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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가재는 게 편' 진료감정서‥"의료중재원 가지 마세요"

[스트레이트] '가재는 게 편' 진료감정서‥"의료중재원 가지 마세요"
입력 2022-08-07 20:59 | 수정 2022-08-0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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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어느 날, 119에 걸려온 전화 한 통.

    신고자는 70살 박모 씨였는데요.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다'며 호흡 곤란을 호소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박 씨는 이미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였던 겁니다.

    119 근무자가 거듭 '간호사한테 말하라'고 하는데도, 박 씨는 '병원 측이 기다리라고 한다'며 통화가 끊겼습니다.

    [김정훈/의료사고 피해자 유족(신고자 아들)]
    "아침 10시의 기록입니다. 이상하잖아요.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왜 119 신고를 합니까? 이거 뭔가 좀 이상하다‥ 휴대전화를 보면 이 전화를 끊고 난 다음에도 119를 눌렀던 흔적은 있습니다."

    박 씨는 그 날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숨졌습니다.

    발목수술을 한 뒤 재활을 위해 요양병원에 입원 한지 두 달여 만입니다.

    유족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김정훈/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대학병원 기록을 보니까 엄마가 다닐 때만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는 기록은 없더라고요."

    어머니의 몸상태가 갑자기 나빠진 건 요양병원에 들어간 뒤부터였습니다.

    입원 당시 98%로 정상이었던 산소포화도가 사망 직전 85%까지 떨어진 겁니다.

    정상 범위를 10%P나 밑도는 저산소증에 빠진 건데요.

    이렇게 되면 숨쉬기가 힘들 수밖에 없는데, 어쩐 일인지 요양병원 기록에는 46일간의 호흡 수가 한결같이 20으로 적혀 있습니다.

    [김정훈/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산소포화도가) 85%일 때 (호흡수가) 20으로 돼 있죠, 이걸 의사가 보더니 '두 개 중에 한 개는 거짓말이다'라고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산소포화도가 이만큼 떨어지면 사람이 이걸 보상해 주기 위해서 호흡수가 더 증가한대요."

    의사 출신 변호사의 판단도 비슷했습니다.

    저산소증으로 인해 호흡수가 평소보다 높아졌을 것으로 보이는데, 호흡수가 20으로 기재된 건 '허위 기록' 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박호균/의료소송 전문 변호사]
    "조금 더 열심히 밀착 감시해서 검사하고 촘촘히 따라다니면서 산소를 공급해주고 응급처치를 촘촘하게 해줬더라면 우리가 생명을 또 연장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이처럼 의무기록만 들여다 봐도 병원의 잘못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유족은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란 곳을 찾았는데요.

    이런 일을 안 겪어보신 분들께는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이미 10년 전에 만들어진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입니다.

    보통 의료분쟁을 법정으로 끌고 가면 오래 걸리고 비용 부담도 크죠.

    하지만 중재원은 처리 기간이 짧고 돈이 별로 안 듭니다.

    조정 신청 비용이 아무리 비싸도 16만원 정도, 절차도 120일 안에 끝나는 게 원칙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다는 중재원에서 김 씨는, 또 한 번 절망했습니다.

    병원의 잘못이 쉽게 발견되는 기록을 보고도, 중재원은 "환자 진료에 부적절한 부분이 없어 보인다"는 감정서를 냈습니다.

    [박호균/의료소송 전문 변호사]
    "'요양기관에서 이 정도 하면 되는 거 아니냐' 하면서 그냥 '책임이 없다'라는 판단을 해주고 싶은 거예요. 의료인이 처벌받을까봐. 그래서 감정을 그렇게 편파적으로 하는 건데‥"

    결국 김 씨는 조정을 취하하고 문제의 요양병원을 고소했는데요.

    경찰은 병원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확인해 검찰로 넘겼습니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실제 호흡을 측정하지 않고, 허위로 의무기록을 작성한 게 드러난 겁니다.

    <스트레이트> 취재에 응한 의료진조차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입니다.

    [00 요양병원 원장]
    "호흡 이거는 그냥 그때는 관례적으로 이렇게 20회씩 이렇게 적었던것 같아요 간호사들이‥"
    (실제 측정하지 않으시고?)
    "그러니까 이제 눈으로 보고‥ 호흡까지는 다 재기는 힘들어요. 그것 때문에 의료법 위반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중재원은 왜, 엉터리 감정서를 썼던 걸까.

    유족이 따져 물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관계자]
    "제가 대답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은 감정서라는 게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있고요. 저희는 어쨌든 진료기록 위·변조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없고‥"

    심지어 '중재원에 감정을 요청할 때마다 내용이 달라진다'는 말도 들립니다.

