 사무실 직원]
    <차장님 혹시 계신가요?>
    "지금 자리에 안 계시는데요…"

    통화가 계속 안 되던 봉 전 차장은 나중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는데요

    "당시 수사과정에서 진형구 전 검사장의 이름이 언급된 바는 전혀 없었다"

    "검찰을 떠난 상황에서 현직 때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했습니다.

    ◀ 장인수 ▶

    개미들에겐 목숨과도 같은 투자금.

    하지만 수사가 벽에 부딪히면 피해 복구는 더 막막해집니다.

    주가 조작 범죄에 주로 적용되는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들의 추징금 환수 비율은, 최근 10년간 2.3%에 불과합니다.

    검찰 출신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사건에서, 수사의 공백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뉴월코프 사건 몇 년 뒤인 2015년.

    해조류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제약사, '보타바이오'의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이 터집니다.

    이 회사 대주주는 유명 배우, 사내 이사는 그의 남편이었습니다.

    이 배우와 중국 자본의 투자 계획이 당시 '바이오 열풍'과 맞물려 주가는 급등했는데요.

    그러다 장밋빛 계획들이 취소되면서 한때 4배 가까이 올랐던 주가는 고점 대비 70% 넘게 폭락했습니다.

    이 때도 개미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봤는데요.

    그 사이 이 회사에선 무려 434억 원이 빠져나와 어디론가 흘러갔습니다.

    주가 조작으로 번 돈을 빼돌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습니다.

    하지만 이 돈의 행방에 대해선 검찰 수사로 드러난 게 없습니다.

    2016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유명 배우의 남편 이 모 씨를 기소했습니다.

    호재성 내용을 거짓으로 공시해, 40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였습니다.

    이 씨를 포함해 회사 전 대표와 투자자 모집책 등이 기소된 이 사건, 재판은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1심에선 모두 유죄였다가 2심에선 전원 무죄로 뒤집혔습니다.

    "사정이 생겨서 투자를 못 받았을 뿐, 주가 조작은 아니다",

    이런 피고인들 주장을 놓고, 1·2심 판단이 완전히 엇갈린 겁니다.

    이 씨는 자신이 유명 연예인의 남편이라 검찰이 편파 수사를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OO / 보타바이오 전 이사]
    "실제로 그 행위를 한 대표는 (처음엔) 기소를 안 했어요 검찰에서. 검찰에서는 (언론에) 띄울 게 필요하니까 (연예인 남편인) 제가 필요로 하지 대표이사는 필요가 없잖아요."

    그런데 이 사건에서도 한동훈 법무장관의 장인 진형구 전 검사장이 등장합니다.

    보타바이오의 경영 활동을 감시해야 할 사외 이사였습니다.

    2014년 11월 이사가 됐고요, 공교롭게도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2016년 7월에 물러났습니다.

    그의 재임 기간은, 검찰이 지목한 주가 조작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는데요.

    그런데도 당시 재판에 넘겨졌던 사내이사 이 씨는, 진 전 검사장을 여전히 모른다고 합니다.

    [이**/ 보타바이오 전 이사]
    “저는 그분을 몰라요”
    (전혀 모르세요?)
    “전혀 모르는 분이에요”
    (그런데 같은 시기에 보타바이오 이사가..)
    “보타바이오는 엄밀히 얘기하면 공동 경영체예요. 공동경영자인 김**회장이 실제로 경영자에요”

    뉴월코프 사건처럼 이 때도 검사복을 벗은 지 얼마 안 된 전관이 피고인 중 한 명의 변호를 맡았습니다.

    그 변호사한테 당시 수사 검사들이 무척 깍듯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보타바이오 수사’ 조력자]
    "갑자기 어떤 중년의 남성이 들어오는 거예요. 검사실로. 그 중년의 남자가 들어오니까 수사 검사가 바로 일어나더니 깍듯이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속으로 판단하기는 무슨 검사장이나 차장검사급이 내려왔나 보다 이렇게 생각을 했었죠. (수사관들한테) 누구냐고 물어보니 OOO 변호사라고…"

    검사실에 들어간 전관 변호사는 후배인 검사들을 내보낸 뒤, 본인의 의뢰인도 아닌 주범 이 씨와 단둘이 30분간 면담도 했다고 합니다.

    이 보타바이오 사건은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한 지, 이제 3년이 다 돼가는데요.

