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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졸속·불통·갈팡질팡‥국정 신뢰 '빨간불'

[스트레이트] 졸속·불통·갈팡질팡‥국정 신뢰 '빨간불'
입력 2022-08-14 20:58 | 수정 2022-08-1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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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다음 날로 예정돼있던 교육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돌연 취소됐습니다.

    여가부, 통일부에 이어 세번째 연기.

    국정 운영이 미숙하다는 야당의 비판에 결국 업무보고를 다시 예정대로 하게 됩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오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한 살 낮추겠다는 발표가 나옵니다.

    [박순애/전 교육부장관 (지난달 29일)]
    "모든 아이가 1년 일찍 초등학교로 진입하는 학제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유도 추상적이고 모호했습니다.

    [박순애/전 교육부장관 (지난달 29일)]
    "지역이나 가정 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출발선상의 교육 격차를 조기에 국가가 책임지고 해소하기 위해‥"

    교육 현장에서조차 누구도 들어보지 못했던 갑작스런 발표였습니다.

    [김용서/교사노조연맹 위원장]
    "이런 얘기가 흘러나오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누군가) 얘기하길래 ‘소설일 거다, 그런 일이 없을 거다’라고 제가 단언해서 얘기했어요. 근데 몇 시간 뒤에 발표가 된 걸 보고 너무 황당했죠."

    처음엔 우려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대 목소리가 거세졌습니다.

    "철회하라! 철회하라! 철회하라!"

    곧바로 만 5살 입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도 만들어졌는데 순식간에 60여개 단체가 모였습니다.

    [정지현/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유일한 영유아 시기를 인지 교육과 유아 사교육에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것이, 이것이 윤석열 정부와 박순애 장관이 말하는, 출발 단계부터 책임지는 그 공교육입니까."

    특히 공론화나 여론수렴 과정 한 번 없이 나온 그 '느닷없음'이 분노를 더 키웠습니다.

    [홍경란/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부회장 (지난 5일)]
    "인수위 안에서 준비한 것도 없다고 저희는 들었어요. 근데 준비한 것 없이, 이렇게 몇 달도 안 돼서 이런 정책을 편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니에요? 코미디 아닙니까?"

    교육부 안에서도 난리가 났습니다.

    교육부 공무원 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아무리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지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느냐"며, 기획조정실장 등 실·국장들이 사퇴해야 한다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분위기를 물어보니 한 교육부 공무원은 "무면허 주취자가 운전하는 과속 차량에 탑승한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만 5살 입학 정책은 발표 열흘 만에 장관 사퇴로까지 번졌습니다.

    [박순애/전 교육부장관 (지난 8일)]
    "오늘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입니다."

    만 5살 입학 정책이 그 짧은 기간에 이렇게 거센 반발과 장관 사퇴까지 부른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졸속·불통 추진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만 5살 입학은 윤석열 정부 대선 공약, 인수위원회 백서, 국정 과제 어디에도 없었던 말그대로 '뜬금없는' 정책이었습니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설익은 채 내놨다가 여론이 악화되면 철회되는 정책들, 이 뿐만이 아니었죠.

    오늘 스트레이트는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지 집중 취재했습니다.

    앞서 보신, 교육부가 만 5살 입학을 발표한 자리는 대통령 업무보고 직전의 사전 브리핑이었습니다.

    기자들도 그게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교육부 출입기자]
    "일단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여파가 있을 것 같은데 어디까지 고려를 했는지."

    사전 브리핑에서부터 거센 후폭풍이 예고된 상황.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업무 보고가 끝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신속 강구'를 지시했다"고 발표합니다.

    이후 절차는 거꾸로 흐르기 시작합니다.

    반발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나흘 만에 '공론화' 추진을 지시했고, 부랴부랴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잘못 끼워진 첫단추는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장관이 손을 잡자 뿌리치는 학부모도 있었습니다.

    [정지현/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지난 2일)]
    "지금 산적해 있는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 하면서 장관님, 제가 위로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이런 분위기에 나온 장관의 자화자찬식 발언은 분노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습니다.

    [박순애/전 교육부장관 (지난 2일)]
    "제가, 교육부가 업무보고에 이런 화두를 던지지 않았더라면 언제 우리가 지난 한 50~60년 동안 이렇게 학부모님들의 목소리 가슴 아픈 사연들을 직접 얘기하면서 같이 논의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러면서도 정작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는 모습은 불통의 상징적 장면이 되기도 했습니다.

    [8월 4일 정부세종청사]
    "부총리님 질문 안 받으세요?"

