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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테라와 루나의 치명적 결함‥권도형은 알고도 덮었다?

[스트레이트] 테라와 루나의 치명적 결함‥권도형은 알고도 덮었다?
입력 2022-06-19 21:13 | 수정 2022-06-1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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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손병산 기자입니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증시가 일제히 폭락하고 있는데요.

    열풍을 일으키며 빠르게 성장한 가상자산 시장도, 급격한 시세 변동에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이 위기의 촉매가 된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의 몰락,

    오늘은 이 문제 파헤쳐보겠습니다.

    ◀ VCR ▶

    비트코인 열기가 달아오른 지난 2018년이었죠.

    권도형, 신현성 두 사람이 '테라폼랩스'라는 가상화폐 개발 업체를 설립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 개발자 권도형 씨와 인터넷 쇼핑몰 '티몬' 창업자로 유명한 신현성 씨.

    테라폼랩스는 이듬해, 테라와 루나라는 가상화폐를 발행하며 시장에 뛰어듭니다.

    [권도형/테라폼랩스 대표 (2019년 4월)]
    "모든 스테이블 코인들을 전자상거래 및 소매 결제 네트워크와 연결해 국제상거래의 장벽을 허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권 대표가 언급한 '스테이블 코인'.

    우리말로는 '안정적인 가상화폐'쯤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요.

    '1테라'의 가치가 미화 1달러에 고정돼, 그만큼 거래의 '안정성'이 높다는 겁니다.

    '루나'는 일종의 자매 화폐입니다.

    이렇게 1달러 가치를 중심에 놓고 테라와 루나가 벌이는 시소 게임.

    이 원리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테라와 루나의 알고리즘입니다.

    아직 이해가 쉽진 않으시죠. 뒤에서 다시 설명드리도록 하고요.

    ◀ 기자 ▶

    먼저, 이 가상화폐가 얼마나 급격히 오르고 내렸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아까 1테라는 1달러라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루나는요, 작년 초만 해도 1달러 수준이었지만,

    불과 1년여 만인 올해 4월엔 무려 120달러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8위로 단숨에 뛰어올랐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의 한류스타 대접을 받으며 급속히 몸집을 불렸는데요.

    이 때만 해도 권도형 대표는 원대한 포부만큼이나 거칠 것이 없어보였습니다.

    ◀ V C R ▶

    [권도형/테라폼랩스 대표 (2019년 4월)]
    "테라의 거래량이 늘어나면 테라 생태계와 함께 루나의 가치도 커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일각에선 급등에 대한 우려도 나왔는데요.

    이미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불리던 권 대표는 간단히 무시했습니다.

    폭락 위험성을 경고하는 경제학자에게 "가난한 사람과는 논쟁하지 않는다"고 조롱하더니, '투자자들에게 줄 이자는 어디서 나오냐'는 의문엔, "너희 엄마에게서 받을 거다", 이렇게 빈정댔습니다.

    지난달 초엔 한 외신 인터뷰에서, 다른 사업자들을 폄하하며 비웃기까지 했습니다.

    [권도형/테라폼랩스 대표 (지난달 5일)]
    "(가상화폐의) 95%는 사라질 거예요. 95%는 사라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가상화폐 회사들이 망하는 걸 보는 재미도 있죠."

    난립하는 가상화폐들이 대부분 망할 거란 악담인데요.

    겨우 며칠 뒤, 이게 자기 운명으로 닥칠 지는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

    루나의 99.99% 폭락.

    뒤따라 테라도 무너져 내렸는데요.

    합쳐서 77조 원이 일주일 만에 증발했고, 돈을 날린 투자자들이 속출했습니다.

    ['루나' 투자자 (지난달 16일)]
    "권도형 대표는 공식 석상에 나와서 그분들에게 일단 사죄를 하고, 가진 자금을 동원하든 어떠한 계획을 말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얼마나 투자하셨고, 언제쯤 투자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는 대략 한 20억 원에서 30억 (원) 정도 손실이 있었습니다."

    [박OO/'루나' 투자자]
    "(월급을) 280만 원 정도 지금 받고 있는데, 생활비 정도 빼고 나머지 돈들 모아서 투자를 했던 것 같아요. 대출까지 받으면서 투자를 했습니다. <대출은 얼마나 받으셨어요?> 한 3천만 원 정도 받은 상태입니다."