    [남은경/경실련 사회정책국장]
    "(경실련) 변호사님들 중에도 의료사고를 많이 다루고 계시기 때문에 기존에 중재원에서 받아온 감정서가 너무 엉터리여서 그걸 다시 재감정을 요청하면 전혀 다른 내용으로 오는 경우들도 있고‥"

    [김정훈/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감정서만 제대로 나왔으면 형사 고소나 이런 걸 할 이유가 없었죠. 이게 첫 단추인데 이게 잘못돼 있으니까 그 다음 과정이 다 꼬여버리는 거예요. 굉장히 무책임해요."

    조순정 씨도 4년 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조 씨의 어머니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 막힌 혈관을 뚫는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았는데요.

    [조순정/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관상동맥) 중재술을 한 번 예전에 하신 적이 있으세요. 그래서 이제 추가적으로 하신 부분이고, 그때 당시에 어머니 컨디션이 되게 좋으셔가지고 주치의도 권하셨어요."

    그런데 막상 수술을 하고 나니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조순정/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통증이 있으시다고 하고 잠을 못 주무셨다고 너무 아프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구토도 너무 심하게 코랑 입으로 토했다고‥"

    '2~3일이면 좋아질 거'라던 병원 측 말과 달리, 어머니는 가슴 통증이 점점 심해졌고, 혈압도 정상치를 크게 벗어났습니다.

    허겁지겁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시술 나흘 만에 끝내 숨졌습니다.

    [조순정/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면회 시간 전에 병원에서 전화가 온 거예요. 하시는 말씀이 '어머니 상태가 별로 안 좋으시다.'‥ 주치의한테 물어보니까 '가능성이 있겠냐'‥ 가능성이 없대요."

    전문가들한테 맡겨 진료 기록을 감정해봤더니, 의료진의 과실이 드러났습니다.

    중재술을 받은 뒤 급성 심근경색 소견이 나타났고, 혈액검사에서도 심장근육이 손상됐을때 나타나는 증상을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당시 처방은 없었고, 중환자실로 옮긴 후에도 당직 의사가 상주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조순정/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의료전문 변호사분과 상담을 받았는데 또 그분이 중재원에 감정위원으로 계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보시더니 어머니같은 경우는 의무기록지 상으로 '그래도 과실 부분이 보인다', '그래도 다행이다'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중재원에 서류를 넣어서 진행하더라도 비슷하게 나올 것이다'라고 얘기를 하셔서‥"

    다른 누구도 아닌 중재원 감정위원의 조언, 조 씨는 '의료사고'임을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중재원에서 받아본 감정서에는 전혀 다른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심근경색은 1~3% 환자에서 발생하고 불가항력적인 합병증에 해당한다"며 "병원의 시술 후 경과 관찰과 응급 상황 발생 후 응급처치에 부적절함은 없었다"고 판단한 건데요.

    [강태언/의료소비자시민연대 사무총장]
    "피해자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이 의료사고 내용을 알지 못해서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록 분석을 저희가 굉장히 오랜 기간 했는데 저희 분석 결과와 감정서가 충돌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거든요."

    할 수 없이 조 씨는 소송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법원이 지정한 대학병원에서 재감정을 받았습니다.

    새로 받은 감정서에는 조 씨 어머니가 시술 이후 "심근 이상 소견이 있을 수 있다"며 "심근 흐름을 좋게 하는 약물 투여가 필요한데도, 기록에 의하면 시행 기록이 없다"는 점이 명시됐습니다.

    병원의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거죠.

    재판 결과도 뒤집혔는데요, 1심은 중재원의 감정서를 근거로 병원 측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대학병원의 감정서를 받아들여 병원이 조 씨에게 2천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어머니가 숨진 지 3년 만이었습니다.

    [조순정/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결국 이 감정서 하나 때문에 너무 더 길게 이렇게 소송 기간이 더 길어져 버렸어요. 이 감정서의 반박까지도 저희가 해야 해요? (주변에) 만약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중재원에는 그냥 가지 말라'고 얘기를 하겠죠. 차라리 그냥 소송으로 가라고‥"

    보신 것처럼 이 감정서 한 장이 의료분쟁의 승패를 좌우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공공기관이라는 중재원의 감정서를 믿을 수 없다는 게 현실인데요.

    왜 그럴까요.

    중재원의 조직은 크게 조정부와 감정부, 이렇게 둘로 나뉩니다.

    조정 사건이 들어오면 감정부에서 회의를 열어 감정서를 쓰고, 조정부는 이걸 근거로 결론을 냅니다.

    감정부는 종합병원처럼 정형외과, 내과, 산부인과, 치과 등 9곳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분쟁이 생긴 병원의 진료기록부와 의사소견서, 처방 내역 등을 근거로, 진단과 처치, 경과 관찰 과정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사망 원인 등을 판단합니다.

