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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軍 내부고발자 입 막는 '상관모욕죄'

[스트레이트] 軍 내부고발자 입 막는 '상관모욕죄'
입력 2022-07-10 21:16 | 수정 2022-07-1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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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CR ▶

    지난 2019년.

    해군 권 모 하사는 사무실에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직속 상관인 한 모 소령이 양손으로 권 하사의 손을 잡고 10초 가량 문지른 겁니다.

    [권OO 당시 하사/해군 성추행 피해자]
    "‘하지 마세요’ ‘기분 나쁩니다’ 이런 식으로 저도 했었어야 됐는데, 그 당시에 기분이 나쁨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도 못 한 제가 너무 원망스럽더라고요."

    '밥 먹자', '영화 보자'는 요구에, 노골적인 성희롱도 이어졌습니다.

    [권OO 당시 하사/해군 성추행 피해자]
    "제 반지를 잡는 둥, '향수 바뀌었어'라면서 저한테 다가오고, 그런 것도 되게 많고… 카톡으로 불러내는 거며… 제가 휴가를 결재를 맡으면 '누구랑 가냐' 그래서 계속 집착하길래 '남자친구랑 간다' 이러면 '어디 가서 자냐', '찜질방 가냐', '모텔 가냐’"

    그러나 한 소령을 신고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진급은 물론 정년이 보장되는 장기복무까지, 그의 평가에 좌우될 거 같았기 때문입니다.

    [2018년 12월 29일]
    "지금처럼 일 열심히하면 장기는 꼭 된다"

    [2019년 2월 11일]
    "지금처럼 잘하면 장기는 꼭 될 거다"

    성추행 이후에도 인심 쓰듯 근무 평가 얘기를 꺼냈습니다.

    [2019년 4월 17일(성추행 이후)]
    "근평 잘줬다. 그리고 꼭 진급되게 잘 써주마"

    [권OO 당시 하사/해군 성추행 피해자]
    "(밥 먹자고 부를 때) 내가 그 자리에 나와야 되나, 그래야 장기(복무), 진급이 되나. 그런 생각이 되게 많이 들었죠."

    ‘장기(복무), 진급 가지고 협박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 거고…참다못한 권 하사는 성추행을 당한 지 한 달 여 뒤 한 소령을 신고했는데요.

    그런데 군사법원은 1, 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에서는 범행 시각을 제대로 기억 못 해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했고요.

    2심에서는 한 소령이 손을 만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가슴이나 엉덩이 같은 부위가 아니라서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권OO 당시 하사/해군 성추행 피해자]
    "(2심 판결 직후) 아빠 전화가 왔어요. '힘내라 달라졌다. 우리도 빛이 있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손 만진) 사실 인정받았다'. 일단 저는 그 판결문 당황스럽긴 하죠."

    근데 저한테는 너무 감사했어요. 고등군사법원 그렇게 써주신 분한테 감사해요 오히려.

    대체 얼마나 시달렸으면 손 만진 사실을 인정해줬다고 판사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들까요.

    하지만 대법원은 성추행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건이 난 지 거의 2년 만이었습니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한 소령에게 벌금 2백만 원이 선고됐고,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습니다.

    가해자에겐 벌금 2백만 원으로 끝난 사건, 그런데 피해자였던 권 하사에겐 인생을 뒤흔드는 후폭풍이 몰아칩니다.

    권 하사는 해군 검찰의 수사를 당했고, 결국 두 달 전 전역했습니다.

    죄명은 상관 모욕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VCR ▶

    권 하사는 한 소령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또 다른 여군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권OO 당시 하사/해군 성추행 피해자]
    "그 (피해 당한) 여군도 이제 화가 나니까, '당직실 가서 참모(한 소령) 부인 번호 알아내서 다 알려주고 싶다, 다 퍼뜨리고 싶다' 이럴 정도로 같이 피해를 공유하고 나누고…"

    그러던 중 한 소령이 또 장기 복무 운운하며 압박하자 권 하사가 그 여군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는데요.