    아직 최종 판결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백억 원대 투자금이 회사를 빠져나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 장인수 ▶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요즘 최고 실세로 통하는 분.

    네, 한동훈 법무장관인데요.

    지난 17일 취임하자마자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란 조직을 검찰에 다시 설치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국회, 지난 20일)]
    "국가가 그런 서민 대중이 피해를 입는 화이트칼라(사무직) 범죄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처할 거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주는 게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취임한 직후에 바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킨 겁니다."

    이전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꾸준히 줄여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없앴는데, 새 정부가 이걸 2년여 만에 되살린 겁니다.

    줄여서 '합수단'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게 뭐냐? 간단히 설명드리면요.

    검찰이 혼자 수사하려면 금감원에 공문을 보내서 주식 거래 자료를 받아야 합니다.

    바쁘게 수사하다 보면, 아무래도 번거롭겠죠.

    하지만 검찰에 합수단이 만들어지면 금감원 직원들이 파견돼 한 식구가 됩니다.

    검사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곧바로 제공해줄 수 있고요.

    거래 내역을 펼쳐 놓고 '주가 조작이 맞냐' 이런 분석도 신속하게 가능하겠죠.

    합수단에는 금감원 직원 뿐 아니라, 금융·조세 관련 민간 전문가들도 합류해 검사들과 머리를 맞댄다고 합니다.

    따라서 여의도 증권가를 담당하는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됩니다.

    원래 합수단은 2013년에 처음 만들어졌는데요.

    문을 연지 7개월 만에 금융·증권 범죄 피의자 126명을 기소하고 240억 원의 범죄 수익을 환수하면서, '여의도 저승사자'로 명성을 날렸습니다.

    아니 이렇게 잘 나가던 조직을, 추미애 전 장관은 왜 폐지했을까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국회 법사위, 2020년 10월 26일)]
    "(증권범죄합수단은) 거액의 금융 사건을 직접 수사함으로써 검사와 검찰 수사관 또 전관 변호사 등 외부로부터의 유착 의혹으로 논란이 지속돼 왔습니다. 그래서 무슨 증권 범죄의 '포청천' 이렇게 알려져 있는데 그게 아니고 오히려 범죄·부패의 온상임이 드러나 버렸습니다."

    수사를 잘했냐 못했냐도 아니고 합수단이 '부패의 온상'이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일까요.

    혹시 6년 전 어느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 기억하십니까?

    김형준 전 부장검사인데요.

    검찰 간부로 일하면서 수 년간, 고교 동창인 사업가 김모 씨에게서 수시로 향응을 제공 받았습니다.

    심지어 내연녀 집의 월세까지 대신 내게 했던 사건입니다.

    받은 걸 돈으로 계산해 보니, 무려 1억 원이 넘었습니다.

    (성우 대독) [2012년 5월 17일 카카오톡 메시지]
    김형준: 9시반까지 장소알려주면 갈게..
    김형준: 에이스 좀 미리 챙겨주라ㅋㅋ
    스폰서 김씨: ㅇㅋ
    스폰서 김씨: 어서 와라 니 파트너 에이스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스폰서 김 씨가 다른 사업가한테 고발 당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둘 사이가 틀어집니다.

    큰 돈 써가며 대접했는데 정작 일이 터지니까 친구인 부장검사가 별 도움이 못 됐던 모양입니다.

    사업가 김 씨는 결국, 그간의 '스폰서 관계'를 폭로하기 시작했습니다.

    [김형준-스폰서 김씨 통화 (2015년?)]
    김형준: 여보세요. (응) 야 그 문서에다 써놓은 뭐야? 야 그걸 문서에 써서 어디에 내려고?
    김 씨: 대검에
    김형준: 무슨 소리야 그러면 야 진짜 다 끝이야. 그러면 너 나 진짜.. 너 나랑 30년 친구라고 그랬지. 야 그러면 나 감찰 조사 받아야 돼. 그럼 계좌고 통화고 다 까고 나는 그냥 친구 죽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

    그러자 김형준 전 부장검사는 자신에게 복수하려는 친구의 입을 막기 위해, 박 모 변호사를 내세웁니다.

    스폰서 김 씨가 비리를 제보하자, 박 변호사는 그걸 취소해 달라며 김 씨에게 2천만 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이런 '막장 드라마'가 벌어질 때 김형준 부장검사의 직책이 뭐였을까요?