    ◀ 기자 ▶

    수익률이 1년 새 1 만2천 퍼센트를 기록한 것도 믿기지 않지만, 불과 며칠 만에 수익은 물론 원금까지 사라진 현실, 이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 VCR ▶

    루나 투자자는 국내에만 28만 명입니다.

    '예고된 거품의 붕괴였다', '설계부터 사기였다', 해석이 분분한데요.

    권도형 대표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SNS로만 간혹 입장이나 심경을 짧게 언급할 뿐, 사실상 잠적 상태입니다.

    ◀ 기자 ▶

    지난달 21일 그의 트위터인데요.

    '현재 싱가포르에 있다'고 말합니다.

    테라폼랩스 본사가 있는 곳이죠.

    저희는 권 대표를 찾아 나섰습니다.

    ◀ VCR ▶

    그런데 비행기를 타기 전에 문서 하나를 챙겨야 했습니다.

    싱가포르 당국이 발행하는 테라폼랩스의 '비즈니스 프로필'입니다.

    우리나라의 법인 등기부등본에 해당하는데요.

    일종의 '사업개요서'라고 하겠습니다.

    여기 적힌 테라폼랩스 싱가포르 법인의 공식 주소지.

    도심 고층 빌딩이었는데, 1층에서부터 출입이 막혔습니다.

    [테라폼랩스 입주 빌딩 직원]
    "지금 OOO호에는 운영 중인 사무실이 없습니다. 접근 권한을 드릴 수 없습니다."

    현지 교민은 "테라폼랩스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최근 중단된 걸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할 수 없이 사업개요서에 나와 있는 권 대표와 임원의 집 주소를 찾아갔습니다.

    먼저 임원이 산다는 곳, 현지 서민들이 사는 평범한 아파트입니다.

    여기서 이사의 부인을 만났는데, 남편이 테라폼랩스에서 일을 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테라폼랩스 이사 부인]
    <남편이 테라폼랩스에서 일하나요?>
    "아니요."
    <아니라고요?>
    "그냥 '노미니 디렉터(명의대여 이사)'예요."

    싱가포르에서 외국인이 회사를 세우려면, 현지인 이사를 반드시 임명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권 대표에게 이름만 빌려준 겁니다.

    남은 건 권 대표의 집주소였습니다.

    부유층들이 산다는 '나심 지역'인데요.

    지난해 12월 입주한 걸로 나와 있습니다.

    현지 부동산 업체를 통해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월세가 우리 돈 1천만 원, 야외 수영장에 테니스, 농구 코트까지 딸린 고급 아파트입니다.

    권 대표 집과 같은 구조라는 다른 세대도 살펴봤는데요.

    188제곱미터 면적에 가족방 3개, 가사 도우미방 1개, 화장실은 4개나 있습니다.

    우연히 마주친 한 주민은 '한국인도 서너 가구가 산다'고 했는데요.

    실제로 권 대표 집 앞에 배송된 쌀과 생수.

    주문자가 한국 이름인데, 권 대표 부인의 이름과 같았습니다.

    2시간 배송 서비스, 물건을 시킨지 얼마 안 된 걸로 보였습니다.

    <안녕하세요. 권도형 대표님 좀 뵈러 왔는데요.>

    가사 도우미가 현관에 나왔습니다.

    [권 대표 주소지 가사도우미]
    <한국인 가족이 여기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니요. 난 몰라요. 전화를 해보세요."

    권도형 대표와 부인 이 모 씨의 이름을 얘기해도 모른다고만 했습니다.

    그렇게 예정된 방문시간이 다 됐고, 저희는 권 대표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남긴 채 아파트 밖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다음날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권 대표 집 근처 공원에 가봤습니다.

    그가 평소 산책을 한다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 때, 전날 보냈던 메시지에 권 대표가 답을 보내왔습니다.

    권 대표는 우선 '공식 창구에 영어로 문의해 달라'고 공지한 자신의 최근 트위터를 공유하면서, 역시 영어로 "지침은 아주 명확하니, 혼동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왜 한국어로 질문하냐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개인 채널로 메시지를 보내는 건 자제해달라"고도 했습니다.

    또 "언론과의 대화를 우선시 할 것이지만 각 지역 매체들과 접촉하는 문제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같은 곳이 먼저라고도 했는데요.

    '우리 국민들과는 한국어로 소통하는 게 의미 전달이 명확할 거'라고 설득해봤지만, 이후 권 대표는 답이 없습니다.