    "아 또 그 XX(새끼) 장기 (복무) 얘기하네. 지가 뭐 XX(시발) 학사 소령 XX(새끼)가 어디서 XX(시발)"

    욕설이 포함된 바로 이 문자 메시지 때문에 수사 대상이 됐습니다.

    상관을 모욕했다는 겁니다.

    [권OO 당시 하사/해군 성추행 피해자]
    "당시에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기 때문에 '나 너무 화가 나서 나 그렇게 했던 사람이 나 또 이래.
    나 너무 억울해 화가 나 속상해'라고 그런 감정 상태에서 말한 건데… 그게 또 이렇게 될 줄 진짜 꿈에도 몰랐어요."

    해군 검찰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기소 유예'였습니다.

    죄는 있지만 재판에 넘기진 않겠다는 건데, 언뜻 보면 가볍게 넘어갔구나 싶죠.

    하지만 '기소 유예' 처분, 군인에겐 치명적입니다.

    인사 규정상 진급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권 하사 역시 근무 평정 점수가 높았는데도 2년 연속 진급에 실패했습니다.

    진급 심사 당시 '성범죄 피해자끼리 나눈 대화였다'는 해명서도 제출했지만, 해군은 '상관 모욕과 성폭력 피해 사실은 관계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 인사 불이익을 구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해군은 이를 수용하긴 했지만, 권 하사는 이미 신체검사 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진급 심사를 받을 순 없었습니다.

    [권OO 당시 하사/해군 성추행 피해자]
    "(이제) 제2의 직장을 구해야 되는 거잖아요. 구하는 과정에서도 되게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자기소개서 쓰면서도 (감정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많이 하고… "

    근데 첫 질문이 ‘왜 7년 (복무) 했는데 하사 전역이에요’라는 게 (면접) 첫 질문이더라고요

    그럼 가해자 한 소령은 어떻게 됐을까요?

    내부 징계에서 대위로 강등됐다가 재심에서 정직 2개월로 감형돼, 다시 소령으로 복귀했습니다.

    참모총장 표창까지 받을 뻔했는데 피해자 아버지가 문제를 제기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 기자 ▶

    군 조직 특성상 상관의 지휘권을 보호하고 상명하복 구조를 엄격히 유지하는 건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상관 모욕죄'는 군 형법에만 존재합니다.

    일반 형법의 모욕죄보다 형량도 더 높아서, 벌금형은 아예 없고 금고나 징역형부터 시작합니다.

    상관 앞에서 욕할 땐 최대 2년, 뒤에서 몰래 욕하면 3년입니다.

    [오병두/홍익대 법학과 교수]
    "상관이 자존심을 상했다고 해서 처벌하는 게, 국가 형벌로 처벌하는 게, 그것도 군형법으로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게 적절하냐…"

    게다가 일반 형법상 모욕죄와 달리 제3자가 고발할 수도 있고, 합의해도 고소를 취하할 수 없습니다.

    [김정민/군형법 전문 변호사]
    "피해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되고, 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마당에도 '군 조직 전체가 피해자'라는 그런 논리로 처벌될 수 있는 거죠."

    집행유예만 나와도 군복을 벗어야 하기 때문에 군인 입장에선 치명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관 모욕죄가 부하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상관의 잘못을 고발하거나 군대 내 비리를 폭로했다가 곤경에 처한 군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김영수/국방권익연구소장]
    "상관의 비위가 본질인데, 갑자기 본질이 바뀌죠. 상관 모욕죄로. 이게 유독 내부 고발에 악용되는 이런 사례가 많다는 게 좀 안타깝죠."

    ◀ VCR ▶

    2019년 5월, 공군 교육사령부, 여성 장교 후보생들의 생활관 CCTV 영상입니다.

