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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이준석·박지현의 불안한 미래‥'청년 정치'의 방황?

[스트레이트] 이준석·박지현의 불안한 미래‥'청년 정치'의 방황?
입력 2022-07-17 21:11 | 수정 2022-07-1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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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CR ▶

    [이준석/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2011년)]
    "참여한다고 했을 때, 트위터 아르바이트 하는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작년 6월)]
    "변화에 대한 거친 생각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불안한 눈빛…"

    [박지현 /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올해 3월)]
    "새롭게 출발하는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 저부터 실천하겠습니다."

    [박지현/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지난달)]
    "우리 민주당 후보를 선택해 주십시오. 다시 시작할 날입니다. 여러분!"

    ◀ 기자 ▶

    이준석과 박지현.

    두 사람은 26살 나이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최근까진 각각 여당과 제1야당의 얼굴이었죠.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회의원 경력 한 번 없는 30대 청년이, 헌정사 최초로 원내 교섭 단체를 이끌게 된 겁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훨씬 빠르게,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원래 텔레그램 성 착취 범죄,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활동가였죠.

    올해 1월 이재명 대선 캠프에 합류했고, 두 달 만에 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 지금 동시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사정은 저마다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요.

    이들이 뜨고 지는 과정을 돌아보면 누구의 잘잘못이냐를 떠나, 이른바 '청년 정치'의 한계도 새삼 실감이 됩니다.

    ◀ VCR ▶

    지난 3월 대선은 20대 남녀 간의 대리전이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앞세웠고요.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지난 3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해서 변화가 싹트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동의하십니까!"

    민주당은 젊은 여성층을 겨냥해 박지현 전 위원장으로 맞섰습니다.

    [박지현/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3월)]
    "젠더(성별)를 갈라치기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른바 '이대남'과 '이대녀'의 표심은 실제로 완전히 엇갈렸습니다.

    성별 차이가 크지 않은 다른 세대들과 뚜렷하게 다릅니다.

    이처럼 전국 단위 선거에서, 20대 유권자들이 적극적인 의사 표현에 나선 건 이례적인데요.

    이준석·박지현 두 젊은 정치인이 선거전을 이끌었던 영향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들은 공교롭게 동시에 위기를 맞습니다.

    이 대표는 성 접대와 증거 인멸을 시켰다는 의혹 등으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고요.

    박 전 위원장은 잇단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건데요.

    여러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사냥이 끝나니 사냥개를 삶아먹었다', 이런 말도 나옵니다.

    선거 때 이용하고 버렸다는 뜻이죠.

    [황상연/서울 구로구(22살)]
    "선거철이나 그럴 때만 이제 어느 정도 저희한테 괜찮은 듯한 얘기가 오가다가도 흐지부지된다든가, 실행이 되더라도 그게 그렇게 저희가 원하는 정도의 수준까지 가지 않는다든지…"

    모처럼 전면에 나섰던 젊은 정치인들의 위기.

    자칫 청년 유권자들의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겠죠.

    [박효주/경기 안양시(27살)]
    "저만 하더라도 취업 안정화 문제라든지, 부담을 느끼고 있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은데 뾰족한 수가 항상 나오지 않고 있잖아요. 투표에 큰 의미가 없구나…"

    이준석·박지현 두 사람은 분명 '청년 정치인'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처한 곤경을 '청년 정치'의 위기로만 볼 수 있냐, 그렇지 않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류호정/정의당 국회의원 (30살)]
    "청년 정치인들에 대한 공격이 '청년 정치' 전체에 대한 위기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해요. 표를 받기 위한 행위 이상의 것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죄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깜짝 발탁된, 이른바 '픽업 정치인'의 한계라는 겁니다.

    [용혜인/기본소득당 국회의원(32살)]
    "이준석 대표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픽'(선택)을 받아서 10년 동안 방송을 뛰거나, 아니면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처럼 유력 대선 주자에 의해서 다시 '픽' 돼서 제도권 내로 들어오는 청년이 권력을 쥐었을 때의 어떤 반발 작용이라는 것도 분명히 있겠죠."

    우리 정치사에서 손꼽히는 '청년 정치인'의 원조.

    영원한 동지이자 맞수였던 YS와 DJ입니다.

    37살에 국회의원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은 40대에 이미 대선에 출마했죠.

    당시로선 구체적이면서도 파격적인 개혁 과제를 제시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대중/전 대통령(1971년 대선 유세 / 당시 47살)]
    "사치와 낭비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부유세와 특별세를 받는 일대 조세 혁명을 단행하겠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공약하는 것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53년 국회의원에 당선됐고요.

    26살, 역대 최연소였습니다.

    이후 37살에 야당 원내총무, 지금으로 치면 원내대표가 됐고요.