    [김동환/블리츠랩스 이사 (전 가상화폐 전문매체 기자)]
    "(2년 전에는) 권도형 씨 찾아가서 인터뷰 한 2시간 정도 길게 했고, 그리고 앵커 프로토콜(테라 금융 서비스) 한국에 처음 나왔을 때 그거 단독으로 소개해준 사람도 저예요. 사이가 되게 좋았고, 프리마이닝(코인 사전발행) 기사 쓰기 전까지는. 프리마이닝 (은폐 의혹) 기사를 쓴 다음부터 한국 기자들 연락을 안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 기자 ▶

    테라폼랩스의 사업개요서에는 권 대표의 비자번호도 적혀 있습니다.

    알파벳 'G'로 시작되는데요, 단기 체류 비자가 아니라 정식 '취업비자'입니다.

    2년까지 머물 수 있고, 연장도 가능합니다.

    현지에선 권 대표가 아직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안태현/로드스타트 대표(가상화폐 전문가)]
    "(권도형 대표의) 앞으로의 계획은 알 수 없지만, EP(취업비자)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실제로 법인만 만들고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는 게 아니라, 실제로 여기(싱가포르)서 일을 하기 위해서 여기 MOM, 즉 노동부에서 워킹(취업) 비자를 받은 것으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VCR ▶

    권 대표는 창업 이후 싱가포르와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했습니다.

    테라폼랩스 한국 지사가 있던 서울 성동구의 한 지식산업센터엔, 다른 업체가 입주해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이번 폭락 사태 직전에 사무실을 뺀 걸로 보입니다.

    [테라폼랩스 옛 주소지 입주자]
    "5월 1일 자로 저희가 계약을 했기 때문에 임대인이랑,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는데 저희는 진짜 모르는 회사이기 때문에…"

    한때 권 대표의 국내 주소지였던 곳엔 아버지가 살고 있습니다.

    아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만 합니다.

    [권도형 대표 아버지]
    <저희가 권도형 씨 인터뷰를 좀 하려고 수소문 중인데…>
    "나는 내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나하고 무슨 인터뷰를 해요?"
    <권도형 씨랑 연락은 따로 안 하세요?>
    "아니 연락이라니, 연락이 어떻게 돼요. 지금 당신네들 때문에 연락이 없잖아요 나하고."
    <서로 전화번호 (아시면) 통화하시거나…>
    "없어요. 그런 거."

    ◀ 기자 ▶

    한때 국제 상거래 시장의 장벽을 허물겠다며 큰소리쳤던 테라와 루나였죠.

    그야말로 광풍이라 할만했던 흥행과 몰락, 여기엔 어떤 원리가 작동했던 걸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권도형 대표는 자신이 창조한 테라 1개의 가치를 미화 1달러에 고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변동성에 취약한 가상화폐 시장에서 안정적인 거래와 환전이 가능하다는 건데요.

    그래서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합니다.

    ◀ VCR ▶

    보통의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의 국채 같은 달러 기반 자산을 담보로 확보해 둡니다.

    그래야 코인 가치의 '안정성'이 유지되니까요.

    보유한 금의 가치에 딱 맞춰 돈을 찍어냈던, 대공황 이전 국가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테라'는 이런 담보물 대신에, '루나'라는 자매 화폐를 따로 만들어 가치의 안정성을 확보하려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살펴볼까요.

    테라와 루나, 둘 다 1달러짜리입니다.

    테라가 0.9달러로 떨어져도 투자자들은 저가의 테라를 1달러어치 루나와 바꿀 수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 0.1달러를 벌 수 있으니까 투자자들이 테라를 많이 팔겠죠?

    이렇게 테라가 시장 밖으로 빠져나가면 유통량이 줄어드는 건데요.

    물량이 적어진 셈이니까 테라 값은 시장 원리에 따라 다시 1달러를 향해 오릅니다.

    추세가 이어져, 테라가 1.1달러가 되면 어떨까요.

    이때는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1달러 가치의 루나를, 시장 바깥의 1.1달러 짜리 테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역시 0.1달러를 벌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러면 다시 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테라의 공급이 늘면서 테라 가격이 1달러를 향해 내려갑니다.

    ◀ 기자 ▶

    이 같은 원리로 두 가상화폐의 이름도 결정됐는데요.

    '테라'는 지구, '루나'는 달을 뜻합니다.

    서로 당기는 힘이 균형을 이루며 달이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데요.

    이처럼 테라와 루나가 시소를 타듯이 오르내리며 차익을 얻게 해줘,
    거래의 안정성이 유지된다는 겁니다.