    [8월 4일 정부세종청사]
    “(부총리님) 질문받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소통 안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
    “기자들도 만나서 여론 수렴하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가다가 신발이 벗겨지기도 했는데요.

    엘리베이터에 타서야 처음 꺼낸 말은 '나중에 얘기하자'였습니다.

    [박순애/전 교육부장관 (지난 4일)]
    "조금만 쉬고 오시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언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희에게 제보가 들어온 교육부 내부 게시판의 글들입니다.

    교육을 위해 일하는 건가 회의감이 든다, 응원도 좀 받을 수 있는 일하며 힘내보고 싶다, 관련 부서에 힘내라는 말도 차마 못하겠다‥

    졸속 추진의 배경을 의심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성급하게 발표할 수 있을 만한 사이즈가 아닌 걸 뻔히 아는데, 설마 부서가 먼저 얘기했을 리가 있냐"는 거죠.

    확인해보니 업무 보고 전에 교육부 장관과 실·국장들의 사전 검토 회의가 열리긴 했는데요,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이번엔 좀 이상했다고 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
    "특이했던 것이, 보통 우리 중앙 부처의 업무 보고나 이런 것은 거의 확정되거나 이걸 하겠다는 최종 아웃풋 가지고 얘기하는데.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굉장히 특이한 프로세스를 던진 건데."

    의견 수렴 과정조차 없었던 정책을 대통령 업무보고에 들고 들어가는 게 과거엔 없었던 일이란 얘기입니다.

    [이범/교육평론가]
    "아무리 짧게 봐도 십여 년이 걸리는 엄청난 과업이 되는 것이죠. 그런 것을 뭐 충분한 검토나 뭐 공청회, 토론회 이런 거 없이 불쑥 발표했다는 것은 이거는 아마추어리즘의 극치이고요. 그리고 사실 교육부의 얼굴에도 먹칠하는 거죠."

    여당인 국민의힘은 장관 개인의 자질 부족 문제로 몰고갔습니다.

    [이재오/국민의힘 상임고문 (지난 2일, MBC ‘뉴스외전’)]
    "결국 전문가들도 의견 수렴 안 하고 완전히 행정 조치를 하는 것처럼 밀어가버리니까 이게 지금 문제가 커졌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저건 교육부장관이 미숙해서 그런 겁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국면 전환용 카드로 봤습니다.

    박순애 장관이 논문 투고 금지, 만취 음주 운전, 자녀 불법 입시 컨설팅 의혹 등 자신의 문제를 덮기 위해 만 5살 입학을 꺼내들었다는 겁니다.

    [오영환/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지난 1일)]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던지기는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폭탄 던지 듯 졸속으로 정책을 발표해 학생과 학부모, 교육계를 혼란에 빠뜨릴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박순애 장관은 갑자기 꺼낸 정책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박순애/전 교육부장관 (지난달 29일)]
    "갑자기 떨어진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인수위에서 우리 대통령께서도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어떤 교육체계에 대해서 말씀하셨고, 그다음에 당시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 계셨고 국민의당에 계실 때, 그때 냈던 교육체제 개편에도 유사한 안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이 정책, 어디서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요?

    <스트레이트>는 그 정황을 짐작케하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녹취를 입수했습니다.

    인수위 위원들은 학제 개편이나 만 5살 입학은 안철수 당시 인수위원장이 얘기하는 걸 딱 한 번 들었다고 했는데요.

    그것도 식사를 겸한 간담회 자리에서였다고 합니다.

    그때 안 위원장 이야기 들어보시죠.

    [안철수 (4월 6일 식사 간담회)]
    "저는 학제 개편해야 한다는 파여서요, 원래. 지금 학제가 1951년 교육법 그대로잖아요. 그때 초등학생 입학 연령하고 지금 같은 게 말이 안 되는 건데. 그래서 제가 제시했던 게 만 3살에 유치원 공교육 시작하고, 만 5세 때 초등학교, 5년짜리 초등학교. 그다음에 5년짜리 중등학교. 그래서 사회 진출이 2년 빠르게‥"

    인구가 줄어드니 빨리 사회에 진출시켜야한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습니다.

    [안철수]
    "그때 되면 사실 저출생 고령화 때문에, <사회 2년 빨리 나가는 게> 오히려 더 사회에 도움이 될 것 같더라고요."

    실제 안철수 의원 본인이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학제 개편을 주장했죠.

    [안철수/국민의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2017년 2월 6일)]
    "만 5살이 된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 5년을 보냅니다."

    박 장관도 브리핑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박순애/전 교육부장관 (지난달 29일)]
    "애초에 나왔던 안은 <2년을 먼저 당겨서> 한꺼번에 바꾸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2년을 앞당겨서 한꺼번에 바꾸는 것, 3세부터 들어가는 것은 굉장한 충격이고."

