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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채용 비리·정비 부실‥'하이에어'의 아찔한 비행

[스트레이트] 채용 비리·정비 부실‥'하이에어'의 아찔한 비행
입력 2022-06-05 20:46 | 수정 2022-06-0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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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최경재 기자입니다.

    코로나19로 유례없는 한파를 맞은 곳, 항공업계가 대표적이죠.

    일자리를 잃거나 강제휴직으로 내몰린 종사자들 참 많았는데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조종사 채용 공고를 낸 항공사가 있었습니다.

    비행을 꿈꾸던 청년들이 4백명 넘게 몰려들었습니다.

    이들 중에 누가 뽑혔을까요?

    여기 이 회사 내부 문건, 서류전형 지원자와 합격자 명단입니다.

    자세히 봤더니..

    상당수 합격자들 이름 옆에 수상한 메모들이 적혀 있는데요.

    지금부터, 그 비밀을 하나씩 밝혀보겠습니다.

    ◀ VCR ▶

    '하이에어'

    소형 항공사로 분류되는 업체인데요.

    파란색, 연두색, 분홍색, 이렇게 여객기 석 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프로펠러가 기체 외부에 달린 소형 기종, 승객은 50명까지 태울 수 있습니다.

    지난 2019년 12월, 울산을 기반으로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윤형관/하이에어 대표 (지난 2019년 12월, 울산공항)]
    "하이에어는 우리 함께 꿈이라는 기업 이념 처럼 지역공항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발전에도 적극 기여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하필, 취항하자마자 코로나가 덮쳤습니다.

    그래도 약속대로 재작년 부기장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신생항공사라는 약점에도 406명이나 지원했는데요.

    서류전형은 41명이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165등, 204등, 312등..

    이런 지원자들도 합격자 명단에 있네요?

    어떻게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비결은 이름 옆에 적힌 특이사항에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하이에어 A 기장]
    "CEO라는 글자가 제일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11명 정도가 있었던 걸로 생각이 되는데. 충격적이었던 게 312등이었던 친구가 버젓이 (서류 전형) 최종합격자에 들어와있고 무슨 기준으로 했고 또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많이 의아했죠."

    'CEO 추천', 그러니까 '사장이 밀어준다'는 뜻으로 보이죠.

    ===============================

    한 지원자는 184등에서 31등으로 올라갔고요.

    '감사실장 추천'이라고 적힌 이 지원자는, '국토부 국장 아들'이라고 돼 있군요.

    176등에서 29등으로 순위가 바뀌어 서류 전형을 통과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억울한 탈락자들, 속출했겠죠.

    '대한항공 부기장', '1,475 시간 비행' 이런 경력자들도 적지 않았는데요.

    [☎ 탈락 지원자 임○○ (대한항공 부기장 90시간)]
    "저는 자신 있었고 준비도 많이 했고 대한항공도 입사했는데 이런 것(내막)까지는 제가 생각을 못해봤네요."

    [☎ 탈락 지원자 박○○ (기종 면허 취득자)]
    "백이 없는 거에 대한 그런 자괴감 같은 게 들었죠. 실력도 검증을 못 받고 탈락했다는 걸 알게 되면 상실감이 크죠. '그냥 들러리 서러 갔다' 이런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 기자 ▶

    당시 최종 합격자는 5명.

    저희는 이 가운데 3명에 주목했습니다.

    이 3명 역시 누군가의 '추천'으로 부기장에 선발된 건지, 그것까진 저희도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채용 뒤 회사 측이 이 3명에게 눈물 겨운 뒷바라지를 한 걸 보면 미심쩍은 구석이 많습니다.

    ◀ VCR ▶

    합격자 3명은 작년 초에, 조종사 자격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기장인 교관의 지도 아래 승객을 태우고 조종하는 훈련, 이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데요.

    보통 40차례 정도 훈련한다고 합니다.

    이들 3명도 그렇게 했는데 평가는 참담했습니다.