    담보 없이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시장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김승주/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이 차익거래를 이용해서 시장의 유통량을 조절함으로써, 담보물 없이 1달러 가치에 수렴되게끔 한다는 걸 내세운 루나-테라의 방식이죠."

    테라폼랩스는 여기에 어마어마한 이자까지 주며 투자자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이른바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시스템인데요.

    테라를 사서 예금만 하면 연 19.4%의 이자를 지급하는 서비스입니다.

    [김승주/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루나-테라는 다른 디파이 시스템(가상화폐 금융 서비스)보다 훨씬 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거죠. 이게 조금 높은 게 아니라 20%에 가까운 어떤 이자율을 준다고 그러니까. 그럼 사람들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대출받아서 그걸 테라로 바꿔서 예치해 놓으면 20% 이자니까 훨씬 더 많이 남는 장사거든요."

    언뜻 그럴싸하면서 솔깃한 제안인데요.

    하지만 기초 자산이라는 담보물 없이, 지구와 달의 균형이 무너질 땐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이 불가피합니다.

    ◀ 기자 ▶

    [영화 '문폴']

    얼마 전 달이 공전궤도를 벗어나며 지구에 닥친 위기를 다룬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는데요.

    이 영화 속 대재앙이 현실이 된 겁니다.

    조금씩 시세 변동이 있더라도 '테라는 무조건 1달러 짜리야', 이런 믿음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테라든 루나든 어서 팔고 떠나겠다'는 심리가 쫙 퍼져서, 투자금이 싹 빠져나가죠.

    이른바 '코인 런'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건데요.

    테라 알고리즘의 태생적 한계이기도 합니다.

    [김승주/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루나 가치가 떨어지면 이 루나하고 연동된 테라도 영향을 받을 거 아니에요. 그렇죠? 그러면 테라가 또 떨어질 거고. 그럼 테라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쌍을 이루는 루나가 또 매력을 잃으니까 루나가 떨어질 거고. 이러면서 분위기가 좋을 때는 얘네들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데, 분위기가 나쁠 때는 얘네들이 서로서로를 끌어내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지난달 7일부터 시작된 폭락 사태가 정확히 이런 상황이었는데요.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한 투자자의 수상한 대량 매도가 발단이 됐습니다.

    코인 거래소에 나타난 그는 테라 8천5백만 달러 어치를 팔고, 다른 스테이블 코인인 '서클'을 샀습니다.

    시장에 대량으로 풀린 테라의 가치는 크게 떨어졌고, 시세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테라폼랩스 측은 시장에 직접 개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초 매집해 놓은 비트코인 4조 원어치를 실탄으로 썼다는 건데요.

    이게 사실이라고 해도 수십조 원 규모로 뚫린 구멍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입니다.

    ◀ 기자 ▶

    자, 이렇게 테라의 몰락을 부른 대량 매도 세력이 대체 누구냐, 이걸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오지만 확인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

    ◀ VCR ▶

    우선, 헤지펀드가 테라를 공격한 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테라 자체가 표적이었던 게 아니라, 비트코인의 하락을 원하던 세력이 테라폼랩스가 막대한 비트코인을 시장에 풀도록 한 거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
    "(약세장인) 요즘 같은 경우에 시장에 비트코인이 투매가 되면 비트코인 (가격)이 무조건 떨어질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어떤 세력은 비트코인에 대한 ‘숏’, 공매도를 준비해놓고, 권도형이 비트코인을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거죠. 그래서 그것의 공격으로 페깅(1달러 가치 고정)을 깨버리려고 한 거죠."

    한 블록체인 전문 매체와 보안 업체는 테라폼랩스가 스스로 일으킨 폭락이라는 분석을 내놔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보유해 놓은 대량의 테라로 거래를 시도했다가, 제 발등을 찍었다는 건데요.

    차익만 좀 보려고 했다가, 너무 큰 밀물과 썰물을 일으켜서 알고리즘까지 무너뜨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폭락을 몰고 온 세력이 누구든, 한 가지 큰 의문이 듭니다.

    테라 시스템에 이런 한계가 있었다는 걸 테라폼랩스는 몰랐냐는 겁니다.

    개발 초기부터 회사 내부에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권 대표가 모른 척했다고도 합니다.