    안철수 의원이 했던 말과 아주 비슷하죠.

    박순애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 참여 당시 '안철수 계'로 분류돼 행정안전부나 환경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었습니다.

    그럼 후보 단일화 이후 안철수의 공약을 인수위에서 검토해 교육부로 간 박순애 장관이 정책으로 발표했던 걸까요?

    당시 인수위원들에게 확인해봤더니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한 인수위원은 "공식적인 논의가 없었다" "인수위 때 업무 보고에서도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또, "후보가 단일화를 했으니 인수위에서 어떤 공약을 넣고 뺄지, 논의를 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인수위 출범 당시부터 교육 전문가가 한 명도 없어서 홀대, 무시 얘기가 나왔는데 결국 이것도 인사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교육부의 갈팡질팡 행보, 만 5살 입학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달 29일 또 하나의 정책 발표가 있었는데요.

    외국어고등학교 폐지 방침입니다.

    [박순애/전 교육부장관 (지난달 29일)]
    "외고는 폐지 또는 전환해서 일반고에서 꼭 외국어뿐만이 아니고, 다양한 분야의 교과과정을 통해서 특수목적을 갖도록 하는 형식으로 전환을 생각하고 있고."

    원래 자사고, 국제고, 외고는 모두 2025년에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었습니다.

    고교 양극화, 사교육 심화를 막겠다며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결정됐는데 윤석열 정부의 기조는 이 '일괄 전환'을 백지화하는 방향이었습니다.

    학업 선택권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느닷없이 외고만 폐지하는 방향으로 결정된 거죠.

    [최민정/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 회장 (지난 5일, 외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
    "이해당사자들의 대화나 토론을 통한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인 힘의 논리만 앞세워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있는가."

    역시 충분한 검토가 없던 돌발적인 발표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김병욱/국민의힘 의원 (지난 9일, 국회 교육위)]
    "선거 과정에서 공약도 안 하고 인수위에서도 국정과제도 아닌 일을 이걸 대통령께 하겠다고 추진하는 게 말이 됩니까 이게?"

    [장상윤/교육부차관]
    "문제는 이제 업무보고 내용에는 외고 폐지라는 말은 들어가 있지는 않았고요, 다만 이제 브리핑 과정에서 기자분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반발이 커지자 교육부는 "외국어 교과특성화학교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발 물러났는데요, 오락가락하는 정책 추진,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입니다.

    [홍후조/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10년, 20년 후에 비전이 어떤 모양이 될 거냐에 대한 뭐랄까 꿈이라든가 비전이 안 보이는 거예요. 왜? 비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이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봐요. 윤석열 대통령께서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모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유독 교육부는 없애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저렇게 교육부에서는 장관, 차관, 차관보까지 다 교육에는 비전문가잖아요."

    사퇴한 박순애 장관은 환경 정책을 전공한 행정대학원 교수, 장상윤 차관은 주로 국무조정실에서 일해온 행정 관료 출신입니다.

    이런 정책 발표를 둘러싼 혼란, 이미 몇 번 본 것 같지 않으신가요?

    주 52시간제를 두고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죠.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주간 노동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주 120시간까지도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윤석열/당시 대선 후보 (작년 7월, 매일경제 인터뷰)]
    "게임 같은 거 하나 개발하려고 하면 정말 한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주 120시간 일해야 한다는 거야. 그리고 한 2주 바짝 하고 그다음에 노는 거지."

    정부 출범 약 한달 뒤인 지난 6월 고용노동부도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주 52시간제에 손을 대겠다고 밝힙니다.

    연장 근로를 주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이정식/고용노동부 장관 (지난달 23일)]
    "우선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가령 노사합의로,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등 합리적인 총량 관리 단위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게임업계 이야기를 하며 노동시간 늘려야한다고 했던 대통령의 발언과 비슷한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정식/고용노동부 장관 (지난달 23일)]
    "젊은 세대들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시간 주권이 중시되면서, 일하고 싶을 때는 일하고, 쉬고 싶을 때는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해 달라는 요구도 확산하고‥"

    하지만 이렇게 되면 1주일에 92시간까지도 일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곧바로 나왔죠.

    2주 연속 69시간 일을 시킬 수 있어서 한달에 절반 이상 과로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은 이튿날 이렇게 말합니다.

    [윤석열/대통령 (지난달 24일)]
    "보고받지 못한 게 아침에 언론에 나와서 제가 아침에 확인해 보니까 노동부에서 발표를 한 것이 아니고, 부총리가 노동부에다 아마 민간 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서 노동 시간의 유연성에 대해서 검토를 해보라고 얘기를 한 상황이고 아직 정부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건 아닙니다."