    바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이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그가 합수단장이던 2015년, '스폰서 친구' 해결사로 나섰던 박 변호사가, 남부지검에 와서 수사를 받게 됐던 겁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혐의였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옛 동료가 입건돼 오면 다른 부서로 넘겨 수사를 피해야 하는데, 김형준 합수단장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냥 수사하고 박 변호사를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박 변호사로부터 두 차례 향응과 현금 1천만 원 등을 받았던 걸로 드러났는데요.

    공수처는 올해 3월 김 전 부장검사를 이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공수처가 출범 1년 만에 처음으로 기소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증권 범죄 전문 부서의 수사 책임자가 옛 검찰 동료를 수사한다면서, 뇌물까지 받은 의혹에 휩싸인 건데요.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검사들이 라임(사기 사건)의 김봉현과 룸살롱에서 술 먹고 99만 원 (불)기소하는 우스꽝스러운 일, 자기편 봐주기가 또 있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는 게 계속되는 한 합수단이 아니라 특별 합수단이 온다하더라도 전관에 대한 부분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제 식구 감싸기는) 계속 될 것이다."

    아무리 서민들을 위해 증권 범죄를 잡겠다고 해도, 이처럼 '제 식구 감싸기' 버릇을 못 고치면 공염불인 겁니다.

    2012년 김광준 서울고검 부장검사.

    희대의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의 측근과 유진그룹으로부터 10억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 7년 형을 선고받았죠.

    [김광준 당시 서울고검 부장검사]
    현직 검사로서 구속됐는데 심경을 말씀해 주십시오
    “...”

    유죄가 입증되진 않았지만, 그는 당시 후배 검사들과 함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산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비리 백화점'으로 조롱받았던 그를 수사하기 위해 특임검사팀이 꾸려졌고,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은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습니다.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2012년)]
    <총장님 국민들께 한 말씀 해주시죠.>
    "…"

    그보다 앞선 2008년에는요.

    주가조작 수사 도중 현직 검사가 피의자에게 2억 원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수사하다 보니까 '야, 이거 나도 한 몫 잡을 수 있겠다' 귀가 솔깃해지기라도 했던 걸까요.

    [이연주 변호사 (전직 검사)]
    "위에서는 진노해서 '아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벌써 나쁜 짓을 배워서…' 그래서 불렀더니 자기 선배 검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돈을 빌려줬는데, 그 계좌를 '이 (주가 조작) 계좌로 넣으라'고 해서 넣은 거지 자기는 모른다, 그 선배는 아직 자기한테 돈도 안 갚는다. 이렇게 된 거예요."

    하지만 이 사건, 별다른 처벌 없이 쉬쉬하며 넘어갔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검사들한테 주가 조작 사건을 맡겨도 되나 걱정이 앞서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검찰은 '증권범죄 수사가 어렵기 때문에 경찰은 못한다', 따라서 반드시 자기들이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보겠습니다.

    이 사건은 사실 '경찰'이 작성한 내사보고서가 재작년 초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이었습니다.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모 씨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는데요.

    검찰은 고발장 접수 1년 반이나 지난 작년 말, 권오수 도이치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들만 기소했습니다.

    김 여사는 조작 세력에게 10억 원이 든 계좌를 맡긴 사실이 드러나 있고요.

    어머니 최 씨는 도이치 이사와 같은 인터넷 주소에서 여러 차례 주식을 거래한 의혹이 제기됐죠.

    이른바 '동일 IP' 거래는 시세 조종의 증거라는 증권 전문가들의 관측도 있습니다.

    더욱이 이들 모녀는 서로 짜고 주식 물량을 주고 받는 '통정 거래' 정황까지 검찰 공소장에 드러났는데, 아직 한 차례도 불러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고민정-한동훈 (국회예결위 5월 20일)]
    고민정 의원: 해당 사람에 대해서 소환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한동훈 장관: 수사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고요.
    고민정 의원: 그럼 어떤 방식이 있습니까?
    한동훈 장관: 지금 말씀하신 건 특정 사안에 대해 말씀하신 거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 말씀 드릴 순 없는 거고요.

    한동훈 장관의 답변을 들어보면 김건희 여사를 불러 조사하는 건, 사실상 어려워 보이는데요.

    서면 조사만 한 뒤, 무혐의 처리할 거란 전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기왕 검찰이 증권범죄 합수단을 다시 만들어 의욕을 보이고 있는데, 이 사건부터 어떻게 마무리하는지 많은 국민들이 지켜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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