    [강형석/스탠다드프로토콜 대표(전 테라폼랩스 직원)]
    <어떤 알고리즘에 대해서 좀 맹신하는 그런 경향도 있었나요?>
    "(테라폼랩스) 직원 쪽에서도 분명히 내부적으로 뭔가 안 된다고 느끼고도 있었고 그때 당시 테라-루나에 투자하시던 분들도 다 안 된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냥 권도형 (대표)만 ‘이제 그렇지 않다’라고만 계속 그 사람만 전혀 말을 듣지 않고 있었죠. 다른 사람들의 말을."

    ◀ 기자 ▶

    결국 이 치명적 결함이 셀 수도 없는 피해자를 만들어낸 셈인데요.

    이미 내부에서도 경고가 있었다는 대목이 의미심장합니다.

    이번 사태를 부른 책임자는 물론이고, 테라와 루나의 운영 원리를 악용한 세력이 누군지 밝혀낼 단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VCR ▶

    30대 직장인 박 모 씨.

    중소기업에 다니던 사회 초년병 시절엔 부모님 병원비를 대느라 늘 쪼들렸습니다.

    [박OO/'루나' 투자자]
    "23살 때 군대 전역하고 직장생활 시작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20대 초반에는 저축을 못 했었어요. 집이 많이 좀 어려워서… 그래서 이제 집에 부모님 병수발도 하고…"

    서른 살이 지나면서 모이기 시작한 푼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는데요.

    테라로 수십억 원을 벌었다는 성공담을 접한 뒤, 코인에 '올인'했다고 합니다.

    몇 년간 모은 원금 3천만 원은 며칠 새 사라졌고, 이제 빚만 남았습니다.

    [박OO/'루나' 투자자]
    "제 입장에서는 힘들게 번 돈인데, 다 날아가 버려서… 정신적으로 좀 많이 힘든 상태여서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잘 때도 있고요. 탈모도 생겨서 지금 탈모약도 먹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깡통 계좌가 속출했는데요.

    미국 앨라배마 주에 사는 에어컨 수리공 타마르 씨는 2만 달러를 날렸습니다.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 저축해 온 노후자금이었습니다.

    [타마르 딘/'루나' 투자자]
    "제 아내는 루푸스(면역 질환)를 앓고 있어요. 그 돈은 우리가 저축한 은퇴자금이었고, 그중 많은 부분이 증발해 버렸어요."

    지난달 폭락 사태를 맞고도 버텼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테라와 루나의 붕괴를 막아내겠다'고 했던 권도형 대표의 트위터를, 철석같이 믿었다고 합니다.

    [타마르 딘/'루나' 투자자]
    "권 대표가 트위터에서 자본을 더 많이 투입하고 (테라와 루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했었는데, 그게 제게 헛된 희망을 줬어요. 처음에 테라가 (1달러에서) 90센트 정도로 떨어졌을 때 팔려고 했지만, 그가 우리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 기자 ▶

    '예금만 해도 연 20% 이자를 주겠다'.

    실제로 대박이 터지자 너도나도 돈을 싸 들고 몰려갔습니다.

    하지만 결말은 '77조 원 증발'이란 비극이었습니다.

    테라-루나 사태의 책임 규명과 권도형 대표의 불법 혐의에 대한 수사는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데요.

    저희는 문건을 하나 입수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가 발급한 권도형 대표의 구인장입니다.

    ◀ VCR ▶

    SEC는 미국 주식 시장을 감시하는 독립 기관인데요.

    우리나라의 금융위원회 혹은 금융감독원 역할을 하면서, 수사권까지 갖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작년 9월 SEC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가상화폐 행사에 참석한 권 대표에게 이 구인장을 전달합니다.

    정해진 시기까지 나와 조사를 받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건데요.

    권 대표 측은 응할 수 없다며 소송으로 맞섰습니다.

    "나는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고, 테라폼랩스는 싱가포르에 있으니 미국 SEC에는 조사 권한이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권도형/테라폼랩스 대표 (작년 12월)]
    "저는 미국 규제당국에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당국도 가상화폐를 더 이해하게 될 것이며, 기술이 대중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입니다."

    ◀ 기자 ▶

    <스트레이트>는 이 재판 과정의 문건 1백여 건도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SEC와 권 대표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항고장 등인데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건 SEC 소속 변호사의 진술서, 그리고 이건 권 대표 측 법률 대리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입니다.

    ◀ VCR ▶

    구인장을 전달하기 두 달 전인 작년 7월 8일, 이미 SEC가 한국에 있는 권 대표를 화상으로 4~5시간에 걸쳐 조사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년 전입니다.