    감정서 작성에는 위원 5명이 참여하는데요.

    최종 책임자인 상임위원은 의사가 맡습니다.

    비상임위원 4명에도 의사 1명이 포함됩니다.

    또 법조인 2명, 소비자권익을 대표한다는 대학교수 등이 나머지 1명을 채웁니다.

    이렇게 비전문가들이 섞인 회의가 잘 될까 싶죠.

    [송기민/한양대 디지털융합의료학과 교수 (중재원 전 감정위원)]
    "내용이 워낙 복잡하고 (감정위원들도) 바쁜 사람들이잖아요. 그렇게 되면 의료인들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게 신빙성이 있어 보여요. 의료 전문성이기도 하고."

    상임위원을 포함한 의사 2명이 의견을 내면, 나머지 위원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송기민/한양대 디지털융합의료학과 교수 (중재원 전 감정위원)]
    "상임감정위원(의사)은 무과실을 주장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어요. 과실을 주장하면 이제 논쟁이 붙죠. 변호사나 소비자 위원은 뒤집을만한 것을 내기가 어려워요."

    감정서 작성을 위한 회의 2주 전쯤, 각 위원들은 저마다 소견서를 씁니다.

    각자 이걸 가져와서 협의를 하는 겁니다.

    실제로 2017년 급성담낭염으로 사망한 한 남성의 사건 관련 감정소견서를 볼까요?

    A 위원: "담낭염 등에 대한 의심을 하지 못하고 퇴원조치 한은 등 담낭담석에 대한 조치가 다소 미흡."

    B위원: "담낭염에 관한 추가 검사가 없었던 점은 아쉬움."

    C위원: "급성담낭염의 악화 때문에 오심과 구토가 간헐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추가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부적절."

    병원의 과실을 지적하는 소견이 많아 보이죠.

    그런데 최종 감정서는 '담낭염 의심 가능성이 낮다', 그러면서 병원 잘못이 없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유족 측은 지금도, 중재원에 환멸을 느꼈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최00/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중재원의) 감정서에 '과실' 의견이 없으면 '조금 이상하네'라는 느낌이었다면, 전체적으로 다 (소견서까지)보고 나서는 '여기는 범죄 집단이네‥ 여기는 조직으로서 존재하면 안 되는 곳이다' 뭐 이런 정도의 결론에 도달하게 됐죠."

    일단 회의에서는 이런 말들이 오갑니다.

    "수술상 문제가 있었다고 사료됨", "수술이 적절히 시행됐다고 보기 어려움".

    하지만 감정서에는 "수술 결과의 효과가 미흡하다고 해서 과실로 보긴 어렵다"며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옵니다.

    의사들의 잘잘못을 다른 의사들이 판단하는 구조, 애당초 이게 무리한 설정이었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의료인이 아닌 위원들이 좀 다른 목소리를 내면, 회의록에서 발언 자체가 사라집니다.

    [박호균/의료소송 전문 변호사]
    "그 감정인이 이 의료사고를 초래한 그 의료기관이나 의료인과 동일한 집단의 의사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제 '가재는 게 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저같은 비상임 감정위원들이 다른 방향으로 의견을 내면 그 의사들 출신의 감정위원들이 굉장히 난색을 표하고 결국은 본인들의 의견을 따라주기를 바라고."

    어찌 보면 이런 문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죠.

    의사들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도 이미 막아놨습니다.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르면, 감정 위원회에서 반대 의견이 있을 경우 소수 의견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작성된 감정서 약 8천 건 가운데, 소수 의견이 들어가 있는건 32건.

    사실상 없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공공기관에서 법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있는 건데요.

    법대로 '소수 의견'을 적어두자, 이렇게 항의하면, 위원회에서 이른바 '왕따'를 당하기도 합니다.

    [송기민/한양대 디지털융합의료학과 교수(중재원 전 감정위원)]
    "제 판단에는 '분명히 의료인의 과실이 있다고 보여진다'‥ 저는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할 필요도 있고, '소수 의견을 게재를 해달라' 주장을 했었죠. 다 묵살이 돼서 '제가 그럼 서명을 하지 않겠다' 그리고 제가 나왔고 뒤로 연락이 없어서 분명히 (회의 참석 위원이) 3명인데 1명이 서명을 안 했으니까 통과가 될 수 없거든요. 나중에 제가 (결과를 묻는) 메일을 보냈죠. 그랬더니 저를 빼고 다른 사람을 넣어서 통과시켰다고 그러더라고요."

    감정서 작성은 참석 위원들의 만장일치 서명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이미 있으나마나 한 규정인 겁니다.

    [신현호/의료소송 전문 변호사(중재원 전 조정위원)]
    "일부 상임 감정위원이 내 의견에 다 따르거나 내 의견에 다 따를 때까지 회의를 하거나 아니면 감정위원을 바꿔서 하는 거는 범죄 행위죠."