    빨간 모자를 쓴 교관이 주변을 살피다 아무도 없는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1분여 만에 나온 교관, 밖에서 대기 중이던 다른 교관을 향해 손으로 X자를 만들며 뭔가 없다는 표시를 합니다.

    1시간 뒤 다시 나타나더니 이번엔 구석에서 공책 같은 걸 넘기며 한동안 보고 있습니다.

    보던 공책을 급하게 현관 뒤로 들고 가 촬영까지 합니다.

    이 교관이 촬영한 건 한 여성 장교 후보생의 훈련일지, 매일의 일과와 소회를 적는 일기장 같은 겁니다.

    알고 보니 이 교관은 다른 부대 장교, 일기장 주인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교관은 왜 일기장을 몰래 찍은 걸까요?

    이 CCTV 영상이 찍히기 나흘 전, 일기장 주인은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이날 소위 임관을 앞둔 후보생들이 빨간색 임시 이름표를 떼고 정식 명찰을 다는 행사가 있었는데요.

    행사를 참관하던 이 모 중령이 직접 달아주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앞서, 이 부대에선 한 고위 간부가 여성 장교의 명찰을 툭툭 치고 성적인 질문을 했다가, 성추행으로 처벌됐습니다.

    그 뒤 여군들은 이 행사에서 스스로 명찰을 달아왔는데요.

    유독 이 모 중령이 관행을 무시했던 겁니다.

    [☎전OO 중위/당시 소대장]
    "전대장(중령)님이 갑자기 나오시더니 ‘그럼 내가 붙여줄게’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제 손에 있던 명찰을 다 가져가셔서, 이름 부르시면서 그냥… 동의도 구하지 않으셨어요. 그냥 붙여주셨어요."

    결국 문제가 생겼습니다.

    "중령의 두 손이 가슴을 누르는 느낌"이었다며 한 후보생이 성추행으로 신고했습니다.

    그는 "높은 분이니 거부할 수 없었지만, 성적으로 매우 수치스러웠고 많은 후보생들이 보고 있어서 티를 내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성추행 신고가 접수된 다음 날 아침, 교관 윤 모 소위가 이 후보생의 일기장을 몰래 촬영해 가해자로 지목된 이 중령에게 전달했던 겁니다.

    이 중령은 "이 일기장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단 내용이 없다"면서 여성 후보생을 무고로 신고했습니다.

    결국 공군 경찰은 성추행과 무고 혐의를 동시에 수사했습니다.

    그런데 후보생으로부터 성추행 피해 사실을 보고받은 소대장과 대대장도 수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채OO 소령/당시 대대장]
    "당황해서 그냥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지금 여기서 지금 이 얘기 할 게 아닌데…"

    소대장은 절차대로 성추행 신고 사실을 대대장에게 보고했고, 대대장은 대령에게 보고했는데, 이들이 여성 후보생에게 허위 신고를 하도록 시켰다는 이른바 '무고 교사' 혐의를 받게 된 겁니다.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소대장과 대대장에겐 상관 모욕죄도 추가됐습니다.

    어떻게 상관을 모욕했다는 걸까요?

    먼저 소대장인 전 모 중위.

    교관들의 단체 대화방에

    '이 중령이 여성 후보생들에게 명찰을 달아줬다'고 알렸는데요.

    "전 중위 : "((속보)) 대령(진) 이OO, 여소대 명찰 붙여준 것.."

    그러자 다른 동료가 이렇게 말합니다.

    "김 중위: OO 불러라 빨리. 아빠 전화시켜줘라. 똥령잡는 똥별 가즈아아아"

    당시 한 여성 후보생의 아버지가 현직 장군이었는데, 그 장군에게 이 사실을 알려 중령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 겁니다.

    여기에 소대장 전 중위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전 중위: ㅋㅋㅋㅋㅋㅋㅋ똥령 똥별ㅋㅋㅋㅋㅋ 적절쓰."

    '똥령 똥별'.