    [당시 하이에어 B 기장]
    "정상적인 절차 수행이 되지 않고 비행을 하는 과정에서도 안정된 계기 접근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그다음에 항법 장비를 다루는데 있어서 공통적인 실수가 계속 반복됐습니다. 정해놓은 수준에는 굉장히 미달하는 상태였습니다."

    ◀ 기자 ▶

    당연히 회사가 발칵 뒤집혔겠죠.

    사내 자격심의위원회는 이들에게 스무 번 더 훈련 기회를 줬습니다.

    좀 나아졌을까요?

    당시 자격심의위원회의 회의록입니다.

    비행 중 전반적인 상황 판단 '미흡', 이착륙 방향 유지 능력 '미흡', 기본 규정 교범에 대한 지식 '부족'.

    전문가 아닌 제가 봐도 걱정스러운데요.

    아니나 다를까, "추가 훈련에도 기량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마지막 단계인 "국토부 자격 심사 진행도 불가하다" 이런 결론이 나왔습니다.

    훈련을 감독한 기장 교관을 포함해 자격심의위원 5명의 만장일치였습니다.

    ◀ VCR ▶

    [당시 하이에어 A 기장]
    "'뭘 잘못했으니까 내일부터는 그러지 말아라' 하는데 그 다음날 가면 또 바뀌는 게 없고, 또 자기 몸에 밴 걸 계속한다는 거죠···앞 기수와 비교했을 때 매우 매우 떨어지는 상황이었죠, 실력이."

    이 정도면 '조종사를 다시 뽑아야 하는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 놀랍게도 하이에어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40차례의 훈련 기회를 또 줬습니다.

    부기장을 양성해온 23년 차 현직 기장은 이 대목에서 헛웃음을 터뜨립니다.

    [박상모/대한민국 조종사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
    "40(차례)으로 끝나는 교육과정이 20을 채운 뒤 그 다음에 또 40을 추가해서 100레그를 탄다는 거는 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갑니다. 더 훌륭한 분 2명을 훈련시킬 수 있는 자원으로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라 세 사람에게 이렇게 제공했다는 거는 회사가 어떤 생각으로 한 건지 좀 의문스럽네요."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현직 조종사도 6개월마다 통과해야 하는 '모의비행장치' 훈련까지 면제해줬습니다.

    [황호원/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
    "시뮬레이터(모의비행장치 훈련)라고 하는, 예상치 못한 그런 상황에 대한 대비의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과 대체되는 것은 가능치 않다. 실질적인 비행에서는 그런 상황을 연출할 수 없기 때문에"

    ◀ 기자 ▶

    이들을 훈련시킨 교관 3명,

    문제를 제기했다가 어이 없게 이 분들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 자리엔 새로운 기장이 교관으로 채용됐고요.

    합격자 3명은 바뀐 교관의 추천을 받아 조종사 자격을 가까스로 취득했습니다.

    지난달부터는 실제 노선에 투입돼 비행기를 몰고 있습니다.

    ◀ VCR ▶

    저희는 이들 중 한 사람을 김포공항에서 만나봤는데요.

    그는 운항을 마치고 퇴근하던 길이었습니다.

    '누구의 추천을 받았냐고 물었더니
    펄쩍 뛰었습니다.

    [이○○ 하이에어 부기장]
    "CEO 그런 건 금시초문이고 만약에 그런 게 됐었으면 차라리 좀 편하게 해주셨지 않았을까 교관님들이···오히려 반문을 하고 싶네"

    다만 훈련 기회를 이례적으로 많이 받았다는 건,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법적 규정도 없고, 회사 방침에 따랐을 뿐"이라며 특혜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 기자 ▶

    자, 하이에어 쪽에 묻지 않을 수 없죠.

    이 합격자들한테 왜 이렇게 잘해줬냐고요.

    이 회사 윤형관 대표.

    처음엔 흔쾌히 인터뷰를 하겠다더니, 약속 4시간 전에 갑자기 취소를 통보했습니다.

    회사 측에 다시 인터뷰 요청서를 보내봤지만, 그는 "감독기관에 확인하라"는 문자만 남긴 뒤 전화도 안 받았습니다.

    ◀ VCR ▶

    그래서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하이에어 본사를 찾아갔습니다.