    폭락 사태는 불과 지난달이었으니까, 미국 금융당국은 테라와 루나가 잘 나갈 때부터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이죠.

    하지만 권 대표가 조사를 회피한다고 판단해 지난해 9월 강제 절차에 들어갔고, 여기서부터 소송전이 시작된 겁니다.

    ◀ 기자 ▶

    그럼 권 대표의 혐의는 뭘까요?

    구인장 제목에 나온 '미러 프로토콜'입니다.

    이게 뭔지, 테라폼랩스가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겠습니다.

    ◀ VCR ▶

    여기 'mAAPL'이라는 게 보이는데요.

    나스닥에 상장된 애플 주식의 명칭인데, 그 앞에 m자가 붙었죠?

    애플 주가를 따라가는 투자 상품이란 뜻입니다.

    실제 애플 주식이 136달러라면, 같은 시간 미러 프로토콜에서는 'mAAPL'의 가격도 136테라입니다.

    'm'은 '거울'을 뜻하는 영어 'mirror'의 머리글자, 쉽게 말해 거울에 비친 것처럼 기업 가치에 연동된 가상 주식을 만들어, 테라와 루나로 사고파는 거래입니다.

    사실 각종 주가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은 기존 시장에도 오래전부터 나와 있습니다.

    ETF나 ELS 같은 것들인데요.

    이런 상품이 난립하면 시장이 어지러워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 SEC의 관리감독을 받아 거래하도록 증권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주식 종목을 추종한다는 테라폼랩스의 '미러 프로토콜'도 SEC 입장에선 '무허가 불법 거래'인 겁니다.

    SEC의 수사 문서에도 이 점이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수사가 이 '미러 프로토콜'에서만 그칠 것 같지도 않습니다.

    SEC가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에 요구한 서류는 모두 27개 항목에 달하는데요.

    "권도형 대표나 테라폼랩스가 갖고 있는 루나"

    "테라 블록체인을 운영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사람"

    "테라의 모든 의사결정 제안들"

    이런 내용들이 망라돼 있습니다.

    [☎박선영/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모든 가상자산 회사들은요. 아무런 정보가 없는, 블랙박스(내부 구조가 숨겨진 상태) 상황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 이 정보가 있다면, 사업에 따라서 누가 이득을 볼 수 있는지도 파악을 할 수가 있습니다. 권 대표가 부당 이득을 수취하지 않았는지도 볼 수 있었을 것 같고요."

    현재 미국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구인장 발부가 적법했다며, SEC의 손을 들어준 상태입니다.

    ◀ 기자 ▶

    이미 폭락 사태가 벌어진 뒤라 늦은 감은 있지만 미 당국 수사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텐데요.

    그럼 우리의 수사 상황은 어떨까요?

    미국처럼 '무허가 증권 거래' 혐의를 확인했냐고 금융감독원에 물어봤더니,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왔습니다.

    ◀ VCR ▶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이 테라-루나 사태를 '1호 사건'으로 입건해 수사하고는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합수단을 부활시키고 이거부터 수사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이미 큰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고소가 접수된 뒤였습니다.

    [박OO/'루나' 투자자]
    "언젠가는 이 시스템이 붕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권도형 대표에게) 묻고 싶고요. 피해자분께서 자살을 했다는 얘기도 듣고 했는데, 이렇게 큰 사태가 벌어졌는데 과연 이것을 해결할 생각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이게 제일 궁금합니다."

    검찰은 일단 권도형 대표의 '사기' 혐의에 무게를 두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연 19.4%의 비현실적인 이자율, 이게 애당초 말이 안 된다는 겁니다.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들의 돈으로 초기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한마디로 '다단계' 구조였다는 의심인데요.

    흔히 말하는 '폰지' 사기라는 얘기죠.

    [한상준/'루나' 투자자 측 변호사]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고 투자를 받는 거, 이게 사기거든요. 이 사태를 예측을 못 했다는 거는, 그거는 개발자로서 무조건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고지를 안 한 거죠. 적극적인 기망을 한 것 이외에도, 우리가 어떤 투자를 받을 때 예를 들어 내가 집을 팔 때 이 집이 어떤 큰 하자가 있으면 하자를 고지를 해야 돼요. 고지를 안 하면, 그게 부작위에 의한 사기가 되거든요."

    하지만 사기죄를 적용하려면, 권 대표의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데요.