    중령을 뜻하는 '령'과 장군을 뜻하는 '별' 앞에 부적절한 말을 붙였다.

    바로 이게 상관 모욕죄에 걸린 이유입니다.

    ◀ 기자 ▶

    그럼 대대장이 걸린 이유는 뭐였을까요?

    대대장인 채 모 소령은 상관모욕에, 상관명예훼손 혐의로도 수사를 받았는데요.

    일기장을 몰래 촬영했던 교관의 진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대대장인 채 소령이 가해자로 지목된 이 중령과 원래 사이가 나빴고, 그래서 허위 신고를 시킨거라고 진술한 겁니다.

    ◀ VCR ▶

    [윤 소위]
    "여 후보생 관련한 성추행 사실은 모두 음해 사건 및 조작 사건이라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대대장님(채 소령)이 전체 소대원을 불러 놓고 (가해 지목 중령에 대해) '대령 진급 취소되고 싶나', '이젠 대결모드다'라는 발언도 하셨습니다.(2019년 6월 3일 공군 경찰조사)"

    심지어 다른 부대 소속의 한 모 소령 진술까지 동원됐습니다.

    [한 소령]
    "(채 소령이) 여자 후보생의 훈련일지 등을 보여주면서 다 옷 벗을 일이다'라고 얘기했습니다. (2019년 6월 7일 공군 경찰 조사)"

    공군 검찰은 이런 진술을 토대로 상관 모욕과 상관 명예훼손으로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채 소령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채OO 소령/당시 대대장(상관모욕죄 혐의)]
    "‘날려버리겠다’, ‘들이받아버리겠다’, ‘옷을 벗겨버리겠다’. (저는) 그런 표현을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거든요."

    한 소령의 진술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다른 정황도 있습니다.

    한 소령은 소대장인 전 중위에게 성추행 신고를 취소하란 식으로 말하기도 했고요.

    [한 소령]
    "(상관모욕죄란 게) 벌금이 없는거야. '제가 고의가 아니었는데 죄송하고' 이 정도 수준으로 가면 너는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세게 (처벌이) 나오는 거야. 제일 좋은 거는 너나 그 여자애가 "아 죄송합니다. 저희 이렇게 했습니다" 얘기해서 그게 완전히 없어지는 게 제일 좋은 거고."

    누군가에게 신고 책임을 떠넘기란 식으로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한 소령]
    "아 누가 시켜서 그랬습니다" 이렇게 얘기하기 어렵거나, (..) '사주' 이런 건 아니더라도.. 저희 뜻은 처음엔 이건 아니었는데 어렵게 같이 하다보니까 이렇게 됐습니다."

    한 소령은 나중에 협박 혐의로 고소당했는데요.

    공군 검찰은 "대화의 분위기가 강압적이지 않았고, 조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한 소령에게 대체 왜 이 사건에 개입했고, 발언들이 무슨 의도인지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순 없었습니다.

    [☎한OO/당시 소령]
    "<어떤 맥락에서, 누가 시켜서 이렇게 대화를 하신 거예요?> 기자님, 지금 3년도 훨씬 지났고요. 기억이 정확하게 안 나요."

    ◀ 기자 ▶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 성추행 사건, 결국 어떻게 결론 났을까요?

    성추행과 무고 모두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공군 검찰은 '피해자가 어린 시절 성추행 경험 때문에 신체접촉을 불편하게 느끼는 성향이 강해 고소한 사건'으로 결론냈습니다.

    ◀ VCR ▶

    문제는 상관 모욕죄로 입건된 간부들이었습니다.

    소대장 전 중위는 기소 유예 처분 때문에 2년째 진급이 안돼 결국 제대했습니다.

    대대장 채 소령은 공군 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지난해 12월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항소심에선 무죄로 뒤집혔습니다.

    재판부는 공군 검찰이 모욕이라고 주장한 채 소령의 언행 일부는 과장됐거나 입증이 안됐다고 판단했고요.