    회의실 문 틈새로 보이는 이 남성이, 윤 대표입니다.

    [윤형관 대표 사무실 직원]
    "(자리에 안 계시나요?) 지금 협조 요청 하신 것도 아니고 (자리에 계시나요?) 밖에서 기다려주시면 다시 말씀드릴게요."

    문 앞에서 2시간을 기다리다 겨우 윤 대표를 만났습니다.

    "말씀 좀 여쭈려고 그러는데 길 좀 비켜주십시오"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더니,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윤형관/하이에어 대표]
    “(서류전형에서 떨어지셨어야 할 분들이 CEO 추천 받아서 올라갔거거든요.) 없습니다. 그런 거. (전혀 모르시나요?) 전혀 내용을 알 수가 없어요. 아주 오래전 이야기고"

    합격자들에게 훈련 기회를 많이 준 것도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는데요.

    [윤형관/하이에어 대표]
    "(훈련 기회 더 줘라 이렇게 지시한 적도 없으세요?) 아 그런 거 없습니다. 객관화해서 할 이야기지 제가 임의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회사 사정도 어려운데 왜 쓸데 없는걸 문제 삼냐"며 화도 냈습니다.

    [윤형관/하이에어 대표]
    ”왜 자꾸 불편하게 얘기하기 지금 어려운데 불편하게 업무 방해를 하고 그러십니까. (업무방해가 아니라 여쭤보는 겁니다) 업무방해입니다. 이거 참. 회사가 생사를 가르는 상황에 왜 자꾸 그런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합니까."

    ◀ 기자 ▶

    이런 말씀들, 믿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저희는 윤 대표가 회사 임직원들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입수했는데요.

    [☎ 윤형관/하이에어 대표 (2022년 1월 임직원과의 대화 중)]
    "부기장들 개별적으로 (기회를) 줬고, 지금 뭐 훈련이 통과 안 된 사람들도 기회를 한 번 더 주자고 그랬잖아요."

    '기회를 더 주자'고 이미 얘기했는데 왜 말을 안 듣냐, 그런 뜻인데요.

    더 들어보면, 교관이었던 기장들이 교체된 이유도 알 수 있습니다.

    [☎ 윤형관/하이에어 대표 (2022년 1월 임직원과의 대화 중)]
    "팀장들한테 그거는 좀 너무 심한 거 아닌가...팀장들에 대한 신뢰가 내가 좀 없기 때문에 그 분들을 내가 100% 믿을 수 없다. 그래서 팀장을 좀 바꿔서 객관적으로 이걸 한 번 더 시켜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설득이 잘 안됐는지, 합격자들을 잘 챙겨줘야 하는 속사정까지 털어놓습니다.

    [☎ 윤형관/하이에어 대표 (2022년 1월 임직원과의 대화 중)]
    "걔들도 아는 사람 통해서 접수하고 그래서 그거는 잘못하면 사장이 책임이 따른다고···이 앞에서 다 자르려던 걸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했는데 한번만 더 기회를 객관적으로 줬으면 좋겠다, 내가 그 부탁을 한 건데···"

    ◀ 기자 ▶

    윤 대표가 이토록 챙기려고 했던 '아는 사람'들이 누군지, 이건 사실 수사로 밝혀져야 할 일이겠죠.

    그런데요, 윤 대표는 이미 또 다른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애당초 사업자 인허가 때부터 뇌물 의혹이 불거진 겁니다.

    하이에어 같은 소형항공운송사업자는 국토교통부가 아닌 지방항공청이 인허가부터 모든 관리감독을 담당합니다.

    하이에어의 관할청은 '부산지방항공청'인데요.

    ◀ VCR ▶

    지난 2019년 5월 14일 밤, 서울 강서구의 한 음식점.

    윤 대표는 이 부산항공청의 주무관 김 모 씨를 만났는데요.

    경찰은 이 자리에서 윤 대표가 현금 2백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산 강서경찰서 관계자]
    "(윤 대표가) 회식할 때 쓰라고 놔두고 (김 씨가) 그걸 받아서 바로 가방에 넣었어요. 돈을 준 걸 본 사람도 있고요. 소형항공사 하니까 공무원들한테 좀 잘 보여야 되지 않겠냐 그런 뉘앙스죠."