    투자자들을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냐, 이걸 밝혀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김갑래/자본시장연구원 금융소비자보호연구센터장]
    "반증 역시도 만만치가 않을 거예요. 테라·루나의 생태계에 참여하는 프로젝트들을 계속 늘려 왔었고, 경영자의 고의라고 하는 주관적 요소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테라·루나 생태계가 국제적으로 분할된 시장에서 복잡한 거래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 기자 ▶

    따라서, 테라와 루나의 설계 과정에 테라폼랩스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궁금해 집니다.

    중대한 결함을 알고도 쉬쉬했다면, 의도적인 사기였던 걸로 볼 수 있겠죠.

    당시 관련자들을 최대한 접촉해봤습니다.

    ◀ VCR ▶

    먼저 테라의 공동창업자였던 신현성 대표.

    [신현성/테라 공동창업자]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서 비로소 이 밑에 있는 금융 인프라를 걷어내고 디지털 화폐가 보편화 될 수 있는 어떤 기술.. 돈을 혁신한다..."

    그는 최근까지도 테라폼랩스 싱가포르 법인에 주주로 등록돼 있었는데요.

    그런데 등기에 나온 신 대표의 주소지가 싱가포르에서 경기도 화성시로 바뀌었습니다.

    폭락 사태 이후인 지난달 23일자였습니다.

    직접 찾아가 보니, 빈 집 한 채가 있는 농지였습니다.

    [신현성 대표 주소지 인근 주민]
    <언제부터 여기 비어 있었어요?>
    "집은 빈 지가 오래됐고, 관리하는 사람도 여기 와서 살까 그러다가 그냥 이제 괜히 무섭다고 그래서 안 살고…"

    ◀ 기자 ▶

    신 대표가, 권도형 대표와 급히 거리를 두려 했던 정황은 다른 데서도 발견됐습니다.

    ◀ VCR ▶

    두 사람이 동업한 또다른 사업체가 있습니다.

    바로 간편결제 서비스 대행사 차이페이홀딩스인데요.

    신 대표는 루나 폭락사태 직후인 지난달 18일, 권도형 대표를 이 회사 등기 이사에서 해임합니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권 대표와의 동업이 2년 전 이미 끝났고, 형식적인 정리 절차만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신현성/테라 공동창업자]
    "저랑 권도형 대표의 경영 분리는 2020년 초에 이뤄졌습니다. 저는 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고, 권도형 대표는 테라를 디파이 (탈중앙화 금융) 방향으로 끌고 가고 싶어했습니다. 싱가포르 법인 주식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주소를 급히 옮긴 것도, 혹시 모를 안전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현성/테라 공동창업자]
    "(주소를 옮긴 건) 가족들이 우려돼 다른 임시 거처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권도형 대표는 최근에는 저와도 연락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

    이렇게 테라와 루나가 동시에 폭락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알고 있었냐고 묻자 답하지 않았습니다.

    테라의 최고재무관리자는 줄곧 연락이 닿지 않았고,

    [☎ 테라폼랩스 최고재무관리자 전화]
    "전원이 꺼져 있어…"

    다른 직원들도 취재를 피하기 급급했습니다.

    [☎ 테라폼랩스 직원]
    "별로 아는 내용이 없어서 제가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 기자 ▶

    테라 사태는 그냥 '사기극'이었던 걸까요.

    검찰은 탈세 혐의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 VCR ▶

    최근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했는데요.

    지난해 6월 이뤄진 특별세무조사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세청은 당시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가 가상화폐 수익을 해외 조세회피처로 빼돌린 사실을 확인하고, 법인세와 소득세 등 500억 원 가량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기자 ▶

    이렇게 한-미 양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권 대표는 오히려 테라와 루나를 되살리겠다며 최근 루나 2.0을 발행했습니다.

    단타 거래를 노린 투자가 몰리면서 도박판 같은 장세가 펼쳐졌는데요.

    결국 루나 2.0도 금세 90% 이상 폭락했습니다.

    어떻게 폭락 사태의 장본인이 불과 몇 주 만에 이런 일을 또 벌일 수 있었던 걸까요?

    ◀ VCR ▶

    테라폼랩스의 본거지인 싱가포르가 전 세계에서 가상화폐 산업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일찌감치 관련 법규를 정비한 곳이라, 업체들 입장에선 의무사항만 지키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한국산 코인'을 발행한다는 업체들의 주소지가 싱가포르인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먼저 C코인의 주소지.

    현지의 한 로펌 사무실입니다.