    또 일부는 상관의 무리한 지시에 불만이 있던 부하들을 다독이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봤습니다.

    특히 무고 교사라고 주장했던 교관의 진술은 신빙성이 낮다고 했고요.

    수사의 결정적 계기가 된 한 소령의 진술에 대해서도, "채 소령이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과정이었다"고 결론냈습니다.

    채 소령의 경우 최초 성추행 신고 이후 무죄 선고까지 2년 반이 걸렸는데요,

    그 사이 기소됐다는 이유로 중령 진급이 취소됐고, 강제로 휴직까지 당했습니다.

    채 소령은 행정 소송을 내 진급 취소와 강제 휴직 모두 잘못됐다고 인정을 받았는데요

    [채OO 소령/당시 대대장(상관모욕죄 혐의)]
    "가장 원하는 건 공군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것입니다. 내부신고자에 대한 마녀사냥, 그걸 갖고 지금 4년째 끌어오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당시에 적법했음을 인정해주고, 저한테 보장된 권리를 돌려주고…"

    하지만 공군이 모든 소송에 불복해 실제 복직은 아직도 멀었습니다.

    [김경호/채OO 소령 측 변호사]
    "공군 법무실 입장에서는 아마 그들의 결정과 권위에 엄청난 도전을 하고 있어서 ‘짓밟아 버려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나…"

    소송 5번 하는 동안 2억 원 가까이 썼고, 강제 휴직중이라 1년 반째 월급은 180만 원에 불과합니다.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싶지만 겸직 금지 규정 때문에 할 수도 없습니다.

    [채OO 소령/당시 대대장(상관모욕죄 혐의)]
    "조직과의 싸움에 그 능력을 걸고, 또 제 삶을 걸고, 또 제 가족까지 걸어놓고, 제가 이걸 갖다가 싸우고 있다는 자체… 얼마나 소모적이고 참 비합리적입니까."

    ◀ 기자 ▶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상관을 상대로 한 여러 범죄 중 압도적으로 많은 게 '모욕죄' 였습니다.

    한해 200건 가까이 발생하는 데요.

    보신 것처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입니다.

    ◀ VCR ▶

    [김정민/군형법 전문 변호사]
    "일반 모욕죄의 경우에는, 아주 심한 모욕적 언사가 아니면 웬만해서는 모욕으로 안 보는데, 상관 모욕죄의 경우에는 '불손한 언동'을 자꾸 기소하려는 경향이 있고… "

    냉정히 따져서 군 복무 한 30년 하는 동안에 상관 모욕을 안 할 수가 있나요.

    상관 모욕죄가 보복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와도, 별 관심이 없는 게 더 문젭니다.

    국방부 청렴 옴부즈만이 재작년 채 소령 사건을 조사하면서 실태 조사 검토를 권고했지만, 국방부는 2년동안 손을 놓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엔 반대 댓글이 쇄도했고, 결국 발의안은 논의조차 안 됐습니다.

    상관의 특정 지시나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이미 별도의 처벌 근거가 있습니다.

    [김정민/군형법 전문 변호사]
    "상관의 정당한 명령을 거부하면 (이미) 항명죄로 처벌돼요. 엄한 처벌이 따릅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상관 모욕을 (별도로) 두고 있느냐 하는 거예요."

    ◀ 기자 ▶

    상관 모욕죄는 1948년 군법으로 제정된 상관 불경죄에서 유래합니다.

    1962년 이름만 바뀌어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는 건데요.

    [오병두/홍익대 법학과 교수]
    "타인의 명예라고 하는 건 상관의 명예, 하관의 명예, 부하의 명예 이렇게 나눠지는 게 아니라 인간의 명예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일반 형법에 따라서 처리를 하면 족할 것이고…"

    군의 높아진 인권 의식에 맞춰, 이제는 존폐 여부를 검토하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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