    이른바 '초산 테러'를 당하면서도 독재에 맞선 저항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김영삼/전 대통령(1969년 / 당시 42살)]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한 바른 길, 정의에 입각한 길, 진리를 위한 길, 자유를 위한 길이라면 싸우렵니다."

    당시에는 YS와 DJ 말고도 비교적 '청년 정치인'이 많았습니다.

    저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분석해 봤는데요.

    1963년 6대 국회의 2~30대 의원 비율은 20%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민주화 이후 청년 정치인 비중이 급속히 줄어서,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높아졌습니다.

    물론 기대 수명 증가와 출산율 하락 등 인구 구조가 바뀐 영향도 있지만요.

    그런 변화보다도 훨씬 속도가 빨랐습니다.

    현재 21대 국회에서 40세 이하 청년 의원 비중은 고작 4%입니다.

    20~30대 유권자가 30% 정도인 걸 감안하면, 더욱 초라해 보이죠.

    국제 의원연맹 통계에 나오는 121개국 중 118위, 꼴찌 수준입니다.

    젊은 정치인들이 세력으로 등장한 건 1990년대가 사실상 마지막이었습니다.

    보수 정당에선 오세훈·남경필·원희룡·정병국 등이 '소장파'로 분류됐고요.

    진보 계열에서는 이인영·우상호·임종석 등 이른바 '386' 총학생회장 출신들이 영입됐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20여년 제도권 정치의 주류를 형성하면서, 세대교체가 늦어졌다는 겁니다.

    [정병국/전 국회의원]
    "개혁의 아이콘이니, 또는 원조 소장파니 이런 소리를 들었을 때는 자부심도 느꼈어요.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부끄럽더라고요 그게. 그게 무슨 얘기냐면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가림막이 돼 가지고 새로운 젊은 세대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는 있지 않았는가…"

    그래도 요즘엔 정당들이 청년들에게 비례대표 몫을 할당하고 기탁금을 깎아주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상징적 수준에 불과하죠.

    ◀ 기자 ▶

    돈도 없고 세력도 약한 청년들에겐 제도권 진입을 위해 넘어야 하는 문턱이 높기만 합니다.

    실제로는 공천권을 가진 중앙당 지도부와 각 지역위원장에게도 잘 보여야 하는 겁니다.

    아직 '연공 서열' 문화가 엄연한 정치권에서 청년들 스스로 정치의 꿈을 키우기엔 역부족입니다.

    ◀ VCR ▶

    자영업자에서 구의원이 된 31살 김세종 서울 동대문구의원.

    동네에서 5년간이나 요리 주점을 운영해 나름 지역 사정을 잘 안다고 자부하지만, 나이 탓에 무시당하기 일쑤입니다.

    [김세종/서울 동대문구의원 (31살)]
    "명함을 나눠드리거나 인사를 우리가 할 때 있잖아요. 그 때조차도 지나가시면서 말씀을 하세요. '너가 뭘 안다고, 어린 놈이 뭘 안다고'…"

    39살, 손혜영 서울 도봉구의원.

    '지금은 어리니까 하고 싶으면 다음에 해라', '남편 허락을 받았느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손혜영/서울 도봉구의원 (39살)]
    "'4년 후에, 너는 8년 후에도 가능하지 않냐'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셨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런 것에 조금 더 자극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가정 주부이기 때문에 교육적인 문제나 또 여성의 문제들, 이런 것들에 목소리를 조금 내고 싶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그래도, 40살 미만 젊은 당선인 비율이 10%까지 늘었는데요.

    ◀ VCR ▶

    어느 분야나 기득권이나 텃세는 존재합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청년 정치'의 위기와 한계를 극복하려면, 결국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과제로 돌아옵니다.

    [천호선/전 청와대 대변인]
    "저는 청년 정치인들이 냉정하게 자기를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수의 청년들을 대변하기보다는 자기의 개인적인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에 더 관심을 갖거나 개인의 선출직이나 공직의 기회를 만드는 데 더 집중하거나…"

    2011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등장했던 손수조 씨.

    입당하자마자 당시 문재인 후보와 총선에서 맞붙기도 했습니다.

    한 차례 더 총선에 도전했다 현실 정치를 떠난 손 씨는, 이제 장례 지도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손수조/전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
    "인정해야 됩니다. 정말 여기가 나이브한 (순진한) 곳이고 그렇게 누군가가, 선배들이 아주 열심히 그 사람(청년 정치인)만을 위해서 키워주고 길러주는 곳이 아닙니다. 스스로 세력을 모아야 되고, 스스로 이겨나가야 하는 곳이죠."

    2015년, 입당 6개월 만에 정의당 대표에 출마했던 조성주 씨도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당시 조 씨는 대기업 노조 중심의 노동 운동을 벗어나야 한다면서 주목을 받았고요.