    심지어 백지 감정서에 위원들의 서명을 미리 받아 놓기도 하는데요.

    [신현호/의료소송 전문 변호사 (중재원 전 조정위원)]
    "그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건 상식에 반하는 것이거든요. (원래) 백지 서명할 땐 이미 문구를 다 만들어 놓고, 타자 칠 때 시간이 좀 걸리니까 먼저 사인해 놓고 오는 경우는 있거든요. 그런데 그럴 때는 토씨 하나도 읽어주고 확인하고 ‘이대로 타자 치겠습니다’ 해서 나오는 거지. 사인해 놓고 나중에 문장을 다시 쓰는 일은 없거든요."

    보다 못한 시민단체가 최근 중재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남은경/경실련 사회정책국장]
    "법 위반이에요. 합의된 의견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소수 의견을 기재하도록 (돼 있는데) 감정서가 사실상 분쟁 조정원의 가장 핵심 사무인 거고, 그 안에 거의 과실이 없고, 있다고 해도 그걸 묵살하거나 빼거나 중요하지 않다거나 아니면 되게 허술하게 쓴다라고 했으면 그런 감정서에서 적절한 보상, 조정이 이뤄진다고 볼 수 없는 거죠."

    경찰은 일단 중재원을 압수수색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스트레이트>의 취재 요청에 중재원 측은 수사 중이라 말할 수 없다면서도, 감정서 초안이 작성되면 위원들에게 전달하고, 작성된 내용에 동의나 부동의를 선택한 뒤, 의견을 반영하고 수정해 재승인을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원인들의 원성이 자자한 데다 이제 수사까지 받는 처지가 된 중재원.

    어수선한 가운데 최근 개원 10년을 맞았습니다.

    기념 세미나에서는 자화자찬이 쏟아지는데요.

    [박은수/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 (지난달 20일)]
    "사건처리 기간, 간이조정 처리율, 부조정결정 비율 등의 주요 업무지표가 지속적으로 향상되어 왔으며, 10년의 성장은 의료계와 국민으로부터 신뢰가 없었다면 이루기 어려웠을 겁니다."

    특히, 분쟁 조정에 성공하는 비율이 높다고 자랑합니다.

    [박은수/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 (지난달 20일)]
    "조정성공률은 아마 이것은 전 세계 최고의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조정성공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중재원은 최근 5년간의 조정성공률이 86%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요.

    자세히 따져보겠습니다.

    이 기간 접수된 조정 신청 건수는 모두 1만2천293건.

    조정 성립 건수는 4천857건입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조정성공률은 34%에 불과합니다.

    86%라는 수치는 어떻게 나온 걸까요?

    비결은 여기 분모, 그러니까 기준 건수 자체가 달랐습니다.

    전체 조정신청 건수가 아니라, 병원이 일방적을 조정에 응하지 않아 개시조차 되지 않은 사건은 아예 뺀 겁니다.

    이런 사건만 5천 건이 넘는데요.

    병원들은 이처럼 조정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사망했거나 1급 장애 진단을 받는 등 일정 요건이 성립돼야 병원이 의무적으로 조정에 참여하는 겁니다.

    따라서 어지간한 사건들은 신청해봤자 그냥 버려지는 게 현실입니다.

    코에 실리콘을 넣는 수술을 한 박모 씨.

    코에서 진물이 나고, 점점 오른쪽 뼈가 주저 앉더니, 코 중앙에 구멍이 생겼습니다.

    박 씨는 의료사고를 당한 거라며 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냈는데요.

    병원은 여기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박00/의료사고 피해자]
    "'각하'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금방 해결될 줄 알았는데‥ 저 같은 피해자가 또 생긴다면 중재원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요. 뭐 절박함에‥ 모든 중재원이 다 해줄 것인 것마냥‥"

    지난해 중재원에 들어간 예산은 220억 원.

    감정부와 조정부의 상임위원들의 연봉은 1억3천만 원이 넘습니다.

    시민들의 의료 피해를 돕겠다며 설립됐지만, 법규도 무시하면서 사실상 의료계 출신 위원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겁니다.

    [최00/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이 조직이라는 곳(중재원)이 그냥 해체되는 것이 맞다‥ 법원에 가면 '과실 없음'이라고 되어 있는 감정서가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는 거예요. 통상적으로는 '독'이 된다."

    [박호균/의료소송 전문 변호사]
    "중재원 감정이라는 것이 중립적이고 공정하고 객관적인지 굉장히 생각해볼 일이에요, 단정적인 결론을 도출하려고 하지 말고요. 가급적 소수 의견이라고 하더라도 세부적으로 의견들이 외부적으로도 공개될 수 있게끔... 소수 의견이 진실일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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