    보름여 뒤, 윤 대표는 인허가에 필요한 운항증명신청서를 부산항공청에 제출했습니다.

    검사 항목만 무려 1천400개 가까이 돼서 무척 까다로운 절차라고 하는데요.

    이걸 주도한 부산항공청 총괄팀장이 바로 김 씨였습니다.

    [☎ 당시 부산지방항공청 실무자]
    "<그분(김 씨)이 어느 정도 중요한 역할이었는지 궁금해서요.> 전체를 다 이끌어 갑니다. 정비 쪽 그 다음에 안전관리 쪽도 보안 쪽도 사고 조사 쪽도 다 취합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심에 있죠."

    검사가 한창이던 그 해 10월 말, 김 씨가 모친상을 당합니다.

    그러자 윤 대표는 부사장에게 100만 원이 든 봉투를 부의함에 넣고 오라고 했습니다.

    [박○○/당시 하이에어 부사장 (대역)]
    "윤 대표가 부의금을 전달하라고 이름 없는 봉투째 줬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금액은 알지 못했고요. 저도 청탁금지법을 알고 있는데 공무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100만 원을 공개적으로 줄 수 있겠습니까?"

    현재 윤 대표와 김 씨 모두 뇌물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고요.

    김 씨는 작년 1월 직위해제 됐습니다.

    [부산 강서경찰서 관계자]
    "돈을 주고 받은 건 다 인정해요. 현안이 존재하면 대가가 있다고 볼 수 있거든요. 운항 증명 따는게 제일 큰 현안이니까 묵시적 청탁이 있다고 보고 있죠"

    ◀ 기자 ▶

    하이에어 전현직 임직원 중 부산항공청 출신은 저희가 확인한 것만 5명이나 됩니다.

    특히 상무 김 모 씨는 고교 선후배 관계이자 직속 상관이었던 부산항공청 이 모 국장과 사업 전반을 논의했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하이에어는 6개월 만에 부산항공청으로부터 운항증명을 받아내는데 성공하는데요.

    이미 단종된 해외 중고 기종을 들여오고도, 안전만큼은 자신있다고 장담했습니다.

    [윤형관 하이에어 대표 (지난 2020년 9월, 사천공항)]
    "한국항공협회에 2017년 국제 항공기 통계자료에서도 가장 낮은 사고율을 입증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낮다고 자랑하는 사고율, 여기에도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 VCR ▶

    엔진이 설치된 항공기 날개에서 액체가 비오듯 쏟아지죠.

    연료가 새는 겁니다.

    바닥은 이미 흥건히 젖어 있는데요.

    작년 4월, 하이에어 항공기가 울산공항에 착륙한 직후 벌어진 일입니다.

    이런 일이 생기면 감독기관에 보고하는 게 의무입니다.

    그러나 보고는 없었습니다.

    ◀ 기자 ▶

    부산항공청이 뒤늦게 조사를 벌이자 하이에어는"소량의 연료가 샜고 운항 중 발생한 사항이 아니라서 보고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기장은 분명히 "지상 운항 중에 연료가 샜다"고 하는데요.

    ◀ VCR ▶

    [당시 하이에어 B 기장]
    "(승객을 내려준 다음인가요?) 내리기 전에 샜죠. 비행기가 착륙하면 좌측 엔진을 끄게 돼 있어요. 연료가 엔진 쪽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시동을 끄면 밸브가 잡아줘야 하는데 그 밸브 작업을 정확히 안 해놨기 때문에.. 항공기 화재가 발생하면서 항공기가 터질 수 있는 상황까지도 발생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보고를 안 하면, 당연히 사고율도 낮아지겠죠.

    [☎ 부산지방항공청 관계자]
    "<하이에어에서 보고 안 하면 모를 수 밖에 없는 건가요.> 작정하고 말을 안 하면 확인하기 좀 힘들죠. 저희가 도둑놈을 다 잡을 수는 없잖아요. 경찰들도 그렇고..택싱(운항) 중에 발생했으면 당연히 항공 안전 장애니까 거기에 상응하는 행정처분을 해야 하고요. 이 문제에 대해선 다시 조사를 하겠다.."