    대통령실과 각 부처의 정책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상돈/전 국회의원]
    "사안별로 좀 심도 있는 검토를 하고 거기에 대해서 신중하게 정책 방향을 정하고, 또 그걸 가지고서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서 여론에 호소할 건 호소하고 그래야 한다고 봐요."

    대통령과 부처간 조율만 안되는게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 방식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가 '빚 탕감' 정책을 들고 나왔는데요.

    핵심은 빚때문에 절벽에 몰린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었는데, 발표 날 금융위원장 발언 중에 이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김주현/금융위원장 (지난달 14일)]
    "아울러 자산 가격 조정에 따라 저금리 환경에서 돈을 빌려 주식, 가상자산 등에 투자한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빚까지 내서 주식이나 코인을 산 사람들까지 구제 대상이 된다는 말에 논란이 커졌죠.

    [김예빈 (20대, 경기 고양시)]
    "빚을 탕감해 주는 정책을 듣고 나서 ‘나는 빚을 질까 봐 이런 투자를 하지 않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그냥 빚내서 할 걸 그랬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되게 많이 들어서‥

    금융위원회에서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연일 해명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또 한 번 기름을 끼얹는 발언이 나옵니다.

    [김주현/금융위원장 (지난달 18일)]
    "‘나는 빚을 상당히 열심히 갚고 있는데 왜 그러냐’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저희 이번에 대책은 정말 부채가 상환이 정상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한 조치임을 알고 이해해 주시고, 또 이런 분들에 대해서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좀 이해해 주고 도와주려는 그러한 마음을 가졌으면 하고 제가 부탁을 좀 드립니다."

    비난 여론에도 이 정책,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야심차게 발표했다가 운영 미숙으로 아예 시작도 못한 경우도 있죠.

    윤석열 정부는 기존 '국민청원' 대신 '국민제안'을 신설했는데요.

    [강승규/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지난달 23일)]
    "여론을 좀 왜곡한다든지 또 '매크로' 방지를 통해서, 여론을 만드는 이러한 방지를 위해서 <100% 실명제>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우수제안 온라인투표가 없던 일이 됐습니다.

    10개 제안 모두 추천수가 56만에서 57만 정도로 별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해외 IP를 통한 어뷰징, 즉 중복 추천이 있었기 때문으로 드러났습니다.

    여론 조작을 막기 위해 실명제로 운영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투표 때는 실명제를 안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대통령실은 연일 부적절한 대국민 홍보와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얼마 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방한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홀대 논란이 나왔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의 연극 관람과 술자리 사진을 배포합니다.

    이번 폭우 상황에서도 그랬습니다.

    반지하 집을 탈출못한 가족 3명이 숨지고, 맨홀에 사람들이 휩쓸려 실종되는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죠.

    [윤석열/대통령 (지난 9일)]
    "퇴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다른 아파트들이,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은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어떻게 대통령이 아파트가 침수가 되는 걸 직접 보고도 그대로 퇴근하냐는 비판이 쏟아졌는데요.

    그러자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그렇다고 퇴근을 안하냐고 반문했습니다.

    [강승규/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지난 10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비에 대한 예고가 있다고 그래서 비가 온다고 그래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합니까? 폭우 피해가 발생했다면 모르지만, 대통령께서 퇴근하실 때는 저희도 다 일상적으로 어제저녁 약속도 있고 다 가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실은 가족이 사망한 반지하 집 현장을 방문한 사진을 카드뉴스로 만들어 정책 홍보에 활용하기까지 합니다.

    비극의 현장을 국정 홍보의 수단으로 쓴다는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진석/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수해로 인한 어려움이라든지 이런 거에 대한 공감을 보여주는 것은 전혀 아닌 거거든요. 대통령 본인이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주요한 인사들이 시민의 삶이라든지 우리나라 국정과 관련한 주요한 현안들 외교, 안보 이런 것들이 아직 자신의 일로 체화되지 않은 상황이 아닌가."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국민들의 시선은 정부의 행정 능력, 실무 능력에 대한 의심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한국 갤럽 정기조사를 보면요,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 중에 경험, 자질 부족과 무능함은 6월만 해도 5%였는데, 최근 조사에서는 14%로 3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으로 하는 정기 전국 지표조사에서도 부정 평가 사유 1순위는 '경험과 능력부족'이었습니다.

    이 응답도 '17% → 28% → 33%'로 점차 상승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사회상과 정책이 뭔지 알 수 없어서 갈수록 실망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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