    [싱가포르 로펌 관계자]

    "철자가 뭐죠? 왜 물어보는 거죠?"

    다음은 M코인과 T코인.

    두 업체 주소가 같아 어딘가 했더니, 엉뚱하게도 한국계 컨설팅 업체였습니다.

    [싱가포르 컨설팅 업체 직원]
    "실제 사무실이 없으니까 저희가 등록 주소지를 대행해드리고 있거든요."

    또 다른 S코인은 싱가포르에 실제 사무실을 두고도, 홈페이지에는 다른 주소를 적어놨습니다.

    [S코인 주소지 업체 직원]
    "여기는 재무회사입니다. <재무요? 가상화폐 회사 아닌가요?> 이사 갔습니다. 저희는 몰라요."

    우리나라에서는 가상화폐 발행이 금지돼있으니, 이렇게들 돈을 내고 싱가포르에 주소지를 두는 건데요.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
    "(미화) 5만 달러 정도에 거기(싱가포르)에 재단이나 법인을 설립을 해주죠. 에이전시(대행업체)가 그냥 자기네가 임대한 건물이나 어떤 소재지에다가 재단을 해주는 거고…(싱가포르) 현지인도 그냥 그 에이전시가 섭외한 사람이고…"

    그렇다고 싱가포르 정부가 업체들에게 무제한의 자유를 허락한 건 아닙니다.

    투자를 유도하는 광고나 마케팅은 철저히 막고 있습니다.

    [안태현/로드스타트 대표 (가상화폐 전문가)]
    "(싱가포르 정부는) 개인들한테는 '위험하니까 하지 마', 사업자들한테는 '마케팅도 하지 마'… 자기 웹사이트, 소셜 네트워크에서만 (소개)하고 마케팅을 못 하게 하는…"

    ◀ 기자 ▶

    그럼 우리 정부는 코인 시장이 우후죽순 커지는 동안 뭘 하고 있던 걸까요.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 VCR ▶

    당시 가상화폐 투기 움직임이 일자 금융위원회는 ICO, 즉 가상화폐 발행과 투자금 모집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듬해에는 아예 법으로 금지하겠다는 법무장관의 폭탄 선언이 나왔습니다.

    [박상기/당시 법무부장관 (2018년 1월)]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큰 반발에 부딪히면서, 후속 절차는 몇 년째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그 사이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지만, 투자자를 보호할 근거가 없어 곳곳에서 피해가 생겨도 속수무책인 겁니다.

    [김갑래/자본시장연구원 금융소비자보호연구센터장]
    "가상자산 시장의 경우에는 의무 공시 제도가 없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낙관적인 정보에 호도되기 쉽고요. 허위사실이나 과장된 사실에 대한 처벌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잘못된 투자 정보로 인해서 시장 가격이 왜곡될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주요 코인의 상장 정보가 거래소를 통해 은밀히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
    "해외에 있는 코인이 △△△ 거래소에 상장된다는 걸 안 적도 있어요. 그거는 그 관계자들이 알려주는 거고. 그럼 이제 그럴 때, 보통 1천만 원, 2천만 원 정도만 사도 △△△ 거래소에 올라가면 수십 배의 수익이 나죠."

    이렇게 상장과 폐지, 감시 등 가상화폐의 생사여탈권을 독점한 거래소가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지난해 3조 2천 7백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우리나라 업계 1위 업비트.

    영업이익률이 88%나 됩니다.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곳도 영업이익률 10%를 넘기는 게 쉽지 않습니다.

    [박선영/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전통 자본시장과 비교해서 설명을 드리면, (가상화폐 거래소가) 한국거래소와 상장공시위원회, 시장감시위원회, 예탁결제원, 증권회사의 모든 기능을 담당하고 계십니다. 모든 단계에서 매출을 일으키는 행위와 이해상충이 발생하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도, 아직은 가상화폐 시장을 정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김소영/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실효성 있는 규율 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국제적 정합성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다소간 시간이 필요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복현/금융감독원장]
    "민간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시장 자율 규제의 확립이 보다 강조될 필요가 있습니다."

    ◀ 기자 ▶

    열기가 식을 줄 모르던 가상화폐 시장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거품이 끼었다'는 경고가 등장할 때마다 '이번엔 다르다'는 낙관론이 시장을 뒤덮었습니다.

    그래서 피해를 막을 기회도 번번이 놓쳐왔죠.

    10여 년 전 세계적 금융 위기로 번졌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직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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