    그 '처분'이란 것도 고작 며칠 쉬면 그만입니다.

    하이에어는 2년 전에도 출입문이 열린 채로 항공기를 후진시키는가 하면, 어떤 날은 2분 14초간 울린 경고음을 3초로 줄여서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각각 운항정지 4일의 행정 처분을 받았습니다.

    또 취항 3개월여 만에 항공기 두 대에서 균열이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6개월 운항 정지 처분이 나왔지만, "수리가 됐다"고 하니까 부산항공청은 겨우 8일 만에 풀어줬습니다.

    ◀ 기자 ▶

    이렇게 잡음이 끊이지 않는 하이에어,

    요즘은 어떤지, 저도 타봤습니다.

    코로나 거리두기도 거의 없어져서인지, 탑승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지어 서있죠?

    이날 따라 출발이 늦어지기도 했는데요.

    버스를 타고 파란색 항공기 앞에 내렸습니다.

    기체 결함 때문에 연료가 흘러나왔던 바로 그 비행깁니다.

    프로펠러가 달린 항공기가 신기한 듯 사진을 찍는 승객도 있었는데요.

    좁은 문 안으로 들어가니 만석이네요.

    원래 72석이었지만 50석으로 개조돼 공간은 넓었습니다.

    하지만 기체가 움직이자 소음과 진동은 대형 여객기보다 좀 크게 느껴졌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달래주는 승객들도 있었는데요.

    솔직히 저는 착륙했을 때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 기자 ▶

    이렇게 하이에어처럼 지방에 기반을 두고, 비행기 두어 대로 취항하는 회사.

    '소형항공운송사업자'로 분류됩니다.

    하이에어에 앞서 세 곳이 문을 열었다가 모두 퇴출됐거나 쉬고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 VCR ▶

    지난 2018년 호남 지역을 거점으로 취항한 에어필립.

    광주에서 김포를 시작으로 제주까지 노선을 늘렸는데요.

    "흑산도나 울릉도까지 운항하겠다" 이런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엄일석/에어필립 대표 (지난2018년 6월, 광주공항)]
    "시장 차별화에 있어서 가격은 메이저 항공사와 비슷하고, 좀 더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그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엄일석 대표가 허위 정보로 장외주식을 팔아 560억 원 넘는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투자 유치는커녕, 회생 절차 신청마저 법원에서 기각돼 반 년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에어포항.

    [고덕천/ 에어포항 대표이사 (지난 2017년 1월)]
    "여러가지 안정적인 운영을 하기 위한 모든 대안들을 준비해서 출발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안심하시고 성원해 주시면 글로벌 항공사로 빨리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시 경상북도와 포항시의 전폭 지원으로 신속하게 인허가를 받았는데도, 이른바 '먹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적자가 쌓이자 불과 8개월여 만에 부산의 한 기업에 소리소문 없이 회사를 팔아 넘긴 겁니다.

    특히 에어포항은 피뢰침이 없는 항공기 2대를 194차례나 운항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줬는데요.

    양양공항을 기반으로 한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역시 휴업 상태입니다.

    '지역 공항 활성화', '지역 간 교통 격차 해소'

    이런 걸 내세워 의욕들을 보였지만 1년도 채 못 넘겨 주저 앉고들 있는 건데요.

    사실상 혼자 남은 하이에어도 경영난으로 월급을 못 주고 있습니다.

    [황호원/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
    "소형항공 운송 사업자 같은 경우에 있어서 관리는 이제 사각지역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건데 항공안전감독관이라든지 주무 부처가 확대될 필요가 있고"

    ◀ 기자 ▶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이른바 '틈새 노선'을 파고 드는 항공사들은 지금도 늘고 있습니다.

    선심성 공약으로 얼룩진 정치적 이해의 산물이란 비판이 따갑습니다.

    승객의 안전과 경영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누구의 몫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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