    노회찬 후보, 심상정 후보에 이어 3위에 올랐습니다.

    [조성주/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2015년)]
    "지금까지 진보 정치의 관성으로, 너무 관성적으로 대변해 온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고 다시 시작하자는 말씀 드리는 겁니다."

    지난달 지방선거에선 서울 마포구청장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는데요.

    다음 달 다시 당 대표에 출마할 그는, 예전엔 준비가 부족했다고 자평합니다.

    [조성주/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진보 정당들이 그동안 얘기해 오지 못했던 민감한 문제 같은 건 과감하게 얘기한다든지 이런 것들은 (당시 제가)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제 조직의 운영, 이런 것들에서 고민이 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고요. 비전이 있다 하더라도 비전을 실현시킬 힘이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이런 문제 의식을 현실에 구현해보려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정치 지망생들을 정당과 유권자들에게 연결해주는 플랫폼 업체가 있는데요.

    유권자 1만 6백여명의 추천을 받아서 이번 지방선거에 청년 138명을 내보내 40명을 당선시켰습니다.

    [박혜민/정치 플랫폼 '뉴웨이즈' 대표]
    "갑자기 기회를 얻어서 하게 되면 의사 결정을 할 때 기회를 준 사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기존 지역 당협위원장이 포괄하지 못한 지지 세력 지역 유권자들을 젊은 정치인이 가지고 있다면, 그렇다면 '돌파할 경쟁력이 생기겠다'라고 생각을 해서 지역 유권자와 연결하는 모델을 만들었던 거예요."

    정치 이론을 익히고, 쟁점을 치열하게 토론하는 '정치 학교'도 여럿 있습니다.

    [이민석/'청년정치학교' 학생]
    "다당제를 도입하든, 지금처럼 양당이든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내각제의 요소를 도입하자는 겁니다."

    [황세웅/'청년정치학교' 학생]
    "양당 모두가 정당 내 민주주의가 똑바로 이뤄지지 않지 않습니까, 거의 전체주의적인 태도인데 …"

    이 학교에선 5년동안 250명이 졸업했는데요.

    모의 국정감사를 하고 정책도 만들어 보면서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정당으로 진출했습니다.

    [김세연/'청년정치학교' 교감 (전 국회의원)]
    "사진 찍는 데 들러리 서는 목적으로 청년들이 영입이 됐다가 또는 활용이 됐다가 일정 시기가 지나면 다시, 안 좋은 표현이지만 '폐기'되는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까. 정치를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가자는 취지를 가지신 분들은 누구나 환영하고 있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의 이름을 내건 정치 학교.

    "현장에서의 문제 해결이, 곧 청년 정치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합니다.

    [김형탁/'노회찬 정치학교' 교장]
    "지역에서 정치한다고 했을 때 시의회만 가는 건가요?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협동조합을 만들든 아니면 무슨 센터를 만들든 다양한 활동들을 하게 돼 있습니다. 설령 내가 이번 정치에서 낙선을 한다 하더라도 또 그 속에서 계속 활동을 해나가는 거죠."

    시간이 갈수록 젊은 유권자의 비중은 점점 줄어듭니다.

    이들은 투표율마저 평균보다 낮습니다.

    표 계산에 바쁜 정치인들에겐 그리 눈길이 가지 않는 계층이란 얘기입니다.

    [김세종/서울 동대문구의원 (31살)]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의사가 반영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아셔야 돼요, 2030 세대는. (투표로) 증명을 해 주셔야 꼭 청년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연륜이 있는 정치인들조차도 정말 청년들을 '함께 가야 되는 파트너다'라고 판단해 주실 확률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꼭 알아주셔야 돼요."

    정치를 외면했다가 실망한 청년들이 다시 정치와 멀어지는 악순환도 생깁니다.

    [손민우/서울 서대문구 (27살)]
    "(청년들과) 괴리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굳이 그 청년 정치인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그게 큰 의미가 있을까…"

    ◀ VCR ▶

    다시 위기의 두 청년 정치인 얘기로 돌아와볼까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여전히, 자신에 대한 징계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의심합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지난 7일)]
    "승리하고 난 뒤에도 왜 바로 공격당하고, 면전에서 무시당하고, 뒤에서는 한없이 까내리며…"

    열흘째 잠행 중이지만, 호남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데요.

    차기 당대표 출마 선언은 했지만, 입당한 지 6개월이 안 돼 무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지현/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그제)]
    "그동안 민주당에서 청년은 쓰고 버려지는, 그렇게 잊혀지는 존재였습니다."

    평범한 우리 청년 유권자들은 과연 이 두 사람의 정치적 성패가 청년정치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생각할 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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